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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201화 (201/225)

제201화

201. 난전(1)

“어디쯤 왔습니까?”

“조만간 육안으로도 보일 겁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악마가 오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터.

악마가 도착하기 전에 휴대폰을 꺼내 최서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띠리링~

-여보세요!

“그쪽 상황은 어때?”

천마는 강수호가 이곳에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기에 시련 던전을 공격해 올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마인 간부 전체를 보내서 말이다.

길드 전력 대부분을 보냈지만, 불안한 건 마찬가지.

-아직은 마기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아.

“다행이네. 혹시 나타나면 바로 전화나 메시지 줘. 여기 끝나자마자 바로 갈게.”

-알겠어!

최대한 빨리 악마들을 해치우고 가야겠다.

근처 자리에 앉아 상태창을 열었다.

‘샬런 스승님…….’

스킬 칸이 전부 사라졌다. 그 칸을 차지하는 건 고작 스승님의 이름뿐.

도대체 무슨 능력인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다.

‘유물의 힘을 흡수한 건가…….’

유일하게 생각할 수 있는 건 유물의 힘을 흡수했다는 것.

사실상 그것밖에 없었다.

이석현 또한 유물의 힘이 전보다 더욱 강하게 느껴지고 있다 말했었고…….

한참 깊은 생각에 빠져 있던 그때였다.

“거, 거대한 크루저 한 척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크루저 한 척?”

그 말에 고개를 들어 그 방향을 바라보자 저 멀리에서 크루저 한 척이 빠른 속도로 오고 있었다.

“크루저가 온다는 보고 같은 거 있었나?”

“당연히 없었습니다!”

“빌어먹을. 많이도 몰려오겠군.”

당연하게도 크루저가 온다는 보고 따윈 없었다.

그렇다는 건 딱 하나의 경우밖에 없다.

“악마다!!”

“준비 태세를 갖추거라!”

악마가 크루저를 타고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것.

주변에 있던 헌터들이 몇몇 길드 마스터들의 말에 재빠르게 준비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 * *

“하암~ 이제 이 여행도 끝이구나~ 며칠간 행복했는데.”

검은 뿔을 지닌 한 여인이 잔뜩 아쉬운 티를 냈다.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는 동안 얼마나 꿀을 빨았던가.

“마실 거.”

“예.”

“퉤! 이거 왜 이리 써? 내가 분명히 자몽 에이드 달라고 했을 텐데?”

“자몽은 원래 씁니다.”

“설탕 잔뜩 뿌려서 다시 갔고 와!”

“…….”

“대답 안 해?”

“예.”

명령만 하면 바로 가져다주는 하인까지 있으니 말이다.

‘천마가 가장 아끼는 여자라고 했나?’

그것도 천마가 가장 아끼는 부하가 시종 일을 한다.

이보다 행복한 경우는 없을 거다.

“여기 있습니다. 설탕 팍팍 넣어서 가져왔습니다.”

“땡큐~”

얼마 지나지 않아 한예림이 설탕을 팍팍 넣은 자몽 에이드를 악마에게 가져다주었다.

한예림은 욕이 나오려던 걸 꾹 참고 자리로 향했다.

‘후우…… 염소들.’

잔뜩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으로 천마를 원망하고 싶었다.

‘천마 님께선 왜 나 혼자만 이곳으로 보낸 거지.’

천마가 악마를 태운 크루저에 한예림만 딸려 보낸 것이 아직도 의문이었다.

그 덕분에 악마들에게 철저히 무시당하는 중이다.

“참자, 천마 님께서 나만 보낸 이유가 있겠지.”

분노를 삭이며 말했다.

천마는 항상 한예림을 신뢰해 왔다.

중요한 일을 매번 맡겨 왔다는 뜻이기에 절대로 그냥 보내지는 않았을 거다.

“그 인간이 뭐라고 천마가 이리도 당부하는 거냐?”

“나야 모르지~ 그냥 좀 강한 인간인데, 뭐 이리 쪼는 건지.”

그런 생각을 가지고 화장실을 갈 때쯤 들려오는 잡담 소리.

천마가 조심하라고 말했던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였다.

‘왜 보내신 건지 알겠네.’

한예림은 이야기를 듣자마자 천마가 자신을 보낸 이유를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악마는 태어날 때부터 월등한 존재다. 인간과 다르게 노력하지 않아도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천마가 말한 남자가 자기들보다 약하다 단정 짓는 것일 터.

