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수익률 1,000,000배-3화 (3/170)

<내 수익률 1,000,000배>

개미군단(1)

-3-

‘휴. 어제 2차 클럽에, 3차 포장마차에 술을 너무 마셨나? 알람 맞춰 놓길 정말 잘했어. 곧 장 시작인데···.’

다음 날 아침.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은 현수.

수건으로 머리 물기를 털면서 현수는 자신의 책상 앞에 바른 자세로 앉았다.

아직 장 시작까지 10분이 남은 상태.

그래서 그동안, 로션을 얼굴에 바르고, 또 헤어왁스로 가볍게 머리를 뒤로 넘겼다.

무척 말끔해진 모습이 된 현수.

그는 이제 코앞으로 다가온 오늘 장을 준비했다.

그러고 보면 이제 지긋지긋한 공시생의 모습은 끝이다.

적어도 이 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로 한 이상, 달라진 마음가짐으로 투자 일을 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 아닐까.

‘그럼, 오늘 타깃은 경동건설!’

사실, 며칠 전부터 이 종목의 주가 흐름이 심상치 않았다.

물론, 아직 차트 보는 일이 익숙하지 않았고, 오히려 시간을 내서 공부를 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이른바 감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가 없다.

뭐, 아직 자신은 주식 투자 15일 차로 접어들고 있는 햇병아리 신세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흡사 개미만이 느낄 수 있는 일종의 촉감이라는 것.

그걸 현수는 요즘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촉감은 바로 경동건설 종목을 가리키고 있는 상태다.

‘음. 전날 미국 다우지수, 나스닥지수도 괜찮고, 실시간 미국선물지수도 괜찮으니까···.’

그리고 어느덧 8시 54분 12초.

황급히 인터넷 종토방으로 들어간 현수는 재빨리 글 하나를 게시했다.

닉네임: 개미군단

제목: 장전 준비 완료, 오늘 미친 듯이 달립시다!!! (실시간 정보 입력 예정)

: 궁금한 사람들 아래 댓글창 보세요. 10분 단위로 입력합니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

그렇게 글을 남긴 뒤, 다시 호가 창으로 돌아왔다.

어느덧 아침 8시 56분 23초.

오늘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경동건설 종목은 확실히 무언가 확 빨아올릴 것 같은 느낌이 벌써부터 든다.

개미 촉감?

물론 주식 개미가 그런 허황된 감만으로 투자를 하는 것은 무척 정신 나간 짓이다.

수많은 정보 분석과 데이터 분석 외에도 거대한 물량 공세까지 할 수 있는 기관투자자들과 외국인 투자자들.

그들과 맞서 싸우는 증시에서 막연한 감각에 의존해서 전쟁터에 뛰어드는 순간, 그대로 개털이 되어 나가떨어지는 것은 결국 촉감의 유혹에 빠져든 개미의 운명일 것이다.

‘뭐, 지켜보다가, 낙상할 것 같으면 얼른 빼면 되겠지.’

하긴, 지난 2주간 장 내에서 수많은 실험들을 했고, 또한 몇 가지 확인까지 한 상태다.

아마 강일중 그 녀석의 권유로 자신이 주식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평생 알아차릴 수 없었을 자신의 이능력.

‘휴! 지금 몇 분이지?’

다시금 시각을 확인하는 현수.

즉, 장 개시 전에는 일분일초가 아깝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막 8시 57분 37초를 지나가고 있다.

이때, 가장 먼저 호가 창에 적당한 매수 주문을 던져놓았고, 또한 인터넷 초시계 창을 띄워 아주 세밀한 시각을 확인했다.

사실상, 백분지 일초 단위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초시계.

그러고는 현재가에 두 눈을 집중하던 현수는 마우스를 꼭 잡는다.

‘집중, 집중···.’

그렇게 속으로 집중을 외치며, 주가를 쉴 새 없이 확인하던 현수.

‘음. 아직 6,250원이다. 아직 그대로지만···.’

그러나 점점 더 장 개장 시작이 가까워지자, 현수의 심장은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둥! 둥! 둥!

마치 전쟁을 앞둔 병사들을 위해 거대한 독려의 북소리가 울리는 것 같은 느낌.

그리고 드디어 8시 59분 58초를 지나는 순간, 현수의 두 눈이 갑자기 확 커지고 있다.

눈앞의 숫자!

그게 갑자기 흐릿했다가, 뒤죽박죽으로 되며 갑자기 이상한 숫자를 토해냈다.

6,450원!

‘뭐야? 6,450원? 동시호가보다 훨씬 높잖아. 무조건 시초가다! 시초가!’

현수는 속으로 고함을 지르며, 빠르게 매수 주문 가격을 올렸다.

원래 매수 주문가 6,180원을 거둬들이고, 시장가 매매를 준비하는 현수.

그리고 찰나, 정각 9시를 지나가는 순간!

띠링!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수가 6,200원, 체결량 1,600주.

지난 2주간 올린 수익과 원금에다가 미수 거래까지 더한 것이다.

