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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222화 (외전) (222/225)

제222화

외전 1. End(1)

평생 이어질 것 같았던 전쟁이 끝난 후로 5년. 세상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가장 첫 번째로는 더 이상 던전과 몬스터 때문에 맘 졸이고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렇다고 던전이 나타나지 않은 건 아니다. 튜토리얼이라는 것이 클리어되면서 오히려 전보다 몇 배는 강한 몬스터가 튀어나오는 던전이 우후죽순으로 나타났으니까.

하지만 단 한 명이 사람들의 삶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잭 님! 오늘도 고생하세요!”

“허허, 고맙소. 이 정도 던전을 막는 데 크게 힘이 드는 것도 아닌데. 던전 회로만 뒤틀면 돼서 힘든 것도 아니오.”

던전 관리 회장, 잭.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구슬에 갇혀 있었던 절대자 중 하나면서 던전의 모든 걸 알고 있는 잭 덕분에 더 이상 던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멀리서 잭이 던전 회로를 고치는 걸 보던 강수호가 하늘로 시선을 돌리며 하품했다.

“하암~ 피곤해 죽겠네. 무슨 육아가 헌터 생활할 때보다 몇 배는 피곤하냐.”

마왕이 죽고 끝난 튜토리얼.

10층까지 올라가야 했지만, 강수호를 포함한 모든 헌터들은 큰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수정 구슬에서 나온 절대자들이 존재했으니까.

그 덕분에 강수호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만끽 중이었다.

조금 피곤하긴 하지만, 이게 진정한 평화가 아닐까 싶다.

“오랜만에 밖에 나왔으니 조금 놀다 가 볼까나.”

한국을 해맑게 비추는 쨍쨍한 햇빛.

오랜만에 나가서 놀 생각에 잔뜩 들뜬 채로 목적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풉. 그때 생각만 하면 웃기네. 나 맨날 피해 다녔잖아. 안 그래?”

“당연한 소리를. 아카데미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싫어했는데, 피해 다닐 수밖에.”

“그래서 지금은 왜 나만 부르냐? 수호도 있잖아? 수호보다 양유혁이라는 사람이 더 재밌어서 그런 거 아니야?”

양유혁과 조시현이 치킨집에서 맥주를 들이켜대며 떠들었다.

전쟁이 끝난 후, 그들 또한 강수호처럼 결혼한 건 아니지만 일반 사람처럼 평범하게 지내고 있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강수호처럼 가족에 전념하며 쉬고 있지만은 않다는 것.

“그래서? 이번에 올라간 5층은 어떻게 됐는데?”

조시현을 놀리던 양유혁이 물었다.

이때까지 경험한 건 튜토리얼.

게임에서도 튜토리얼이 끝나면 본 게임이 시작되지만 앞서 말했듯이 절대자들 덕분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할튼, 샬런 절대자님들 덕분에 5분도 안 돼서 클리어했던 거로 기억하는데?”

“그렇게 빨리? 층마다 다른 세계관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두 분이서 층을 완전히 나누셨더라고. 힘이 무슨 차원을 나누는지.”

취미 생활을 즐기듯 층들을 클리어해 나갔다. 절대자들이 없었으면 적어도 한 층마다 10년은 넘게 걸렸을 층들을.

“야, 그래서 신혼 생활은 좋냐?”

한참 수다를 떨다가 양유혁이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레 내뱉었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강수호만이 결혼했다. 총각들이 신혼 생활을 궁금해 하는 건 당연했다.

“그렇게 궁금하냐?”

“3살짜리 아이도 있잖아? 얼마나 재밌을지 기대되는 건 당연하지.”

생맥주를 마신 강수호가 돈 모양 손가락을 펼치며 말했다.

“말해 주면 둘 중 하나가 쏘는 거로?”

“콜!”

둘은 강수호의 제안에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5년 동안 만나면서 똑같은 이야기만 반복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똑같은 레퍼토리의 이야기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제 지겹기도 했고.

“신혼 생활 어때? 행복하지?”

두 남자가 별처럼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상당히 궁금한가 보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과 다르게 신혼 생활은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성격도 잘 맞고, 말은 잘 맞아도 한 번씩 싸우게 되더라고. 신혼이라고 마냥 행복하면 그게 사람이냐?”

“그건 그렇지. 그럼 아린이는?”

