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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178화 (178/225)

제178화

178. 시련 체험(1)

‘아무것도 안 보여.’

주변이 어둡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어둠에서 한참을 허우적거렸다.

몇 분 정도 반복하다가 시스템 메시지가 떠 올랐다.

-시련의 체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유물에 의해 ‘영웅1’을 체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목적지는 ‘타일런 행성’.

알 수 없는 시스템 메시지.

나중에 시스템이라도 불러 어떻게 된 건지 알아봐야겠다.

“대장! 대장!”

“으으…….”

점점 생겨나는 빛에 눈이 부셔 눈을 감는데, 바로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비비며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으?”

“대장? 그러니까 과식 좀 하지 말라니까. 먹다가 죽은 귀신은 저기 하늘나라에도 처음 보겠다.”

갈색 단발머리에 갸름한 얼굴. 갈색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고 해맑게 웃는 그녀.

‘누구지?’

그녀의 말을 한 귀로 흘려들으며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캠핑 온 것처럼 주변에 쳐진 텐트와 침낭들. 그리고 가운데 존재하는 작은 모닥불 하나.

띠링!

-‘영웅1(샬런)’의 시련이 재생됩니다.

‘스승님의 기억인가.’

시스템 메시지에 뭐가 어떻게 된 상황인지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처음으로 힘을 가르쳐 주었던 스승님의 과거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과거의 일부분에 불과했지만.

“야, 정신 차려. 마지막까지 와서 꼭 정신을 못 차린다.”

“미안하군. 어제 이틀 밤이나 새워서 몸이 너무 피로하다.”

‘뭐야?’

생각에 빠져 있던 도중 저절로 말이 튀어나왔다.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려 해도 손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아니, 몸 전체가 움직여지지 않았다.

-시련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시련을 체험하고 있는 동안에는 움직일 수 없습니다.

‘움직일 수 없다고?’

뒤늦게, 상황을 이해하게 됐다.

정확히 말하자면 시련이 열린 게 아니었다.

엘프 장로가 시련을 체험하겠냐고 물었다.

지금은 체험상태이기 때문에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그 대신에 눈은 문제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샬런. 너는 안 무섭냐?”

“뭐가 말인가?”

“마왕 말이야. 우리, 죽을 수도 있잖아. 너는 안 무서워?”

텐트 수를 보니 그 둘뿐만이 아니었다. 평범한 곳을 가는 것도 아니었고.

‘이야기의 엔딩 근처에 도달한 건가.’

샬런은 강수호에게 과거 이야기를 해 주지 않았다. 마치 그 지옥을 다시 되새김질하기 싫다는 듯.

생각을 마치자 한 여자의 질문에 씩 웃으며 똑같이 물었다.

“내가 누구지?”

“샬런?”

“아니, 내 별명 말이다.”

“……권왕?”

“그래, 별볼일 없는 재능으로 여기까지 올라왔다. 절대로 지지 않을 거야.”

든든한 벽이 하나 세워진 기분이었다. 누구도 뚫을 수 없는 벽.

하지만 과거의 샬런 안으로 들어간 강수호는 왜인지 그가 긴장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몰라도 과거에는 죽음이 무서운 ‘평범한 사람’.

겉은 강해도 속은 평범한 사람, 그 이상도 아니었다.

“그러다 죽으면 어떻게 하려고?”

반대로 모닥불 바로 옆에서 이야기 나누던 여자는 겉과 속에도 두려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샬런이 안심하듯 이야기를 꺼냈다.

“죽는 일은 없다니까, 나 누군지 몰라? 권왕이라고. 제국의 땅 어떤 누구도 덤비지 못할 힘의 제왕이잖아.”

“그건 그 빌어먹을 황제란 놈이 지은 별명이고. 넌 그게 마음에 드냐?”

“당연하지!”

“어휴, 이런 머저리 같은 놈을 내가 왜…….”

유치한 듯한 이야기에 그녀가 서서히 안정을 되찾고 있었다.

하하 호호 떠들다 보니 어느새 밤은 점점 더 깊어갔다. 조금씩 들려오던 동료들의 목소리도 점점 줄어들더니…….

“밤이 깊어. 먼저 자라.”

“괜찮습니다~ 권왕 씨~ 내가 먼저 보초 설 테니까, 2시간 뒤에 깨워 줄게.”

“그래, 나 먼저 잘게.”

여자의 말에 샬련의 몸은 곧장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주변이 검은색으로 점멸했다.

빛이라 볼 수 있는 건 모닥불의 불씨가 전부.

