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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202화 (202/225)

제202화

202. 난전(2)

“……!!”

“……!!”

놀란 건 악마뿐만이 아니었다.

옆에 있던 헌터들 또한 놀라 잠시 벙쪄 있었다.

‘악마의 갑피는 최소 B급 헌터부터 뚫을 수 있는 건데?’

‘주먹 한 방으로 거대한 싱크홀 크기의 구멍을 뚫었다고?’

B급 헌터부터 뚫을 수 있는 악마들의 갑피. 상대가 하급 악마이긴 하나, S급 헌터도 단 한 번에 거대한 구멍을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

‘얼마나 강해진 거야?’

강수호는 계속해서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었다.

놀란 헌터들과는 반대로 강수호는 조금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유물만큼은 강하지 않아.’

유물을 사용하는 것만큼은 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약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이런 편이 더 좋았다.

‘유물을 아예 흡수한 거구나.’

유물과는 다르게 큰 무리 없이 계속해서 힘을 사용할 수 있었다.

“정신 차려라! 한눈팔지 말고 준비나 해라!”

“예, 옙!”

각 길드 마스터들이 소리를 치며 헌터들을 정신 차리게 했다.

재빨리 방어 진형을 갖추자 물 밀려오듯 쏟아지는 악마들.

쿵! 쿵!

“으하하하하! 먹을 거다! 먹을 거! 씹는 맛이 아주 일품이겠어!”

“저것들은 내 거다! 아무도 건드리지 마!”

“으윽!”

악마는 마인들과는 격을 달리하는 온몸을 저릿저릿하게 만드는 강한 마기.

방패 병들이 더욱 굳게 방패를 잡고 버텨내었다.

‘오호, 생각보다 잘 버티네? 악마는 거의 처음일 텐데.’

그 뒤에서 신이라도 된 것처럼 모든 걸 관장하는 한 여자.

악마 간부, 실벤이었다.

‘시간이 많지 않아. 빨리 독을 뿌려야겠군.’

입을 벌리자 그곳에서 초록색의 이상한 것이 흘러나왔다. 그 액체는 바다로 들어가 주변을 초록색으로 물들이기 시작한다.

“흐흐흐흐.”

그러고는 괴랄하게 웃기 시작했다.

이 초록색 액체는 악마들에게는 전혀 효과가 없지만, 그와 반대로 인간들에게는 가장 고통스럽게 죽일 수 있는 독.

마독보다 더한 독이 바다에 풀어지고 있었으니까.

‘내 독을 잘 빨아들인 놈들은 아주 맛있겠어.’

입이 찢어지도록 웃으며 인간들이 중독되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몇 분이 지나도록 중독되기는커녕 악마들이 점점 밀려나고 있었다.

‘뭐야? 중독되는 게 늦는다고는 해도 악마들이 밀릴 일은 없을 텐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표했다.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한참 생각에 빠져 있는데…….

“독을 거둬.”

“음? 한예림?”

물 위에 붕 떠 있던 한예림이 당장 독을 거두라 말했다.

그거야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왜?

“분명 내 독은 인간들에게 치명적인 효과가 있다. 굳이 거둘 필요는 없을 텐데?”

“그렇지. 상대가 저 녀석이 아니었다면 말이야.”

선두에 선 남자를 가리켰다.

악마들의 배에 구멍을 뚫으며 전진하는 남자.

“저 인간이 뭘 어쨌다는 거지?”

“자세히 봐봐. 저 남자, 전보다 더 강해지고 있잖아?”

“……뭐?”

뭐가 뭔지 자세히 모르겠지만,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전보다 몇 배는 더.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

“네가 뱉은 더러운 초록색 액체를 마시고 저러는 거잖아.”

“무슨 말도 안 되는…….”

말도 안 되는 개소리라 치부했다.

아무리 강하고 단련한 인간이더라도 절대로 버티지 못할 테니까.

하지만 강수호는 예외였다.

“내 독을 빨아들여?”

피해야 할 독들을 모두 빨아들이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행위.

더욱 말이 안 되는 건, 그 행위로 인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멈춰.”

“아, 알겠어!”

강수호가 모든 독을 빨아들이고 있어서 뒤의 인간들에겐 피해가 전무. 오히려 강수호에게 이득만 주고 있다.

“슬슬 진입하기 시작하라고 말해. 나도 들어갈 테니까.”

“알겠어. 아마 먼저 움직이고 있을 거야.”

악마들로만 뚫리지 않은 걸 금방 깨달았다.

