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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 강남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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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 공부는 이제 안 하시나 봐요?”
“네?”
오전 내내 도서관 좌석에 앉아 이런저런 책들을 읽은 현수.
점심 무렵, 도서관에서 나오려다가, 주식 관련 책들 외에도 선물 거래 관련 책들을 빌리던 현수.
그런데 이때, 도서관 사서가 갑자기 조용한 목소리로 그렇게 묻고 있다.
약간 당황한 현수. 자연스레 그의 시선은 여자 사서의 얼굴로 향했다.
검은색 정장에 하늘색 셔츠, 단발머리의 그녀.
가슴 쪽에 달린 사서 이름표를 보니, 김상희라는 이름을 가진 도서관 사서다.
“딴 게 아니라, 저번엔 공무원 시험 책자들을 빌리시던데···.”
그녀는 기억력이 좋은 건가?
아니면 설마 자신한테 관심?
바로 호기심이 생겨나, 빤히 그녀를 쳐다보는 현수.
그러나 여자 사서가 이내 눈길을 거두며 사무적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카드 주세요.”
“아? 네. 여기.”
잠시 후, 간단한 도서 대출 절차가 끝이 났다.
이때, 현수는 그녀가 뭔가 더 말을 걸어올까 봐 호기심을 느꼈으나, 눈앞의 여자 사서는 이내 머리를 숙이고 자기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
‘뭐야? 이거 아무것도 아니잖아? 하긴 백수한테 누군들 관심이나 있겠어?’
결국,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등을 돌리고 마는 현수.
그래도 혈기왕성한 남자랍시고, 또래 여자에게 현수는 은근히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어쨌든 두툼한 책들을 양손에 가득 안고서 한가롭게 거리를 걷게 된 말쑥한 슈트 차림의 현수.
지금 이 시각은 대다수 성인들이 한창 일하는 시간이었고, 학생들은 학교로 가 있는 시각.
그래서 거리는 무척 한산한 모습이다.
그런 조용한 길을 터벅터벅 걸어서 현수는 다시 고시원 빌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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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옵션 투자의 필승 전략」
「알면 신나는 파생상품 분석」
「누가 사고 누가 파는가?」
「주식 초보 탈출하기」
「주식 차트를 보면 돈이 보인다」
「벤츠 타는 개미 투자자」
「인생 막장에서 주식 갑부가 된 남자」
투자 기초 서적에서부터 다소 사행성이 가득한 책들까지 침대 위에 올려둔 현수. 그러고는 곧이어 자신의 책상을 말끔하게 정리했다.
특히 머리를 아프게 하는 공시 책들을 모두 수거한 뒤 한쪽 옆에 수직으로 쌓아두었는데, 저 책들은 나중에 중고책방으로 가져가 몽땅 팔아먹을 생각이다.
대신에 이번에 빌린 투자 관련 책들을 데스크 위에 진열했다.
‘흠. 어쨌든 이왕 하는 거니까 제대로 해야지.’
자신에게 약한 투자 이론 부분들은 좀 더 충실하게 머릿속에 담아둘 필요가 있다.
그래서 현수는 의자에 앉자마자 정신없이 그 책들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진짜 집중해서 공시 공부를 했다면, 아마 진작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쨌든 그로부터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어느덧 해가 저무는 저녁이 되고 있었다.
이때, 더는 견딜 수가 없게 배가 무척 고파진 현수.
결국,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잠시 후 인근 편의점에 도착했다.
이번에도 자신의 식단대로 컵라면 1개, 삼각김밥 1개, 소시지 3개를 구매한 현수.
‘음. 근데 이것도 계속 먹으니까 많이 질리네. 차라리 내일··· 그냥 학원 근처로 가서 컵밥이나 사 먹을까?’
MSG가 듬뿍 뿌려져 있어, 입맛에 딱 맞는 컵밥.
특히, 2천 원짜리 김치볶음밥은 현수가 가장 즐겨 먹는 컵밥 메뉴다.
‘에잇, 괜히 침만 고이네.’
그래서 더 견딜 수가 없었다.
설익은 라면 면발을 휘이 저은 뒤, 바로 입으로 가져가는 현수.
‘앗. 뜨거워.’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뜨거운 라면 국물은 몇 번 후후 불어 입김으로 식힌 뒤, 바로 한 모금 마시는 현수.
그럼에도 한번 머릿속에 떠올렸던 김치볶음밥 컵밥의 모습은 영 머릿속에서 떠나가질 않는다.
‘참, 그러고 보면 나도 음식 집착이 좀 심하단 말이다.’
아마도 그간 많이 굶주려서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제대로 된 집밥을 못 먹은 지가 정말 오래된 현수.
지난 설 연휴에도 그는 고향 집에 내려가지 않았다.