악마들에게 조금이나마 가르쳐 주기 위해서 그녀를 이 크루저 선에 태워 보낸 거다.

“방심하지 말지?”

“음? 음식이나 나르는 천한 것 주제에 우리한테 말한 거냐?”

“우리 덕분에 힘을 얻어 넣고서는 완전히 미친 거 아니야?”

악마가 살기를 강하게 내뿜으며 한 마디 내뱉는다.

마기를 마셔 마인이 된 악마의 반도 아닌 존재가 이런 말을 해서 단단히 화가 났나 보다.

하지만 한예림은 진실을 말한 것뿐이다.

“중급 악마, 너희 정도는 어렵지 않게 때려눕힐 수 있을 거다.”

“지금 무슨 개소리를……!!”

“천마의 밑에 있는 주제에 우리를 능욕하는 건가?”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며 공격하려는 자세를 취한다.

“반쪽짜리도 아닌 것이 저 망나니들한테 시비를 걸었나 보군.”

“쯧, 그래도 천마가 부탁한 놈인데 진짜 죽이나?”

순식간에 그들에게로 시선이 집중되었다.

걱정 반, 설렘 반 섞인 악마들.

하지만 대부분이 싸우길 원했다.

“거의 다 도착했는데, 한 판 어때? 어차피 우리가 다 쓸어 버릴 테지만.”

“그거 좋지! 싸울 거면 빨리 싸워라! 거의 다 도착했으니까!”

점점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한 크루저.

날카로운 손톱을 세운 악마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싸워야 할 것 같지? 안 그래?”

“…….”

“으하하하하! 인상을 찌푸리지 마. 되도록 빨리 저세상으로 보내줄 테니까.”

무서워서 인상을 구기는 게 절대 아니다.

‘귀찮게.’

20분 정도 뒷면 육지에 도착한다. 지금 체력을 소모하는 건 멍청이나 하는 짓이다.

‘어쩔 수 없겠지.’

한예림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단검을 꺼냈다. 상황을 보아하니,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할 듯하다.

이런 멍청한 놈들 밑으로 보낸 천마가 조금은 미웠다.

“오오, 싸우려고? 그거 맞는 거야?!”

한 명으로 충분하다 생각했는지 중급 악마가 달려들었다.

‘찢어 발겨주마!’

지상으론 처음 나와 봤지만, 여자 인간 하나쯤은 가뿐히 이길 자신이 있다.

잔뜩 살기를 내뿜으며 달려드는 악마.

“후우…….”

한예림이 조용히 숨을 내뱉었다.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턱 밑을 파고드는 악마.

“죽어라!!”

날카로운 손톱이 목을 긁기도 전에 머리를 뒤로 젖혔다.

허공을 긁고 지나가는 손톱.

“어?”

인간이 이 정도 움직임을 보여 상당히 놀랐나 보다.

하지만 놀람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쓸데없이 빈틈이 많아.”

“……!!”

앞에 있던 한예림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뭐야? 내 감각에는 어떠한 것도 잡히지 않았는데?’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가 완전히 돌아갔을 때는 이미…….

푸욱!

“커, 커헉!”

“느려터졌어. 암살자 앞에서 멍청하게 서 있으면 어쩌자는 거야?”

“……!!”

그대로 목에 단검이 박혔다.

피를 분수처럼 쏟아내며 쓰러지는 악마.

“…….”

“넌 왜 안 들어오냐?”

주변이 순식간에 침묵으로 잠겼다. 인간이 이기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으니까.

그것도 단 두 합 만에.

“하등한 생명체 주제!”

옆에 있던 악마는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다.

길게 뻗은 손톱을 믿고 달려드는 악마.

‘귀찮게.’

단검을 역으로 잡았다.

목이 뚫린 놈과 변함없이 앞으로 달려드는 악마.

똑같은 패턴.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역으로 쥔 검을 그대로 위로 내그었다.

“그딴 공격쯤은……!!”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은 그저 그런 공격을 맞을 리 없다 생각했지만…….

스걱!

후두둑!

정확히 반으로 갈라졌다.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하고.

“더럽네.”

“…….”

악마들은 털끝 하나 움직이지 못했다.

몇 번의 움직임으로 저 괴물이 얼마나 강한지 깨달았으니까.

“이제 좀 쉬자. 아니면 더 할래?”

“흐, 흠흠. 20분밖에 남지 않았다! 다들 전투 준비하거라!”

