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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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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정식아. 이거 좀 봐. 빨리 와 봐. 빨리!”
“왜 또?”
“인마, 형님이 부르면 즉각즉각 오라니까! 인마, 빨리 와서 봐!”
“왜 또? 무슨 일인데?”
짝 달라붙는 청바지에 청색 니트 차림의 남자. 동대문 상가 쪽에 의류 납품 일을 하고 있는 박정식. 그는 카트 위에 가득 실은 큼직한 의류 상자를 옮기던 중 정색하며 고개를 돌렸다.
지금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는 30대 중반의 남자는 고등학교 동창 홍병호다.
녀석은 이곳 동대문 상가에 악세사리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중인데, 자신을 보자마자 저렇듯 고함을 지르고 있다.
“뭔데?”
목에 감은 수건으로 얼굴을 한번 닦은 뒤, 손에 목장갑을 낀 상태 그대로 다가가는 박정식.
그런 그에게 홍병호는 바로 자신의 휴대폰을 보여준다.
모바일 주식앱이다.
“뭐야, 이건?”
바로 난색을 보이고 있는 박정식.
그리고 바로 박정식은 볼멘 목소리로 대꾸했다.
“야. 요즘 너 진짜 한가하나 보네? 주식도 하고?”
“인마! 주식을 어디 한가해서 하냐?”
“에이씨, 나 바쁜 거 몰라? 나, 간다”
더는 보기 싫다는 듯 등을 돌리려는 박정식.
그러나 홍병호는 그의 팔을 꼭 잡았다.
“인마! 좀만 보라니까. 딱 10분! 딱 10분만!”
“10분? 이게! 야! 내가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10분??”
“인마, 인상 좀 펴.”
“아후우.”
“야! 그렇게 일개미처럼 바득바득 일한다고 어디 네 수준에 아파트 한 채 값이라도 제대로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냐?”
“또 왜 그래? 괜히 신경질 나게.”
“인마! 이 비싼 서울 땅덩어리에 괜찮은 아파트라도 사려면, 넌 평생 돈 모아도 힘들어. 나는 가게라도 있지, 넌 뭐냐?”
“야! 그래! 너 잘 났다! 월급쟁이 주제에 내가 뭔 말을 하겠냐? 너랑 말을 섞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인마, 괜히 그런 쓸데없는 말 말고, 이거나 좀 봐. 이거 완전 대박이라니까!”
친구 홍병호가 계속 난리를 치자, 할 수 없이 박정식은 그의 휴대폰을 다시 쳐다봤다.
“봐. 지금 주가가 7,830원이지? 봤어?”
“어? 어··· 그래. 이게 주가라는 거냐?”
“아우우, 이 무식한 놈. 그래. 이게 지금 현재가야. 이게 내려갔다 올라갔다, 지금 장난 아니지?”
“어. 그래서?”
“봐. 그리고 여긴 종토방인데··· 어제부터 어떤 사람이 실시간 주식 중계를 하고 있거든. 한 번씩 예상 단가를 올리기도. 또 상방, 하방을 예측하기도 하고.”
홍병호는 자세히 설명했지만, 주식을 해 본 적이 없는 박정식은 계속 멍한 표정이다.
그러나 홍병호는 계속 설명을 이어 나갔다.
“여기 종토방 게시글에 들어가면, 이런 댓글들이 있는데, 특히 여기 좀 잘 봐! 오늘 이 게시물에 수백 개 댓글이 붙었거든. 지금 난리가 났어.”
“왜?”
“초반에 파란불이었다가 경동건설 주가가 갑자기 치솟아 오르더니 지금 +25%를 넘었어. 상한가 근접선인데, 그래서 난리야!”
“상한가? 그게 뭔데?”
“인마, 원금 대비 +30% 오르는 거!”
“아. 어··· 그래서?”
“지금 2시 10분, 거의 다 됐잖아. 이 정도 시간이면 상한가까지 가기에 충분하거든. 봐! 봐! 지금 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그거! 예언 댓글!”
