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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225화 (외전 완결) (225/225)

제225화

외전 4. End(4)

“어…… 여깁니까?”

“좀 높긴 하지? 더운 걸 워낙 싫어해서 어쩔 수 없어. 일단 집 안으로 들어가 있자. 곧 있으면 오신다니까.”

“우와…….”

세린이 정상에 지어진 오두막을 열며 감탄했다.

오두막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대신, 정상 아래로 펼쳐진 풍경에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윽하게 깔린 안개를 젖히고 떠오르는 샛노란 태양과 그 밑에 존재하는 새하얀 땅까지.

모두가 감탄을 내뱉다 세린의 말에 곧장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다.

“우왕! 따뜻하다!”

“천만년의 마그마를 넣어놨으니, 얼어 죽을 걱정은 없을 거야. 마법을 풀어주지.”

뜨거운 열기가 몸을 따뜻하게 데웠다.

에베레스트산 정상이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는 따뜻함에 강아린은 고개를 까딱거리다가 금방 잠이 들었고, 오두막에 들어선 최서현과 강수호는 신기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봤다.

강수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곳이랑 똑같네요?”

갇혀 있었던 수정 구슬 안 촌장의 집과 똑같은 모습.

지겨운 그곳에 나와도 익숙한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습관은 쉽게 고쳐지는 게 아니니까.

“그것보다 촌장님은 어디 가신 겁니까?”

“산에 생긴 던전이랑 몬스터 때문이야. 시스템도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던전은 막을 수 없어서 막으러 산책 나갔거든. 금방 올 테니까 몸 좀 녹이고 있어.”

“알겠습니다.”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오늘 오기로 한 손님이 아직 전부 모인 건 아니었으니까.

시간이 흐르자 절대자들이 오두막 안으로 한 명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 오랜만이네?”

“잭 님, 항상 던전 관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별것도 아닌데 뭐. 그것보다 아린이는…… 자네. 쉿.”

들어오는 절대자들은 강수호보다 강아린을 보려고 온 것이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화가라면 거의 완성된 그림보다는 아직 백지상태의 도화지에 더욱 관심을 가지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더 큰 이유는 귀엽기도 하고.

대략 30분 정도 지나자 모든 절대자가 오두막 안으로 모였다.

“이야……. 촌장 녀석은 여길 그대로 만들어 놨네. 지겹지도 않나?”

“그래도 나는 익숙해서 좋은데? 다르게 만들어 놨으면, 오히려 어색했지.”

오두막 안으로 모두 모인 절대자들이 신기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가구 위치와 책들의 이름까지. 복사, 붙여넣기를 한 것처럼 그대로 옮겨다 박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에게 중요한 건 고작 익숙한 사무실이 아니다.

“아린아~!”

“아린이 피곤한…… 어? 할무니, 할아부지?!”

편히 자고 있었던 아이가 절대자들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너무나도 반갑고 익숙한 목소리였다.

“우왕! 다 모였다! 아린이 보려고 왔서요?”

“그럼! 우리 귀여운 아린이 보려고 왔지. 잘 지냈니? 엄마, 아빠가 힘들게는 안 하고?”

“흥! 아린이가 잘 돌보고 있죠!”

아린이가 콧김을 뿜어대며 말했다.

강수호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뱉었다.

“아린이 혼자도 못 있으면서 어떻게 아린이가 엄마, 아빠가 힘들게 할까요?”

“헤헤.”

대답 대신 미소로 답했다.

딱히 꾸짖으려고 하는 말은 아니었기에 웃으며 넘어갔다.

오늘 아린이를 보러 온 것도 맞지만, 더 중요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모인 거니까.

“천마는 언제 온다냐?”

“금방 오신다고…….”

널찍한 오두막 소파에 앉아 한참을 기다리며 수다를 떨고 있던 그때였다.

끼이익.

“다들 모였군.”

“큰 할아부지!”

오두막 문이 열리면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아린이가 촌장을 향해 달려들었다.