간부들이 직접 움직일 수밖에.

* * *

-극독으로 인하여 힘, 체력, 민첩이 압도적으로 상승하였습니다.

-익숙한 독 덕분에 능력치가 비약적으로 상승하였습니다.

‘음?’

갑작스레 허공에 떠 오른 시스템 메시지.

오류라도 떴나 싶었다.

‘극독이라니? 독 같은 건 주변에 없는데?’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독이 있으면 자신은 몰라도 팀원들에게는 치명적인 공격이 된다.

‘찾았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초록색 액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강수호는 악마들을 잠시 헌터들에게 맡기고 고민했다.

바닷물에 스며든 독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한참의 고민 끝에 방법을 찾아냈다.

조금 더러운 방법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흐읍!!”

초록색 액체와 섞인 바닷물을 한껏 마시기 시작했다.

구역질이 몰려왔지만, 억지로 참아내며 모두 배 속에 집어넣었다.

“우욱! 후우…….”

구역질이 올라오는 걸 억지로 참았다.

독을 마시자 온몸에 독기가 퍼지기 시작했지만, 중독되는 일은 없었다.

-능력치가 20% 상승합니다.

“후우…… 그래, 이 정도면 할 만하…… 우웩!”

결국 참지 못하고 마셨던 독을 모두 토해냈다.

식도를 넘기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

온갖 오물들을 섞은 것이니 말이다.

‘스승님 덕분에 한시름 놓았네.’

모두 포런 스승님 덕분이었다. 그때 당한 고문(?) 덕분에 독을 마셔도 오히려 능력치가 상승한다.

입가에 묻은 토사물을 치워내고 다시 일어서려 하자.

-암막 결계(S급)가 발동되었습니다.

“……!!”

주변이 순식간에 결계로 둘러싸이기 시작했다.

벗어나려 했지만, 이미 결계는 완성되었다.

‘단단해.’

힘으로도 부술 수 없을 것 같고.

‘누구지?’

이 정도로 완벽한 결계를 세울 사람은 몇 없다.

악마 간부들은 모두 헌터들이 상대하고 있다. 그렇다는 건…….

“네가 강수호구나.”

“……누구지?”

암막 결계 밖에서 나타난 한 여자.

목소리만 들었을 때는 누군지 몰랐으나…….

“나랑은 처음 보겠군.”

“……한예림?”

얼굴을 보자마자 그녀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몇 년 전, 한국의 뛰어난 S급 암살 계열 헌터라 주목받던 그녀. 한예림이 강수호 앞에 서 있었다.

“이게 지금 무슨 짓이지?”

“보아하니, 네가 전략의 핵심이더군. 널 여기서 잠시 붙잡아 놔야겠어.”

상황이 상당히 난처하게 되었다.

마인 협회 간부 1위를 차치하고 있는 한예림.

그녀는 악마 간부와 동급, 혹은 그 이상의 힘을 지닌 괴물.

‘알려진 스킬도 그다지 없는데…….’

강수호는 주먹을 꽉 쥐었다.

1대1로 상대하기 상당히 위험한 놈이다.

하지만 아무리 결계를 두드려도 부서지지 않는다.

“천마 님께서 전수받은 스킬이 그리 쉽게 무너질 리 없지.”

단검을 역으로 쥔 그녀.

오기 전에 헌터들 몇을 쓰러트렸는지 피로 잔뜩 칠갑 되어 있었다.

그에 맞춰 강수호도 전투 자세를 취하자 뜬금없이 들어오는 질문.

“만만하게 보지…….”

“싸우기 전에 궁금한 것이 있는데, 물어봐도 되나?”

“……뭐?”

시간을 벌려는 계획인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답해 주고 싶지 않았다.

“그걸 내가 왜 답해 줘야 하는데?”

“흠…… 굳이 답을 해 주기 싫다면, 죽기 전의 유언으로 만들어 주지.”

피로 철갑된 단검이 움직였다.

순간적으로 그녀의 신형이 사라졌다.

‘빨라.’

눈 깜짝할 사이.

음속과 같은 속도에 놀랄 시간도 없었다.

턱 밑으로 들어오는 단검.

감각만으로 뒤로 목을 젖혀 피해 내었다.

“너무 느려.”

“……!!”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연계 공격이 이어지며 몸을 난자하기 시작했다.

푸슉!

스걱!

“크윽!”

몸이 순식간에 피와 상처로 범벅이 되었다.

하지만 그건 순간에 불과했다.

