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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193화 (193/225)

제193화

193. 침입(1)

“이제는 완전 투명인간 취급하네요.”

“그래도 돌아오실 때까지만 버텨봐요.”

“그래야겠죠…….”

들판에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컵라면을 쏟은 이후로 엘프들과의 관계는 조금 더 악화되었다.

전에는 조금이라도 눈치를 주더만, 이제는 완전히 투명인간 취급이다.

그래도 뭐 어쩌겠나, 강수호가 올 때까지는 버텨야지.

“그러면 식사할까요?”

“그럼요!”

어느새 시간은 점심시간.

이번에는 엘프가 차고 가도 안전하도록 식탁까지 들고 왔다.

벌써 이 주가 지났기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서 컵라면만 먹기로 했다.

젓가락을 뜯고 이제 막 면을 풀어헤치고 있을 때였다.

“진짜 맛있겠…….”

“침입자다!”

철퍼덕.

주르륵.

전과 같으면서도 다른 상황이 발생했다.

입구를 향해 가던 엘프가 식탁을 치고 지나간 것.

“…….”

황당함에 멍해졌지만, 이번이 첫 번째가 아니기도 하니…… 금방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준비하는 게 낫겠죠?”

“그러게요, 엘프들이 저렇게 다급한 거 보면 저희도 준비해야겠죠.”

한숨 대신 자리에서 일어났다.

투명인간 취급하여도 도움이 되지 않는 건 아니니까.

“장로님, 저희가 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예, 부탁드립니다.”

엘프들을 대신해서 시련 던전 밖을 나왔다.

두 번째 위치하던 산과 다르게 작은 섬에 위치한 던전.

‘벌써 찾았다고?’

위치를 옮긴 지 벌써 일주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벌써 찾았다니.

“마음 단단히 먹고 가죠.”

“이미 마나 끌어 올렸어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했다.

어느새 나나호는 마나를 끌어 올려 두 손에 모았다.

최서현도 주먹을 불끈 쥔 채로 던전 주변을 둘러보는데…….

“그어어어어.”

“그어어어어.”

“……좀비?”

시체 여러 마리가 바다에서 튀어나오고 있었다.

갑자기 시체라니?

위치를 옮기기 이전의 상황을 몰랐던 그들은 의문이었다.

하지만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할 것 같네요.”

“그러게요.”

이런 섬에 갑자기 좀비 떼가 들이닥치는 건 말도 안 된다.

둘은 해안가에서부터 몰려오는 좀비 떼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 * *

“느낌이 안 좋은 것 같은데요.”

“마기…….”

걸어 다니는 시체를 죽일수록 섬 전체에 마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나나호의 능력 덕분에 중독되지는 않을 수 있겠지만…….

“안으로 피하죠.”

“그게 좋겠네요.”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된다.

멀리서부터 웬 남녀 두 명이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간부인가…….’

멀리서도 느껴지는 강대한 기운에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평범한 이가 아니다.

마인 간부.

특히 남자는 마인 간부 중에서도 처음 보는 놈이다.

‘저 남자가 시체를 다루는 건가.’

저 멀리서 느껴지는 마기와 시체의 마기가 비슷하다.

최대한 빨리 움직여 해변을 벗어나려 하자.

슈아아악!

“도망치는 건 안 돼요.”

“……!!”

텔레포트를 통해 둘의 앞에 나타난 이사벨라.

마기와 마나가 섞인 마법을 최서현에게 뿌리기 전에.

휘이잉!

“이런…….”

나나호가 바람을 통해 이사벨라의 마법을 흘려냈다.

옆으로 흘려낸 마법이 해변을 강타했다.

쾅!!

“흐읍!”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면서 거친 바람이 휘몰아친다.

저걸 정통으로 맞았다면 최서현도 팔 하나는 없어졌을 것이다.

‘그 남자가 사라졌어.’

최서현이 다시 뒤로 도망치면서 빠르게 주위를 둘러봤다.

시체를 다루는 남자가 사라졌다.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물론 그 남자가 시체 몇억 마리를 데리고 온다 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어어어어…….”

푸욱!

따라오던 시체 한 마리의 머리가 정확히 화살을 꿰뚫었다.

그녀들에게는 함정이 발동되지 않는다. 하지만 침입자들에게는 이야기가 다르다.

“일주일도 안 돼서 벌써 이 정도 수준의 함정을 설치했네요.”