‘자는 건가.’

눈을 감는 모습을 보고 금방 잠이 들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침낭에 눕고 눈을 감자 편안하게 잠이 드는 샬런.

밥도 배부르게 먹었는지 금방 잠이 들더니.

-숙면이 끝났습니다.

“짹짹.”

감은 눈을 파고들어 오는 하얀색 빛.

새 소리에 천천히 눈을 떴다.

강수호가 알기로 2시간 뒤면 보초를 서 준다고 했다.

‘뭔 일이 일어났나?!’

“무슨 일이 일어났나?!”

생각과 말이 동시에 튀어나왔다. 아마 샬런도 그녀가 깨우지 않아 꽤나 당황한 눈치였다.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텐트를 걷자.

“샬런! 어서 밥 먹어! 스튜 맛있게 끓여놨어.”

“후우, 다행이군.”

동료들을 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지 멀쩡하게 살아 있는 동료들. 밤새 보초를 선 그녀 또한 스튜를 국자로 떠 맛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왜 안 깨운 거야?”

“코까지 골면서 자고 있길래. 우리의 전력이 피곤하면 안 되잖아?”

“후우. 큰일이라도 난 줄 알고 놀랐잖아.”

“음? 내가 걱정되기라도 했어?”

“그, 그게 아니라!!”

샬런의 볼이 붉어진다. 그와 동시에 감정이 뜨거워진다.

이 감정이 무엇인지는 모솔이라도 알 수 있었다.

‘좋아하는 건가.’

짝사랑.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서로를 좋아하고 있었다.

샬런과 마찬가지로 서서히 붉어지는 그녀의 볼이 그 증거였다.

‘스승님도 사람이었구나.’

신도 무서워할 정도의 강함을 지니고 있어 잠시 잊고 있었다. 샬런도 살아 숨 쉬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빨리 밥부터 먹어. 지금부터 차근차근 움직여야 하잖아?”

“그렇지. 아직 반의 반도 오지 않았으니까.”

“어이, 권왕! 빨리 밥부터 먹어! 자네가 있어야 우리가 이기지 않겠나?”

때마침 들려오는 동료들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한층 긴장이 풀리는 듯하다.

“좋지! 나는 냄비 통째로 줘야 할걸!”

“우, 우리도 먹어야지 않겠나!!”

“흐하하하!”

샬런은 마을에 갇힐 때와 지금과 거의 비슷했다.

변함없는 웃음과 식탐.

“그만!! 거기까지만 먹게나!”

“왜 그러시나? 내가 있어야 마왕도 처치할 수 있지!”

“그래도 정도가 있지!”

동료들과 관계도 좋은 것 같았다.

스튜로 한참 동안 실랑이를 벌이다 보니 해가 쨍쨍하게 밝아왔다.

“이동한다!”

“예!”

샬런의 목소리와 함께 100명이 넘어가는 동료가 백팩을 메고 이동했다.

* * *

-시련 체험의 중간에 도달했습니다.

‘이게 중간이라고?’

점심이 될 때 동안 어떠한 문제도 없었다. 그런데 벌써 중간에 도달했다니.

‘시련 체험이라서 그런가.’

당연했다. 직접 시련에 들어가지 않고 시련을 체험하고 있으니까.

‘계속 걷네.’

하지만 문제는 계속 걷기만 한다는 거다.

가끔 들려오는 잡담이 있었지만, 크게 유용한 정보는 아니었다.

정말 시련의 체험이라 생각할 수 있을 정도의 가벼운 정보.

-시련 체험의 끝에 도달하였습니다.

-1시간 뒤에 시련 체험이 종료됩니다.

-충격에 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밤이 점점 깊어지자 떠오르는 메시지.

‘한 것도 없었는데 벌써 시련 체험 끝이네.’

조금은 아쉬웠다.

시련 체험이라서 뭔가 일이라도 있을 것 같았는데, 1시간 뒤에는 시련 체험이 끝난다.

‘다른 스승님들도 볼 수 있냐고 물어봐야겠네.’

그리 길지 않으니 다른 스승님의 과거에 대해서도 볼 수 있으면 좋을 터.

몇 분 뒤에도 지금과 다르지 않으리란 생각에 풍경이나 보기로 했다.

‘예쁘네.’

지구와는 다르게 하늘에 가득 수 놓인 별들. 아름다웠고 색다른 느낌이었다. 밤하늘에 수놓은 별들 사이에 존재하는 거대한 달은…….

‘지구랑 같네.’

