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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수익률 1,000,000배-9화 (9/170)

<내 수익률 1,000,000배>

찬양하라, 개미군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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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상가를 돌며 의류 납품 영업을 하고 있는 박정식.

그가 모는 봉고차 뒤 칸에는 오전 중으로 납품해야 할 의류 물량들이 가득 차 있지만, 잠시 정차 중인 그는 이미 운전대에서 손을 놓은 상태다.

어느덧 아침 8시 45분.

어제 친구 홍병호를 통해서 알게 된 주식 거래.

그러고 보면, 오늘 그는 생전 처음으로 주식 거래를 하게 되었다.

물론, 어제저녁, 비대면 방식으로 자기 명의 주식계좌를 개설한 그.

그리고 그간 힘들게 저축해 둔 2천만 원을 주식계좌에 넣은 상태다.

특히, 조금 전, 동대문 악세사리 가게 사장 홍병호에게 도움을 청했더니, 그는 이런 말을 자신에게 했다.

- 야, 박정식! 넌 초보잖아? 그냥 딴생각 말고, 댓글 보고 그냥 쫓아가! 적어도 개미군단이 너보다는 100배 나을 거 아냐?

그래서 부랴부랴 사이트 가입을 하고 종토방에 들어온 박정식.

이때, 자신의 닉네임을 적으라는 안내 창을 보고서, 그는 잠깐 고민했으나, 이내 ‘주식초딩’이라는 닉네임을 설정했다.

그리고 홍병호로부터 전수받은 대로 주식주문 앱을 클릭한 박정식.

곧이어 오전 8시 53분쯤 되었을 때, 막 게시된 개미군단의 글을 황급히 확인했다.

닉네임: 개미군단

「제목: 오늘 상한가??? 달린다!!! 가즈아!!! (실시간 정보 입력 예정)」

: 실시간 예상 댓글, 10분 단위 입력 예정. 믿거나 말거나.

그리고 얼마 뒤, 개미군단이 직접 적은 실시간 댓글이 바로 떴다.

ㄴ (급보!!!) 매수하려면 지금 당장하세요!!! 더 늦으면 절대 못 들어옵니다!!! 8,600원대!!! 곧 옵니다!!! (개미군단 2022-04-13 09:03)

박정식은 깜짝 놀랐다.

느낌표(!)가 세 개나 붙었다는 것.

그건 그만큼 촉박하다는 말이 아닌가.

그런데 불행히도 주식주문 앱 사용은 그에게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

마음이 어찌나 급한지 손이 저절로 떨렸고, 그 바람에 몇 번의 실수 끝에 간신히 시장가로 매수 주문을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띠링!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놀란 박정식.

자신이 직접 매수 주문을 넣은 것은 사실지만, 그 주문이 어떻게 들어가 매매체결까지 됐는지 도무지 분간이 서지 않을 정도다.

‘어? 이거··· 제대로 된 거 맞나?’

바로 홍병호에게 전화를 걸려다가, 그래도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이것저것 앱을 뒤져보던 박정식.

그래도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거래체결 내역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체결가 8,430원, 체결량 2,000주 (거래일: 2022-04-13 09:08)

‘그럼 대체 내가 얼마를 쓴 거지?’

대충 셈을 해 보니, 주식 매매 비용이 좀 애매했다.

계좌에 넣은 2천만 원.

그걸 다 쓰지도 못하고, 대략 300만 원가량 남은 상태.

‘그럼 추가로 더 사야 하나?’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주가창을 보고 있자니 손이 계속 떨렸고, 박정식은 더는 매수를 진행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조금 전 시장가 매수 주문을 넣었던 그때에도 주가창은 무척 요란했는데, 현재 주가창은 자신의 두 눈으로는 도무지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너무 정신없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8,520원, 8,540원, 8,590원, 그리고 순식간에 8,670원으로 치솟더니, 이내 8,540원으로 쭈르르 미끄러지고 있다.

그리고 다시 8,610원으로 빠르게 치솟고 있는 모습.

그런데 바로 그때!

박정식은 아주 놀라운 숫자들을 보게 되었다.

앱 한쪽 [잔고 확인]란을 보게 된 그는 그것을 클릭했는데, 그 순간 찬란한 붉은 숫자들을 보게 된 것이다.

어제 홍병호가 자신에게 보여줬던 바로 그런 숫자들.

수익률 +2.82%!

그걸 확인하는 순간, 박정식은 갑자기 그 붉은 숫자들이 어마어마하게 커져 자신을 덮치는 기분이었다.

불과 몇 초 사이다.

그 짧은 시간에 자신은 자신의 하루 인건비보다 훨씬 더 많은, 40만 원대 수익을 본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 평가손익, 즉, 수익금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 현란한 숫자의 흐름에 잠시 정신을 놓았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린 그.

‘맞다! 내가 이럴 때가 아니지! 댓글! 댓글!’

서둘러 휴대폰을 조작해서 다시 댓글창을 띄웠다.

이미 댓글창에는 개미군단의 새로운 댓글이 달려 있는 상태다.

ㄴ 버티세요!! 이제 버텨야 합니다!! 8,600원대 횡보 구간에 접어들 겁니다!!! 힘드신 분 바로 털고 나가세요. 말리진 않겠습니다 (개미군단 2022-04-13 09:11)

그런데 횡보 구간?

이게 대체 무슨 말이지?

갑자기 멍해지는 박정식,

이때, 그는 떨리는 손으로 직접 글을 써서, 첫 댓글을 달았다.

ㄴ 횡보 구간 이게 대체 뭔가요? (주식초딩 2022-04-13 09:12)

그러나 지금 정신없는 개미들은 주식초딩 박정식의 질문을 못 본 척했다.