그건 두 남자도 알고 있는 부분이기에 다른 걸 물었다.

남녀가 결혼하게 된 가장 큰 계기. 딸이 생겼으니까.

신혼 생활보다 ‘강아린’이란 귀여운 3살짜리 딸을 궁금해하는 게 당연했다.

“어휴, 그게 제일 고민이지.”

딸 이야기가 나오자 절로 한숨이 터져 나왔다.

성격도 잘 맞는 최서현에 비해 육아는 오히려 헌터 생활이 편하다 생각될 정도였다.

“왜?”

“육아가 원래 힘든 부분도 있는데, 가장 큰 부분은 스승님들 때문이지.”

“오히려 좋지 않아? 놀러 갈 때 절대자들이 봐주잖아.”

“그게 문제지.”

“음?”

정확히 말하자면 육아만 힘든 게 아니었다. 아린이를 맡은 스승님들 때문에 골치가 아플 지경이다.

“너희들 내가 스승님들 설명해 준 거 기억하지?”

“당연히 기억한다. 워낙 그 안에서 오래 갇혀 있어서 네가 왔을 때 엄청나게 반가워했지.”

“그래, 바로 그게 문제라는 거야.”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며 이어 말했다.

“그게 무슨 문제라도 되나?”

“당연히 문제가 되지. 날 가르치는 게 지겨워졌는지, 이제는 아린이를 가르치거든.”

“……어?”

잘못 들었다는 듯 조시현이 다시 물었다.

그 물음에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생맥주를 들이켰다.

“크으! 말 그대로야. 그 때문에 아린이 벌써 1서클 마법 사용하잖아.”

“…….”

가만히 쉬는 것은 이미 수도 없이 해 본 이들.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이 재밌기는 하지만 함부로 힘을 가르칠 수는 없었다.

그 때문에 수정 구슬에서 나오게 만들어 준 강수호의 딸을 가르치는 것. 돌아 버릴 지경이다.

“좋은 거 아니야? 누가 사탕 줄 테니까 따라가도 유괴 같은 건 안 당하겠는데?”

“애초에 스승님들이 있는데, 유괴를 당할 리가 없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내 딸은 좀 평범하게 살게 해 주고 싶단 말이야.”

강수호는 양유혁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강해지길 원했다면 스승님에게 가르침을 달라고 자신이 직접 부탁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린이는 그런 식으로 살지 않았으면 했다. 일반 사람처럼 평범한 학교를 다니고 친구들과 추억을 쌓고 직장을 다니는, 그런 평범한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그런 일을 지금 스승님들이 방해하고 있는 셈.

“그런데 오늘 스승님들한테 맡기고 온 거 아니야?”

“맡기고 와도 혹시 몰라서 CCTV 설치해 놨으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봐.”

스승님들에게 맡기고 와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럴 경우를 대비해서 집 안 구석구석 CCTV를 설치해 놓았으니까.

-우리 아린이 맛있어요?

-웅! 엄청 마시서요!

“봤지?”

“그렇네?”

강수호의 말대로 겉으로 보기에는 크게 문제없어 보인다. 마침 저녁을 먹을 시간이니까.

하지만 계속 볼수록 뭔가 이상하다.

‘10분 동안 밥을 먹고 있다고?’

아린이 아빠라 누구보다 잘 안다.

먹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아이가 참치 죽 하나를 10분 동안 먹고 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나 좀 도와줘.”

“흐흐, 내가 말했지? 너 정도는 쉽게 속일 수…….”

“시끄럽고. 너희끼리 취해 있지 마라. 금방 올 테니까 싸우지도 말고.”

“빨리 갔다 와라.”

치킨집을 나와 빠르게 마력을 끌어 올렸다.

당장 집으로 향하는 텔레포트를 사용하려 했는데, 이상하다.

‘발동이 안 돼?’

아무리 마력을 끌어 올려도 발동이 안 된다.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이럴 때는 더럽게 칼 같네.’

세린 스승님이 집 주변에 수준 높은 마력 결계를 건 것.

이렇게 되면 집까지 날아가야 할 듯하다.

“집까지 대략 12km. 날아가면 적어도 2분.”

플라이 마법을 사용해 집을 향해 날아갔다.

* * *

따악-!

“됐다.”

