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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217화 (217/225)

제217화

217. 강림(2)

“빛이 하나 꺼졌습니다.”

“으흠……. 통치자가 벌써 죽었다고?”

“……예, 그렇습니다.”

“오호……. 이것 참 묘한 일이구나. 그 정도로 강해졌다는 뜻인가?”

강림할 시간을 기다리고 있던 마왕이 꺼진 빛을 보고 감탄을 내뱉었다.

은발 머리의 통치자. 마계의 통치자 중에서도 가장 강한 악마가 죽었으니까.

“강림을 서둘러야겠구나.”

“알겠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강림을 서두르는 수밖에 없었다.

그전에 시간을 끌어주는 이들이 필요했다.

“잘 좀 부탁하지. 아마 이게 마지막 부탁일 것이다.”

멍하니 옆에 서 있던 천마에게 말했다.

사실상 사망 통보나 다름없는 말이었으나, 천마에게선 딱히 다른 답이 돌아오진 않았다.

“아, 혹시 모르니 이걸 마시고 들어가거라.”

물론 전과 같은 실수를 하지는 않을 거다.

마왕이 검은 액체가 담긴 물약을 천마에게 건네주었다.

“무엇입니까?”

“굳이 알 필요가 있느냐? 어차피 이제 죽을 것인데.”

“…….”

“빨리 마시거라.”

“알겠습니다.”

천마에게 이 물약에 관한 설명은 필요 없다. 어차피 여기서 천마는 전사할 테니까.

“꿀꺽…….”

단 한 방울도 남김없이 검은 액체를 입 안에 넣었다.

순식간에 빈 병.

‘이게 도대체 뭐……. 커헉!’

지금껏 살아오면서 느낀 어떠한 고통보다 끔찍한 고통에 몸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크, 크헉!”

“너무 걱정하지는 말거라. 조만간 이성을 잃고 몸이 분해되어 죽을 테니까.”

천마가 마신 건 별거 아니다.

무저갱의 마기.

마왕조차 소량만 섭취해도 오랜 시간 회복 시간을 가져야 할 정도로 짙은 마기다.

“먼저 가고 있어라.”

정신을 반쯤 잃고 신음을 내뱉는 천마를 내보냈다.

강림 시간은 채 1시간도 남지 않았다.

무저갱의 마기를 섭취한 천마라면 1시간 정도는 버틸 수 있으리라.

“우리는 준비나 계속하지.”

“알겠습니다.”

마왕 뒤에 한가득 쌓인 악마들의 영혼.

강림을 위해선 영혼이 필요하다. 그것이 굳이 약한 병력들을 앞으로 내세운 또다른 이유였다.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악마의 모든 영혼을 무저갱 밑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시스템이 그들의 것이긴 했지만, 거대한 존재가 강림하기 위해서는 리스크가 필요한 법.

“살고 싶어! 죽기 싫…….”

“크아아아!!”

고통에 몸부림치는 영혼들을 무시하고 모두 무저갱 저 밑으로 내려보냈다.

* * *

생명체가 태어났으면 언젠가 죽게 마련.

죽음과 생명의 경계선에 존재한 ‘삼도천’이 바로 죽은 자들을 이끌어 가는 곳이었다.

죽은 자들을 이끌어 가는 곳답게 안내하는 저승사자는 거의 신의 힘을 지녔다 할 수 있었다.

그만큼 강한 힘을 가진 저승사자들.

“더럽게 많이도 들어오네.”

삼도천에 선 저승사자가 줄지어 들어오는 영혼들을 보고 혀를 찼다.

원래도 삼도천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지만, 오늘은 특히 더 심했다. 마계가 모든 차원을 점령하는 날이니까.

저승의 이들은 굳이 신경 쓰지 않았다. 구 인류가 멸망하고 새 인류가 나타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이야기였으니까.

문제는 영혼이다.

“껍데기들만 들어오네. 이래서 악마들은 다루기 싫었는데.”

영혼이 모두 빠져나간 채로 오는 악마들.

이러면 보고를 어떻게 올리냔 말이다.

“후우……. 나중에 따로 가서 한마디 하든가 해야지.”

마왕조차 저승사자에게는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생명체를 태어나게 하고, 보내는 일은 저승사자만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니.

“서, 선배님!”

