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189화 (189/225)

제189화

189. 눈보라(3)

“일렌!”

안개가 보이자마자 일렌에게 달려갔다.

마을에서 보았던 안개의 형태가 확실했다.

“샬런! 저거 설마…….”

그녀도 눈치챈 듯 놀란 표정으로 말을 흐렸다.

고농도의 마나로 만들어진 눈보라.

“지금 당장 알리러 갈게.”

마나가 전부 동이 난 그녀를 두고 벽을 내려갔다.

저 눈보라가 이곳에 몰아치면 상당히 골치 아파진다. 외진 마을처럼 정말 한순간에 얼어붙을 수 있을 테니까.

“영주님!”

“무슨 일인가? 샬런 용병.”

성벽 안에서 모든 걸 보고 있던 영주에게 곧장 달려갔다.

갑자기 급히 달려오는 샬런에게 의문을 품는 영주. 하지만 지금 그것들을 전부 설명할 시간이 없다.

“지금 당장 지하로 들어가셔야 합니다!”

“지하 벙커 말하는 건가? 아직 그리 위급한 상황도 아닌데, 왜 지하 벙커에…….”

1급 용병의 말이라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일렌의 대마법으로 인하여 반 이상의 마수가 사라졌기에 오히려 안전하다 못해 몇몇 귀족이 있어도 괜찮을 만한 장소.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자, 자네 지금 무슨 짓인가!”

“1급 용병, 샬런! 당장 영주님의 몸에서 손을 떼거라!”

스르릉!

모든 걸 설명하기에는 한시가 급하다.

호위 기사의 검을 피하며 영주를 안아 들고 성벽 위에 섰다.

“이게 무슨…….”

잔뜩 뿔이 난 영주가 인상을 구기며 주먹을 쥐었다.

1급 용병이라 한들, 대도시의 영주를 건드는 건 엄중한 처벌이 내려질 만한 일이다.

그것도 제국의 도시이니 강력한 처벌을 내릴 거라 생각했지만.

“…….”

“어서 병사들과 기사들을 물리셔야 합니다.”

“빌어먹을.”

그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하늘뿐만 아니라, 세상 전체를 가득 수 놓은 안개.

영주 또한 마검사여서 저 안개가 얼마나 위험한지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마나 폭풍 아닌가? 이 시기에 마나 폭풍이라니.”

“어서 퇴각해 주십시오.”

다시 한번 부탁했다.

여기서 더 지체하다가는 목숨이 날아가는 수가 있다.

뿌우우우우!!

영주는 잠시도 고민하지 않고 뿔 나팔을 불었다.

처음으로 분 뿔 나팔이 진격의 신호였다면, 지금 뿔 나팔은 퇴각의 신호였다.

그것도 영주가 직접 마나를 넣어서 분.

“퇴각하라!”

“퇴각하라!”

영주의 마나임을 깨달은 병사들이 퇴각하기 시작했다.

신뢰가 굳건하게 쌓여 있기에 할 수 있는 퇴각.

안개가 거의 보이기 시작할 때쯤 모든 병사가 성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쿵!!

“허헉! 영주님, 갑자기 왜 퇴각하라 하신 겁니까?”

“후우, 진정해, 부단장. 영주님께서 다 이유가 있으시니까 그렇지.”

부단장의 물음에 단장이 그를 말렸다.

성벽이 있기에 쉽게 뚫리지는 않을 거다.

지금은 천천히 왜 퇴각을 하라 했는지 묻기만 하면 된다.

“저걸 보게나.”

“도대체 무엇 때문에…….”

마나로 만들어 낸 쌍안경을 통하여 안개를 보여주었다.

도대체 뭐 때문에 퇴각한 것인지 쌍안경을 잡아 확인해 보고는 금방 그 뜻을 알 수 있었다.

“……마, 마나 폭풍?!”

“그래, 100년에 한 번 볼 수 있을까 말까 한 마나 폭풍이다.”

“마나 폭풍…….”

단장과 부단장의 입이 벌어졌다.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마나 폭풍.

그것도 겨울이란 혹독한 상황, 수많은 도시 중에 하필이면 이곳이라니.

