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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205화 (205/225)

제205화

205. 난전(5)

“꿀꺽!”

시련의 던전까지 텔레포트 하는 바람이 마나를 모두 사용해 버렸다. 그래서 급하게 마나 포션을 입에 들이부었다.

순식간에 부족했던 마나가 가득 채워졌다.

“후우…… 이제 살 만하네.”

항구 쪽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지금 가장 걱정인 곳은 바로 이곳이다.

‘난장판이네.’

부산보다 상황이 심각했다.

대부분 헌터가 B급을 뛰어넘었다지만, 수는 고작 1만.

‘시체가 너무 많아.’

그에 반해 적들의 수는 30만이 넘어가고 있었다.

원래라면 전멸하고도 남은 상황이겠지만…….

“괜찮으십니까?”

“허억! 지금 이게 괜찮아 보이냐?”

마일런 한 명이 활약하고 있었다.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최소 100마리의 시체가 썰려 나간다.

그 때문에 마나와 체력은 이미 곤두박질치고 있었지만, 강수호가 가지고 있는 물약이면 문제 되지 않는다.

“받으세요.”

“물약? 아무리 비싼 물약으로도 내 상태를 치료할 수는 없을 건데?”

“일단 드셔 보고 말하죠?”

평범한 물약이 아니었다.

지구상에는 없는 최상급 물약.

아마 목구멍을 타고 물약이 흘러가는 즉시 눈이 동그랗게 뜨일 거다.

“물약이 다 거기서 거기…… 음?”

저렇게 말이다.

스승님에게서 직접 받아온 물약을 꺼내 건네주었다.

“마음대로 쓰세요. 남아도 안 주셔도 됩니다.”

“…….”

멍하니 강수호를 바라보는 시선을 피하고 시체 밭을 뚫어냈다.

“키에에에……!!”

콰직!

“크아아아……!!”

쿵!

걸어 다니는 시체는 강수호에게 물렁물렁한 살덩어리에 불과했다.

그렇게 한참을 시체를 뚫으며 전진하자 시체들에게 둘러싸인 나나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디 갔나 했더니, 갇혔나 보네.’

이쪽도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지만, 저쪽은 고통 따위는 하나도 느끼지 않는 괴물.

몬스터를 매번 토벌해 온 그들이라도 저런 이들을 상대하는 건 힘들 터. 특히 그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면 더욱 힘들 거다.

보아하니, 마나가 완전히 바닥 난 듯싶었다.

달려가 물약 하나를 던져 주었다.

“받아요!”

“벌써 오셨어요?”

“예! 거기 일은 대부분 끝났어요! 악마 수가 여기만큼 많지 않거든요!”

간단한 안부와 함께 나나호를 둘러싼 시체들을 거둬내기 시작했다.

뭉쳐 있던 시체들이 강수호의 주먹으로 인해 터지기 시작했다.

쾅!

펑!

몰려 있던 좀비들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결국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시체들이 넘쳐나는 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후우! 정말 다행이에요! 진짜 저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그것보다 서현이는 어디 갔습니까?”

중요한 이들은 대략 해결되었다.

마지막으로 그녀만 확인하면 되는데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뒤져봐도 말이다.

“아, 최서현 님은 아마 지금쯤 펠론이랑 싸우고 있을걸요?”

“12위 간부요?”

“예, 싸운 지 10분 정도 된 것 같은데…….”

나나호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쏜살같이 달려갔다.

최대한 감각을 넓히며 그녀를 찾기 시작하자.

‘찾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이들보다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나나호의 이야기대로라면 두 명이어야 하는데…….

‘한 명?’

느껴지는 기운은 고작 한 명밖에 없었다.

강한 기운의 주인을 보자마자 긴장이 풀렸다.

“음? 벌써 끝났어?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어…… 그런데 들고 있는 건 뭐야?”

최서현은 영 상태가 좋지 않은 한 남자의 머리를 질질 끌고 있었다.

눈이 잘못되기라도 한 줄 알았다.

남자의 상태가 구겨진 종이가 된 것처럼 온몸이 부러져 있었으니까.

