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223화 (223/225)

제223화

외전 2. End(2)

“단단하게도 만들어 놨네.”

거칠게 마력 결계를 두드리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차원을 하나 만들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지닌 절대자답게 아무리 힘을 줘도 뚫을 수 없을 것 같다.

풀리길 기다리는 수밖에.

탁. 탁.

“또 마법이나 가르쳐 주고 있을 게 분명하겠지.”

발로 바닥을 치며 마력 결계가 풀릴 때까지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리고 있자 마치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깔끔하게 집에서 사라진 마력 결계.

“1분? 전부 치웠나 보네.”

1분을 기다리니 마력 결계가 사라졌다.

그 정도 시간이면 세린의 마법 도구들과 클론의 장난감들을 전부 치웠을 것이다.

‘그래도 한 번 제대로 살펴봐야지.’

아린이를 가르치는 걸 알게 된 계기도 클론이 웬 롤러코스터 하나를 만들어 태우다가 제대로 치우지 못해서였으니까.

집 문을 열고 들어가 넓은 거실에 도착했다.

“빠빠~!”

“아린아~ 아빠 왔단다!”

“우우! 술 냄새난다!”

“미안해. 아빠가 친구들이랑 한 잔 마셨어.”

거실에 오자 양 갈래머리를 한 아린이가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아빠가 반갑긴 해도 술 냄새는 싫은가 보다.

미안하긴 하지만, 지금은 아린이를 보러 온 것만은 아니었다.

“아린아, 할머니 할아버지 어디 갔을까?”

“하, 할무니, 할아부지?”

“응, 혹시 우리 아린이가 할머니, 할아버지 어디 갔는지 알까요?”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자 흔들리는 눈동자. 3살 순수한 아이답게 거짓말을 잘 못 한다.

마력의 흔적을 보니 얼마 전까지 이곳에 있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할무니, 할아부지가 말하지 말랬는데…….”

“음……. 그러면 아빠가 맛있는 거 줄게.”

“마, 맛있는 거?!”

아린이의 반응을 보니 더욱 확실하고.

‘맛있는 거’에 대한 반응에 아빠를 향해 완전히 기울어졌다.

완전히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정확히 두 마디를 내뱉었다.

“앨런 삼촌 알지?”

“우, 웅!”

“앨런 삼촌이 만든 떡볶이 먹으러 가자.”

떡볶이. 아린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

그뿐만 아니라, 그 음식을 평생 음식만 만들어 온 앨런이 만든 떡볶이라면 결과는 정해졌다.

“할무니, 할아부지, 소파 밑에 들어갔어요!”

“고마워, 아린아.”

대답과 함께 천천히 머리를 소파 밑으로 내렸다. 금방 간다고 생각했는지 밖으로 도망치지는 않았나 보다.

“스승님들?”

“…….”

“뒤통수 다 보이니까 다들 나오세요.”

“으, 으흠…….”

강수호의 말에 소파 밑에서 기어 나오는 그들.

가르치는 것은 전혀 상관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오래 산 이들답게 서로의 눈치만으로 말을 맞춰 갔다.

“하암~ 무슨 일이야? 조금 피곤해서 자고 있었는데.”

“유, 육아가 워낙 힘들어야지. 쇠를 다루고 불 앞에 서는 나조차 힘들구나.”

“…….”

태연함에 헛웃음이 터질 뻔했다.

아린이를 가르쳤으면서 태연한 척은.

“후우……. 거기 꼼짝 말고 기다리십시오.”

“응! 우리 제자, 천천히 해~”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다.

직접 찾기 위해 80평이나 되는 집 전체를 샅샅이 뒤졌다.

‘실수 하나는 했을 텐데.’

아무리 오래 산 이들도 실수 한 번은 할 거다.

이전에도 롤러코스터의 나사 하나를 발견해 들켰던 거니까.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마력의 흔적만 있을 뿐, 확실한 증거는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정말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왜 우리 제자? 못 찾았나??”

“스승님…….”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우리는 잘못한 게 없어. 3살 여자아이에게 거대한 핑크 곰을 장난감으로 주거나, 2서클 위험한 마법을 함부로 가르쳐 줄 만큼 멍청하지도 않지.”

클론과 세린이 한껏 웃으며 말했다.

