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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198화 (198/225)

제198화

198. 천마(4)

“쿨럭!”

“샬런!”

내장이 완전히 뒤틀린 듯, 내장 조각들과 함께 핏물이 뱉어졌다.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공격.

정통으로 맞아서 그런지 거의 죽기 직전이다.

그녀가 다가와 마법으로 치료를 하려 했지만, 이미 그녀도 마나가 손톱 때만큼도 남지 않았다.

“비켜라.”

“으윽!”

마나가 없는 마법사는 몸이 좀 좋은 일반인에 불과했다.

천마가 일렌을 내치고 상처투성인 샬런에게 다가갔다.

“비참하군.”

“…….”

대꾸하지 않았다.

샬런의 마음속이 말하고 있었다. 저런 쓰레기의 물음에 대꾸해 줄 필요조차 없다고.

“멍청하고, 한심하다.”

천마는 상관없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오직 샬런에게 눈을 집중하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냥 죽여라.”

“…….”

미련 따윈 없다.

모든 마음을 정리하고 죽음만을 바라봤다.

끝이라 생각하고 눈을 감는데, 악마의 유혹이 들려온다.

“살려주지.”

“……뭐?”

“살려주겠다 말했다.”

귀가 잘못되기라도 한 줄 알았다.

살려주겠다니?

거의 죽다시피 만들어 놓고는 살려주겠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천마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 대신…….”

약간의 대가는 따랐다.

샬런과 일렌 모두가 생각지도 못한 제안.

“마인이 되어라.”

“…….”

마인이 되라는 것.

천마는 날카로운 나무 파편을 들고 제 손바닥을 베어냈다.

촤아악!

주르륵.

손바닥에서 흐르는 피를 샬런의 입가에 대며 말했다.

“마셔라.”

“…….”

남김없이 탐하라고.

그래야지만 살려줄 수 있다는 듯이.

“…….”

아무 말 없이 일렌을 쳐다봤다.

이 피를 마시면 살 수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마인이 되더라도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 생각하겠지만…….

“퉤!!”

“…….”

샬런은 천마의 면상에 침을 뱉었다.

이미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천마에게 패배하는 결과와 승리를 쟁취한 천마에게 죽는 결과.

한마디로 말하자면 마인 따윈 되지 않는다는 거다.

그런데 천마의 얼굴이 이상하다.

‘왜 떠는 건데?’

천마는 얼굴을 굳힌 채로 몸을 떨었다. 마치 이런 상황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평생을 함께 온 여자가 죽어도 괜찮은가?”

“…….”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그 아픔을 죽어서도 간직하는데도?”

“…….”

뭔가에 집착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런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은 듯 보였다.

계속되는 질문에도 답이 없자 천마의 손이 움직였다.

푸욱!

“커헉!”

단단한 피부를 뚫고 들어오는 손.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련이 종료되었습니다.

첫 번째 시련이 종료되었다.

* * *

“허헉!”

황제가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몇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를 휘두름의 반복.

이제는 검도 제대로 쥐어지지 않았다.

“끝이다, 황제.”

“닥쳐라. 너 따위가 입에 올릴 것이 아니다.”

사지가 잘린 채로 내뱉는 악마 간부.

주변은 이미 초토화가 되어 있었다. 황제라는 단 한 명의 남자로 인해서.

하지만 간부는 두려워하기보다는 해맑게 웃었다.

‘끝이다.’

드디어 전쟁이 끝났으니까.

동료가 죽은 건 아쉽지만, 자신은 살았지 않은가?

‘이제 좀 제대로 쉴 수 있겠어.’

쉴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미친 듯이 웃어댔다.

중독된 독 때문에 검조차 제대로 쥐지 못하는 황제.

이제 천마가 오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슈아아악!

때마침 황실 안에서 파란빛을 내뿜으며 나타나는 익숙한 사내.

“천마 님! 괜찮으십니까?”

“괜찮다, 일렌과 샬런은 처리했다. 그 덕분에 나는 며칠 요양해야 할 듯하지만.”

“정말 다행입니다!”

중상을 입은 것 같지만, 죽을 정도의 상처는 아니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타이밍 맞춰 나타났으니까.