홍병호는 말하면서 무척 흥분했고, 도통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는 박정식은 그저 눈이 동그래져 그를 쳐다봤다.
“이거! 이거! 잘 봐!”
닉네임: 개미군단
「제목: 장전 준비 완료, 오늘 미친 듯이 달립시다!!! (실시간 정보 입력 예정)」
ㄴ ···(중략)
ㄴ (급보!!!) 차트 흐름상 아래로 푹 담글 타이밍입니다. 무조건 상한가 기대하시는 분, 꼭 붙들어 매세요. 잔챙이들 세게 털어낼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그게 아니라면 지금 털고, 빨리 나가는 걸 추천합니다 (개미군단 2022-04-12 14:11)
그 순간, 우르르 달리고 있는 댓글들.
ㄴ 하방? 하방 경고 떴다!!!! (촌놈백수 2022-04-12 14:11)
ㄴ 설마 개털주??? 오늘 상 못 가는 거 아냐??? (거지함장 2022-04-12 14:11)
ㄴ 존나 재밌네!!! 이번에도 맞나 보자!!! 그러면 무조건 인정!!! (주식킬러 2022-04-12 14:12)
ㄴ 형님들 대체 이게 뭡니까? O.O;;;;;;; (못먹으면죽자 2022-04-12 14:12)
ㄴ 구냥 신경꺼~ 구경꾼 왈 (미친개 2022-04-12 14:12)
ㄴ 와! 존나 지린다, 조금씩 오르는데 하방이라고???? (손절마왕 2022-04-12 14:13)
ㄴ 무조건 상 가즈아~ (100세시대 2022-04-12 14:13)
ㄴ 설마 오짐 신이 내리셨나? (켁너구리 2022-04-12 14:13)
ㄴ 야, 다들 잘 봐! 하방 상방 한 번도 안 틀렸어!! 증거 댓, 시퍼렇게 살아있잖아!!! (1년10억 2022-04-12 14:14)
ㄴ 이 새끼, 세력 끄나풀 아냐? (강남미녀 2022-04-12 14:14)
ㄴ 강남미녀: 인간적으로 개미군단 덕분에, 물린 인간 하나도 없잖아! 말 조심하자! (티끌모아똥 2022-04-12 14:14)
ㄴ 그럼 하방이면 바로 빼야 하는 거 아냐? (울산멍현 2022-04-12 14:14)
“어? 이게 뭔데?”
빠르게 댓글들을 읽다가 박정식은 의아해했고, 홍병호는 씩 웃고는 바로 주식 앱을 띄웠다.
“봐. 봐. 여기! 우리 좀만 기다려보자. 지금 7,860원이잖아. 개미군단 예측이 사실이라면, 이게 조만간 훅 꺼질 거야.”
“음. 꺼진다라는 말은 그럼 거래 단가가 크게 떨어진다는 말이냐?”
“그래. 기다려보자.”
그리고 몇 분 뒤.
정말 기가 막히게도 아주 신기한 일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7,860원에서 7830원 선을 정신없이 오가던 주가.
그런 주가가 갑자기 일직선으로 곤두박질치더니, 순식간 7,630원까지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어? 뭐야, 이거! 7,630원? 병호야. 이게 왜 이렇게 많이 떨어져?”
“휴! 이거 진짜네. 휴! 그러니까 이게 뭐냐 하면··· 세력들의 설거지라고 판단할 수 있는데, 이 정도로 훅 떨어지면 다들 나가떨어진다고 볼 수 있어. 봐봐! 지금 판다고 난리잖아. 이거 더 내려간다. 더 내려가. 아, 시발. 나 어떡하지? 나도 팔아야 하나?”
지금 홍병호의 표정은 아주 심각해지고 있었다.
조금 전, 개미군단의 댓글 경고를 보았으나, 친구 박정식에게 설명을 해 주느라 잠깐 경계심이 덜해진 홍병호.
그래서 아주 중요한 타이밍을 이미 놓친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홍병호는 서둘러 매도 결정을 하기보다는 다시 종토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주 긴장한 채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홍병호.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개미군단의 또 다른 댓글이 달리고 있었다.
