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186화 (186/225)

제186화

186. 외진 마을(3)

“중급 악마가 나타났단 말입니까?”

“예! 지금 한 마리가 마을로 내려오고 있다 합니다!”

얼마나 당황한 것인지 촌장의 말이 빠르게 지나간다.

이런 변방의 마을에는 하급 악마도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작은 마을이라 악마가 차지해도 크게 이득이 없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경우는 다르다.

‘여기로 와서 그런 건가?’

이곳을 차지할 이유가 일렌과 샬런 덕분에 생겼다.

사망 변수라는 건 피했다지만, 피한 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피했다 할지라도 사망 변수는 언제라도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위치는 어디입니까?”

중급 악마쯤이야 1급 용병 두 명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시련을 체험했을 때도 중급 악마는 여럿 상대했었다.

악마의 현재 위치만 알면 마을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치울 수 있다.

“후우, 후우……. 다행히도 아직 산 중턱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동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저희 마을 산이 워낙 높은 터라…….”

“그거 다행이군요.”

큰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듯하다.

정상에 올라가 약초를 캐던 약초꾼이 정상에서 내려오고 있던 악마를 봤다고 하니.

“알겠습니다. 금방 오도록 하죠.”

“잠시만요!”

산으로 올라가려던 그들을 촌장이 멈춰 세우고는 망설이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돈은 얼마나 드리면 되나요?”

중급 악마를 토벌하는 데 비용은 10골드가 넘어간다. 거의 평민 1년 치 생활비나 다름없다는 뜻.

그 물음에 강수호는 웃으며 대답했다.

“돈은 괜찮습니다. 그 대신 이곳에서 봄이 올 때까지만 공짜로 자게 허락해 주십시오.”

“다, 당연합니다! 지금 당장 용병분들이 계신 숙소로 연락하도록 하겠습니다!”

중급 악마의 토벌 비용이 숙소에서 돈을 받지 않고 봄까지 지내는 것. 10골드보다 한참이나 저렴한 값이었다.

촌장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걸 뒤로하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휘이잉!!

“눈보라가 심하네.”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주변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보라가 심해지기 시작했다.

1m 앞까지 보이지 않을 상황이 왔을 때, 일렌이 움직였다.

“파이어.”

마법으로 불을 만들어 냈다. 마나로 이루어진 불이라 그런지 평범한 눈보라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받아.”

그걸 작은 램프에 담아 강수호에게 건네주었다.

‘따뜻하다.’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는데도 일렌이 만들어 준 불 덕분에 춥지 않았다. 오히려 따뜻함과 차가움이 교차하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눈보라까지 녹여주네.’

불은 주위를 밝혀 육안으로 10m 밖까지 볼 수 있을 정도로 시야를 늘려주는 것뿐만이 아니라 몰아치는 눈보라까지 녹여주었다.

그 상태로 속도를 높여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말없이 산을 오른 지 30분 정도 되었을까.

“…….”

“…….”

돌연 일렌과 강수호가 동시에 멈췄다.

눈보라를 맞아도 서지 않던 닭살이 돋았다. 감각이 뭐에 반응했는지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일렌.”

“400m 앞에 있어. 전투 준비해야겠네.”

촌장이 말한 중급 악마다.

오른손에 건틀릿을 착용하고 일렌은 주변에 마나를 뿌렸다.

“후우…….”

심호흡하며 앞으로 걷자 하얀 입김이 뱉어진다.

악마에게 가까워질수록 눈보라가 사그라든다.

코끝을 지독한 악취가 느껴지면서 2m 거구의 악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

거대한 거구에 팔은 땅에 닿을 정도로 길고 머리는 동물의 형태를 닮은 괴상망측한 모습.

“먹잇감……. 맛있는 먹잇감이다…….”

중급 악마도 그들을 발견하고 빠른 속도로 달려와 긴 팔을 휘둘렀지만.

“아이스 월.”

쾅!!

일렌이 만든 얼음 방벽으로 인해 공격은 무용지물.

하지만 아이스 월이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 같다.

콰직!

쾅! 쾅!!

‘이게 중급 악마…….’

