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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180화 (180/225)

제180화

180. 시련 체험(3)

대략 15번을 넘게 시련 체험을 반복했다.

정신력을 전부 갉아먹을 때까지 시련 체험을 했지만…….

“모르겠어.”

목소리의 주인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오히려 시간만 낭비한 듯하다.

“오셨습니까? 또다시 가실 겁니까?”

“아니요. 이 이상 갔다가는 정신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당연하게도 이 이상은 무리. 더 하다가는 정신이 먼저 나가 버릴 것 같았다.

잠시 들판에 누워 쉬다가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친구들은요?”

“전부 ‘한국’이란 곳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미 그녀들에게 먼저 돌아가라고 말해 놓은 상황.

그러고 보니 벌써 30일이란 시간이 지나 버렸다.

“상황이 좀 정리되면 다시 올게요.”

“예, 천천히 오십시오. 모든 준비를 마쳐 놓고 있겠습니다.”

아직 때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정신력과 체력이 아직 부족하다.

‘더 강해져야 한다.’

이제 린하우와 막상막하지만 조금 더 강해져야 한다.

마인 협회가 시련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최대한 빠르게.

작별 인사와 함께 던전에서 빠져나와 곧장 한국으로 향했다.

* * *

‘도대체 어디에 숨은 거지. 돌아 버리겠군.’

오랜만에 몸을 격하게 움직여서 그런지 온몸이 쑤신다.

한 달 동안 쉬지 않고 중국을 돌아다녀 보았지만…….

‘엘프의 마나는 느껴지지 않아.’

이사벨라의 말이 거짓말인 것처럼 중국에는 어떠한 엘프의 마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생각할 수 있는 건 둘 중 하나밖에 없었다.

‘이사벨라가 거짓말을 했거나, 아니면 흔적을 다 지웠거나.’

평생을 연구를 위해 살아가는 이사벨라가 거짓말할 필요가 없기에 후자가 정확했다.

“내 감각도 피할 정도로 감추다니. 이 정도 실력을 가진 이라면 단 하나밖에 없겠지.”

사람인 이상 절대로 천마의 감각을 속일 수 없었다. 그의 감각을 속일 수 있는 건 사람이 아니다.

‘시스템인가.’

시스템이 부여한 힘.

그때 일로 인해서 힘을 좀 잃은 것 같았는데…….

‘아직 이 정도로 힘이 남아 있다니. 귀찮게 됐군.’

인상을 구긴 채로 담배를 입에 물었다. 검지로 불을 만들어 내 담배에 불을 붙여 막 빨아들이려는데…….

벌컥!

“천마 님.”

“무슨 일이지?”

한예림이 노크도 없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조금 인상이 구겨지긴 했지만, 이 정도는 봐줄 만했다.

다급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질문을 던지자.

“간부 한 명이 완성되었습니다.”

“……벌써?”

“예, 하려는 의지가 강해서 의외로 빨리 끝났습니다.”

“좋군.”

기분 좋은 답변이 들어왔다.

간부 3위를 대체할 만한 괴물이 완성되었다.

“데려 와보거라. 시험을 한 번 하는 것도 괜찮겠지.”

그녀가 인정했으니 얼마나 강한지 보고 싶었다.

과연 클로운과 비교할 수 있는 실력자인지.

“알겠습니다.”

허리를 숙인 그녀가 재빠르게 모습을 감추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때 본 남자와 함께.

“오호, 이 녀석인가?”

“예.”

천마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몸을 훑었다.

조금은 더러운 몸과 검은 머리카락에 축처진 눈꼬리.

‘겉으로 보면 그저 그런 마인인 것 같구나.’

겉만 보았을 때는 그닥 강해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가 보아야 할 건 겉모습이 아니었다.

“오호…….”

남자의 안에 내장되어 있는 검은 마나.

마기보다 그 질은 떨어졌지만, 약하다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마나의 특징이 눈에 띄었다.

“흑마력을 사용하는군.”

잠시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힘을 사용하는지 알 수 있었다. 몸 전체에서 흐르는 흑마력.