웃통을 벗은 상태여서 울긋불긋한 근육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하체는 정상적이었기에 달려가는 걸 말리지는 않았다.

“허허, 아린이구나.”

“헤헤, 시원하다. 할아부지 근육 엄청 멋있…….”

“아린아, 이제 그만할까? 할아버지 눈보라 계속 맞고 있잖니.”

“힝……. 시원한데.”

울퉁불퉁한 근육을 만지며 웃는 강아린.

천마의 허리에 딱 달라붙은 아린이를 떼어내었다.

오늘 급히 할 말이 있었기에 절대자들 모두를 부른 거니까.

“으, 으흠……. 나는 괜찮네만.”

“더러운 것들이 왕창 묻어 있지 않습니까? 안으실 거면 제대로 씻고 오십시오. 그리고 빨리 나오세요. 할 이야기가 있지 않습니까?”

“거참, 알겠네.”

욕실로 들어가 빠르게 몸을 씻었다.

더러운 피로 가득했던 바지를 갈아입고 평범한 차림으로 절대자들 앞에 선 그.

“한 명씩 보긴 했어도 이렇게 함께 모인 건 또 오랜만이군.”

“…….”

촌장은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며 100명 중 빠진 이가 없는지 살폈다.

다행히도 절대자 중 단 한 명도 빠진 이가 없었다.

“다행히 전부 모였군. 오늘 너희를 모이라고 말한 이유는 탑도 이제 끝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끝인가.”

“시스템의 시간 때문에 5년이 걸린 것뿐이지, 그것만 해결하면 10층까지 바로 가능하겠지.”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오늘 이곳에 온 이유는 단 하나다.

탑.

그것 하나만 해결하면 더 이상 몬스터라든가 던전은 나타나지 않으면 평범한 세상으로 돌아갈 테니까.

그리고 그 해결이 얼마 남지 않았다.

“샬런. 어제 5층을 해결했다는 말을 들었다. 확실하나?”

“확실합니다. 황제? 라는 놈이 뭐라고 하긴 했지만, 층을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분리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좋군.”

방금 막 5층을 클리어하기도 했고.

“사실상 남은 6층~10층은 우리가 돌파하면 되는 일이다. 5년? 아니, 5분도 걸리지 않은 일이지.”

시스템으로부터 제약이 사라졌기에 쭉 치고 나가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고작 그런 것 때문에 그들을 부른 게 아니었다.

오늘 부른 건 바로 절대자라고 불리는 자신들에 관해서였으니까.

“10층, 시스템에게서 들었다. 우리는 여전히 시스템에 묶여 있는 존재들이지만, 벗어나기도 한 존재들이지. 하지만 그거 하나는 확실하다.”

잠시 망설이다 말을 이었다.

모두가 아는 이야기.

“우리의 시간이 흐른다.”

“…….”

모두가 침묵했다.

해맑게 웃던 강아린조차 지금 상황이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는 걸 눈치챈 것이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

“우리가 죽는다는 거지.”

아린이 옆에 앉아 있던 샬런이 입을 열었다.

수정 구슬에서 너무 오랜 시간 살아왔었다. 지구라는 곳에의 모든 사람의 손가락과 발가락을 세어도 전부 세지 못할 만큼.

하지만 그 누구도 동요하는 이는 없었다.

“죽는다라……. 정말 오랜만에 듣는 단어구나.”

“그렇지. 우리가 죽는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에 가까웠으니까.”

죽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들지 않았다. 그저 작은 걱정뿐.

하지만 그건 절대자가 되기 전의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 차원을 만들 정도로 괴물이 됐지. 방법은 몸이 늙어서 죽는 자연사밖에 없을 거다. 그것도 1,000년은 넘게 살 수 있지.”

젊은 이 몸으로 최소 1,000년은 살 수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한 가지 선택지만이 있는 건 아니었다.

“또 다른 방법은 자살하는 거다. 오늘은 두 방법 중 한 방법을 정하기 위해서 왔다. 어떻게 하겠나?”

“…….”

침묵으로 잠긴 주변.