악마 간부를 향해 천천히 걸어오는 천마.

“감사합…….”

내미는 손에 미소 지으며 몸을 맡기려 했지만.

푸욱.

“어, 어?”

예상외의 상황이 발생했다.

피로 질척거리던 천마의 손이 그대로 악마 간부의 심장을 꿰뚫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히 천마와 같은 편이기에, 이럴 이유는 전혀 없었다.

“너무 아프…….”

털썩.

말을 다 잇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지는 간부.

천마는 조용히 간부를 쳐다보다가 황제에게 시선을 옮겼다.

“천마.”

“…….”

황제는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천마를 바라보았다. 온몸이 상처투성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살기.

천마는 그런 살기를 먼지 털어내듯 옆으로 보내며 고개를 숙였다.

“고맙군.”

“……뭐가 고맙다는 거지?”

“귀찮은 떨거지들을 쓰레기통에 넣어줘서. 덕분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었어.”

“…….”

고마웠었으니까. 뒤처리가 귀찮았던 쓰레기들을 혼자서 처리해 줬으니까.

그 말에 황제가 입을 굳게 다물었다.

거의 평생을 함께 오던 동료들을 죽였는데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마치 사이코패스를 보는 것 같았다.

“왜 그런 거지?”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악당이라 해도 동료. 그것도 아주 중요한 전력이 될 간부를 저렇게 죽이다니…….

천마가 곧바로 대답해 주었다.

“전 차원을 통틀어 강자는 넘쳐나지.”

“…….”

간단했다.

굳이 인연을 길게 이어갈 필요 없다는 뜻.

천마는 처음부터 그래왔고, 지금도 자신만의 약속을 확실히 이행하고 있었다.

“고작 그건가?”

“고작이지만, 아주 중요한 문제다. 뒤통수를 맞을 수는 없지 않은가?”

“……미친X. 쿨럭!”

날카롭게 시선을 맞추던 황제가 무릎을 꿇으며 피를 뱉었다. 지독한 독이 섞여 초록색의 피.

“……죽을 때가 됐나 보군.”

“빌어먹을 놈. 도대체 이런 짓은 왜 하는 거지? 무엇을 목표로?”

점점 의식을 잃어가는 황제.

마지막 의식을 붙잡아가며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이런 짓을 저지르냐고.

목표가 있기에 이런 짓을 했을 터.

이유야 간단했다.

“소중한 걸 빼앗겼으니까.”

“……소중한 거?”

“그래, 내 목숨과 영혼까지 내주고도 후회하지 않을 사람.”

“…….”

자신의 모든 걸 바쳐 살려도 후회하지 않을 사람.

그 사람을 살리는 것이 천마의 목표였다.

털썩.

그 이야기를 끝으로 더 이상 황제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계속해서 피를 토해내다 숨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 * *

“하아. 또 전쟁이 끝났군.”

천마는 황실을 빠져나왔다.

오랜 시간 지나 드디어 이 전쟁도 끝이 났다.

가장 뿌듯한 시간이기도 하면서 가장 공허한 시간.

“처참하군.”

황실을 벗어나니, 살벌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사방에 질척거리는 피와 살점. 그리고 부서진 갑옷과 검.

철푸덕.

“차갑군.”

피로 만들어진 웅덩이 정중앙에 누웠다.

온몸이 피로 적셔지면서 차가운 기운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하아…….”

그 상태에서 멍하니 하늘을 쳐다봤다.

지저분한 황궁과 다르게 구름 한 점 없이 아름다운 하늘이 조금은 신기했다.

‘저 하늘은 푸를 수도 있고, 번개가 칠 수도 있고, 비도 내릴 수 있구나.’

하늘은 자기 마음대로다.

그래도 사람들은 하늘을 탓하지 않는다. 그저 ‘오늘은 날씨가 좋지 않네’라고 말하며 다닌다.

하지만 사람은 다르다.

화를 자주 내다보면 그 사람은 언젠가부터 신경질적인 사람이 되어 있다.

그건 천마도 마찬가지.

“이 짓을 언제 끝낼 수 있을까.”

천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악당들의 보스일 뿐이었다. 번개만 계속칠 뿐, 푸른 하늘은 절대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푸른 하늘만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띠리링! 띠리링!

