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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192화 (192/225)

제192화

192. 숭배자(3)

“내 말 맞지?”

“정말이네? 어떻게 알았어?”

일렌이 신기하듯 물었다.

눈보라와 마력 폭풍이 섞인 것이 큰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란 걸 어찌 알았느냔 것이었다.

그거야 간단했다.

“시전자가 없거든. 아니, 애초에 시전자가 있더라도 계속 유지는 못 해.”

눈보라를 일으키던 악마는 이미 이곳에서 사라졌다. 있다고 해도 계속 눈보라를 일으키려면 많은 마나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일주일이나 똑같은 마나의 힘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

10서클 대마법사라도 마나의 양은 무한적이 아니다.

“그럼, 일단은 저놈들부터 처리해야겠네.”

“그렇겠지.”

잡담을 멈추고 마수와 악마들을 쳐다봤다.

눈보라는 일주일 전보다 몇 배는 가라앉아 있었다.)+

“시작하자.”

건틀릿을 오른손에 착용한 강수호가 먼저 계획을 시작했다.

일렌은 그 뒤에서 텔레포트 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곧바로 영주의 방으로 텔레포트를 할 것이다.

* * *

“후으…….”

침대에 누워 편안히 꿀잠을 자는 영주.

따뜻한 이불을 목 끝까지 덮으며 편히 자고 있을 때였다.

쾅쾅!!

“흐, 흐으음?”

누군가 영주의 문을 거칠게 두드렸다.

어떤 예의 없는 놈인가 싶었다. 제국의 황제라 하여도 이렇게 두드리지 않는다.

“누군가? 안으로 들어오게!”

“여, 영주님! 큰일 났습니다!”

들어오라는 질문에 다급히 대답하는 목소리.

“누군가?”

“기사 단장입니다! 영주님! 빨리 나오셔야 합니다!”

다급한 기사 단장의 목소리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었다.

이 정도로 다급한 거 보면 최소 작은 일은 아니라는 뜻.

쿵!

거칠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기사 단장이 흐르는 땀을 훔치며 말했다.

“지하 벙커문이 뚫렸습니다!”

“뭐?!”

온갖 방비를 거쳐 만든 지하 벙커문이 뚫렸다니?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영주가 눈동자를 두리번거렸다.

‘설마, 날 죽일 작전인가?’

천마가 그를 죽이기 위해서 직접 왔으리라 생각했다. 아니면 일렌과 샬런을 죽이기 위함이거나.

하지만 기사단장이 저리 다급한 거 보면 둘 다일 가능성이 높았다.

“어서 피하셔야 합니다! 절 따라와 주십시오!”

“그래!”

다급한 기사 단장의 말에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밖을 나섰다.

“꺄아아아악!”

“크아아아!”

밖을 나오자 사방이 비명과 괴성으로 가득했다.

그런 것들을 무시하고는 영주를 위하여 만들어 놓은 비밀 통로 향했다.

“허헉! 어서 들어가십시오! 나머지는 제가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꼭 살아서 돌아오거라! 이건 영주의 명이니라!”

달려드는 마수들을 보며 영주는 통로 안으로 들어갔다.

통로 문이 닫히자 비명으로 가득했던 주변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기사 단장, 넌 절대로 죽으면 안 된다고. 얼마나 도움 되는 충신인데.”

영주는 기사 단장이 꼭 살아 있기를 원했다.

누군가는 영주를 지켜야 하지 않겠나?

잠시 쉬기 위해 좁은 통로에 기대어 잠을 청했다.

막 영주가 잠이 들었을 때, 벙커 문을 열었던 그들은 이미 모든 마수와 악마를 정리한 뒤였다.

“대충 한두 마리 흘리니까 바로 낚이네.”

오른손에 착용한 건틀릿을 제거하면서 뒤를 봤다.

영주를 속이기 위해서 일부러 열 마리 정도의 마수를 흘린 것이다.

다행히 주민들에게 피해는 전무.

쿵!

다시 지하 벙커의 문을 닫고 기사 단장에게로 향했다.

마수가 벙커 안으로 들어온 지 무려 10분이나 지났다.

아마 지금쯤이면 영주를 통로에 가두어 놓았을 거다.

“끝났습니까?”

“예, 영주…… 아니, 교황은 통로 안으로 넣었습니다.”

기사 단장은 영주가 교황이라는 걸 알게 되자 얼굴을 굳혔다.