‘운도 더럽게 안 좋네.’

로또에 연속으로 5번 걸릴 확률보다 낮은 확률을 뚫고 마나 폭풍이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모두 방비를 갖추거라!”

“예!!”

기사 단장은 마나 폭풍을 확인하자마자 벙커의 문을 열었다.

지금은 마수 따위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눈보라와 함께 마나 폭풍이 몰아쳐 오고 있다.

목숨이 달려 있는 일이다.

끼이이익!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지하 벙커의 문이 열렸다.

‘관리는 잘 되어 있어.’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깔끔하니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이 도시 전체의 크기와 비슷한 거대한 벙커.

‘다른 하나의 도시라고 봐도 되겠어.’

지하 벙커는 입이 벌어질 정도로 거대했다.

이곳 도시의 사람이 전부 들어차도 문제되지 않을 크기였다.

“모두 안으로 들이거라!”

“예!”

영주는 기사 단장 앞에 서 힘차게 말했다.

영주를 대변할 만한 이는 제국을 뒤져다 보면 나온다. 하지만 이곳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자원이나 마찬가지. 잃으면 다시는 돌이키지 못한다.

“샬런, 우리는 어디까지 왔는지 보고 오자.”

“마나는 괜찮아? 다 사용한 거 아니었어?”

“괜찮아. 이제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어.”

일런은 마나가 어느 정도 회복되었는지 똑바로 일어선다.

몸을 움직이고 마법도 사용하는 걸 보니 괜찮은 모양.

“저희는 어디까지 왔는지만 보고 바로 오겠습니다.”

“빨리 오거라. 우리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오기 전까지는 열어 두겠다.”

영주에게 약속하고는 곧장 성벽을 향해 달려갔다.

* * *

“키에에에에!!”

“크아아아아!!”

“크르르르…….”

“무너지지는 않을 것 같네.”

성벽 앞을 가득 채은 마수들.

독을 뱉고 공격을 해 벽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하지만 마력 폭풍이 그들만 피해갈 리는 없을 거다.

“마수는 이대로 내버려 두면 되겠고…….”

마수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느새 10km 정도 거리에서 보이기 시작한 마나 폭풍.

“일렌.”

“응.”

그녀를 부르자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갈 시간이 되었다. 더 지체하다가는 마력 폭풍에 집어 삼켜질 거다.

‘숙소에 있을 때처럼 피할 수는 없을 거야.’

외진 마을의 숙소처럼 운 좋게 피해 낼 수는 없을 거다. 그때는 눈보라가 숙소 건물을 스쳐 가는 수준이었으니까.

그녀와 함께 발걸음을 돌려 벙커 쪽으로 이동하는데…….

휘이이~ 휘이이이~

“…….”

기분 나쁜 휘파람 소리가 도시 전체에 퍼졌다.

그 소리에 둘 다 발걸음을 멈추고 인상을 구겼다.

‘이 소리는…….’

머릿속에 아주 잘 박혀 있는 휘파람 소리.

휘파람 주인의 힘을 느낀 적이 있다면 절대로 잊지 못할 거다.

“둘 다 정말 오랜만이네.”

“…….”

난쟁이와 키가 비슷한 여자아이가 입이 찢어지도록 웃으며 인사했다.

분명히 아이의 모습인데도 느껴지는 살기가 상당했다.

‘간부.’

지구에도 있듯이 간부였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뿔?’

양쪽에 난 거대한 두 개의 검은 뿔.

마인이 아니라, 악마라는 점이다.

“하!”

저절로 헛웃음이 뱉어졌다.

악마 중에서도 간부가 있다.

‘지구에 없으면 다행이긴 하지만…….’

만약 지구에 있다면 상당히 골치 아파질 것이다.

마인 간부도 상대하기 버거운데, 악마 간부까지 있다면 세상은 이미 멸망의 길을 걷고 있을 터.

‘진정하자.’

몸에 힘을 잔뜩 불어넣었다.

기억 속에서는 저 악마를 상대해 본 적이 있었다.

‘나나호처럼 자연을 사용하지.’

악마들은 나나호의 재능처럼 자연의 능력을 사용한다.