얼마 지나지 않아 높게 세운 아이스 월을 깨부수고 들어온다.

“먹을 거!!”

입 주변에 가득한 피.

산에 사는 동물을 먹어도 부족했는지, 욕망에 찌든 눈빛이다.

동물의 입을 닮은 거대한 입이 일렌을 공격한다.

손에 거대한 화염구를 생성하여 입에 처넣으려 했지만.

까가각!

“샬런?”

“대마법사 혼자 싸우게 둘 수는 없지.”

캐스팅하기 전에 건틀릿을 착용한 주먹이 입 안에 들어갔다.

건틀릿은 꽤나 단단하기에 중급 악마의 이빨로도 뚫어낼 수 없었다.

까가가각!!

중급 악마는 제 이빨이 부서지는데도 무시하고 더 강하게 힘을 주었다.

건틀릿의 상처는 용납하지 못한다. 반대편 주먹으로 악마를 향해 휘둘렀다.

쩌적!!

털썩!

“……?”

중급 악마의 이빨이 부서지며 하얀 눈밭에 피가 잔뜩 튄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턱이 반대편으로 완전히 돌아갔다.

‘강하긴 하구나.’

샬런의 몸에 빙의했을 때부터 이 신체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재능은 고작 신체 강화에 불가능한데, 무슨 몸은 금광불괴가 되는 것 같았다.

“처리하자.”

화염구를 거둬들인 일렌이 먼저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일렌과 강수호는 마기 저항력이 워낙 높아 마기 옆에 평생 있어도 중독되지 않는다.

하지만 자연과 평범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특히 악마의 시체에서 마기가 밖으로 뿜어져 나오면 산조차 중독되어 마을 사람들의 겨울은 지옥이 될 것이다.

“파이어.”

전과 다르게 거대한 화염구를 만들어 냈다.

많은 마력으로 거대한 화염구를 만들어 내어 그대로 중급 악마 시체를 태웠다.

화르르륵!

중급 악마의 시체에 불이 붙었다.

“탐지.”

악마가 태워지는 것을 보며 주변을 살폈다.

육안으로 주변을 살피는 것으로 안심할 수 없기에 산 전체를 탐지하여 악마가 없는 걸 확인했다.

“더 이상은 없는 것 같아.”

다행히도 이 이상의 짙은 마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크고 작은 마수와 동굴에 숨어 사는 동물 몇몇뿐.

“불타는 것만 보고 내려가자. 하암~ 피곤하네.”

시체가 다 태워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중급 악마 정도면 다시 살아나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샬런에 빙의된 강수호는 그녀 옆에서 조용히 타오르는 악마의 시체를 쳐다볼 뿐이었다.

* * *

“시련이란 걸 찾아야 한다……. 시련이라는 걸…….”

100층이 넘어가는 건물 옥상에 앉은 조한강이 중얼거렸다.

천마가 내준 과제를 완료할 때까지 여기서 벗어날 생각은 없다.

‘빨리 찾으렴……. 아직 못 찾은 것 같은데…….’

산 사람 같이 보이는 시체를 이용해 중국을 뒤지고 있었다.

그 시간이 벌써 이틀이란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흠…….’

아쉽게도 쉬지 않고 이틀 동안 뒤졌음에도 천마가 말한 시련의 던전은 찾을 수 없었다. 얻은 능력을 통해 중국 전체를 뒤져봐도 말이다.

‘중국이 워낙 넓어야지 말이야…….’

천마를 위해 평생 여기 있을 수 있지만, 얼마나 걸릴지 장담할 순 없을 것 같다. 천마는 빨리 찾길 원하는 것 같지만…….

“하아……. 천마 님을 위해서 빨리 찾아야 하는데…….”

빠르게 시체들의 눈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1만 명의 시체를 골고루 풀어 중국에 배치해 두었다.

배치한 곳에서 이상한 낌새나, 감각이 느껴지면 바로 이동하면 된다.

한참을 살펴봤지만…….

“없어……. 없네……. 여기는 없어.”

5천 개의 시체를 뒤졌을 때는 이상한 감각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마인도 사람인지라 피곤함에 조금 쉬려고 눈을 감자…….