예상대로 쉽게 찾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애초에 강수호와 절대자들의 실력은 하늘과 땅보다 높은 차이를 가지고 있다.

‘그때도 스승님들의 실수였으니…….’

그때 들킨 건 아주 작은 실수 때문이었으니까.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시 치킨집으로 가려던 찰나였다.

“아, 맞다.”

“음? 제자야, 무슨 일이라도 있니?”

“예, 아주 중요한 일이 있죠.”

머릿속에 갑자기 떠오른 생각.

애초에 증거는 처음부터 존재하고 있었다. 그것도 뇌물을 받아 강수호 편이 된 증거를.

“아린아, 오늘 마법 뭐 배웠어요?”

“할무니가 2서클이란 건 천천히 배워야 한다고 마법 응용부터……. 아, 비밀인데.”

“…….”

아린이는 제 실수라는 걸 깨달았는지 작은 두 손으로 입을 막았지만, 이미 내용은 다 말한 후였다.

세린과 클론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스승님들? 할 말씀이라도 있으신가요?”

웃으며 물어보는 질문에 순간 소름이 돋았다. 힘이 강해서가 아닌, 한 아이의 아빠로서 죽을 각오로 덤벼들 것처럼 보였으니까.

심증과 물증은 없어도 이미 증인이 말해 버린 상황.

“이 일은 촌장님께 따로 전해드리도록 하겠…….”

“미안하네! 나는 장난감밖에 보여 주지 않았어!”

“나중에 또 올게~”

붙잡을 새도 없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절대자들. 마른세수하며 한숨을 내뱉었다.

“촌장님한테 가서 따끔하게 한마디 해야겠네.”

이건 꼭 말해야 했다. 또 이런 일이 발생하였으니, 24시간 내내 딸 곁에만 있고 싶어질 거다.

괜히 이상한 일에 휘말리게 할 수는 없으니까.

“힝, 아린이 마법 배우고 시푼데.”

사라지는 스승님들을 보며 아린이의 입이 삐죽 튀어나왔다.

울먹이는 걸 보니 마법을 배우는 게 상당히 재밌었나 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아빠도 우리 아린이가 재능이 있는 건 아는데, 3살에 마법을 배우기에는 너무 위험하잖아. 그렇지?”

“위험해요?”

“그럼, 그래도 완전히 놓을 수는 없으니까 할머니한테 말해서 한 번씩 가르쳐 달라고 할게.”

“저, 정말!?”

“그럼, 정말. 약속할까?”

“웅!”

그 대신 약속 하나를 했다. 간단하면서도 어길 수 없는 약속.

아이의 호기심을 쉽게 풀어낼 수는 없으니, 조금씩 풀어주는 수밖에.

괴물 같은 스승님들을 고작 강수호가 막을 수 있을 리도 없고, 위험하다고 막기만 한다면 아이한테도 좋지 않을 테고.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하자 방방 뛰며 웃는 강아린.

“앨런 삼촌 부를 테니까, 아빠랑 잠시만 기다리자.”

“웅! 떡볶이~ 떡볶이~”

떡볶이 노래를 부르며 거실을 방방 뛰어다녔다.

턱을 괴며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봤다.

‘귀엽네.’

육아는 힘들지만, 때론 행복이 된다. 바로 이럴 때.

아니, 애초에 크게 힘든 것도 아니다. 벌어다 둔 돈은 100대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먹고살아도 충분하고, 스승님들도 아린이를 돌봐주니까.

띠링~

“삼촌 왔나 보다. 아빠는 가 볼게.”

“웅! 잘 놀다 와용!”

앨런을 맞이하며 치킨집으로 향했다.

* * *

“그게 무슨 개소…….”

“제국이니 뭐니 하는 건 잘 모르겠으니까, 너희끼리 싸워. 괜히 밑에 층까지 개고생하게 만들지 말고.”

샬런이 황제라는 자에게 통보하듯 말하며 공간을 맨손으로 찢어발겼다.

그 광경이 가히 충격적이어서 황제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어떤 이들도. 아니, 사람이라는 존재가 행할 수 없는 행위를 해 내고 있었으니까.

그것도 맨손으로.

촤아악-!

층을 가볍게 찢어 버린다. 맨손만으로 ‘층’을 나눠 다른 차원으로 보내 버렸다.