ㄴ 더는 무립니다! 상 못 갑니다! 다시 절벽입니다!!! 무조건 나가요!!! 무조건!!! (개미군단 2022-04-12 14:21)
이 댓글이 달리자마자, 우르르 이어지고 있는 또 다른 댓글들.
ㄴ ㅋㅋㅋㅋㅋ 절벽, 절벽, 신나는 노래~ (사나머니 2022-04-12 14:21)
ㄴ 난 무조건 고!! 무조건 상한가!! 개미군단 말 무시!!! 난 무조건 간다!!! (강남미녀 2022-04-12 14:21)
ㄴ 절대 빼지 마세요!!! 개미군단 저 새끼, 완전 끄나풀입니다!!! 무조건 상!!! 꼭 붙들어 맵시다!!! (난다요 2022-04-12 14:21)
ㄴ 뭔? 뭔 나가라고? (누렁이 2022-04-12 14:21)
ㄴ 몰라! 난 이미 매도 완료, 꺼억~ 아주 잘 먹었습니다ㅎㅎ (호구자연인 2022-04-12 14:21)
ㄴ 개미군단 고맙다 ㅋㅋ 10퍼 먹었다 ㅋㅋㅋ (일봉아저씨 2022-04-12 14:21)
ㄴ 다들 존나 신났네!! ㅎㅎㅎ 오늘 장 마감??? (한강펭귄 2022-04-12 14:21)
ㄴ 이런 잔인한 넘!!! 난 78층 막 들어왔는데? 절벽이라고????? (그럴까 2022-04-12 14:21)
ㄴ 나도 78층 입성! (무서운누나 2022-04-12 14:21)
ㄴ 우와~ 존나 지리다 여기서도 물린 놈이 있다고? (다파라머거 2022-04-12 14:21)
하루 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시간대 중의 하나인 오후 2시에서부터 오후 3시 사이.
특히, 그 중간지점인 오후 2시 30분을 코앞에 두고서, 닉네임 개미군단은 퇴각 사인을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홍병호는 군말하지 않고 바로 매도 주문을 던졌다.
평균단가 7,590원.
즉, 매수호가를 공략했기에 바로 매도 체결을 알리는 알람 문자가 날아왔다.
“휴! 팔았다!”
아주 신속하게 주식 처리를 마친 홍병호.
그러고 보면, 홍병호는 체질상 단타꾼일 수밖에 없다.
무엇이든 길게 기다리는 일은 절대 그의 직성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른바 닉네임 몰빵천사 홍병호!
그는 장 초반, 6,320원 매수가로 자신의 투자금 전액을 넣고 진입했는데, 그간 개미군단의 도움 덕분에 생전 처음으로 장 후반기까지 주식을 팔지 않고 버텼던 것이다.
비록 최고점 7,860원에 매도하지 못한 게 한스럽지만, 그럼에도 7,590원 매도가는 아주 좋은 결과다.
다시 말해서, 오늘 단타 수익만으로도 이미 +20% 수익을 거둔 것이다.
대략 400만 원 정도의 이익이 생긴 것.
“야. 이거 좀 봐라.”
무척 뿌듯해진 홍병호.
그는 자랑삼아 자신의 수익금 액수를 박정식에게 보여주었다.
“이게, 오늘 하루 만에 내가 벌어들인 건데, 400만 원! 인마, 괜찮지 않냐?”
한달 월급이 겨우 200만 원 초반대에 불과한 영업사원 박정식.
그런데 지금 홍병호의 수익금을 바로 코앞에서 보게 되자, 박정식의 얼굴은 정말 눈에 띄게 이상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친구의 모습에 홍병호는 더욱더 기분이 좋아져, 아주 기분 좋게 웃지 않을 수 없다.
“하하하! 닉네임 개미군단 이 인간! 어디서 굴러먹다 나타났는지 몰라도, 이거 진짜 대박 아니냐? 하하하,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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