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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206화 (206/225)

제206화

206. 난전(6)

콰직!!

콰직!!

얼굴뿐만 아니라, 온몸을 두드리는 공격. 폭풍처럼 몰아닥치는 공격 때문에 숨조차 쉽게 내쉴 수 없었다.

두개골이 산산이 조각나고, 온몸이 피로 칠갑 되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뭘 하려고 해도 갑자기 나타난 남자의 두 손에 가볍게 제압당한다.

“워워, 이제 30초밖에 안 남았다. 얌전하게 죽어.”

“커헉!”

주먹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몸이 음속을 뛰어넘은 속도로 날아가 바다를 가르고 깊은 심야에 들어가 처박힌다.

‘지구에 이런 놈이 있었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정도로 강한 남자는 보지 못했다. 듣지도 못했고.

‘빌어먹을.’

정신을 차려야 했다.

억지로 눈을 뜨는 순간 보이는 남자의 주먹.

“끝이 아니다.”

“…….”

주먹이 정확히 얼굴을 향해 직격하던 그때였다.

슈아아악!

바로 앞에서 뿜어지는 새파란 빛. 주먹이 얼굴 앞으로 도달하기 전에 남자가 빛을 흩뿌리며 사라졌다.

아무런 흔적도 없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도저히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 압도적인 힘을 얻기 위해 몇십만 년을 단련하고 마왕에게 복종해 왔다.

‘그런 힘을 뛰어넘는 자가 있다고? 도대체 어떤 놈인 거지?’

일단 정신을 차리고 몸을 살폈다.

피투성이에다가 관절 전체가 뒤틀려 있었다. 몸이 움직이는 것만으로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 상황.

“천마!!”

“빌어먹을.”

더군다나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바닷물이 한순간 사라져 심해에 처박힌 천마를 향해 달려오는 이들.

재빨리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

‘텔레포트가 안 된다.’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텔레포트가 캐스팅 되지 않는다는 거다.

공격들을 받아내느라 마나와 마기를 전부 사용해 버렸다. 그렇게 열심히 싸웠지만, 몸이 상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고.

한참 어떻게 해야 할지 주변을 둘러보고 있던 그때였다.

“천마 님, 괜찮으십니까?”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 마나와 마기도 모두 사용했다.”

“제가 빠져나갈 방법을 압니다. 그것보다 그 남자가 누군지 아십니까? 천마 님을 뛰어넘으시다니…….”

바로 옆에서 나타난 한예림.

천마는 한예림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저런 남자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지구뿐만이 아닐 거다. 어떤 차원을 뒤져도 천마보다 강한 강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단 알겠습니다. 여기서 당장 빠져나가죠.”

그 남자에 대한 생각은 나중에 천천히 하기로 했다. 일단 이곳부터 빠르게 빠져나가야 한다.

“이동하겠습니다.”

천마의 손을 잡고 텔레포트 스크롤을 찢었다.

파란색 빛이 그들을 집어삼키며 심해에서 사라졌다.

* * *

“안 돼!!”

슈아아악!

파란빛이 터지며 한예림과 함께 사라지는 천마. 코앞에서 천마를 놓쳐 버렸다.

“후우……. 스승님까지 불렀는데, 놓치다니.”

아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두 달 동안 차원 이동을 하지 않으려는 마음을 먹고 스승님을 불렀으니까.

[차원 이동 페널티]

내용 : 당신은 이곳에 발을 들일 수 없는 이를 불러들였습니다. 그에 따라 차원 이동을 2달 동안 하지 못하는 페널티를 받게 되었습니다.

‘두 달…….’

전과 비슷한 페널티.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이보다 뼈 아플 수는 없을 거다. 당장 언제 천마와 마인들이 들이 닥칠지 모르니까.

“잡았어?”

“아쉽게도.”

늦게 도착한 최서현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아쉽게도 놓쳤다. 코앞에서 말이다.

“그래도 몇 달 정도는 못 올 거야.”

그녀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말했다.

천마의 상태가 워낙 심각했다. 그뿐만 아니라 할튼의 공격 때문에 천마의 전력도 대부분 전멸했다.

아마 최소 몇 달간은 시련 던전을 공격하지 못할 거다.

