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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219화 (219/225)

제219화

219. 강림(4)

“흡……. 하아. 여기 공기는 꽤나 맑군.”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내뱉었다.

마계와는 전혀 다른 공기.

피와 살점이 난무하는 곳임에도 마계보다 몇 배는 좋은 공기였다.

“이런 곳은 하나 남겨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

조금의 고민 끝에 결정했다. 이곳은 너무 더럽히지 않기로.

작은 틈 하나 정도는 만들어 놓은 편이 좋지 않겠나?

감았던 눈을 뜨고 헌터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이 전쟁을 끝내지.”

그 말과 함께 치열하던 전쟁의 판도는 한순간에 뒤바뀌었다.

“저 악마는 뭐야? 왜 혼자 걸어오고 있어?”

“그냥 공격해! 어차피 한 마리밖에 없는데!”

헌터들은 천천히 걸어오는 마왕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공격했다.

높은 서클의 마법과 음속과 같은 속도의 화살이 날아온다.

하지만 정확히 미간으로 향하던 화살은 신기하게도 목표물을 맞히지 못하고 허공을 지나갔다.

“뭐야? 어디 갔어?”

“그러게…….”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진 마왕.

더 이상 악마도 진격하지 않았기에, 사라진 남자가 어디로 갔는지 한참을 찾고 있던 그때였다.

스걱!

툭.

“……?!”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상황이 펼쳐졌다.

멀쩡하게 몸을 유지하던 원거리 헌터가 목이 떨어져 그대로 사망했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커헉!”

“으아아악! 내, 내 다리!”

“……!!”

원거리 공격하던 헌터들이 몸의 일부 중 하나가 완전히 절단되어 있었다.

“나의 병사들을 많이도 죽였더군.”

바로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손이 움직였다.

툭.

“약하군.”

단 한 합도 버티지 못하고 베인 목.

그때부터가 학살의 시작이었다.

* * *

스걱!

푸욱!

사람의 비명은 들리지 않았다. 전부 단 한 합에 생을 마감했으니까.

살갗이 뚫리고 베이는 소리만 가득한 전장.

“탱커들! 뒤로 진형을 세워야 한…….”

쿠콰콰쾅!!

탱커 진형을 갖추기도 전에 주변이 폭사되었다. 원거리 진형이 마기 폭발로 인해 난장판이 되었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헌터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제대로 시작해 보도록 하지.”

재밌게 즐기는 시간은 끝났다.

이제는 완전히 힘을 개방했다.

최상급 악마들조차 버티지 못한 압박감과 살기이기에 S급 헌터들도 버티기 버거운 것이 당연했다.

“지겹구나.”

힘을 개방만 해도 쓰러지는 헌터들을 보며 혀를 찼다.

이렇게 약한데, 이 전쟁에서 승리하겠다니.

이렇게 떡 하니 서 있는데도 아무 공격도 하지 못하는 것이 한심할 따름이다.

“그놈은 언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헌터들을 학살하는 것도 질렸다.

마왕을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을 기다리기로 했다.

대충 널브러진 살점과 피를 치우며 앉으려 하자.

“날 계속 기다렸었나 봐?”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와 살기.

망설임도 없이 날카로운 손톱을 뽑아 공격을 막았다.

깡!!

쿠르르릉!

“으하하하! 그래! 이 맛이지!”

처음으로 마왕의 한 합을 버틴 인간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가 왔으니까.

“천마는 벌써 처리했나? 정말 빠르군! 무저갱의 마기를 다량 섭취한 녀석을 처리할 줄이야.”

전에 상대하던 헌터들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

잔뜩 흥분한 마왕이 말을 늘어놓는다.

오랜만에 만난 적수이기에 당연히 기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제안을 내놓았다.

“나와 함께 하지 않겠느냐?”

“…….”

유일하게 마왕을 대적하는 인간. 딱 한 명만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싶었다.

“이 차원을 너에게 주겠다. 모든 지……. 네가 원하는 걸 모든 지 할 수 있게 해 주마. 너는 그저 나에게로 오면 된다.”

입이 쩍 벌어질 만큼 달콤한 유혹.

예전의 강수호라면 고민이라도 해 봤겠지만.

“그래! 너는 뭔가 좀 다르구…….”

강수호는 마왕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검을 완전히 세우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마왕조차 방심할 수 있는 틈. 바로 그때가 기회였다.

푸욱!

“으음?”

빠르게 움직인 검이 정확히 마왕의 복부를 찔렀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천마삼검(天魔三劍).”

복부에 박힌 검을 빼내며 무공을 펼쳤다.

천마의 힘이 전부 담겨 있는 삼검.

“……!!”

거절할 줄은 알았으나, 이 정도로 강한 기운을 내뿜을 줄은 전혀 몰랐을 거다.

예상대로 마왕이 그대로 틈을 내어주었다.

스걱!

그 덕분에 천마삼검의 전부를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촌장에게 하루도 채 안 되게 배웠지만, 자세 하나는 올바르고 정확했다.

“제일식(第一式).”

천마의 진정한 힘이 강수호의 손에서 재현되고 있었다.

마왕은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까짓 게 그걸 어떻게……!!”

놀랄 수밖에 없을 거다.

마왕도 오랜 시간을 살아왔지만, 천마의 기술은 사용하지 못했다. 무공이라는 것 하나 때문에.

온몸이 마기로 더럽혀진 몸으로는 무공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런 천마의 무공이 강수호에게서 발현되고 있었다.

스걱!

반으로 베어진 마왕의 신체를 더욱 잘게 조각낸다.

빛보다 빠른 속도.

마왕이 봤었던 진정한 천마의 힘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크아아아!”

검이 휘둘러질수록 마왕의 신체가 잘게 조각나, 비명이 더욱 커졌다.