“네크로맨서? 아니면 흑마법사?”

그 둘 중 하나.

물음에 한예림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둘 다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언제든지 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게.”

“듣던 중 좋은 소리군. 아주 좋은 전력이 되겠어.”

오랜만에 짓는 행복한 미소.

귀찮은 몇몇 일을 이제 새롭게 태어난 간부가 하게 될 터.

“너의 이름은 뭐지?”

“……조, 조한강입니다. 천마님.”

“그래, 조한강. 이제부터 자네에게 밖의 일을 맡기도록 하지.”

“영광입니다.”

천마가 정해 준 일에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쓰레기 같은 인생을 한순간에 바꿔준 천마

“제 인생의 평생을…… 평생을 바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너무 무리는 하지 말도록. 그 멍청한 녀석도 무리하다 죽어 버렸으니까.”

“예, 명심하겠습니다.”

“일회용처럼 사용하기 싫다.”

악당이라 해도 동료를 잃는 건 언제나 싫다. 특히 간부들을 일회용품처럼 버리기에는 많은 시간과 재료가 소진된다.

‘네크로멘서와 흑마법사면 할 수 있는 일이 많겠지.’

그래도 이번 일로 정신 나간 놈이 사라진 것이 컸다. 고작 두 명의 몫밖에 하지 못하는이었지만, 이번의 간부는 네크로맨서의 힘을 지녔으니 할 수 있는 일은 넘쳐났다.

“혹시 시체를 얼마나 다룰 수 있나?”

“시체라면 1만 정도를 다룰 수 있습니다.”

“1만?”

“예, 아직은 적은 수지만, 더 연습한다면 2만은 기본으로…….”

1만이란 말에 눈이 크게 뜨였다. 최소 1만 명의 몫을 할 수 있다는 거였으니까.

“좋아, 좋군. 1만 명을 다룰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정말입니까?”

“그래, 정말이고 말고. 오늘부터 바로 실전에 투입된다.”

“예!”

천마의 칭찬에 조한강의 내려간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눈꼬리도 올라갔고.

‘드디어 내가 활약할 수 있는 거야!’

기쁜 마음을 지닌 채 시체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그사이, 천마는 한예림에게 시선을 돌렸다.

“같은 한국 사람인가?”

“예, 그렇습니다.”

“잘 챙겨주도록. 저번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부탁하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잘 챙기겠습니다.”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전과 같은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다시 조한강에게 시선을 돌린 천마가 말했다.

“이사벨라와 함께 시련을 찾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순위는 네가 더 높겠지만, 경험은 이사벨라가 높다. 그녀에게 배우도록.”

“옙!”

“이만 나가 보도록.”

첫 임무.

힘차게 대답한 조한강이 한예림과 함께 천마의 집을 떠났다.

다시 적막해진 집.

‘조용하군.’

집에서는 오직 모닥불 타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잠시 햇살이 가득한 들판을 쳐다보다.

“피곤하군.”

침대에 올라가 금방 잠이 들었다.

30일 동안 쉬지도 않고 몸을 움직여서 그런지 너무 피곤했다.

침대에 올라가 눕자마자 금방 잠이 들 수 있었다.

* * *

“으함……. 으아…….”

잔뜩 하품을 해대며 정신을 차렸다.

30일 동안 정신력을 사용한 탓에 한국에 오자마자 깊은 잠에 빠졌다. 배가 이 정도로 고픈 거로 봐서는 이틀 내내 잠만 잔 듯하다.

“아들~ 일어나~ 밥 먹어야지.”

“어엉.”

때마침 문을 열고 아침을 알리는 엄마.

위장이 텅 비었기에 곧장 식탁에 앉았다.

“나도! 나도!”

“용용아, 빨리 와.”

그건 용용이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배가 고픈지 빠르게 달려 나가 식탁에 앉아 짧은 팔을 올렸다.

‘빨리 크네.’

그 모습에 살짝 걱정이 되었다. 용용이의 덩치가 저번보다 2배는 더 커졌다.

