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수익률 1,000,000배-10화 (10/170)

<내 수익률 1,000,000배>

환호하는 추종자들(1)

-5-

“차 박사님. 이것 좀 보시겠습니까?”

각 잡힌 얇은 안경테, 예리한 눈빛의 남자. 그는 김철용 과장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리고 있다.

거대한 모니터 5대가 좌우, 상하로 배치된 데스크 앞.

그 앞에 삐딱한 자세로 앉아 있던 남자는 회전의자를 돌리며 김 과장을 위아래로 쓸어보면서 되묻고 있다.

“뭡니까?”

사실, 눈앞의 남자보다 더 나이가 많아 보이는 김철용 과장.

그러나 김 과장은 꼬박꼬박 존댓말을 하면서 대화를 이어 나가고 있다.

“이거 좀 재밌습니다. 희한한 새낀데, 이거 좀 보세요. 차트 보는 눈이 정말 예술적으로 딱딱 맞습니다.”

뜻밖의 변수가 생겼나 싶어, 이내 미간을 오므리던 차민수는 바로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김 과장은 인쇄된 종이 몇 장을 공손하게 건넨다.

그리고 잠시 동안, 종이 문건을 유심히 읽어보던 차민수.

그런데 곧 그의 입꼬리는 쓱 올라가고 있다.

“어떻게 할까요? 차 박사님. IP 추적해서, 한번 뒤져볼까요?”

그러나 대답 대신에 종이를 바로 돌려주고 있는 차민수.

“흥! 차트 좀 본다는 새끼들! 어디 그런 새끼들이 어디 한 둘인가요? 선수가 유치원생 장난질에 장단 맞추는 거 봤습니까?”

“하지만 그게··· 이렇게 타이밍을 잘 맞출 수가 없는데···.”

“쯧쯧. 김 과장님. 오늘부터는 무조건 쓸데없는 짓, 최소화하는 게 좋습니다. 혹시 이거 때문에 우리가 손실 본 것이라도 있습니까?”

“아뇨. 그게, 워낙 미미한 수준이라···.”

“데이 트레이드(주식 매매로 먹고 사는 사람) 중에, 이런 새끼들 종종 있지 않습니까? 분석 꽤나 잘하죠. 그러면 뭐합니까? 우리한테는 좇밥도 안 되는 새끼들.”

“하지만 작전주 추격하는 놈들. 그런 똥파리들이 자꾸 꼬이면, 뒤끝이 좀 안 좋지 않습니까? 한번 뒤져보는 게···.”

그러나 차민수는 한 손을 어깨 위로 들며 제지했다.

싫다는 제스처다.

“다시 말하지만, 제가 움직이는 이상, 그런 개미들, 신경쓸 거 하나도 없습니다. 차라리 그 시간에 대주주 관리 잘하고 기관투자자 쪽 동향 예측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인터넷 게시판 동향은 어떻습니까?”

“아, 뭐, 인터넷 쪽이야 뭐··· 거긴 뭐 지금 완전 난장판이죠. 2연상에 대한 기대감이 극도로 치솟은 상태라··· 아까 제가 쩜상 글을 남기긴 했지만, 이젠 우리 쪽에서 안 나서도, 계속 떠들어댈 인간들이 넘치고 넘칩니다.”

김철용 과장의 그 말에 아주 만족스러운 듯, 자신의 얇은 안경테를 만지며 씩 웃는 차민수.

“근데 매번 봐도 차 박사님 설계는 진짜 대단합니다. 이게 어찌나 다이내믹한지, 개미 새끼들 혼을 쏙쏙 빼놓네요.”

주식 세력들 사이에서 설계자 박사로 불리고 있는 차민수.

지금 그는 김철용 과장의 아부성 발언에 피식 웃고 있다.

어찌 되었든 작업의 하이라이트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상한가 달성에 성공한 것이다.

아직 다음 장들이 남아 있고, 또한 거대한 설거지도 준비해야 한다. 그럼에도 현재 상황에서는 큰 능선을 넘은 것이다.

“흠···. 희망. 후후. 뭐, 그게 제 모토이긴 합니다.”

그렇게 짧게 대답한 차민수는 그러고는 더 대화하기 싫다는 듯 몸을 돌렸다.

눈치빠른 김철용 과장이 이 순간 물러서자, 이때부터는 주가창만 열심히 쳐다보고 있는 차민수.

그의 안경 너머로 보이는 것은 바로 조금 전 부드럽게 상한가 안착에 성공한 경동건설 종목의 주가다.

흔들림 없는 9,120원의 모습!

‘뭐, 희망을 주고 맛좋은 냄새를 계속 풍기면··· 흥분한 개미들은 늘 꼬이는 법이지. 털린 놈들도, 손절한 놈들도, 수익을 본 놈들도, 다들 미치고 갈수록 환장할 수밖에 없을 테지···.’