“누구지.”

들고 있던 수정 구슬에서 울리는 벨 소리.

수정 구슬을 들고 누르니 익숙한 이가 보인다.

-모두 끝났나?

“예, 완벽하게 끝내놨습니다. 악마 간부들조차.”

모든 이의 위에선 존재.

마왕이 그에게 통신을 걸었다.

수정 구슬을 땅바닥에 두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

“사소한 문제가 있었으나, 모두 처리했습니다.”

-사소한 문제?

“예, 황제가 소드 마스터였습니다.”

-소드 마스터?

마왕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놀란 말투로 대답했다.

소드 마스터에게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이 그에게서 느껴지지 않았다.

“예, 남은 간부들까지 모두 죽일 정도로 강했습니다.”

-예상외군.

악마 간부가 다 죽었다고 해서 동요하지는 않았다. 마왕은 오히려 기쁜 듯, 끌끌 웃었다.

-오히려 좋군. 제국의 황제나 되는 놈이 왜 이리 약하나 했는데. 힘을 숨겨두고 있었군.

어차피 처리될 쓰레기들을 황제 덕분에 싹 치웠으니까.

-상태를 보아하니 일은 모두 제대로 처리한 것 같군.

“그렇습니다.”

마왕은 수정 구슬 너머로 천마의 뒤를 살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피로 질척거리는 황궁의 정원. 누가 살아 있다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할 풍경이었다.

-내가 아주 좋은 술을 구비해 놓았네. 괜찮으면 같이 한잔하지.

이제 이 차원은 완전히 멸망했다.

전 세계를 뒤지면 살아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있겠으나, 천마를 상대할 만한 강자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금방 가겠습니다.”

-기다리고 있겠다. 이런 날은 함께 축하주 한잔하는 게 기가 막히더군.

“들어가십시오.”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연결이 끊겼다.

옷과 머리카락에 묻은 피를 모두 털어내었다.

“아직 할 일이 남았지.”

지금 당장 가기에는 아직 할 일이 남았다.

통신구와는 다른 수정 구슬을 꺼냈다.

“끝까지…….”

유일하게 천마를 몰아넣었던 괴물들을 보관하는 곳.

다시 도시로 돌아가 샬런의 시체를 수정 구슬에 집어넣었다.

“같이 갔으면 좋았을 것을.”

안타까운 마음 따윈 없었다.

그저 샬런이란 남자가 한심할 뿐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살릴 수 있었는데 말이다.

꼬르륵.

“배고프군.”

일을 모두 처리하자마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왔다.

일을 끝내자 이제야 몰려오는 굶주림.

텔레포트를 통하여 마왕에게 가려던 찰나.

“쿨럭! 처, 천마!”

“……일렌.”

죽어가는 일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증오하는 얼굴로 천마에게 기어가는 그녀.

그 모습이 예전의 사랑하는 이와 겹쳐 보였다.

‘빌어먹을 감정이군.’

정말 쓸데없는 감정.

이 감정 때문에 전에도 실수를 저지른 적이 있다. 그 실수를 이번에도 저지를 듯싶었다.

“복수하고 싶나?”

“……뭐?”

“다시 한번 말해 주도록 하지. 나를 죽이고 싶나?”

뜬금없는 천마의 제안.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마인이 된다면 살려주고, 복수까지 한다고 도와준다니.

“……개소리하지 마.”

“개소리라……. 나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진실된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그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그녀와 함께 텔레포트 했다.

* * *

파란빛이 그들을 감싸고, 곧 이상한 곳에 도착했다.

“쿨럭! ……여긴 어디야?”

“내 이야기가 거짓이 아니라는 걸 가르쳐 주려는 곳.”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주변.

어딘가로 천천히 걸어가더니 불을 켜자.

“미친X.”

캡슐 두 개가 보였다.

한 캡슐은 텅 비어 있었고, 한 캡슐엔 웬 여자가 들어 있었다.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이상한 취향이라도 가지고 있나 생각이 들었지만…….

“내 아내다.”

“…….”

아내라는 말에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고는 엎드린 일렌에게 다가가 물었다.

“어떻게 하겠나? 복수를 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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