“왜? 아직도 숙지 안 한 거냐? 내가 분명히 어제까지 영혼 보내는 방법 숙지해 오라고 안 그랬……?”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후배에게 잔소리를 퍼부었다.

죽은 이들을 보내는 일을 아무나 하는 게 아니기에, 그만큼 엄격한 시험을 통과한 이들만이 저승사자가 될 수 있다.

‘이 정도 규칙도 하루 만에 숙지하지 못하면 어찌 저승사자가 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꾸짖으려는데, 후배가 떨리는 손으로 어느 한 부분을 가리켰다.

“이미 숙지는 다 했어요! 저 영혼은 뭐냐고요!”

“……어, 그러게. 저게 뭘까?”

“…….”

그걸 본 선배 저승사자조차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느 영혼들을 쳐다봤다.

‘저, 저건 뭐야?’

지금껏 어떤 영혼도 저 정도로 강한 기운을 뿜어내지 않았다.

“어떻게 할까요? 저 정도로 강한 영혼이면 힘으로 제압해야 할 것 같은데…….”

“으흠, 내가 해결한다.”

이런 일에 윗분을 부르는 건 말도 안 된다.

어차피 삼도천까지 내려온 이상, 약해질 대로 약해졌다는 뜻.

‘덤빈다면……. 찍어 눌러주도록 하지. 선배가 얼마나 강한지 잘 보라고.’

후배의 어깨를 툭툭 쳐 주면서 강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빠르게 이동해 강한 영혼 앞에 섰다.

“흠흠, 여기서 되도록 난동은 피우지 마시…….”

조심스레 규칙들을 읊었다. 이 정도로 강한 생명체도 종종 나타나는 편이었으니까.

막 규칙들을 설명하고 있던 그때였다.

“오호……. 여기가 저승이란 곳이구나. 신기하네.”

“…….”

말을 무시하고 주변을 둘러보기 바빴다.

‘관심이 없어.’

보통 강한 이는 죽음을 직면하지 못하고 방황에 빠진다.

이곳에서 날뛰다 보면 금방 체념하고 다시 돌아가는데, 이번 놈은 완전 이례적이다.

‘오히려 기뻐하고 있어?’

죽은 것에 관심만 없는 게 아니라, 오히려 기뻐하고 있었다. 눈을 별처럼 반짝 빛내면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나야 편하지만, 이런 놈들은 또 처음이네.’

헛웃음이 나왔다.

크게 일을 벌일 생각은 없나 보다.

‘다행이야~ 귀찮게 몸 안 써도 되겠네.’

해맑게 웃으며 규칙을 마저 설명하기로 했다.

이 정도의 강자가 영혼으로 오면 주변이 상당히 귀찮아진다. 돈이 많은 갑부들이 종종 섞여 강자들에게 다시 이승으로 돌아간다면 얼마를 주겠다는 유혹을 던지기도 하니까.

그런 경우가 적긴 하나, 방비한다고 해서 나쁘지는 않다.

“……난동 피우지 말기, 함부로 줄 밖에 서지 말기, 새치기하지 말기 등등입니다. 이것들만 지켜주시면 됩니다.”

저승사자는 규칙을 읊고는 다시 후배 옆으로 돌아갔다.

“해결하셨어요?”

“으하하하! 내가 누군데 저런 영혼 하나 해결 못 할까? 좀 강하다고 해서 다 같은 영혼이 아니란 말이다!”

어깨를 으쓱대며 말했다.

네 선배가 이 정도는 된다고.

이제 이 귀찮은 빈껍데기들만 처리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러면 빈 껍데기들은 전부 폐기 처분…….”

“어……. 선배님? 난동 피우는데요?”

“……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새치기는 기본이고, 영혼들을 밀쳐내며 뒤로 향하고 있었다.

‘막아야 한다!’

앞으로도 아니고 뒤로라니.

막지 않으면 윗분들에게 어떤 잔소리를 들을지 모른다.

뒤로 간다는 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이승으로 가겠다는 것.

“거기 서라!!”

발을 빠르게 움직여 남자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이곳은 살아 있을 때 능력의 절반도 사용하지 못한다.

‘멍청한 판단을 했군.’

금방 잡을 수 있다는 뜻.

그런 생각으로 발을 계속 놀렸지만, 신기하게도 남자의 털끝 하나 닿을 수 없었다.

‘뭐야?’