하지만 지옥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방심한 너를 후회 해.”

잘게 조각나도 마왕은 마왕인 모양이다.

고작 10초도 안 되어 몸 전체가 재생하기에 이르렀지만, 강수호는 이미 제2식에 들어간 후였다.

묵직하게 자세를 낮춘 상태로 아주 천천히 검을 뽑았다.

스르릉.

부드럽게 뽑히는 검.

처음에 휘둘렀던 검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 속도는 제1식에 비해 한참 느리지만.

콰콰쾅!!

공격 하나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고작 검격 한 번에 세상 전체가 반으로 갈라졌다.

“크헉!”

다시 검을 집어넣자 휘둘렀던 팔이 파르르르 떨린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공격력이 압도적인 만큼 몸의 충격도 그만큼 강하게 다가왔다.

강수호는 검은 피를 뱉어내며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마지막……. 마지막만 펼치면 돼.’

코코를 한 번 더 사용하면 완전히 부서진다.

그럴 수는 없다.

더군다나 코코보다 촌장님이 준 검이 마지막 식에는 효과가 가장 좋다.

“그, 그걸 네가 어떻게……!!”

반으로 갈라진 몸 때문에 이번 공격은 더욱 피할 수 없다.

낡은 검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

코코보다 상태가 안 좋아 금방에라도 부서질 것 같았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계속 찾고 있었지? 그런데 어쩌나? 이 검은 원래 주인한테 있었거든.”

최대한의 효율을 낼 수 있는 검.

그 검으로 첫 번째와 두 번째와는 다르게 아주 천천히, 그리고 약하게 베어냈다.

“으하하하! 이게 끝인가? 마지막은 너무 느……. 커헉!”

겉으로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아주 천천히, 느리게 베어냈지만 몸이 아닌 영혼을 베어냈다.

마왕이라는 영혼을.

‘이제…… 됐다.’

힘을 전부 사용했다.

온몸이 저릿하고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움직일 수도 없다.

그래도 입가에는 미소가 피어났다.

‘계획 그대로 나와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시련 던전을 다녀본 결과, 그들은 예전부터 강자들을 모두 자신의 편으로 만들려 했다.

스승님들 모두 같이 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으니까.

그리고 강수호는 그 약점을 이용하여 틈을 만들어 냈다.

‘끝이다…….’

하루도 안 되어서 전쟁이 끝났다.

그 생각과 함께 마왕을 쳐다봤지만, 강수호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

“으하하하하!!”

“…….”

고통에 몸부림치던 마왕의 비명이 어느새 웃음소리로 바뀌어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분명히 마왕의 영혼을 베었는데?’

아주 정확히 마왕의 영혼을 베어내었다. 피할 틈 따위는 없을 정도로.

실수는 없었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너무 그런 표정 짓지 말거라. 이미 다 예상한 부분이었으니까.”

“……뭐?”

마왕은 수십 만년을 전쟁만 반복해 왔다. 강수호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전쟁을 겪어왔기에, 이런 변수쯤이야 늘 준비해 놓는다.

“너의 패배구나. 이왕이면 같이 가길 원했는데……. 아쉬워.”

마왕은 정말 아쉬워하는 눈빛으로 강수호를 쳐다봤다.

강수호는 헛웃음을 터트리며 구역질이 날 것 같은 기분으로 물었다.

“너는 왜 사냐?”

아무리 생각해도 이 마왕이라는 작자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다.

뭐가 그리 좋다고 죽이고, 뭔가를 차지하는 걸까?

사는 의미가 뭔지 모르겠다.

그 질문에 당연하다는 듯 마왕이 대답했다.

“그 맛에 사는 거지. 죽이고, 남의 것을 차지하고. 그것만으로 나는 행복하다.”

“…….”

그 지옥 같은 곳이 오히려 마왕에게는 천국이었다. 상대방의 것을 뺏고 학살을 즐기는.

그렇기에 그는 시스템의 바이러스 같은 존재이다.

욕구와 다를 바 없는 행위.

“이제 알겠느냐?”

“알긴 개뿔. 그거 하나는 알겠다. 개소리라는 거.”

“으하하하! 그래! 그 녀석도 너와 똑같은 말을 하더구나. 결국 너와 같은 결과를 맞이했지만…….”

당장에라도 머리를 터트릴 말이었으나, 웃어넘겼다.

패자들은 언제나 저런 쓸데없는 말만 늘어놓으며 도발한다.

몇천, 몇만, 몇억 번이나 넘게 들었던 말.

“이제 그만 보내줄 때가 된 것 같구나.”

너무 많이 들어서인지 이제는 싫증이 날 지경이다.

마왕이 힘이 완전히 빠진 강수호의 목덜미를 잡았다.

“커헉! 커헉!”

“시끄럽군.”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마왕은 강수호의 목덜미를 쥔 손에 힘을 준다.

이대로라면 금방 숨이 막혀 죽을 것이다.

점점 얼굴에 빛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의식을 잃어갈 때쯤.

스걱!

“크윽!”

“쿨럭! 쿨럭!”

날아온 단검 덕에 숨을 내쉴 수 있었다.

‘뭐야?’

숨을 거칠게 들이쉬면서 단검이 던진 방향을 쳐다봤다.

힘이 약해졌다고는 하나, 단검이 날아온 방향 정도는 안다. 마왕도 마찬가지.

‘단검 하나 못 피했다는 게 말이 안 돼. 뭐지?’

마왕이 투척 단검 하나 못 피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도대체 누가 던졌길래 못 피했는가 싶어서.

“……!!”

단검을 던진 주인을 확인하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여기 있어서는 안 될 인물들이 자리하고 있었으니까.

“스승님?”

“또 보네?”

일곱 번째로 떠나보낸 샬론이 강수호 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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