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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197화 (197/225)

제197화

197. 천마(3)

“다시 한번 묻지. 대답하지 않은 일은 없어야 할 거다.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지?”

“몰라도 돼. 너도 얼굴 안 보여줬잖아? 안 그래?”

“…….”

이름을 말하자 양시훈의 얼굴이 석상처럼 굳어졌다.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이름이 샬런의 입 밖으로 나왔으니까.

당연히 출저를 가르쳐 주지 않을 것이다. 가르쳐 준다고 해도 그가 알 리 없었고.

“불고 싶어지도록 만들어 주지.”

“그건 불가능할걸?”

분노가 가득한 얼굴.

그 표정에 일렌 또한 마법을 캐스팅했다.

“스카이 파이어.”

하늘에서 빠르게 떨어지는 불덩어리들.

수를 세기 힘들 정도로 많은 불덩어리가 떨어졌다.

최소 6서클 이상의 마법이었지만 천마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 입을 찢어 발겨주마. 그러면 아마 말을 할 테지.”

오직 이름을 어떻게 아는 것에 대해 집중되었다.

쏟아져 내려오는 불덩어리들을 무시하며 달려드는 천마.

쾅!!

마기를 잔뜩 두른 손으로 건틀릿을 쳤다.

어찌나 강한지, 강화된 건틀릿임에도 얕게 떨리고 있었다.

‘이게 천마라고?’

처음 맞아본 천마의 공격.

눈을 크게 떴다. 그때 느꼈던 마기의 기운보다 몇십 배는 약했다.

‘지금보다 약한 건가.’

확실하다.

천마도 괴물이기 전에 사람이다. 무작정 강해질 수 없는 법.

콰직!!

“커헉!”

이번엔 턱으로 날아오는 주먹.

몸이 워낙 단단하여 버틸 수 있지만, 약한 공격은 아니다.

현실에서는 이것보다 강하다고는 하나, 천마는 천마다. 둘이서 상대하기엔 무리가 있다.

“쓸데없이 단단하군.”

“오늘 밥을 좀 과하게 먹었거든.”

휘둘렀던 손을 털어내는 천마.

타격이 없는 건 아니었다.

몇만 년 뒤의 샬런은 아니지만, 신체 강화는 이미 사람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내구도 하나만큼은 천마도 쉽게 뚫어낼 수 없다는 거다.

“하지만 속은 다르겠지.”

“……!!”

생각이 이어질 틈도 없이 들어오는 날카로운 공격.

이번에는 그다지 날카로운 공격은 아니었다.

그와 반대로 묵직한 주먹이 허공을 가른다.

쿵!!

‘맞으면 내장이 다 뒤틀리겠는데?’

내구가 튼튼하면 속을 건드리면 되는 일이다.

천마가 묵직한 공격을 연발했다.

“그대로 둘 순 없지.”

“칫, 귀찮군.”

가만히 있을 일렌이 아니었다.

8서클 대마법사의 디버프 마법. 걸 수 있는 만큼 최대로 건다.

‘느려졌다.’

그때가 기회였다.

0.1초의 작은 틈.

순간적으로 강화된 건틀릿을 높이 들어 올렸다.

“후웁!!”

주변에 있던 공기를 빨아들이는 것과 동시에 얼굴을 향해 휘둘렀다.

콰직!!

“……!!”

건틀릿에 맞은 천마가 성벽을 향해 날아간다.

쾅!!

반쯤 돌아간 얼굴.

소드 마스터 급 기사라도 이 정도면 최소 중상.

우두둑!

하지만 상대는 최상급 악마조차 쉽게 상대하는 천마.

90도로 완전히 돌아간 머리를 원 상태로 돌려놓았다.

‘호러물 보는 것 같네.’

돌아가는 머리에 순간 소름이 끼쳤다.

저 강한 충격을 받고도 살아남다니…….

“일렌.”

“알겠어.”

일렌에게 눈치를 주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건틀릿을 강화시키는 동안 일렌은 이 도시에 있는 마석을 모조리 모아왔다.

‘저 정도면 마음껏 마법을 사용해도 되겠지.’

최상급 마석은 아니더라도 모두 제 가치는 톡톡히 해 낼 것이다.

질 좋은 마나를 품고 있는 마석들이기에 마법의 양분으로 삼기는 충분했다.

“흐읍!”

재빠르게 마법을 캐스팅하는 그녀. 모두 샬런에게 들어가는 버프 마법이었다.