“……크윽!”

난렵히 검을 움직이던 한예림이 고통을 호소하며 뒤로 물러났다.

꽤나 놀란 얼굴이다. 복부 쪽에서 강한 고통이 느껴지고 있었으니까.

“무슨 짓을 한 거지?”

“뭔 짓을 하긴. 네 움직임을 읽은 거지.”

“내 움직임을 읽어? 말도 안 되는 소리.”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미안하지만, 한예림의 움직임은 스승님보다 몇천 배는 느리다.

원래 들으며 배우는 것보다 맞으면서 배우는 게 잘 느는 법.

“믿지 못하겠으면 안 믿어도 돼.”

발을 강하게 디뎠다.

질문 따위 들어 줄 필요는 없을 듯하다.

* * *

“밀어라!!”

“으아아아아!!”

예상과는 다르게 악마들 상대로 나쁘지 않게 선전 중이다. 악마 간부까지 참여하면 곧 밀리겠지만.

‘그 정도면 충분하지.’

빨리 쫓아내고 가야겠다.

이제부터 전력이다.

“제대로 하도록 하지. 역시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군.”

* * *

‘마인 간부 1위답네. 빈틈이 전혀 없어.’

쉴 틈이 없이 계속해서 공격해 온다. 어찌나 빠른지 숨조차 한 번 쉬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전과는 다르게 점점 익숙해지고 있어 공격 한 번을 허용하지 않게 되었다.

‘무슨…….’

한예림은 공격할 때마다 계속해서 표정이 변하고 있었다. 변칙적인 공격마저 모두 받아낸다.

‘스승님이란 자가 얼마나 강한 거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다.

강수호를 가르친 스승님이 도대체 누구인지.

가장 궁금한 건 클로운을 죽였던 그 여자.

‘그 여자가 스승이겠지?’

하지만 궁금함이 모두 풀린 건 아니었다. 그 여자가 스승님이 아닐 가능성도 있으니까.

“집중 안 해?”

“……!!”

고민하던 도중 잠시 한눈을 팔아 버렸다. 그 때문에 생긴 틈.

쿵!

“커헉!”

복부에 정확히 꽂힌 주먹.

그뿐만이 아니었다.

쾅!!

“크윽!!”

주먹에 폭탄이라도 심어 놓은 것처럼 터져 버렸다.

결계가 검은 연기로 가득 찼다.

‘마법도 사용한다.’

주먹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마법까지 동시에 사용하여 까다로운 상대.

시간만 끌기에는 너무 강한 상대다. 죽이기 위해서는 목숨까지 걸어야 할 정도.

‘오늘은 날이 아니야.’

너무 방심했다.

조금 더 철저히 준비하고 와야 했다.

이 난전을 끝나고 나면 최대한 상처 없이 또 가야 할 곳이 있다.

“후우…… 오늘은 이만하도록 하지.”

“왜? 못 이길 것 같아?”

“수준 낮은 도발에는 걸리지 않는다.”

도발은 예전에도 수천 번 당해 왔다. 이런 도발쯤이야 기어가는 바퀴벌레보다 못한다.

“다음에 만날 때는 목숨을 걸어야 할 것이다.”

그 말을 끝으로 점점 결계가 사라지기 시작한다.

“아니, 할 거면 제대로 하고 가야지!”

한예림의 몸이 점점 사라지더니, 이내 결계까지 전부 사라졌다.

‘자기 할 말만 하고 사라지냐.’

질문이 있다고 하더니, 급한 질문은 아닌가 보다.

* * *

결계가 사라진 항구.

“강수호 헌터!!”

“지금 갑니다!”

난장판이 된 상황이 눈에 보였다.

악마들과 헌터들이 뒤섞여서 붉은 피와 살점을 튀겨댔다.

강수호는 그곳을 향해 새하얀 빛을 내렸다. 적에게는 엄청난 고통을 선사해 주면서 헌터들에게는 힘을 안겨주는.

“홀리 라이트!”

한층 성장한 성스러운 빛이 항구 전부를 감싸 안았다.

“으아아아악!”

악마의 비명과 대변되는 헌터들의 모습.

하지만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리가 나설 때가 되었군.”

“독은 사용할 수 없더군요. 조심하세요.”

몇몇 악마 간부들이 얼굴을 내비쳤다.

전부 마인 간부보다 월등히 강한 존재들.

“오늘 제대로 포식할 수 있겠구나.”

입이 찢어지도록 웃던 그 악마 간부가 달려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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