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수익률 1,000,000배>
개미군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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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최저 1,150원의 종가를 기록했던 경동건설.
그러나 이 종목은 건설 수주 호재에 힘입어, 최고 주가인 8,050원을 작년 7월에 찍은 바 있다.
그러나 5개월 전, 인도네시아 부실 공사 사태로 주가가 급락했다가, 저번 달부터 다시 6,000원대로 주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현재 시각 기준, 6,475원 선에서 아주 빠르게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모습이다.
9시 18분 38초(9:18:38).
바로 이때, 현수의 두 눈은 한없이 커지고 있다.
‘변하고 있어. 또 시작이다!’
실제로 6,475원 주가는 심하게 요동을 치더니 6,425원으로 훅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등락의 폭은 정신이 없을 정도로 넓어지고 있었다.
쉴 새 없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이것을 반복하다가, 갑자기 훅 꺼지며 6,355원으로 내려앉는 주가!
그리고 9시 19분을 불과 3초 앞두고 6,200원 선마저도 붕괴되고 말았다.
‘와! 정신이 하나도 없네.’
그렇게 단숨에 주저앉은 주가.
그런데 놀랍게도 이 주가는 6,170원 선에 몰려있는 거대한 매수대기 물량 앞에서 그대로 멈춰 서버리는 것이 아닌가.
무려 30만 주에 달하는 매수대기 물량.
‘어라? 이건 또 언제 들어온 거지?’
흡사 이 매수 주문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현수는 잠시 미간을 찌푸렸으나, 그러나 곧 다시 주가 숫자에 집중했다.
그리고 잠시 후!
현수는 짧은 신음성을 내며 자신의 입과 턱을 쓱쓱 만진다.
그러고 보면 실시간 주가 변동성은 정말 사람의 심장을 널뛰게 하지 않은가.
입술마저 바짝 타들어 가는 느낌.
참을 수가 없는 현수.
그는 얼른 책상 앞에 놓인 물을 마셨고, 서둘러 매수 주문을 넣었다.
‘휴! 진짜 몰랐으면 완전히 당할 뻔했어.’
실제로 경악한 주주들은 일제히 보유 물량들을 장내에 토해내다 보니, 눈앞의 6,170원 선마저도 곧 무너질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음. 지금 다 털어내면 대다수 손절각일 텐데?’
그럼에도 이미 장내는 그 흐름이 강력하게 형성되고 있었다.
개미에게는 절망이!
누군가에는 환호가?
그리고 지금 그 누군가가 벌이는 이른바 잔챙이 털어내기 상황은 확실히 성공한 모습이었다.
‘그래. 분위기를 잡으니까 꼭 대세가 된단 말이야.’
그러고 보면 눈앞의 개미들의 운명은 정말 보잘것이 없지 않은가.
거대한 흐름에 휩쓸렸다가 내동댕이쳐지고, 또 찢기고, 또 마구마구 밟히고···.
내장마저 터지고···.
그러나 실제로 이런 일들은 치열한 증시 한복판에서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들이 아닌가.
‘그러니까 아주 심하게 후려쳐서 다 털어내겠다고?’
결국, 오늘 이 종목의 주포는 작전 세력이다.
이 사실을 좀 더 확실하게 확인하자, 현수는 약간 긴장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그들에게 패할 이유는 전혀 없다.
정확한 타이밍에 매수, 매도를 한다면, 비록 경동건설 종목이라는 큰 전쟁에서 자신이 승리하지 못할지언정, 그래도 자신은 작은 전투마다 승리해서 짭짤한 전리품들을 확실히 챙길 수가 있다.
‘우선 매수 주문부터 체결이 돼야···.’
방금 전, 6,160원에 매수 주문을 집어넣는 현수.
‘음. 내가 본 게 확실히 6,750원이었으니까, 이것만 잘 체결되면, 바로 개꿀맛인데···.’
그리고 잠깐의 기다림.
다행히 매수체결을 기다리는 긴장감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띠링!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자신이 목격한 6,170원보다 더 낮은 6,160원에 1,667주 매수가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는 현수.
아마도 주가 6,750원은 절대 끝이 아닐 것이다.
장을 시작한 지, 이제 겨우 20여 분이 지난 상태.
앞으로 장이 끝나려면 더 많은 시간들이 남아 있다.
‘결국, 이렇게 확확 낮췄다가 바로 훅 올린다는 것은··· 이게 정말 개잡주라 아니라면, 분명 내가 모르는 호재가 있다는 말인데.’
적어도 세력이 작정을 하고서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라면, 주가 상향을 유발할 수 있는 충분한 재료가 어딘가 숨어 있을 수도 있다.
물론 그런 것도 필요없는 개잡주라면 재료 따위는 전혀 생각할 필요가 없겠지만.
다행히 경동건설은 그 정도로 심각한 개잡주는 아니었다.
‘음. 갈수록 매수 물량이 더 커지고 있어. 이건 진짜, 오늘 더 크게 움직일 수도 있다는 말인데···.’
그러고 보면, 지금 이 상황은 저번 남부토건의 상황과도 아주 비슷한 모습이다.
남부토건 계열사 남부로직스의 부도 가능성이 장중에 점쳐지면서 하한가를 찍었고, 장이 끝난 뒤 터진 악재 기사 때문에 다음 날도 하한가까지 내려갔던 남부토건.
그때, 종토방 안티들, 그리고 대다수 아마추어 전문가들은 앞으로 적어도 3연속 하한가를 찍을 거로 예측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전혀 달랐다.