‘8서클 마법사는 다르네.’

지금껏 받았던 어떤 버프보다 효율이 좋다. 스승님에게 받았던 버프를 제외하고.

‘가볍다.’

마법을 캐스팅할수록 점점 가벼워지는 몸.

“아프군.”

어느새 정신을 차린 천마가 다시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전과 다른 공격이다.

“2대1인 상황에서 굳이 탱커를 상대해야 하나?”

수로는 불리한 상황.

뒤에서 보조하고 공격하는 마법사를 먼저 노리기로 했다.

그런 생각으로 샬런의 주먹을 피하고 일렌에게 주먹을 휘두르려 하자.

“날 너무 얕본 것 같은데?”

“……!!”

깡!!

예상했다는 듯이 얇은 막이 천마의 공격을 막아 내었다.

서클이 올라갈수록 마법사는 방비를 강화한다.

생각이 없지 않는 이상, 무조건 먼저 마법사를 공격할 테니까.

“칫.”

공격에 완전히 실패했다.

한 번의 공격을 막음으로써 그들에게 턴이 주어졌다.

쿵!!

샬런은 디딤발에 힘을 주었다.

바닥이 움푹 파일 정도로 힘을 주고 나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세상 전체의 공기를 빨아 마실 정도.

숨을 참으며 주먹을 내질렀다.

전과 비슷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완전히 다른 공격이다.

“빌어먹…….”

쿵!!!!

-정권이 발동되었습니다.

겉과 속, 동시에 타격을 주었다.

이번 공격은 제대로 먹혔는지, 천마가 피를 토해냈다.

“커헉!”

주먹에 맞아 집 여러 개를 부수며 날아가다 간신히 멈춘 천마.

‘재밌군.’

씩 웃으며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두 명이라 너무 시시하게 끝나진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그런 걱정은 할 필요 없어 보였다.

토벌대를 처리하러 갈 때도 얼마나 실망했는가?

‘허용한 공격이라곤 복부에 창을 찌르는 거였지.’

어차피 뚫린 복부는 금방 치료할 수 있었다. 그런 공격은 생채기에 불과한 것들.

하지만 샬런과 일렌의 공격은 전혀 아니었다.

‘며칠 요양할 수도 있겠어.’

전투가 끝나고 며칠 요양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먼지를 털어내었다.

“정신 차려라!”

“빠르…….”

천마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1서클의 마법사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매직 미사일이 날아왔다.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매직 미사일이 너무 크고 많다는 점.

콰콰콰쾅!!

비처럼 쏟아지는 매직 미사일.

천마는 그것들을 전부 맨손으로 흘려냈다.

‘8서클 대마법사…….’

아무래도 8서클 대마법사를 얕볼 순 없을 것 같다.

매직 미사일을 흘려보내자 어느새 가까이 온 샬런.

‘빈틈을 노렸군.’

완벽한 합이다.

조금의 즐거움을 즐기기 위해서 맞아줄까 생각했지만.

“이제부터 제대로 하지.”

“크윽!”

건틀릿으로 휘두른 손을 잡아챘다.

조금 힘이 들긴 했으나, 문제 될 건 없었다.

우두두둑!

“좀 아플 거다.”

“아아악!”

건틀릿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에 샬런의 강화된 건틀릿과 손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꺼져!”

“아쉽군. 완전히 박살 낼 수 있었는데 말이다.”

건틀릿을 끼지 않은 왼쪽 주먹을 휘두르자 천마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손을 놓았지만, 아직도 느껴지는 지독한 통증.

‘지금까지는 봐준 건가.’

방금까지의 힘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기세가 변했다.

‘역시 죽는구나.’

아무리 발버둥 쳐도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조용히 일렌을 쳐다봤다.

샬런의 몸속에 빙의해서인지 그의 감정을 모두 느낄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건 얼마나 슬픈지 잘 알고 있다.

평생 영혼의 심장에 박혀 죽어서도 남을 기억.

‘이건 과거일 뿐이야. 이미 일어난 과거.’

마음을 진정시켰다.

미래를 변화시킬 순 있어도 과거는 변하지 않는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지 않는 이상…….

“가자.”

“그래.”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고 건틀릿을 낀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 * *

“…….”

“어이, 황제.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부하들은 다 죽어가고 있는데, 거기서 계속 죽치고 앉아 있을 거야?”