“드디어 첫 번째 전쟁이 끝난 건가.”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다.

전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길의 끝에 도달했지만, 그 길은 너무 험난하고 위험하다.

“그래도 잘 막아내서 다행이에요.”

“그러게요. 막은 것만 해도 다행이지.”

일단 첫 번째 큰 침입은 잘 막아내었다. 그것만으로 마음이 평온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보다 그 사람은 뭔가요? 그런 압도적인 강함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어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나나호가 물었다.

휘둘러지는 주먹이 보이지도 않았다. 모두가 달려들어도 이길 수 없는 천마를 너무나도 쉽게 무너트렸다.

그러니 궁금할 수밖에.

“스승님입니다.”

“스승님이요? 또 계셨어요?”

나나호에게는 처음 설명해 주는 다른 스승님.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 합쳐서 100분입니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나오기는 힘드시지만요.”

나온다고 해도 시간은 고작 1분에 불과했다.

강수호는 대충 설명하고는 심해에서 빠져나와 시련 던전으로 향했다.

한시가 바쁘다. 여기서 농땡이 부릴 시간은 없다.

“나나호 님, 그리고 서현아.”

“응, 왜?”

“왜 그러세요?”

시련의 던전에 들어가 그녀들을 둘러보았다.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최대한 빨리 끝내야 했다.

“유물 좀 모아줘. 최대한 빨리.”

“유, 유물?”

천마가 시련 던전을 또다시 찾아오기 전에 약점을 찾아야 했다.

그러려면 유물이 필요하다. 정확히 99개가.

지금 가진 유물의 수만 해도 꽤 된다.

일단 그걸 사용하고 시련에 들어갈 생각이고, 던전에 들어가 있는 시간 동안 나나호와 서현이 유물을 찾아와 와줬으면 좋겠다.

“알겠어, 최선을 다해 볼게.”

“고마워. 최대한 빨리 돌아올게.”

처음 시련에 들어갔던 것처럼 며칠 동안 있지는 않을 거다. 최대한 시련을 빨리 끝내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갔다 올게.”

수갑을 시련에 던져 넣고 망설임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 * *

“으어헉!”

“빨리 포션 가지고 와!”

“어, 얼마나……!!”

“있는 거 전부! 서둘러 움직여라!”

모닥불 앞에 놓인 식탁 위의 물건들을 전부 치우고 피투성이인 천마를 그 위에 눕혀 치료하기 시작했다.

“빨리 가져와!”

마기와 체력, 마나 회복 포션을 적절히 섞어 천마의 몸에 들이붓는다.

당연하게도 그것 가지고는 천마는 절대로 회복되지 않는다.

“저 왔습니다.”

“빨리 좀 부탁드립니다.”

“성급해 하지 마십시오. 대부분의 상처는 쉽게 치료할 수 있으니까요.”

마왕이 직접 보낸 악마 치료사가 천마의 배 위에 올리더니 검붉은 빛이 터진다.

“흐읍!”

천마의 눈이 크게 떠졌다. 외부뿐만 아니라, 안까지 뜨거운 고통이 느껴졌다.

그 시간이 한참 동안 지속되더니…….

털썩.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괜찮으신 겁니까?”

“괜찮다. 목숨에는 전혀 지장이 없으니 안심해도 좋다.”

한예림이 걱정스러운 투로 묻자 악마 치료사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까지 쌓인 고통이 한꺼번에 밀려 들어와 기절한 것뿐이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후우……. 다행입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악마 치료사의 시선이 그런 그녀로 향했다.

뭔 잘못이라도 저질렀나 고개를 갸웃거리자.

“다쳤군.”

“아, 별거 아닌……. 흐읍!”

“별거 아니라고 하기에는 상처가 심각하군.”

악마 치료사가 천마를 구하기 위해서 생겼던 상처를 만졌다.

어찌나 아픈지 말을 제대로 내뱉지 못할 정도였다.

“가만히 있어라. 치료하고 있으니.”

그녀의 다리에서 검붉은 빛이 퍼졌다.

4초 정도 퍼지더니, 고통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불편한 곳도 없었고.

“감사합니다.”

“그래, 그것보다 저 녀석의 상태가 왜 이런 거지?”

악마 치료사가 천마를 가리키며 물었다.