목숨까지 바쳐 충성했던 영주가 사실 교황이었으니,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거다.

“다음은 저희가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렌이 기사 단장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강수호는 기사 단장을 지나쳐 곧장 영주의 방으로 향했다.

“네 말대로 여기 있네.”

책상 밑엔 일렌에게조차 약하게 느껴지는 마나의 기운이 자리 잡고 있었다.

붉은 버튼에 느껴지는 미약하지만, 강한 마나의 기운.

“제거할게.”

마나를 직접 움직여 일렌이 버튼을 제거했다.

그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빨간 버튼의 마나.

그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건 눈보라를 이곳에 계속 붙잡아 두는 원인을 찾는 것.

“탐지에도 안 잡혀.”

“다 뒤져 봐야겠네.”

하지만 그것은 일렌의 탐지에도 안 잡히고 있었다.

영주의 방을 직접 다 뒤져볼 수밖에.

‘빨리 좀 나가자.’

눈을 부릅뜨고 찾기 시작했다.

한시라도 빨리 여기를 나가고 싶었다.

그 생각으로 책상 전부를 엎고 뒤지고 있자.

‘이건가?’

수정 구슬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냥 보면 평범하기 짝이 없는 수정 구슬이었지만.

-무슨 일이지? 어제도 통화한 거로 기억하는데.

“…….”

만지작거리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히 몇 번 들은 목소리였다. 아니, 수십 번 들은 목소리.

생각에 잠겨 있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천마?”

-…….

수정 구슬 안에 있는 사내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인상을 구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천마다.’

그리고 강수호는 그가 천마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멍청한 놈. 벌써 들켰나 보군.

그가 화났음이 수정 구슬을 통해서 전해졌다.

그런 분노를 무시하고 그를 도발하기 시작했다.

“이왕 나올 거면 상체만 나오지 말고 얼굴도 나오는 게 어떠냐?”

-뻔한 도발은 너와 어울리지 않다, 샬런.

뻔한 도발이란 건 알고 있었다.

그만큼 그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저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이 도대체 누군지.

“…….”

-…….

둘 모두 한참 침묵에 잠겼다.

수정 구슬 안쪽의 인물은 고민하는 듯하더니, 수정 구슬을 들어 올렸다.

강수호는 천마가 얼굴을 보여주는가 싶어 눈이 크게 떴지만…….

-재미없다. 내 얼굴이 그렇게 보고 싶거든, 직접 이곳으로 찾아오거라.

“아니, 얼굴 보여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 손만…….”

픽.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수정 구슬의 통신이 끊겼다.

이 기회에 누군지 알 수 있었는데.

‘아쉬워.’

한숨을 푹푹 내쉬며 수정 구슬을 들고 일어났다.

“천마랑 통신하고 있었나 봐.”

“그걸로?”

“어, 네가 못 알아차릴 아이템이라면 말 다 했지.”

수정 구슬을 빤히 들여다보는 일렌.

톡톡 건드려도 봤지만, 수정 구슬의 능력치는 이미 없어졌다.

“아……. 아예 아이템 효과가 사라졌네.”

당연한 이야기다.

일렌 정도면 수정 구슬에서 나눈 대화 정도는 1분도 안 돼서 알아낼 수 있다.

이제는 필요도 없는 수정 구슬을 남겨 봤자 득 되는 건 없다.

“문제는 폭풍이 도대체 언제 사라진다는 건…….”

하지만 아직 눈보라가 몰아치게 하는 원인을 찾지 못했다.

10분을 더 뒤져도 찾지 못하자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지하 벙커 바깥으로 나가 밖의 날씨를 확인했다.

“이게 왜…….”

언제 눈보라가 몰아쳤냐는 듯 아주 쨍쨍한 햇빛을 비추는 맑은 하늘.

“알리러 가자.”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영주를 가둬놓은 기사 단장에게로 향했다.

* * *

“하암~ 잘 잤구나.”

아무것도 모른 채로 잠에서 깨어난 영주는 눈꺼풀을 떼어내며 정신을 차렸다.

‘통로에서 자서 그런지 허리가 아프군.’

하층민의 생활에 익숙해졌다지만, 한계가 존재하는 법. 다시 자세를 바꾸며 잠을 청하려 하자.

“눈보라가 멎었습니다.”