“음?”

마지막 시체 주변을 살펴보는데, 순간 몸 전체에 닭살이 돋았다.

주변에 그보다 강한 상대방이 있어서 소름이 돋은 건 아니었다.

‘찾은 것 같은데?’

마기와 완전히 반대되는 기운.

역겨운 자연의 냄새가 나는 걸 보니 확실했다.

‘모여라.’

근처에 있던 시체 몇 마리를 이동시켰다.

명령에 따라 이질적인 감각이 느껴지는 산 앞에 도착한 이들.

‘들어가.’

가파른 데다가 전혀 관리가 되지 않아 시체들은 산을 오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떨어져 죽는다.

‘이놈들로는 안 될 것 같네.’

낮부터 늦은 밤까지 투자한 결과, 정상에는 반도 도착하지 못했다.

직접 그가 가거나, 아니면 좀 더 완성도 높은 시체를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내가 직접 가면 되지.”

직접 움직이기로 했다.

간부가 되기 전엔 머리만 사용했는지라 직접 나서는 건 많이 벅찼다. 하지만 천마를 위해서라면…….

“흐읍!”

숨을 들이켜며 100층 빌딩 밑으로 떨어졌다.

순식간에 바닥으로 향하는 몸.

쿵!!

“고맙다.”

“키에…….”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몸을 시체가 받아주었다.

다른 시체보다 3배 정도는 거대한 몸집.

마인 협회에 간부가 있는 것처럼 그에게는 흑마법을 통해 만든 시체 부하들이었다. 그들과 함께 산으로 이동했다.

‘은신.’

사람들의 눈에 띄는 걸 원치 않기에 은신 마법까지 걸었다.

소리까지 차단하며 두 시간 정도 품에 안긴 채 달리자.

“잠시만, 여기서 멈춰.”

“키에!”

얼마 안 가 가파른 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움찔!

“너무 깨끗해.”

그와 동시에 몸 전체에 닭살이 돋았다.

한예림과 천마를 제외하고 난생처음 느껴보는 소름 돋는 느낌이다.

“뭐가 있을까…….”

도대체 여기에 뭐가 있을까 너무 궁금했다.

엘프라는 이들이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도.

‘그때 모두 죽이셨으니까…….’

지구에도 엘프 몇이 존재하고 있었지만, 마인이 제대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엘프의 ‘엘’ 자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역시 천마 님이셔…….’

그런 대단한 사람 밑에 있는 자신이 대견할 따름이다.

일단 정신을 차리고 산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천마 님께서 말씀하신 기운이 느껴지네…….”

근육 덩어리 시체를 통해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10분 정도 시체를 통해서 오르다가…….

철컥!

“……!!”

시체가 뭔가를 건드렸다.

빠르게 발밑을 확인하니 얇은 와이어가 걸려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휘익!

휘익!

팽팽한 줄이 빠지자 날아오는 화살.

평범한 화살이 아니다.

‘위험해…….’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저 그런 화살일지 몰라도 그는 아니었다. 마기를 지닌 생명체에게 몹시 위험한 힘이 담긴 화살.

푸욱!

푸욱!

반응하지 못하고 공격을 허용해 버리고 말았다.

흑마법사여서 육체를 사용하는 이들보다는 반응속도가 현저히 느리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시체에 박혔다는 점.

“키, 키에에에에!!”

문제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시체가 고통으로 인해 괴성을 질러댔다.

그뿐만 아니라, 화살과 함께 몸도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올라올 때는 이런 게 없었는데, 상당히 귀찮아졌네…….”

인상을 구겼다.

다른 시체를 데려오지 않아 올라갈 방법이 없었다.

흑마법을 사용하려 해도 신기하게도 산 주변에 결계가 처져 있다.

‘계속 해 봐야겠네.’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여러 시체를 운영하여 계속 산으로 올라갈 수밖에.

함정이 있다는 건 이곳에 시련이 있다는 게 확실하다는 것이다.

‘오거라.’

‘키에에에…….’

‘키에에에…….’

사람으로 둔갑한 시체가 그의 명령으로 인해 서서히 산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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