이제는 질려 버린 삶에 흥미를 느끼는 절대자는 없었다.

대부분의 이가 손을 들 거라 생각했다. 이미 답은 정해진 것처럼.

하지만 그들은 강수호와 최서현의 생각과는 다른 의외의 답변을 내뱉었다.

“음……. 굳이 죽어야 하나? 그때는 우리가 똑같은 삶을 사는 게 너무 지겨웠을 따름이다.”

“그래, 그때도 제자가 오지 않았으면 반쯤 정신 나간 상태로 이상한 시장 놀이나 해대며 살고 있었겠지.”

“나는 이미 결정했다. 살기로.”

모든 절대자가 결정했다. 오랫동안 살기로.

시간이 흘러 언젠가는 늙어 죽겠지만, 그들과 함께 한 번 살아 보기로 했다. 그 삶이 꽤 재밌기도 할 테고.

“좋아, 그럼 가지.”

대답을 들은 촌장이 목을 이리저리 풀며 일어났다.

그 행동에 절대자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어디를?”

“10층.”

* * *

철 덩어리로 이루어진 로봇들이 즐비한 사이버 펑크 시대.

사이버 펑크 시대답게 왕좌에 앉은 이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다.

머리만 인간의 것으로 이루어져 있고, 다른 것들은 모조리 정교한 철 덩어리로 대체 되어 있었다.

팔마저 기계로 이루어진 왕으로 보이는 이가 전기가 흐르는 검을 지닌 로봇에게 입을 열었다.

“9층이 뚫렸다고?”

“예. 그렇습니다. 주인님.”

딱딱한 음성.

거짓은 들어 있지 않았기에 신기해하며 물었다.

“어떻게? 우리 쪽도 9층은 함부로 건드릴 수 없었는데. 그것보다 그놈들이 어디서 왔다고?”

“지구라는 곳입니다. 너무 걱정하지는 마십시오. 막 튜토리얼을 클리어한 애송이들입니다. 지금 100명이 온다고 선전포고까지 했으나, 병기들로 쉽게 해결할 것입니다.”

지구.

그것도 5년 만에 여기까지 올라왔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하지만 고속도로 주행도 이제 끝이다.

“나는 기름칠을 좀 발라야겠으니, 버러지들은 알아서 해결하거라. 이만 가 보마.”

해결은 저놈에게 맡기기로 했다.

병기와 같은 몸을 지닌 호위 로봇 혼자라도 버러지들을 한꺼번에 정리할 수 있겠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 확실히 해야 하는 법.

“기름칠만 하고 자야…….”

삐걱거리는 몸을 움직이며 침소로 향했다.

머리를 제외한 모든 몸이 기계이기는 하나, 피로를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막 왕좌에 내려가서 침소로 향하려던 그때였다.

콰쾅!!

“무슨……?!”

거대한 쇳덩어리로 이루어진 철문이 열렸다. 아니, 누군가의 주먹으로 인해 처참히 부서졌다.

“저건 뭐지? 모두 달려들…….”

쳐들어 왔다고 해도 이곳의 로봇들은 절대로 뚫지 못한다. 온갖 돈을 들여 진귀한 부품으로만 만든 정예들이었으니까.

분명히 그리 생각했는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콰콰쾅!

“인간 시대의 끝이 도래했…….”

“멀쩡히 살아 있는 인간을 왜 죽은 사람 취급하는 거지? 이곳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는 곳이구나.”

한 남자가 주먹 한 번 휘두르는 것만으로 정예 로봇들의 반 이상이 나가떨어졌다.

더욱 놀라운 건 호위 로봇조차 한 합을 버티지 못하고 완전히 망가졌다는 것.

놀랄 시간도 없이 주먹을 휘두른 남자가 다가오며 말했다.

“잘 가라.”

“……!!”

전과는 다른 위압감.

주먹 한 번에 작은 발악조차 하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그러고는 떠 오르는 시스템 메시지.

-시스템이 종료되었습니다.

완전한 끝을 알렸다.

<외전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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