“……예? 지금 눈보라가 멎었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눈으로 확인해 보시죠.”

“……!!”

말도 안 되는 소리가 통로 바깥쪽에서 아주 작게 들려왔다.

‘눈보라가 멎었다니?’

개가 고양이가 된다는 것처럼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수정 구슬이 존재하는 한, 눈보라는 약하더라도 쉴 새 없이 몰아친다.

개소리라 치부한 채 가볍게 무시하려 했으나…….

“우와와와와!! 신이 도우셨다!”

“눈보라가 완전히 멎었다!”

“통로에 있어도 들리는데, 얼마나 시끄러운…….”

귓가에 시끄럽게 울려대는 주민들의 목소리에 욕과 함께 다시 잠들려 했으나.

“뭐?!”

눈보라가 멎었다는 확실한 주민들의 목소리에 입을 쩍 벌렸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수정 구슬이 있는 한,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눈보라와 마력 폭풍이 겹친 건 절대로…….’

마음속으로 말을 이어갈 때쯤 떠오른 생각.

‘설마?!’

수정 구슬이 존재해야지만, 눈보라가 존재한다.

그런데 지금 눈보라가 없다는 건…….

“빌어먹을.”

조용히 비속어를 내뱉은 채로 빠르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절대로 여기서 잡혀서는 안 된다.

‘완전히 낚였어.’

자신이 교황인 걸 이미 들켜 버렸다. 여기서 잡혔다가는 저 천한 것들에게 죽을 것이다.

‘악마나, 마인을 찾아야 한다.’

다시 새로운 터전을 꾸며야 한다.

저번에도 이런 일이 발생한 적이 있기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미 겪어본 일.

‘신분을 지우고 새롭게 사는 거야.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교황이 다시 신분을 만드는 것쯤이야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바퀴벌레처럼 빠르게 기어가 환풍구를 통해 빠져나가려 했지만…….

“어, 어?”

출구 앞에 도착해 문을 열려는데, 이상하게도 몸이 전혀 움직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몸이 반대로 향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움직였지만…….

“으아아악!!”

갑자기 빨라지기 시작했다.

통로에서 점점 벗어나더니, 이내 비밀 통로에서 완전히 빠져나와 버렸다.

쾅!!

“으윽, 허리야…….”

엉덩방아를 찧으며 허리를 어루만졌다. 얼마나 강하게 내려왔는지 안 아프던 허리와 엉덩이가 욱신거린다.

어렵게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교황님이 벌써 허리가 아프시면 안 되는데.”

“그러니까, 내가 마법으로 아주 작살을 내놓기 전에는 아프면 안 되지.”

“…….”

기사들, 일렌과 샬런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다.

“하하하하.”

조금이라도 피할 곳이 있다면, 능력을 해제할 생각으로 눈치를 살폈지만.

‘안 보여.’

틈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멍청하게 잡힐 것 같다.

‘그건 안 되지.’

그런 그들을 보며 비웃듯 씩 웃었다. 이런 멍청한 놈들에게 잡히는 일은 없어야 했다.

“너는 날 절대로 잡지 못한다!”

쿵!!

그나마 약한 부분인 기사들 사이를 뚫고 자기 방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도망가지 못하는 건 완벽한 사실이다. 도망갈 수 없다면 같이 죽는 것도 하나의 방법.

“여기서 다 시체가 되어 죽을 것이다!”

이들이 자폭 버튼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 함께 죽을 생각으로 자폭 버튼을 누르고 눈을 감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지하 벙커가 폭파되어 무너지지 않았다.

“뭐하냐?”

“…….”

평온했다.

어느새 다가온 샬런이 신기한 듯 교황에게 물었다.

“이, 이게 왜!!”

당황한 듯한 교황이 미친 듯이 빨간 버튼을 눌렀다.

당연히 자폭 될 리가 없었다.

“내가 이미 발견하고 처리해 뒀거든.”

“……일렌!!”

이미 일렌이 처리한 후였기 때문이다.

이 정도 자폭을 막지 못한 대마법사라면 말이 안 된다.

“그럼 이제…….”

일렌과 샬런이 천천히 다가갔다.

교황이 힘을 사용했지만, 옆에는 샬런이 있다.

쿵!!

“커헉!”

샬런은 달려들려던 교황의 머리를 그대로 바닥에 내려찍었다.

그리고 그대로 다시 한번 바닥에 내려찍었다.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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