빠르게 사라지는 악마들.

하여튼 정말 얍삽한 종족이다.

질 것 같으면 동료 따위 신경 쓰지 않고 바로 버려 버린다.

“야.”

“네, 네?”

“자몽 에이드 하나 만들어 와라.”

“여, 여기…….”

“네가 먹던 거 말고.”

“옙!”

드디어 좀 크루저에 탑승한 것 같다. 방금만 해도 크루저 직원 같았는데.

“곧 있으면 도착인가.”

갑판 위에 일어선 채로 먼 항구를 바라봤다.

멀리서도 항구에 있는 적의 수는 압도적이었다.

크루저가 보이자 원거리 딜러들이 공격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들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한 사람.

‘강수호.’

멀리서도 느껴지는 이질적인 기운.

‘유물인가.’

이질적인 기운이 뭔지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유물…….

그것도 꽤나 높은 등급에 속한 유물이다.

‘골치 아프게 됐네.’

그뿐만이 아니었다. 몇몇 원거리 딜러들의 손에 유물이 쥐여 있었다.

상당히 골치 아프게 됐다.

저런 공격을 맞으면 크루저는 100% 버티지 못하고 침몰할 터.

“다들 내려. 저쪽에서 큰 거 한 방 준비 중이니까.”

“다들 내려라! 여기서부터는 수영해서 간다!”

어느 정도 그녀의 실력을 인정한 악마 간부가 소리쳤다.

오히려 배를 타고 가는 게 속도가 더 느린 것 같다. 크루저를 버리고 빠르게 바다에 빠지는 악마들.

하지만 악마들과 다르게 한예림은 물속에 들어가지 않았다.

“빨리 움직여라. 여기 뚫고 시련 던전으로 가야 하니까.”

스킬 덕분에 직접 물 위를 걸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다를 헤엄치는 그들을 뒤로 하고.

‘얼마나 강한지 궁금하네.’

항구 쪽으로 달려갔다.

* * *

“발사!!”

일반인에게도 보일 만큼 크루저가 가까이 다가오자 길드 마스터들이 명령을 내렸다.

크루저를 향해 다양한 원거리 공격들이 쏟아진다.

쿠콰콰쾅!!

펑! 펑!

소음으로 범벅이 된 항구.

공격에 당한 크루저는 반쯤 반파 되어 거의 가라앉은 상태였다. 하지만 누구 하나도 기뻐하거나, 처치했다는 마음을 지니지 않았다.

‘이게 끝일 리 없지.’

악마가 타고 있던 크루저가 부서졌다고 죽으면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을 터.

악마는 크루저가 부서졌다고 해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산 항구에 올 것이다.

“전방에 악마 다수 발견!!”

“……!!”

그 생각이 딱 들어맞았다는 듯이 들려오는 목소리.

크루저 속도와는 완전히 다른 빠른 속도로 달려오기 시작하는헤엄쳐 오는 악마들.

“후우~!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 보자고!”

“방심하지 마라. 보아하니, 정예들만 모아 놓은 것 같군.”

중간중간에 강한 힘을 지닌 악마들도 보였다.

샬런의 과거 속에서 간부 몇 명을 본 적이 있지만, 그때 봤던 악마 간부와는 다르다.

‘다른 놈을 구해 왔나 보네.’

강수호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앞으로 향했다.

헌터들이 그 모습에 경악했지만, 강수호는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주먹을 꽉 쥐었다.

‘샬런 스승님의 힘을 받았으니까…….’

검을 쥐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에서는 검은 방해만 될 뿐이다.

“후우…….”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뱉어내었다.

거의 근처에 도달한 악마들.

원거리 헌터들은 뒤에서 공격을 준비했고, 탱커들은 방패를 들어 올렸다.

강수호가 그들 앞에 선 채로 주먹을 강하게 쥐자 바로 앞에서 거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먹을 거다!!!”

정신이 반쯤 나가 보인다.

마기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 보면 하급 악마. 그중에서도 최하급 악마일 터.

더러운 입을 쩍 벌리며 어깨를 물어 버리기도 전에.

쿵!

“어, 어?”

정확히 배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몸 전체가 진동하는 동시에 갑자기 입에서 피가 뱉어진다.

어떻게 된 일인지, 무슨 일인지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런 미…….”

복부에 커다랗게 뚫린 구멍을 확인한 악마가 그대로 고개를 떨궈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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