처음 듣는 타일런 행성에 지구와 다른 게 있나 싶어 주변을 둘러봤지만, 지구랑 똑같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지구와 다르게 아직 중세시대 정도라는 점.

‘예쁘네.’

하지만 그런 것 따위 상관없다. 여기는 자연환경이 거의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눈이 즐거웠다.

이 풍경이라도 눈에 담아 야겠다는 생각으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그 시간이 30분쯤 되었을까.

“쉿. 다들 멈춰라.”

“…….”

샬런의 몸이 멈추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입술에 가까이 대어 동료들의 움직임 또한 멈추었다.

‘무슨 일이지?’

샬런에 대한 믿음이 가득한 동료들.

‘왜 그러지?’라는 물음 따위는 하지 않았다. 이유가 있으니 그들을 멈춰 세운 것이리라.

몸을 낮추고 가만히, 주변의 소리를 들었다.

‘아무 소리도 안 들려.’

하지만 주변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숲이라면 나야 할 기본적인 소리가.

휘이잉~

“…….”

오직 나는 건 바람에 스치는 풀잎 소리가 전부.

몇 분 정도 침묵이 유지되자 먼저 샬런이 입을 열었다.

“악마들이다.”

“……!!”

악마란 말에 동료들이 재빠르게 무기를 꺼냈다.

샬런의 말대로 마기의 냄새가 코끝을 강하게 찌르기 시작했다.

‘이게 악마라고?’

전에도 한 번 봤었지만, 그건 환영에 불과했다. 지금 느껴지는 악마는 상상하던 것과 상상을 초월했다.

‘그때 본 천마보다는 낮지만…… 간부와 동급이잖아?’

간부와 거의 동급인 마기의 농도. 그 마기가 수십 갈래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몇 마리인 거야? 토할 것 같아.’

대충 끼니를 떼우기 위해 먹었던 육포가 올라올 지경이었다.

그만큼 독한 마기가 주변 전체를 애워싸더니…….

스걱!

“나타났다!!”

검을 들고 있던 남자 한 명이 악마의 팔을 베어 버렸다.

예상외였다.

‘강해?’

조금은 질긴 가죽옷. 그리고 낡아 빠진 듯한 롱소드. 그것만으로 간부와 비슷한 격을 가진 악마를 베어냈다.

‘아직 걱정할 필요는 없나.’

샬런도 크게 긴장한 눈치였다. 하지만 종종 일어나는 일인 듯 능숙하게 건틀릿을 장착하고 주먹을 휘둘렀다.

콰직!

스걱!

‘우웩!’

구역질을 억지로 참으며 샬런에게 몸을 맡겼다.

그들이 움직일수록 검은 숲은 시끄러워졌고, 오물 같은 냄새로 가득했다.

“다친 녀석은 없나?”

“부상만 있고 다행히 중상은 없어!”

“일렌은 괜찮나?!”

“어! 나도 괜찮아!”

샬런이 사랑하는 그녀도 괜찮나 보다.

큰 어려움 없이 악마들을 격퇴했다.

그 모습에 경악과 존경심이 비쳤다.

‘대단하네.’

지구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화려한 스킬과 역동적인 공격들과는 다른 기본에 충실한 자세. 샬런의 힘에 그가 말했던 ‘평범한’이라는 생각은 완전히 멀어졌다.

‘이게 끝인가? 강하다는 건 알아도 아쉽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이상을 알아내지는 못했다.

여전히 샬런이 강하다는 것밖에.

-10분 뒤에 시련 체험이 끝납니다.

샬런의 동료들이 하급~중급 악마의 시체를 태우고 자리를 옮겼다.

더러운 오물들이 묻어 있지 않은 깨끗한 자리를 찾아 야영하기 위함인 듯하다.

‘이게 끝인가 보네.’

10분 뒤에 시련 체험이 끝난다.

큰 이득이 없었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샬런의 옛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과거와 전혀 다름이 없는 사람.

-시련 체험이 5분 남았습니다.

-돌아갈 준비를 마치시기 바랍니다.

시련 체험의 남은 시간은 고작 5분.

또다시 30초밖에 남지 않았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 올라 마음에 준비를 하고 있던 그때…….

쿵!!

숲 전체에 울리는 진동. 그리고 온몸에 소름이 들 정도로 느껴지는 마기.

“경고했을 텐데. 여기서 당장 나가라…….”

익숙한 목소리와 동시에.

-시련 체험이 종료되었습니다.

타이밍 좋게 시련 체험이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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