당연히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저리도 심한 상처를 얻은 적은 손에 꼽을 정도일 텐데.’

천마는 웬만한 상처도 악마 치료사에게 맡긴 적이 별로 없었다. 그렇기에 의문이 들었다.

한예림은 그 물음에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모른다?”

“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파란빛이 주변을 감싸 안으며 갑자기 나타난 한 남자. 그 남자가 도대체 누군지 잘 모르겠다. 그저 천마조차 벌레처럼 여길 만큼 강한 자라는 것밖에.

“하지만 그거 하나는 알겠더군요. 천마 님보다 그 남자가 강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군. 천마보다 강하다니…….”

악마 치료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말끝을 흐렸다.

전 차원을 뒤져봐도 천마보다 강한 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천마를 이길 수 있는 자는 마왕뿐일 것이다.

‘이건 마왕님에게 보고해야겠군.’

어떻게 된 일인지 마왕은 알 수도 있다.

더 이상 들을 이야기가 없는 듯하여 악마 치료사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만 가도록 하지.”

“이대로 두면 괜찮습니까?”

“괜찮다. 치료 약을 쓰는 것보다 이 녀석은 자연 치유가 몇 배는 더 빠르고 부작용도 없으니까.”

“들어가십시오.”

문을 닫고 금방 사라지는 악마 치료사.

한예림이 천마를 소파에 눕혔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그 옆에 앉아 머리를 감싸 쥐었다.

지금도 방금 일어난 일인 것처럼 아까 전의 일이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재생된다.

‘한 번도 막아내지 못했지.’

천마가 그리도 나약하게 당한 적은 처음이었다. 산과 같은 존재가 하늘을 만나서 무너지는 것 같았다.

‘도대체 그 남자는 뭘까?’

아무리 기억을 끄집어도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모닥불만 쳐다보고 있던 그때였다.

“크윽…….”

“천마 님!”

1시간이 지나서야 서서히 정신을 차리는 천마. 그가 눈을 뜨고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다가 입을 열었다.

“집이군.”

“예, 집입니다. 방금 악마 치료사가 와서 치료해 주셨고, 그 과정에서 기절하였습니다.”

“그렇군. 후우…….”

천마는 한숨을 뱉으며 소파에서 천천히 일어나 품속에 있던 수정 구슬을 꺼내며 멍하니 바라봤다.

“그것은 무엇입니까?”

“마왕께서 나보고 지키라고 명하셨던 물건이지.”

아주 중요한 물건.

하지만 지금 수정 구슬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 남자……. 날 알고 있는 눈치였어.’

압도적으로 천마를 찍어 눌렀던 그 남자의 눈은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분명히 처음 만난 사람일 텐데…….

“도대체 뭐가……. 으윽?!”

생각에 잠겨 있을 때쯤 머릿속을 뜨겁게 달구는 고통. 뇌가 녹아 버릴 만큼 강력한 고통이었다.

“처, 천마 님! 지금 당장 치료사를……!!”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 한예림이 재빨리 움직였다.

치료사를 불려 오려 했으나…….

“됐다.”

“처, 천마 님?”

천마가 그것을 막아내었다.

상처 때문에 아파서 이러는 것이 아니다. 사라졌던 기억이 다시 재생되는 기분 때문이었다.

‘분명히 그 남자…….’

증오로 가득 찬 눈으로 자신을 보던 그 남자에 대한 기억.

그 기억이 서서히 재생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거라. 너도 쉬어야 하지 않겠느냐?”

“……알겠습니다.”

한예림을 밖으로 내보냈다.

머릿속에서 자신도 잊고 있던 기억들이 천천히 재생되고 있었다.

너무 작아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해결해 줄 거다.

‘그 남자는 도대체 누구지…….’

무엇 때문에 그 남자가 이토록 증오의 눈빛으로 쳐다봤는지. 어떻게 해서 그 남자가 그토록 압도적으로 강한 힘을 얻었는지.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

“후우……. 일단 숙면부터 취해야겠군.”

그전에 숙면부터 취하기로 했다.

머리가 너무 어지러웠다. 싸움의 후유증이 상당하다.

2층으로 올라가 침대에 누웠다.

“…….”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꿈나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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