“용용아, 너 나 몰래 뭐 먹고 다니니?”

“웅! 할무니가 해 준 것도 맛있는데, 몬스터도 맛있게 먹어!!”

“…….”

그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었다.

헌터가 아무리 많다고는 하나 빈틈이 있을 수 있는 법. 아마 터진 던전에서 나온 몬스터를 먹은 것 같다.

‘그것 때문에 이렇게까지 큰 건가.’

그것도 아주 많이.

“맛있겠당!!”

“…….”

“맛있게 먹으렴~”

엄마가 주는 밥도 대식가의 다섯 배는 넘게 먹고 있었다. 이러니 덩치가 커질 수밖에.

‘나도 밥이나 먹어야지.’

어쨌든 잘 크고 있으면 좋은 거 아니겠는가.

강수호도 식탁에 앉아 숟가락을 들고 면을 흡입했다.

오늘 아침밥은 잔치국수.

얇게 썬 여러 야채와 멸치로 맛을 낸 국물. 거기에 간장을 살짝 더하여 간을 맞춘다.

“후루룹! 크으! 맛있다!”

오랜만에 먹는 잔치국수의 맛. 엄마가 만들어서 그런지 맛은 몇 배나 뛰어났다.

용용이와 함께 50인분 정도를 둘이서 먹어 치우고 있는데…….

띵동!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먹고 있던 잔치국수를 잠시 밀어 두고 현관문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익숙한 그녀가 반갑게 인사했다.

“그저께 왔다면서?”

“어, 국수 먹고 있는데 같이 먹을래?”

“어!! 아침밥 안 먹고 와서 배고프던 참이었거든!”

최서현이 해맑게 대답했다.

마침 국수를 먹고 있어 그녀를 집 안으로 들였다.

“이렇게 많이?”

“음? 많이라니. 용용이랑 나눠 먹고 있어서 좀 부족했는데.”

“…….”

“아! 용용아! 그걸 다 먹어 버리면 어떻게!”

국수면은 이미 용용이가 다 먹어서 사라졌지만, 다시 사 오면 되는 일이다.

근처 마트로 텔레포트하여 다시 50인분 정도 면을 사 왔다.

“후루룹! 맛있어!”

“하하.”

“안 먹어?”

“어, 어…… 갑자기 배가 부르네?”

그 모습에 최서현이 헛기침을 반복했다. 아무리 배고프다 하더라도 저렇게는 먹지 못하겠다.

하여튼 몇 번의 젓가락질로 금세 면이 사라졌다.

“후우, 이제 이야기 좀 나눠 볼까?”

드디어 이야기할 틈이 생겼다. 용용이는 배가 부른지 아예 소파에 누워 잠이 들었고.

“어디 갔다 온 거야? 거기는 또 뭐고? 도대체 그 엘프는…….”

질문들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놀라고 당황할 만도 하다. 갑자기 웬 엘프가 나타나 그들을 묶고 그의 배를 나무 단검으로 찔렀으니.

“그러니까 어떻게 된 거냐면…….”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그녀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한참 설명이 이어지고 나서야.

“스승님 과거?”

“어, 그걸 해결해야 된대. 그것 때문에 엘프가 있는 거고.”

대략 이해한 최서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직 시련은 클리어하지 않았지만, 한 달 동안 시련 체험을 하고 왔다는 것까지. 그렇게 한참 설명을 이어가고 있는데…….

띠리링-

“음?”

휴대폰에서 벨 소리가 울렸다.

협회 회장인 줄 알고 휴대폰을 확인하자.

‘스승님?’

샬런 스승님이었다. 곧장 전화를 받았다.

대부분의 문제는 샬런이 직접 처리할 수 있기에 무슨 일이 생겼나 싶었다.

-배, 배고파…….

툭.

“…….”

초록색 버튼을 누르자마자 한 마디가 들려오곤 바로 전화가 끊겼다.

상황 파악을 위해 잠시 멍하니 있다가…….

“빨리 가자!”

곧장 텔레포트를 사용하여 샬런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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