“펠론. 마인 간부 12위라는데, 손이 맵긴 맵더라. 지금까지 쳐 본 놈 중에는 최상급이었어.”

“……아하.”

그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고작 10분 만에 12위 간부를 곤죽으로 만들어 놨으니까.

“시체들부터 천천히 정리하자.”

간부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일단 시체들부터 정리해야겠다.

망설임 없이 그들이 시체들 사이로 들어갔다.

* * *

‘내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겠군.’

10 해리가 넘어가는 곳에서 시체들의 진격을 보는 천마. 상황을 보아하니 굳이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될 듯하다.

‘시련 던전, 이걸 처리하면 이 짓도 끝이군.’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이 빌어먹을 곳을 탈출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 수정 구슬과도 이제 안녕이군.”

시련 던전만 처리한다면 평생을 지키고 있던 수정 구슬과도 안녕이다.

이제는 수정 구슬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도 까먹었다.

‘도대체 이 수정 구슬이 뭐길래. 하여튼…….’

수정 구슬을 품 안에 넣고 사경을 헤매는 마일런을 쳐다봤다.

‘간부 하나만 가면 저 녀석도 끝이겠군.’

마일런은 시체들의 간부, 마인 간부조차 모두 베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이란 계속 싸우다 보면 언젠가 한계에 도달하게 마련. 지금은 쉬고 있어 체력을 회복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죽는다.

그런 생각으로 다른 녀석들을 살펴보는데…….

“음? 저건…….”

전장을 날뛰는 눈에 띄는 한 녀석이 보인다.

눈살을 찌푸리며 집중하여 보자 얼굴이 보인다.

아주 익숙한 얼굴.

‘강수호?’

강수호였다.

그는 전장을 종횡무진 다니면서 뭔갈 나눠주고 있다.

‘포션?’

육안으로 보기에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포션이었다. 하지만 느껴지는 감각으로는 평범하지 않았다.

‘엘릭서보다 높은 급이라고?’

귀하디귀한 엘릭서보다 높은 급의 포션이 있는 건 말이 안 되었다.

그런 포션은 살면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포션을 마시자마자 전보다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마기라도 들이마신 것처럼.

“……하!!”

어이가 없었다.

강수호가 나타나자 판도가 뒤집히고 있었다.

이러다가 상황이 역전되어 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

사지를 모두 잃는 한이 있더라도 이번에는 꼭 성공시켜야 한다.

보아하니 시체 군단만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다. 간부들도 점점 죽고 있었고.

“……내가 직접 나서야겠군.”

할 수 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불난 집을 구경만 할 수 없는 상황. 최대한 빨리 끝내고 아들을 보러 가야 했다.

의식만 잘 치러진다면 무사히 천마가 될 수 있을 터.

겉옷을 걸쳐 입고 강수호에게 가려 하자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후우…… 저 왔습니다. 천마 님.”

“이제 왔나. 그것보다 강수호는 네가 맡으라고 했을 텐데?”

천마는 한예림에게 악마와 함께 배에 태워 보내며 말을 전했었다. 그곳에서 제일 까다로운 강수호를 상대하라고. 이렇게 온 걸 보니 싸움에서 졌나 보다.

“죄송합니다.”

“괜찮다, 내가 갈 테니 너는 여기 있거라.”

“옙.”

크게 화내지 않았다.

멀리서 볼 때도 유물의 강한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유물의 힘을 흡수했나 보군.’

부작용도 없는 유물의 힘을 습득한 것.

그것만으로도 한예림이 이기지 못할 이유가 설명된다.

하지만 천마는 아니다.

“얼마나 강한지 궁금하군.”

과연 자신도 이길 수 있을지, 강수호의 공격을 뚫을 수 있을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오랜만에 씨익 미소 지은 채로 강수호를 향해 달려갔다.

* * *

“진짜 더럽게 많네.”

시체의 목을 베어내며 말했다.

뭐 이리 많은지 베어내고 베어내도 수없이 튀어나와 손톱과 이빨을 들이 밀어댄다.

대충 세어보니 이제 반 정도는 해치운 상황.

“이대로 계속 가자.”

“그런데 간부는요?”