남부토건은 기사회생한 것이다!
물론 남부로직스의 부도 위기 건은 사실이었으나, 그 정보는 정말 중요한 부분들이 빠져 있는 조각난 정보에 불과했다.
때맞추어 남부토건이 나서서 남부로직스의 부도를 막았고, 곧바로 호재성 공시까지 시장에 던졌다.
「남부 로직스, 2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 합의」
「남부 로직스, 총 100억 규모 추가 자금 유치 성공」
흉악한 놈들.
일종의 계산된 작업일 테지.
그리고 다음 날 마침내 터진 대형호재 공시.
「베트남 현지 대형 폴리머합성 공장 건설 계약을 수주한 남부토건!」
「남부토건, 1,000억 원대 규모의 건설 계약 수주!」
그간 소문만 무성했던 해외 건설 수주 건.
그 정체가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사실, 말레이시아 쪽 수주 경쟁에서 진 것은 사실이다 보니, 앞선 악재성 기사 보도는 전혀 잘못된 게 없었다.
결국, 제한된 정보와 세력이 만든 심각한 변동성 때문에 자잘한 개미들은 힘없이 떨어져 나간 것이다.
이후, 세력은 무섭게 치고 올라갔고, 상한가 팡파르를 연달아 터트렸다.
‘음. 이것도 확실히 비슷해.’
현수는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뒤, 다시 종토방으로 들어갔다.
닉네임: 개미군단
「제목: 장전 준비 완료, 오늘 미친 듯이 달립시다!!! (실시간 정보 입력 예정)」
ㄴ ···(중략)
ㄴ 다들 낙상 조심 ㄹㅇ (개미군단 2022-04-12 09:12)
ㄴ 피해라!!!!! (몰빵천사 2022-04-12 09:21)
ㄴ 우아 지린다!!! 이 새끼 뭐야? (주식킬러 2022-04-12 09:22)
ㄴ 낙상 예측 적중! 여기 성지? (꼴뚜기언니 2022-04-12 09:23)
물론 아직 자신의 인지도가 낮아, 댓글 창은 그리 활성화되지 않았으나, 그 반응들은 무척 재밌었다.
그리고 그 반응들을 보면, 이 답답한 고시원에서 벗어나는 기분이 들 정도다.
현수는 바로 댓글을 달았다.
ㄴ 매수하세요!!! 곧 날아오릅니다!!! (개미군단 2022-04-12 09:23)
그러고는 현수는 좀 더 댓글 창의 변화를 지켜봤다.
ㄴ 아우우··· 진짜 쓰레기 개잡주!! 다들 빨리 털고 나가!! 알바 새끼 너 꺼져!! (1년10억 2022-04-12 09:23)
ㄴ 이 새끼, 알바냐? (종로대물 2022-04-12 09:24)
ㄴ ㅋㅋㅋ 배꼽 잡고 웃는다;;; 쫓망한 주식 뭐가 날아올라? (거지함장 2022-04-12 09:24)
ㄴ 오늘 하한가 봅니다 ㅋㅋㅋㅋ (스윙스윙 2022-04-12 09:25)
우습지만, 현수가 올린 이 게시물은 아주 핫해진 듯, 댓글들이 잇따라 주렁주렁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댓글 여론은 여전히 현수의 실력을 믿지 못하는 모습들.
‘뭐, 아직 실력 인증도 안 됐고, 신뢰라는 것도 없으니까.’
하지만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있는 댓글들의 숫자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어, 현수는 그런 점들이 무척 신기하기만 하다.
그렇게 잠시 딴생각에 빠져 있던 현수.
그러다가 그는 다시 집중했다.
어느덧 9시 28분 12초(9:28:12).
현재, 초시계의 시간은 아주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이제 조만간 9시 30분이 될 터.
그리고 이때, 가슴이 한번 쿵! 뛰는 현수.
그리고 바로 잠시 뒤.
기다렸다는 듯이!
주가가 갑자기 요동을 치더니 격렬한 상하향을 반복했다.
그러나 그 격렬한 진동은 곧 끝나고, 어느 순간 일제히 무시무시한 상향 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이 순간, 도저히 눈을 떼지 못하고 쳐다보던 현수.
그러나 그것도 잠시, 현수는 얼른 눈을 감는다.
이렇듯 미친 듯이 몰두하다 보면, 자신의 눈앞에 주가 예측치가 갑자기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당히 시간 간격을 둔 뒤 다시 눈을 떴을 때, 현수의 눈과 입은 저절로 커져 버렸다.
‘와, 벌써 6,710원?’
마침내 6,700원대 고지를 밟은 것이다.
그러나 이건 아직 끝난 게 아니다.
9시 29분 52초(9:29:52).
현재가 6,710원.
그러나 이내 바뀌고 있는 주가.
현재가 6,700원 (9:29:53)
현재가 6,710원 (9:29:53)
현재가 6,720원 (9:29:53)
현재가 6,730원 (9:29:54)
현재가 6,740원 (9:29:54)
현재가 6,750원 (9:29:56)
‘우와!! 현재가 6,750원!! 이거 완전 개꿀인데?’
다시 2분 뒤.
몇 번의 등락을 반복하던 경동건설 주가.
그러나 이 주가는 마침내 마의 7,000원대 고지를 뚫어내기 시작했다.
이것은 어제 종가기준으로 셈을 하면 현재 12%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수치다.
‘휴. 무섭게 치고 올라가네. 설마···? 혹시 설마 오늘 상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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