그저 대답 없이 그대로 쭉 이어지고 있는 댓글들.

ㄴ 횡보? 무슨 횡보? 폭망 직전!!! 대피하라!!! (다털어 2022-04-13 09:12)

ㄴ 이거 좇망 징조? (갈가리쌤 2022-04-13 09:12)

ㄴ 다들 불나방? ㅂㅅ아!!!! (강남미녀 2022-04-13 09:12)

ㄴ 낚였다!!! 벙신들!!! 개미새끼 뇌피셜에 당했어ㅋㅋㅋ (우리딸 2022-04-13 09:12)

ㄴ 아직 장 초반!!! 무조건 붙들어 매!!!! (손절마왕 2022-04-13 09:13)

ㄴ 횡보! 횡보라잖아!!! (호구자연인 2022-04-13 09:13)

ㄴ 갈 사람은 가! 난 무조건 달린다!!! (몰빵천사 2022-04-13 09:13)

ㄴ 상한가 가즈아~!!!! (울산멍현 2022-04-13 09:13)

이때, 다행히 익숙한 몰빵천사 닉네임을 발견한 박정식.

몰빵천사!

그건 바로 자신의 친구 홍병호의 닉네임이 아닌가.

‘그럼 지금 팔면 안 된다는 말인데?’

그래서 숨까지 꾹 참으며 박정식은 주가창을 정신없이 들여다봤다.

8,690원에서 8,610원으로 단숨에 주르르 밀려 나가는 순간, 그때 간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마저 들었다.

‘이거 이대로 망하는 거 아니겠지?’

자신이 듣기로 주식은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원금을 날릴 수도 있고···.

쫄딱 망할 수도 있다고 했다.

‘안 돼. 원금을 날리면, 절대 안 되는데···.’

그리고 곧이어 더 아래 8,510원을 찍는 순간, 그는 자칫 매도 주문에 손을 댈 뻔했다.

그러나 간신히 버틴 끝에 그렇게 기나긴 칠팔 분의 시간은 마침내 지나갔다.

그리고 때마침 나타난 개미군단의 새로운 댓글!

ㄴ 버틴 분들 아주 수고 많았습니다ㅎㅎ 근데 오늘 장 오래 안 갈 것 같네요. 계속 꼭 붙들어 매세요. 차트상으로 보면, 오늘 무조건 상 터집니다! 무조건 고, 고오오오!!! (개미군단 2022-04-13 09:21)

그리고 그 댓글에 이어서, 그의 또 다른 댓글이 연달아 달렸다.

ㄴ 참! 조만간 상 도달하면 알아서들 결정하세요! 매도하시든? 혹은 홀딩하시든? ㅎㅎㅎ 전 그럼 이만 물러갑니다ㅋㅋ 그럼 성투하세요^^ (개미군단 2022-04-13 09:21)

그리고 그 댓글이 나오자마자, 바로 댓글창은 난리가 났다.

ㄴ 상? 진짜 상 친다고? (1년10억 2022-04-13 09:21)

ㄴ 나, 다 팔아먹어 치웠는데? 그럼 상따라도 해야 하나???? (다파라머거 2022-04-13 09:21)

ㄴ 설마? 지가 뭐 차트 신이냐? (동호십새 2022-04-13 09:21)

ㄴ 저 새끼, 세력 끄나풀!! 흘러내린다에 내 손모가지 건다!! ㄱㅅ끼! (강남미녀 2022-04-13 09:21)

ㄴ 미친!!! 상이라고???? (콤보로켓 2022-04-13 09:22)

ㄴ 믿습니다!!! 끝까지 갑니다!! 오예에!!!!! (종로대물 2022-04-13 09:22)

ㄴ 상 가즈아!!!!! (티끌모아똥 2022-04-13 09:22)

ㄴ 혹시 평단가, 다들 어떻게 됩니까? (큰꼬모니 2022-04-13 09:22)

ㄴ ㅎㅎ 8,240원 (촌놈백수 2022-04-13 09:23)

ㄴ 8,250원 (주식킬러 2022-04-13 09:23)

ㄴ 8,270원 (다털어 2022-04-13 09:23)

ㄴ 8,420원 (누렁사만코 2022-04-13 09:23)

ㄴ 8,610원 (허니곰팅 2022-04-13 09:23)

ㄴ 8,430원 (주식초딩 2022-04-13 09:24)

그리고 어느덧 오전 9시 27분 기점을 기해서, 진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8,690원까지 치솟던 주가가 순식간에 8,780원으로 급상승해 버린 것.

그리고 그 기세는 정말 무서울 정도다.

곧바로 8,800원대를 돌파한 뒤, 딱 1초 사이에 8,900원대로 올라가 버린 것.

그리고 어느덧 대망의 9,000원대!

9,000원대를 눈앞에 두자, 박정석의 두 눈은 완전히 주가창에 철썩 달라붙은 모습이다.

‘설마? 설마? 설마, 진짜 상한가에???’

그리고 어느덧 대망의 오전 9시 29분 36초.

이미 9,000원을 돌파한 바 있는 주가.

그것은 9,000원대에서 큰 공방전도 없이, 그대로 9,120원 상한가에 쏙 들어가 버리는 것이 아닌가!

마치 무혈입성 같은 모습이다.

특히, 9,110원대와 9,120원대에 몰려있던 수십만 주의 매도 물량은 순식간에 싹 다 흡수되어버리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도달하게 상한가!

진짜 상한가가 터진 것이다.

그 놀라운 팡파르가 환상처럼 박정식의 귓가에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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