조금 문제가 있다면, 그녀보다 몇 배는 상위호안이라는 소리.

“너희는 여기서 죽어줘야겠는데? 일렌, 샬런?”

“다 크지도 않은 꼬마가 계속 어른한테 말대꾸를 하네?”

“꼬마? 하! 나는 그냥 꼬마가 아니라, 마왕님에게 인정받은…….”

“잼.”

“…….”

일렌이 도발하듯 단어 하나를 뱉었다.

뭔 뜻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 놀리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날 놀린 값은 치러야겠지?”

휘이잉!!

악마가 두 손을 움직이자 격렬한 바람이 불어왔다.

샬런조차 몸이 얼어붙을 정도의 차가운 바람.

“꽉 잡아.”

“으윽…….”

몸에 다양한 아티펙트를 지닌 일렌도 버티기 어려운 한기.

눈보라도 곧 있으면 이 도시를 덮칠 것이다.

“미안하지만, 오늘은 좀 바빠서 지나가야겠어.”

“흐흐, 샬런! 너는 내가 직접 실험용 쥐로 만들어 주마!”

그걸 쉽게 두고 볼 악마가 아니다.

계속해서 자연들을 이용하여 틀어막았지만.

“아야!!”

신체 강화가 극한으로 도달한 샬런의 몸을 뚫어낼 일은 없었다.

발을 빠르게 놀린 덕분에 금방 도착한 지하 벙커.

“빨리 들어오십시오!”

기다리고 있던 영주가 다급히 그들을 불렀다.

하지만 들어가기 전에 할 일이 있었다.

“흐읍!”

샬런의 품에 안겨 있는 동안 마나를 모으고 있던 그녀.

마력 폭풍은 막을 수 없지만 마기를 방어할 수 있는 결계를 만들어 냈다.

“푸하!”

“들어오시게나!”

그 결계를 만드는 것을 끝으로 지하 벙커 안으로 들어갔다.

* * *

“헤헤, 죄송해요. 전력으로 막긴 했는데 놓쳤네요.”

“괜찮다. 어차피 토벌하려고 온 놈들은 전멸했다.”

입에서 피를 뱉어내며 소파에 앉는 천마.

천마의 얼굴은 보이지 않아 누군지 자세히 알 수는 없었다.

악마는 붕대로 온몸을 감싸고 있는 천마를 보며 걱정하듯 물었다.

“괜찮아요? 많이 다친 것 같은데.”

“세 놈 정도가 상당히 강하더군. 하지만 문제없이 처리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거 다행이네요. 만약 일렌이랑 샬런이 같이 갔으면…….”

말을 다 잇기도 전에 천마의 눈빛이 그녀에게 쏘아졌다.

악마인 그녀도 몸이 흠칫 떨릴 눈빛.

“하하, 장난이에요~ 장난~ 농담을 다큐로 받아드시네~ 우리 천마 님~”

“장난치지 마라. 아파 죽을 것 같으니까.”

열심히 손짓을 하며 오해를 풀었다. 몸 상태를 보니 허리가 완전히 뚫린 것 같으니까.

“그런데 정말 괜찮아요? 허리가 완전히 뚫린 것 같은데.”

“버틸 만하다.”

천마라 불리는 남자는 심각하다 못해 처참했다.

반쯤은 뻥 뚫린 상체. 살아 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몸이 손상되었다.

“여기 치료제요.”

“뭐지?”

“제가 직접 만든 얼음 치료제. 고통도 없어서 지금 딱 좋을 거예요.”

상태가 워낙 심각해 평범한 치료제로는 안 될 듯하여 그녀가 만든 작은 얼음 구슬 모양의 치료제를 던져주었다.

직접 만든 치료제를 복용한 그의 표정이 한결 나아진다.

“후우……. 이제 좀 낫군. 한결 몸이 편안해졌어.”

붕대를 꽉 묶고는 침대로 올라가 누웠다.

이 고통스러운 시간이 빨리 가시길 고대하며 금방 잠이 들었다.

“벌써 자네.”

그 모습을 모두 보고 있었던 그녀.

여기서는 할 것도 없는 것 같으니 이동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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