그 시각, 난장판이 돼가고 있는 제국.

하루도 지나지 않아 악마 간부들이 황실 안에 들이닥쳤다.

모든 걸 강탈하고 부순다. 흔적이란 걸 남기지 않고, 인간들조차 모두.

“빌어먹을 놈들.”

“우와. 말도 할 줄 알았어? 나는 하도 말을 안 하길래 벙어리인 줄 알았지.”

악마들이 모든 것을 앗아갔다.

제국의 황제는 한 나라를 책임지는 왕이 아니다.

그를 믿고 따르는 부하들이 없어지는 순간부터 평범한 사람이 될 뿐이다.

“그런데 거기 좀 내려오지? 보기가 아주 불편해?”

“…….”

“이렇게 말할 때 좀 내려와라. 꼭 힘을 쓰게 만들어?”

악마 간부가 웃으며 황제에게 말했다.

너는 이제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 좌에서 내려오라고.

하지만 그 명령을 곧이곧대로 들을 황제가 아니다.

“네가 직접 와라.”

“으하하하!!”

불리한 상황임에도 이어지는 명령에 간부가 웃음을 터트려 버렸다.

나라 전체를 잃긴 하였으나, 황제는 황제라는 건가.

‘아주 재밌어.’

이러면 가지 않고 못 배기지 않은가.

“좋아, 좋아~ 이래야 제국의 황제지. 그냥 왔으면, 나 서운할 뻔했어?”

“…….”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됐어~ 저 말라깽이 황제가 뭘 한다고 그러냐.”

따라 오려는 최상급 악마를 제지했다.

황제는 왕이라는 틀을 벗어나면 평범한 사람밖에 되지 않는다.

왕좌에 앉은 황제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우리 황제님이 나랑 어떤 놀이를 하고 싶어서 나보고 직접 오라고 했을까요~?”

터벅터벅 걸어 왕좌 앞에 도착했다.

팔걸이에 손을 올린 채 더러운 면상을 황제에게 들이밀었다.

“이제 내려올까?”

직접 악마 간부가 와줬으니, 이제 내려올 때도 되었다.

여유롭게 묻자…….

“어?”

툭.

악마 간부의 시선이 발밑으로 향한다.

시선이 계단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한다.

‘뭐지?’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자신의 몸에서 머리가 떨어진 채로 서 있다는 것밖에.

간부의 머리가 굴러 악마들 옆에 도착했고, 기억은 그걸로 끝이었다.

“저 황제 뭐야?”

“그, 그건 저도…….”

“똑바로 말해! 저놈한테 왜 소드 마스터의 기운이 느껴지냐고!”

놀란 다른 악마 간부가 악마의 멱살을 잡았다.

황제에게서 느껴지는 소드 마스터의 기운은 들은 바 없는 이야기였다.

“빌어먹을 악마놈들.”

“…….”

그사이, 말라깽이 몸으로 왕좌에서 내려오는 황제.

상상하지도 못한 황제의 힘에 웃으며 놀고 있던 악마들이 모두 입을 다물었다.

“모두 달려들어라!”

우습게 볼 힘이 아니었다.

적어도 지금까지 상대했던 제국 최고 기사들의 몇 배는 뛰어넘는 힘.

그 힘을 증명하듯 황제는 10위 악마 간부의 목을 가볍게 베어 버렸다.

재생시키지도 못하고 그대로 잘려 나간 머리.

‘귀찮게 됐어.’

검을 휘두르는 솜씨조차 예사롭지 않았다.

예상 밖의 일.

“나도 나서야겠네.”

황제가 검을 휘두르기 시작하자 픽픽 쓰러지는 악마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9위 간부인 그조차 육안으로 다 담을 수 없었다.

‘천마를 불러야겠군.’

그들끼리 상대할 수 있는 놈이 아니지만, 일단 나서보기로 했다.

“흐읍……!!”

어차피 저들은 시간을 끄는 병사에 불과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신 그가 초록색의 공기를 뱉어냈다.

“푸하!!”

황실 가득 퍼지는 초록색의 공기.

“커, 커헉! 가, 간부님…….”

“으아아악!!”

악마조차 고통스러워하는 지독한 독기.

간부는 질병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 아군조차 죽일 수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남은 간부 9명 빼고는 전부 쓰러지는 악마들.

“다 같이 와라. 한 명씩 상대하기 귀찮으니까.”

황제가 날카로운 눈으로 그들에게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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