즉, 그렇게 개미 돈을 쪽쪽 빨아먹고 개미들한테 빈 깡통을 차게 해야, 비로소 작전은 완전히 끝이 나는 것이다.

##

“휴. 오늘 너무 빨리 일이 끝났는데?”

자신의 손목시계를 쳐다보니, 이제 겨우 아침 9시 45분.

현수는 이 시각이 너무 어색하기만 하다.

한창 장이 진행되고 있는 시각.

그런데 큰 행운이 찾아와, 경동건설은 장 초반에 바로 상한가를 찍어버렸다.

기분은 아주 좋지만, 문제는 오늘 할 일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물론 다른 투자 종목을 물색한 뒤 그 종목 투자에 바로 나설 수도 있지만, 현시점에서 더 중요한 판단이 그에게 남아 있었다.

‘이 종목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지금 팔아야 하나?

아니면 계속 가지고 가냐 하나?

바로 그 문제였다.

보통 건설주가 1상을 치고 나면, 연거푸 2연상을 칠 가능성은 생각보다 낮다.

대다수 2연상, 3연상을 치는 종목은 외국인 투자자, 기관투자자들까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정도로 이른바 대형호재가 있는 경우.

그 대표적인 것들이 바로 바이오신약 관련 종목들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이런 종목들은 신약 임상 시험이 통과될 때마다 대중의 기대감은 무척 고조된다.

신약 자체의 파급력이 워낙 크다 보니, 주주들 역시 그런 호재가 터지게 되면 주가가 단순히 30% 오르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그런 류의 강력한 기대감이나 그런 호재가 없다면, 대다수 종목들은 상한가를 한번 친 뒤, 그 다음 장에서는 그대로 무너지는 게 일반적인 모습인 것이다.

현재 현수가 보유하고 있는 경동건설 주식. 이것은 단순한 건설주다.

그러다 보니, 아직 미공개된 대형건설 수주라는 호재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기대감은 그 주가를 더블링할 정도로 거대하지는 않을 거라고 현수는 예상했다.

물론, 주식거래량이 희귀해진 품절주의 경우라면, 그런 대형호재와 상관없이 연거푸 몇 연상을 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럼··· 이건 어디에 속할까?’

그러고 보면, 1주일 전부터 경동건설 주가 흐름은 무언가 색달랐다.

오를 듯 말 듯 하면서도 한 번씩 쭉쭉 올라가고, 그러고는 이내 천천히 제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들.

이를테면, 최정점을 찍은 뒤 무섭게 폭락하는 타 종목들과는 다르게, 경동건설은 아주 안정된 주가 흐름을 보여주었고, 그래서 개미들에게 확실히 안정감을 준 것은 사실이었다.

물론, 어제 급등과 급락이 있긴 했으나, 곧바로 시외거래에서 시외 상한가를 쳤고, 오늘 상한가로 가는 경로 역시 무척 순탄해서, 개미들의 불안 심리도 일정 부분 해소된 상태다.

‘그럼 이제 다음 주가를 한번 들여다볼까?’

그러고는 현수는 잠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러고 보면, 지난 2주간 실험을 통해서 알게 된 자신의 능력치는 아주 대단하지만, 그럼에도 아주 불안정한 점들이 많았다.

특히, 장중에 10분 단위 예측을 하다가 갑자기 3분 단위 혹은 15분 단위 예측 등으로 예측 시각을 바꾸게 되면, 감각과 집중력은 바로 혼란스러워져 모든 것들이 엉망진창으로 변하는 식이다.

‘시장가 5,230원이 뜬금없이··· 30,260원과 같은 상한가 이상의 과대 허수로 변하는 식이니까.’

또한, 한번 예측을 한 뒤, 쿨타임, 즉 대략 9분 혹은 10분 남짓한 시간(정확한 시간은 아님, 감각에 의존하는 상태)을 기다리지 않고 다음 예측을 시도해도 그런 비슷한 일들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지금 경동건설의 내일 시초가를 들여다보면, 결국 오늘 장은 무조건 마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시간들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현수는 4월 14일 경동건설의 시초가가 너무나도 궁금하다.

‘흠. 내가 그냥 쿨타임이라고 이름을 붙이긴 했지만, 뭔가 시간적 흐름과 논리가 들어가 있는 것 같은데?’

사실, 현재의 지성으로는 도저히 분간할 수 없는 무언가 시공의 룰이 존재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자신은 우연히 그 미지의 룰을 각성하게 된 것이다.

‘음. 암튼 조심한다면, 어떤 식으로도 아주 잘 쓸 수 있을 거야.’

그러고 보면 지금 당장 자신의 입에 풀칠하는 것부터가 가장 중요한 현수.

백수 신세인 그로서는 후회하거나 뒤돌아볼 여지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주가 시세를 미리 아는 것은 세계 최고의 장점이 아닌가.

이제 현수는 상한가 9,120원에 온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내일 장 시초가를 미리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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