그렇게 이날 장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휴. 어쨌든 매수에 성공했어.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고···.’

닉네임: 개미군단

「제목: 장전 준비 완료, 오늘 미친 듯이 달립시다!!! (실시간 정보 입력 예정)」

ㄴ 곧 6400원대 돌파예정 (개미군단 2022-04-12 09:02)

ㄴ 이 새끼, 어제부터 나타난 그놈이지? 하수세리 ㅋㅋㅋㅋ (ryoung 2022-04-12 09:03)

ㄴ 곧 6400원대 돌파예정, 꼭 붙들어 매세요 (개미군단 2022-04-1209:05)

ㄴ 닭대가리 새끼, 무조건 쩜하! (콤보로켓 2022-04-12 09:07)

그렇듯 옆에 띄워놓은 종토방 게시판을 쳐다보다가, 현수는 다시 주가 창에 집중했다.

초시계를 보니, 다음 예측 시간이 거의 다 되어 가기 때문이다.

‘음. 다음 주가는?’

사실, 자신의 능력이 아주 불안정하다는 것은 지난 2주간 실제 경험으로 체득한 바가 있다.

물론 주가에 집중하다 보면 예측치 숫자들이 어느 순간 보이긴 하지만, 그게 대체 어느 시간대의 주가를 제시하고 있는지, 그 점이 아직도 정확하지 않은 것이다.

일례로 9시 10분 주가인지, 9시 11분 주가인지 확실치가 않은 것.

그래서 처음에는 3분 간격으로 주가 예측을 해 봤지만, 그건 너무 편차가 심했다.

결국, 편법으로 삼은 것은 바로 대략 10분 간격으로 주가를 예측하는 것.

물론 그것보다 더 짧은 시간, 혹은 그것보다 더 긴 시간의 예측이 가능한지는 아직 확실치가 않다.

그럼에도 이 주가 예측을 하다 보면, 능력이 조금씩 좋아지는 것을 현수는 느낄 수 있었다.

즉, 시간대 편차가 조금씩 줄어드는 걸 확실히 인지하게 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현재 수준에서 딱 10분 간격으로 주가 예측치가 딱 들어맞는 것도 아니긴 했다.

9시 9분 26초(9:09:26).

그리고 바로 그때, 현수는 또 다른 숫자를 눈앞에서 보게 되었다.

‘6,170원?’

순간, 놀라며 눈을 끔뻑이는 현수.

그는 머리를 빠르게 굴린다.

‘뭐야, 이거? 주가가 왜 이렇게 날뛰지? 참, 내가 이럴 때가 아니네.’

이 순간, 현수는 재빨리 매도 주문을 준비했다.

찰나, 6,275원이 갑자기 6,450원으로 치솟았는데, 이때 6,440원이라는 안전 빵으로 매도를 마친 현수.

“휴.”

어쨌든 첫 거래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이제 이 다음 거래는?

결국, 이런 초단타 매매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대략 10분 뒤, 주가가 6,170원으로 떨어질 걸 미리 알 수 있어 소소한 위기를 피할 수 있지만.

문제는 이 주가가 그 이후에도 계속 떨어질지, 아니면 다시 급상승할지를 지금 이 상태에서는 전혀 판단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걸 어쩌지?’

물론 장기 투자가 가능할 정도로 몇 달 뒤 예측치 숫자까지 읽을 수만 있다면, 이런 초단타 매매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 현수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는 상태다.

결국, 상승장에서 현수의 능력은 확실히 입증될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공매도 없이는 그저 손만 빨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위기대피 능력은 아주 뛰어나겠지만 말이다.

‘흠. 어쨌든 기다려보자.’

그런데 이때, 여러 가지 유혹이 그에게 막 생긴다.

그 다음 예측치를 미리 탐험해 보고 싶은 유혹.

그러나 문제는 그런 식으로 예측치 구간을 랜덤으로 만들어 버리면, 그때부터는 모든 예측들이 다 꼬여 버리게 된다.

즉, 10분 단위 예측이 종잡을 수 없게 되어, 그것이 13분 뒤 예측치인지, 아니면 18분 뒤 예측치인지 도저히 알 수 없게 되는, 그런 복잡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래. 그건 절대 아니다. 그렇게 했다간 정신만 사납고. 저번 같은 실수를 또 저지를 수 없지. 그냥 이번엔 원칙대로 가자.’

결국, 호기심을 버린 현수.

그는 대신에 종토방에 댓글을 달았다.

닉네임: 개미군단

「제목: 장전 준비 완료, 오늘 미친 듯이 달립시다!!! (실시간 정보 입력 예정)」

ㄴ ···(중략)

ㄴ 다들 낙상 조심 ㄹㅇ (개미군단 2022-04-12 09:12)

그러고 보면, 현수가 이렇게 계속 댓글을 다는 이유는?

사실, 현수는 이 고시원 방이 너무나도 답답했고, 또한 한편으로는 은근히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싶은, 그런 복잡한 심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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