“그어어어어…….”

텔레포트를 사용하던 이사벨라가 마법을 멈췄다.

신중하게 이동하지 않으면, 숲 전체에 걸린 함정이 발동하게 된다.

“멈추세요.”

“……예.”

이사벨라의 말에 앞으로 나아가던 시체가 대답하며 멈췄다. 여기서 더 나아가 봤자 개죽음밖에 되지 않는다.

“조금만 기다리죠.”

“알겠습니다.”

바보같이 여기서 멀뚱멀뚱 있을 수는 없었다.

천마가 그토록 원하던 시련이니 무조건 차지해야만 했다.

“얼마나 걸릴까요?”

“거의 다 되었습니다. 아마 곧 있으면…….”

조한강이 말끝을 흐리며 뒤를 돌아봤다.

“그어어어어!!”

“그아아아아!!”

“준비를 마쳤습니다.”

어느새 섬의 반을 가득 메운 조한강의 시체들.

함정의 수는 무한하지 않다. 숲을 함정으로 가득 채웠다고는 하나, 한계가 존재하는 법.

함정과 반대로 조한강의 시체는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섬 안에 있는 함정을 모두 제거하고도 남을 정도로 많은 시체의 수.

“움직여라.”

“그아아아아아…….”

지금까지 모은 모든 시체를 섬의 숲 안으로 들여보냈다.

그사이, 이사벨라가 움직였다.

“도망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죠.”

밤을 새워가면서 힘들게 이곳을 찾아냈다.

여기까지 오는 도중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황.

그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후우…….”

심호흡을 반복하는 이사벨라.

천천히 마기와 마나를 끌어 올려 결계 마법을 캐스팅했다.

아무리 뛰어난 마법사라도 최소한 10분은 잡아야 하는 뛰어난 결계 마법이지만, 이사벨라는 금세 캐스팅해 냈다.

“후우, 이 정도면 충분하겠죠?”

마나 포션을 들이켠 그녀가 웃으며 나무에 걸터앉았다.

이제 나머지는 조한강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후응!!”

“시간이 부족한 건 아니니까, 조심해서 이동해.”

“후응!”

다른 시체들보다 덩치가 몇 배는 큰 시체가 조한강을 업었다.

명령에 따라 숲을 향해 천천히 나아갔다.

* * *

“이런…….”

던전 입구 앞에 있던 장로가 주변을 보고는 인상을 구겼다.

꼭꼭 숨었다고 생각했는데, 일주일도 안 되어서 시련의 던전을 찾아내다니.

‘저들도 보통내기가 아니구나.’

방심은 하지 않았다지만, 벌써 찾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뿐만 아니라, 주변에 쳐진 결계가 던전 이동을 제한하고 있었다.

“장로님!”

“알고 있다. 바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결계부터 해체하도록.”

“예, 예!”

엘프들에게 명령한 뒤 주변을 빠르게 탐지해 냈다.

‘함정을 돌파하면서 이곳으로 오고 있구나.’

육안으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체가 오고 있었다.

한참 상황을 파악하고 있을 때, 마침 도착한 그녀들.

“허헉! 장로님! 지금 당장 도망을…….”

“알고 있습니다. 결계를 해체하는 중이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결계가 가장 큰 문제다.

아무리 빠르게 해체해도 15분이란 시간이 걸린다.

5분을 더 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하나뿐이다.

“상대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예?”

최서현과 나나호에게 마인 간부들을 부탁할 수밖에.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염치없는 부탁인 걸 알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장로가 허리를 숙여 부탁했다.

이 주 전이었으면, 자신들을 대하는 엘프들의 행동 때문에라도 무시했을 테지만…….

“후우, 알겠습니다. 최대한 시간을 끌어 보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최대한 빨리 이동할 준비를 마치겠습니다!”

이쯤 되니 그들의 행동도 익숙해졌다. 여기서 자존심 부려 봤자 잃으면 잃었지, 얻을 건 없다. 강수호가 던전에서 나올 때까지 지켜야 하기도 하고.

“싸움은 진짜 오랜만이네.”

더군다나 오랜만에 몸을 풀 수 있어 기대가 되었기도 했고.

나나호가 제어하는 바람을 타고 날아가 곧장 그들이 있는 장소로 향했다.

* * *

‘정말 쓸데없이 많네. 귀찮게…….’

