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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수익률 1,000,000배-2화 (2/170)

<내 수익률 1,000,000배>

천재 개미 탄생(2)

-2-

“이모님, 여기 삼겹살 2인분 더 추가요!”

입안에 가득 쌈을 넣은 현수는 힘차게 외치고 있다.

“좀만 기다리세요. 바로 갖다 드릴게요.”

늦은 퇴근길, 술 한잔하기에 딱 좋은 저렴한 삼겹살 구이집.

큼직한 하얀 쟁반 가운데에 위치한 불판에는 삼겹살 조각들이 지글지글 구워지고 있다.

지금 이곳은 사람들이 꽉 차 있는 상태다.

무척 시끄럽기도 하고, 또한 저절로 흥이 나기도 하는 곳.

이른바 젊은 남녀들이 많이 와 있어, 그런 분위기가 자연스레 형성되는 것이다.

“야, 김현수. 너 괜찮냐? 우리 벌써 4인분이나 먹었어.”

현수의 질주에 눈이 동그래진 경수.

그는 걱정부터 하고 있었다.

“괜찮아. 괜찮아. 야, 오늘 마음껏 먹자. 내가 쏘는 거니까 넌 걱정말고 그냥 먹어.”

“혹시 너, 막일 나가냐?”

“막일? 하하. 아니, 아직 내가 그 정도는 아니다.”

“인마, 그럼 학원 안 다니고 그 돈으로 생활비 쪼개 쓰는 거냐? 너 영영 학원 안 올 거냐? 근데, 그 옷은 또 뭐고? 이 자식! 얼굴도 훤해졌네. 이거 냄새나는데? 너 설마 좀도둑으로 전업했냐?”

뭐? 좀도둑?

이 자식이 못하는 말이 없네.

그러나 화를 내기보다는 현수의 눈꼬리는 기분 좋게 휘어지고 있다.

“야! 넌 쓸데없는 소리 말고 그냥 먹기나 해. 이 형아가 쏠 때는 그냥 화끈하게 쏜다니까! 그리고 이거 먹고 바로 홍대로 가자. 쏠 땐 내가 끝까지 쏜다니까.”

이때, 김경수의 두 눈은 가자미 눈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무척 의심스러운 것이다.

갑자기 자신을 불러내서 비싼(?) 삼겹살을 사주고 있는 현수.

홍대 클럽까지 가서 놀자는 현수의 저의. 그 자체가 무척 의심스러운 것이다.

“혹시 더 필요한 거 없어요? 여기 삼겹살 2인분. 이건 서비스인데 맛있게 드세요.”

그리고 이때, 때맞추어 나온 삼겹살 2인분.

또한, 가게 여주인은 인심 좋게 노란 계란찜 뚝배기를 서비스로 가져왔다.

“와, 감사합니다. 야, 야, 경수야! 넌 뭐 하냐? 빨리 먹자.”

계속 가자미눈을 하고 있는 경수.

그러나 그의 그런 눈매는 이내 풀어지고 만다.

불판 위에 새로 올라간 길쭉한 삼겹살. 그 모습이 아주 환상적이기 때문이다.

지글지글 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오고, 또한 입가에 군침이 절로 돌게 하는 모습.

“그래. 먹고 죽자. 잘 먹고 죽으면, 때깔도 좋다잖아. 야, 내 술잔 비웠다.”

그 말에 현수는 경수의 빈 술잔에 바로 소주를 가득 따랐다.

그리고 곧이어 서로 술잔을 가볍게 부딪친 뒤, 단숨에 소주를 입에 털어 넣는 두 사람.

“크윽. 좋다!”

소주의 쓴맛에 인상을 쓰면서도 금세 표정이 부드러워지고 있는 두 사람.

“근데 너··· 그럼 학원비 아직도 못 구한 거지? 인마, 내가 너 없이 공부하니까 존나 심심하다고. 요즘 학원 진도는 미친 듯이 나가고 있고. 너 그거 알지? 우리 2달 뒤에 시험있는 거?”

그러고 보면, 지난 2주간 현수는 학원에 나타나지도 않고 있다.

그게 바로 그놈의 망한 주식 때문이라, 어려운 친구를 대하는 경수의 마음은 무척 답답하기만 하다.

“음. 시험이라··· 그래. 시험이 있지. 참, 경수야, 넌 요즘 공부는 잘 되냐?”

현수의 아주 이상해진 말투.

계란찜을 파먹던 경수는 그런 말투를 감지하고서 바로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인마, 너 설마 자포한 거냐?”

“······.”

“야!! 공시생이 자포하면 앞으로 어디 가는 줄 알아? 야, 너 진짜 미쳤어?”