장남인 아버지. 그래서 자신의 집은 큰집이다. 명절마다 친척들이 많이 찾아오는 큰집. 그래서 현수는 그 체면 때문에 설 연휴에도 고향 집에 내려가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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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다 먹었다.”
그래도 배는 부르다.
빈 껍질들을 처리해서 편의점 휴지통에 버린 뒤 현수는 바로 편의점에서 나오며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워도 커피는 스타벅스에서 사 먹는 현수.
이른바 가난한 욜로(YOLO)족이다.
그렇게 대로변 스타벅스 쪽으로 가면서, 이것저것 전화번호들을 검색하고 있는 현수.
즉, 저녁에 만날 친구를 물색하는 것이다.
‘젠장, 이 투자 일도 좀 그렇긴 해. 공시 포기하니까, 왜 이렇게 시간이 많이 남아도는지 모르겠어.’
일단, 제일캐피탈에 다니는 장병권은 불과 며칠 전에 본 터라, 할 수 없이 제외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김경수를 포함한 고시원 친구들은 아마 지금쯤 정신이 하나도 없을 터. 어느덧 2달 뒤로 다가온 공시 시험. 정말 중요한 이 시험을 준비하느라 그들은 아마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공부에 매진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 다음으로, 자신의 대학 동기들이나 고향 친구들.
하지만 그들을 부르는 것도 무리가 있다. 대다수는 지방에 눌러앉았다. 거리상 바로 만날 수가 없는 것이다.
‘말세다. 말세!’
할 수 없이 현수는 증권회사에 다니고 있는 친구 강일중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제일캐피탈의 장병권만큼이나 운이 정말 좋은 녀석. 녀석은 현수의 대학 동기들 중에서도 가장 난 놈이기도 했다. 화려한 언변력 외에도 토익 만점 성적을 가진 녀석. 그는 당당히 서울권 증권회사에 취업했고, 요즘 아주 잘 나간다고 소문이 자자한 녀석이다.
“야. 강일중! 나, 현수! 지금 통화해도 되냐?”
- 어? 아! 현수? 인마, 너 어쩐 일이냐? 설마 너 혹시··· 저번 남부토건 때문에?
“인마, 그건 다 지난 일이잖냐?”
- 야! 그래. 너 진짜 생각 잘했다. 네가 좀 이해해주라. 주식하다 보면, 별의별 일이 다 생긴다니까. 막 뜰 것 같은 종목도 장 끝나면 바로 악재 기사 떠서 다음 날 쫄딱 망하는 일도 많고. 상폐각 뜬 종목이 갑자기 신나게 상 치는 경우도 많고. 주식이 원래 그래. 근데 무슨 일로?
“아, 그게, 너 혹시 오늘 시간이 있나 해서?”
- 뭐, 오늘???
“왜? 안 되냐?”
- 야! 진짜 진짜 미안타! 오늘 야근! 나 정신없어! 요즘 새로 상품 만드는 건도 몇 개 있고, 요즘 미국시장 변동성 때문에 투자가 아주 심각하거든. 야, 암튼 우리 다음에 보자. 미안하다.
할 수 없는 일이다.
현수는 휴대폰을 다시 포켓에 넣은 뒤 스타벅스로 들어갔다.
먼저 간단히 아이스커피를 주문한 뒤, 창가 자리를 택해서 앉는 현수.
그리고 자신의 늘씬한 다리를 서로 꼬아 앉은 그는 커피숍 훈남 이미지를 발산하며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어쩔 수 없이, 오늘 저녁은 이렇게 고독남 이미지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근데 뭐··· 좀 쌈박한 거, 좀 재밌는 거 없을까?’
스타벅스 커피숍 가게 안에 앉아서 시간 때우는 일만큼은 누구보다도 잘 할 수 있는 현수.
그래서 휴대폰으로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최신 기사들을 뒤적여 봤고, 연예인 가십 기사들을 이것저것 읽어보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중, 자연스럽게 포털 사이트 증권 테마 쪽으로 저절로 관심이 넘어가던 현수.
그런데 그때, 그는 흠칫 놀라며, 무언가를 주목했다.
증권 토탈 컨텐츠 부문.
그 위쪽에 인터넷 메인 광고 하나가 큼직하게 걸려 있는데, 현수의 눈길을 끈 것은 바로 컨텐츠 제목이다!
「BJ 강남귀족의 “절대강자 주식따블맨”」
(2022년 4월 13일~4월 17일, 고객님들께 무료 체험기회를 드립니다)
‘음. 인터넷 유료주식방송?’
그러고 보면, 올 초부터 인터넷 유료주식방송이 꽤 붐이라고 하던데···.
현수는 이제야 그게 기억이 난 것이다. 그리고 바로 알 수 없는 무언가 호기심이 동한 현수.
그는 포켓을 뒤져 싸구려 블루투스 이어폰을 꺼낸 뒤, 그 자리에서 그 이벤트 영상을 시청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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