당황스러웠다.

그는 저승사자 중에서도 발 빠른 거로 유명하다.

절반이나 약해진 힘으로 이 정도 속도를 내다니.

놀람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저거라면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저승의 문지기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윗분들조차 문지기를 길들이는 데 큰 타격을 입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 생각은 길게 가지 못했다.

“크르르르……. 컹!”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밀며 달려드는 케르베로스.

신조차도 타격을 받아야 할 케르베로스의 이빨이…….

깡!

“깨갱!”

“…….”

그의 몸을 물자 그대로 박살이 났다.

두 눈으로 직접 보고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내가 헛것을 보는 건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저자처럼 신과 같은 괴물들이 저승에 오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윗분들이 해결하신다.

더군다나 케르베로스의 이빨은 신조차도 버틸 수 없을 텐데.

‘그래도 잡아야 한다!’

정신을 차리고 발을 움직였다.

어차피 저승사자는 절대로 죽지 않는다.

‘잡았다!’

케르베로스 덕분에 생긴 작은 틈.

“흐읍! 됐다!”

옷깃을 잡자마자 온 힘을 다해 당겼다.

속도만 빠르고 힘은 약할 거라는 것. 그것이 바로 멍청한 저승사자의 실수였다.

“아악!”

힘을 주었던 팔의 힘줄이 모조리 끊어졌다.

지탱하는 힘조차 강하다는 뜻.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거 놓아라.”

“끄아아악!!”

콰직!

아주 작은 손짓으로 저승사자의 팔을 부러트렸다.

저승사자는 괴성을 질러대며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죽지 않는다고 해서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후우……. 잘 생각해라. 지금 너는 중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거다. 영혼이 구속당할 수도 있다!”

“영혼 구속?”

“그래, 평생 다시 태어날 수 없다는 뜻이지.”

“으하하하!!”

그는 영혼 구속이란 말에 세상이 떠나갈 정도로 웃었다.

비웃음 따위가 아니었다. 정말 네가 나를 그럴 수 있냐는 웃음이었다.

“어우……. 오랜만에 잘 웃었다. 그것보다 출구는 여기냐? 내가 좀 바쁘거든.”

“안 돼! 그 문을 열지 마라!”

“여긴가 보네.”

몸을 던져 막으려 해도 상대방의 힘이 너무 강하다. 말로 설득할 수밖에 없다.

“왜 여기서 나가려는 거지? 내게 이유를 말해 준다면 한을 풀어주겠다!”

거짓은 섞지 않았다. 애초에 이 정도의 강자는 제 말이 거짓인지 진실인지 충분히 알 수 있을 테니까.

“흠…….”

고민하는 모습이 보인다.

조금은 넘어왔다고 받아들여도 좋으리라.

턱을 쓰다듬던 그가 한참의 고민 끝에 대답했다.

“싫은데?”

“……뭐?”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이었다.

보통 이렇게 날뛰는 이들은 이승에 뭔가 한이 있다는 것과 다름없다. 그것을 해결해 주겠다는데 거절한다니?

오랜 시간 동안 저승사자 일을 해 왔지만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너 혼자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

그야 간단했다.

그가 원하는 건 복잡하고 어려운 일.

고작 저승사자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빌어먹을.”

그 말을 끝으로 거대한 문을 통해 사라지는 남자.

저승사자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잡아 와야겠다는 생각으로 일어나 윗분들을 향해 보고 하러 가려 하자.

“오늘 왜 이리 할 일이 많……. 으아악!”

휘이잉!!

바로 뒤에서 불어닥치는 바람.

정확히 98명의 원인 모를 영혼들이 전부 문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막아야 한다!’

이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 아니면 윗분들에게 어떤 벌을 받을지 모른다.

“들어와라!!”

저승사자가 뭔지 보여주마.

방금과는 다르게 몸을 크게 부풀려 몸으로 그들을 막으려 했다.

“커헉!”

“어머, 죄송해요. 좀 지나갈게요~”

너무 빠르고 강하지만 않았으면 말이다.

방금 그 남자까지 합쳐 99명 모두 삼천도에서 빠져나갔다.

“빌어먹을.”

“선배님…….”

“말 걸지 마.”

바닥에 철퍼덕 엎어져 팔로 눈을 가렸다.

이 상황을 윗분들에게 어찌 설명 해야 할지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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