막 달려가려 할 때, 들려오는 나나호의 걱정스러운 목소리.

12위 간부를 구겨진 종이처럼 만들었지만, 나머지 간부는 아니다. 최소 11명이 더 남았다는 것.

강수호는 나나호의 걱정스러운 말투에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괜찮아요. 아마 지금쯤 거의 끝났을 테니까요.”

“……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제일 믿을 만한 사람에게 맡기고 왔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

“후우…… 더럽게 힘들군.”

말이 끝나자마자 들려오는 목소리. 바로 마일런이었다.

더러운 검은 피로 가득한 몸과 검.

“벌써 다 처리하셨습니까?”

“그래, 네가 준 포션 덕분에 한층 더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마나와 체력만 무제한이라면 간부 정도는 상대할 수 있다.

그 결과가 지금 이렇고.

“나는 조금 쉬고 있도록 하지. 포션을 들이붓더라도 몸이 워낙 망가져서.”

마일런을 시련 던전 앞에 놓고 다시 시체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썩은 살점을 도려내고, 시체 10만 마리 정도를 바다에 넣고 있을 때였다.

푸욱!

“어, 어?”

쉬고 있던 마일런의 배를 향해 거대한 창 하나가 날아왔다.

그대로 복부에 박힌 창.

“으아아악!!”

참았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어찌나 아픈지 점점 숨이 가빠진다.

“포션 남은 거 있어요?”

“어, 없어. 설마 그게 끝인 거야?”

“설마요. 넘쳐나요.”

포션은 넘쳐났다.

죽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이 창을 던진 주인이다.

“그 포션은 어디서 난 거지?”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모두 뒤로 몸을 뺐다.

“……빠르군.”

“천마.”

마인 협회의 주인, 천마. 그가 직접 이곳으로 왔다.

“참 빨리도 오네.”

“늦은 거다. 이들로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 생각했으니까.”

천마에겐 시련 던전이 그만큼 중요했다.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걸 무너트릴 수 있으니까.

“한 가지 질문을 하지. 모두 죽겠나? 아니면 길을 그냥 열어주겠나?”

그렇기에 바로 강력하게 나왔다. 어떤 힘을 사용해서든지 시련의 던전을 빼앗기 위해서.

강수호는 오줌이라도 지릴 뻔했다. 천마에게서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싫다고 하면 바로 죽이겠는데?’

마일런 복부에 박힌 창의 주인 또한 그.

발버둥 칠 수야 있겠지만, 그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을 터.

대답은.

“싫은데?”

“…….”

당연히 거절이다.

그런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죽음.

주변에 있는 이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죽이는 선택이다.

“그러면 어쩔 수 없지.”

강수호의 대답에 천마가 살기를 미친 듯이 올렸다.

마기와 살기가 턱턱 숨을 막는다.

‘이건 좀 오반데?’

상상을 초월하는 그의 힘.

빙의했을 때 보았던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성장해 있었다.

강수호조차 그의 공격을 막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

“모두 죽어라.”

빛과 비슷한 속도로 달려드는 천마.

원래라면 단 한 합도 버텨내지 못하고 그대로 ‘즉사’했겠지만…….

쿵!!!!

“……?!”

버텨냈다.

온 힘을 사용하여 뻗은 그 주먹을 버텨냈다.

‘막았다고?’

말도 안 된다.

전 차원을 통틀어 천마를 이길 수 있는 대상은 없었다. 단 한 명도.

그것도 모든 힘을 끌어내어 휘두른 주먹을 막을 수는 없다.

‘설마?’

강수호가 새로운 힘이라도 받았나 싶었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일 따위가 아니었다.

“오랜만이다?”

“……너는 누구지?”

“날 몰라? 이러면 섭섭한데. 네가 직접 나 죽였잖아?”

할튼.

그가 직접 차원을 뚫고 나와 천마 앞에 서 있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천마.

그런 천마를 향해 웃으며 할튼이 말했다.

“1분밖에 안 남았다. 그때 받은 죽음은 여기서 갚도록 하지.”

그와 동시에 거대한 주먹이 천마의 얼굴에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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