“제대로 확인한 거 맞아? 방금 제자 놈이 보던데.”

“확인했으니까 그만 좀 걱정해. 대장장이라는 놈이 마법사를 못 믿냐? 혹시 몰라서 마력 결계도 걸어놨어.”

손가락을 튕기며 마력 결계를 펼친 그녀.

세린이 클론에게 걱정 말라 말하며 사랑스러운 아린이에게 소리치며 달려갔다.

“할머니 왔어욤~!!”

“할무니!”

양 갈래머리를 한 작은 여자아이가 세린을 안았다.

최서현과 강수호 사이에서 태어난 작고 귀여운 3살 여자아이, 강아린. 세린을 보자 익숙한 듯 안았다.

“철 냄새나 풍겨대고 못생긴 대장장이 아저씨랑 있으니까 심심했죠?”

“아니에요! 산타 할아부지 재미써서요! 막 이상한 장난감도 왕창 만들어서 줘써요!”

“그래? 그래도 할아버지 노릇은 잘했나 보네?”

“으흠! 아린이를 위해서라면 그 정도쯤은 해 줄 수 있다.”

“뭐 만들어 줬는데? 나도 좀 보자.”

아린이의 미소가 보이자 덩달아 세린도 궁금했다. 도대체 뭘 만들어 줬길래 이리도 좋아하는 건지.

“아린이에게만 보여 준 건데, 특별히 너한테도 보여 주지.”

“뭔데 그러는……!”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꺼낸 거대한 곰 한 마리.

평소 보던 갈색곰은 아니었으나,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크아아아!”

“우아아아! 멋진 곰이다!”

“…….”

인공 생명을 만들어 낸 것이다.

온몸이 핑크빛에 귀엽기 짝이 없는 곰이라 귀엽지만, 문제는 새하얀 이빨이다.

“어……. 클론? 이거 들키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잘 알지. 그래서 아공간 인벤토리에 넣어 놓는 거잖아. 들킬 걱정 안 해도 돼.”

“부탁한다. 아린이 가르치는 것도 들키면 나 완전 모가지란 말이야.”

아린이가 곰에게 볼을 부비는 것 보니 크게 위험은 안 되지만, 강수호에게 들키면 끝장.

인벤토리에 들어가는 곰을 보며 세린이 아린이를 넓은 거실 소파에 앉히고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우리 아린이. 오늘도 마법을 배워 볼까요?”

“웅! 아린이 마법 좋아요! 예쁘고 아름다운 할무니한테 마법을 배울래요!”

저번 주에는 새로 생긴 탑이라는 것 때문에 일주일간 마법을 가르치지 못했다. 오랜만에 가진 이 시간만큼은 그 누구도 방해하지 못할 것이다.

“아린아, 저번 주에 ‘기초 마법’이라는 걸 배웠지?”

“네! 매직 미사일? 라이트라는 마법을 배워써요!”

질문에 곧바로 대답하는 강아린.

세린의 입가에 미소가 지워지지 않는다.

오랜 세월 살아온 그녀로서 아린이는 딱 봐도 ‘마법 천재’라고 불리는 아이였으니까.

‘아빠 놈이랑은 다르게 가르치는 맛이 있단 말이지.’

한 달도 안 돼서 깨우친 1서클. 고작 3살이란 나이에 1서클에 도달한 아린이에게 흥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린이가 마법을 배우는 걸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왜 못 하게 하는 건지 원.’

머릿속에서 강수호를 지우고 다시 아린이에게 집중했다.

“그럼 오늘은 뭘 배울까요~?”

“우웅…… 매직 미사일보다 더 쎈 거!”

“맞아요! 우리 아린이 역시 똑똑하네요.”

“나도 할 수 있는데.”

“그럼 오늘 2서클 마법을 배울 거예요. 조금 어려울 수 있긴 한데, 할머니를 잘 따라 하면…….”

클론의 말은 가볍게 무시하고 이어 말했다.

1서클은 기초 중에 기초. 재능만 있으면 가르침 하나만으로 쉽게 뚫을 수 있지만, 2서클은 어느 정도 보조가 필요하다.

2서클을 가르쳐 주기 위해 막 설명을 이어가던 그때였다.

쾅쾅-!!

“……!!”

누군가 마력 결계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가 누군지는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눈치 하나는 더럽게 빠르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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