“휴! 인마, 넌 좀 조용히 좀 해. 진짜 목소리 하나는 크네. 무슨 공시생이 자랑도 아니고. 그리고 자포는 무슨? 내가 그냥 진로를 좀 바꾼 거지.”

“진로? 무슨 진로?”

“그런 게 있어.”

“야!! 이 새끼가 자꾸 뭘 감추려고만 해? 인마, 빨리 이실직고 다 말해! 내가 그래도 이거 얻어먹었으니까, 절대 신고는 안 할 테니까. 인마, 빨리 말해 봐! 너 대체 요즘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 거야?”

친구 김경수가 무척 혈압이 오른 모습을 하고서 묻자, 현수는 할 수 없이 다시 입을 연다.

“김경수. 너도 잘 알잖아. 공시 붙는 거 순전히 운인 거. 우리 실력이 다 고만고만하잖아? 고만고만한 성적에 고만고만한 운빨. 그리고 공시 합격해도 다 고만고만하게 사는 거. 평생 일개미처럼 일해봤자, 집 한 채, 자동차 하나? 그거 간신히 얻긴 하겠지. 하지만 땅값 비싼 데는 절대 못 가고, 그저 싸구려 아파트에 만족할 수밖에 없고.”

“인마, 너 진짜 이상해졌다?”

“······?”

“야! 사람 사는 게 그냥 다 똑같지 뭐! 공시 합격하면, 안정된 직장에 노후 연금 보장 빵빵! 이것만 해도 얼마나 가치가 있는데!”

“그래.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긴 하겠지. 나도 얼마 전까진 너처럼 그랬으니까. 그러나 암튼··· 요즘 그런 생각들이 좀 많이 변했어. 가치관이 달라진 거지.”

“그래서 뭐? 대체 앞으로 뭘 하려고?”

“음··· 이거, 너한테 까놓고 말해도 될지 모르겠다.”

“말해! 새끼야!”

“그래. 알았다. 새끼야. 주식, 주식에 투자하려고.”

“뭐? 주식?”

전혀 생각지도 못한 뚱딴지같은 대답이라 경수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 그렇게 놀라냐? 주식을 전문적으로 해 보려고.”

그 순간, 이제야 사태를 정확히 파악한 경수.

“야아!! 김현수!! 이씨이! 너, 진짜 진짜 미쳤냐?”

유난히 목소리가 큰 경수.

그의 목소리는 더 커졌고, 그의 두 눈에서는 레이저가 나올 것 같았다.

김현수, 김경수, 이렇게 이름도 비슷해서 저절로 정이 가는 친한 친구.

그런데 그런 친구의 그릇된 사고에 경수는 정말 욱한 것이다.

사실, 주변에서 주식으로 돈을 버는 사람은 정말 찾아보기가 힘들다.

이른바 주식은 도박.

적어도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주식투자자들의 모습은 일종의 도박꾼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주식 투자로 가산을 탕진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늘 도박꾼들의 처참한 말로와 동급인 이야기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도박장에 자신을 몸을 던지려는 멍청한 친구.

“인마! 김현수! 너는 제발 네 수준부터 생각 좀 해라. 너 저번에 말아먹었잖아? 기억도 안 나냐? 150만 원 던져서 대체 얼마나 건졌냐? 나중에 네 콩팥도 떼 내서 암시장에 팔 생각이냐?”

그러나 현수는 피식 웃고 있다.

그리고 그 웃는 표정 그대로 입을 여는 현수.

“좀 진정하고 잘 들어. 그럼 내가 퀴즈 하나 낼게. 야, 2주 전에 말이다. 남부토건 주식 그거··· 넌 526원에 털고 나갔잖아? 그럼 나는 말이야. 난 얼마에 털고 나갔을까?”

“인마! 말 같지도 않은 소리 작작해! 너 524원에 나간 거 아냐? 이씨이, 그때 그 주식은 왜 그렇게 지랄이래? 좀만 늦게 나갔어도 633원에 탈출했을 텐데. 진짜 그거 쓰레기 개잡주였어.”

“하하. 경수야.”

“······?”

“잘 들어. 난 그때 안 팔고, 한참 뒤에 팔았어.”

현수의 그 말에 잠시 멍해지고 있는 김경수.

“뭐? 한참 뒤?”

“그래. 한참 뒤. 그래서 내가 매도한 가격은··· 음, 평균단가 1,990원 정도. 뭐, 그때 시초가 1,035원에 매수했으니까, 흠. 수익률 +92.3%.”

잠시 멍했던 경수의 눈빛.

그것은 점점 이상해져 가고 있었다.

이때 현수는 바로 다음 말을 이어 나간다.

“그러니까 150만 원 투자에 138만 원 수익. 야! 이제 이해됐냐? 난 손절이 아니라 수익을 챙겼다고! 이제 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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