시체들이 진격하는 모습을 본 조한강이 인상을 구겼다.

함정이 너무 많아 진격 속도가 느려지고 있었다.

푸욱!

쾅!!

한 발자국만 내디디면 화살이 날아오고, 한 발자국 더 내디디면 폭탄이 터진다.

이러니 진격이 늦을 수밖에.

아무리 빨라도 8분.

‘그래도 충분해.’

다급해 하지 않기로 했다.

이사벨라가 캐스팅한 결계 덕에 10분 이상은 무조건 시간을 끌 수 있다.

그런 생각으로 조금 더 속도를 높여 시체를 움직이자.

콰직!

“아…….”

시야를 공유하고 있던 시체가 원인 모를 주먹에 맞아 죽었다.

함정 중에는 화살과 폭발 공격이 전부였다.

그런데 갑자기 주먹이라니……?

‘뭐지?’

의문을 품은 것과 동시에 시체들이 갑작스레 죽어가기 시작한다. 가장 앞에 있던 시체들부터 차례차례.

‘귀찮게 됐어.’

함정이 여러 개 발동된 것이 아니다. 누군가 시체들을 죽이고 있었다.

“이것까지는 아끼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이렇게 계속 전진이 늦어지면 두 번째 습격도 실패한다.

천마 님에게 다시 실패라는 단어를 뱉을 수는 없었다.

“간부 3마리, 나와라.”

“키에에에에!!”

“키에에에에!!”

“키에에에에!!”

근육 시체와는 격을 달리하는 기운이 느껴진다.

겉모습은 일반 시체와 다를 바 없었지만…….

“저 두 여자를 죽여줘.”

“알, 겠, 습, 니, 다.”

어느 정도 지성을 가진 시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시체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쿵!!

바닥이 순식간에 파이면서 세 마리의 시체가 사라진다.

마인에게도 간부가 있다면, 조한강에게도 간부가 있다. 특히 저 세 시체는 엘리트 중 엘리트.

“죽이지는 못해도 시간은 벌 수 있겠지.”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이번에 처음 운용해 보는 시체들이니까.

하지만 그 두 명을 상대로는 충분히 버틸 것이다.

한예림의 공격조차 10번을 넘게 버티던 이들이었으니까.

* * *

‘잔챙이들인가, 왜 이리 쉬워?’

최서현은 시체들에게 주먹을 휘둘러대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생긴 것과 똑같이 시체들은 약했다. 아무리 강한 시체라도 최대 E급 헌터밖에 되지 않았다.

“너무 쉬운 것 같네요.”

“나나호 님도 그렇게 느꼈죠?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쉬워요.”

혼자서 쓸어 버리다시피 한 나나호도 의문을 품었다. 마인 간부가 부리는 시체치고는 너무 약했다.

의문을 가지는 것과 동시에 일단 시체부터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다시 움직이려 하는데…….

쿵!!

“……!!”

그녀들 바로 앞에서 울리는 강한 소리.

생각할 시간도 없이 주먹 하나가 최서현의 얼굴에 꽂혔다.

콰직!

“크윽!”

나나호는 날아가는 최서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바람을 이용하여 그녀를 지켰다. 그와 동시에 주변을 얼음벽으로 감싸 안았다.

‘진짜다…….’

지금까지 봐온 시체와는 격을 달리하는 괴물들.

여기서 방심했다가는 목숨이 날아가는 수가 있었다.

생각을 마친 최서현이 몸을 일으켜 세우자 어느새 방벽을 두드리고 있는 시체들.

쿵!

쿵!

쿵!

‘세 마리…….’

마나를 최대한 끌어서 얼음 방벽을 만들었더니, 쉽게 부수지는 못하는 듯하다.

하지만 여기서 가만히 방벽만 믿고 기다릴 수는 없다.

“최서현 님, 준비하시죠.”

“후우……. 거의 이 주만에 몸을 쓰네요.”

저 괴물들을 처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시간만 끌면 된다. 괜히 목숨 걸고 싸울 필요가 없다는 뜻.

콰직!

점점 금이 가기 시작한 벽. 강한 충격 한 방이면 완전히 부서질 듯하다.

주먹을 휘두르길 기다렸다가.

“지금!”

나나호가 타이밍 맞춰 얼음 방벽을 치우고는 최서현이 곧장 공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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