“하, 하하…….”

황제는 그저 헛웃음을 뱉으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쳐다봤다.

그것이 조금 더 나은 방법이기도 했으니까.

“후우…… 드디어 끝났군.”

작은 빛 하나 없는 어둠으로만 가득한 공간에 서 있던 샬런이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각 층에는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 흔히 소설에서나 보던 판타지 세계가 존재해서 상당히 애를 먹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귀찮은 정도지만.

“적당히 쉬었으니 이제 가야겠군.”

땀을 전부 말린 샬런이 어두운 공간에서 발을 옮겼다.

우주처럼 산소가 희박한 공간이지만, 별거 아니었다. 그저 전보다 2배 더 숨을 내뱉고 내쉴 뿐이지.

몇 발자국 옮기자 6층에서 금방 빠져나올 수 있었다.

“도착했군.”

5년이 지나 이제는 익숙해진 한국이란 나라.

입은 후드를 눌러쓰며 치킨 한 마리를 들고 작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반반이 좋겠지.”

후라이드와 양념 반으로 시켰으니, 후라이드만 들고 왔다고 욕먹진 않을 거다.

꽤나 고급스러운 문을 열자 소파에서 자고 있는 한 여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잘 자는군.’

얼굴의 반을 덮은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넘겨주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시간이 흐른 지도 모르고 계속 시선이 갔다.

“으, 으음……. 음? 왔어? 이번에는 후라이드만 사 온 건 아니…….”

말을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를 안았다.

셀 수도 없는 시간을 버틴 끝에 그녀를 보게 되었다. 5년간 계속 봐 왔지만 여전히 새롭다.

“씻고 좀 안지. 더러운데.”

“잠시만이면 된……. 커헉!”

“쓰읍. 계속 이렇게 하면 습관 생긴다고 내가 말했지? 빨리 씻고 와. 왕창 안아 줄 테니까.”

일렌.

천마는 그녀를 죽이지 않고 캡슐에 영원토록 보관해 왔다. 마치 언젠가는 꺼낼 수 있듯.

캡슐에 너무 오래 갇혀 있던 탓에 오래 살진 못했지만, 절대자들에게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레릴의 엘릭서와 테일런의 신성력이 있었으니까.

“끝!”

“제대로 씻은 거 맞아? 1분도 안 걸린 것 같은데?”

“구석구석 씻었어! 안아 보게 빨리 와!”

순식간에 땀에 젖은 옷을 정리하고 몸을 씻었다.

5년 동안 계속 보아도 샬런에게는 고작 5년에 불과한 시간.

“어휴, 이리 와.”

어린아이처럼 일렌의 품에 안겼다.

일찍이 우정이란 감정보다는 사랑이란 감정으로 변한 그들.

치킨에는 손도 대지 않고 30분 동안 안기만 했다.

* * *

“으냐냠……. 수호야! 우리 아빠 구해 줘서 고맙다! 너랑 스승님들 아니었으면 죽었…….”

“그 이야기 많이 들었으니까 그만 좀 해.”

“세상이…… 핑핑 도는군.”

“하아……. 적당히 좀 마시라니까.”

잔뜩 취한 양유혁과 조시현을 어깨에 짊어지고 발을 옮겼다.

아린이를 보고 치킨집에 다시 갔을 때 친구들은 이미 잔뜩 취한 상태였다. 뒤통수를 후려치고 싶은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고 각자 집에 데려다주었다.

“나도 쉬고 싶은데, 쉬지를 못하게 만드냐.”

잔뜩 한숨을 내쉬며 양유혁 집 앞 벤치에 앉았다.

스승님에게 육아를 맡긴 날에는 쉬고 싶었다.

패시브로 지닌 독 저항력을 없애고 저들처럼 제대로 취할 수 있었는데, 참으로 아쉽다.

“나중에 취해야지.”

나중에 배로 갚아줄 생각이다.

술 생각은 털어내고 곧장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던 그때였다.

지잉!

“음?”

바지 주머니에서 울리는 진동에 휴대폰을 꺼냈다.

휴대폰 화면을 보자 금방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내 사랑.

시간은 새벽 1시.

무슨 일인가 싶어 전화를 받자 잔뜩 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강수호가 직접 가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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