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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176화 (176/225)

제176화

176. 스토킹(1)

“여기야.”

“여기? 엘프들이 지키는 던전 아니야?”

“뉴스에도 한 번 나온 던전이지. 중국 협회 회장 때문에 묻혔지만.”

상처가 모두 나은 후, 목적 중 하나인 엘프 던전에 도착했다.

엘프들이 지키고 있어 처음에 주목받다가 지금은 신경도 쓰지 않는 던전이다. 엘프들의 성격이 워낙 더럽기도 하고.

“정말 괜찮을까요?”

“한 번 들어가 본 적도 있어서 걱정할 필요 없어요.”

“그럼 다행이고요.”

나나호는 꽤나 걱정하는 눈치다. 이곳으로 오기 전에 기사 몇 개를 봤기 때문일 거다.

“상당히 강하다고 들었는데…….”

나나호는 긴장한 상태로 엘프들이 말을 걸어오길 기다렸다.

어차피 걱정할 필요는 없다. 모습까지 제대로 감췄으니, 그들을 알아볼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테니 말이다.

강수호가 익숙하게 앞으로 나가 엘프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오랜만이다.”

“……??”

얼굴을 가리고 있어 알아보지 못하는 모양이다. 쓰고 있던 후드를 벗자 놀란 듯, 눈을 크게 뜬다.

오랜만에 봐 반가운 표정이 아니었다.

‘경악을 하네.’

보지 못할 걸 봐 버렸다는 듯 경악했다.

강수호가 그를 향해 다가가자…….

“나 강수호라니까. 저번에도 한 번 왔었는…….”

“가라.”

“가라고?”

엘프가 날카로운 눈빛을 지닌 채 지금 당장 나가라는 말을 했다.

뭔 상황인가 싶다.

“나 몰라?”

“아니까 여기서 당장 나가라는 거다. 꺼져!”

“…….”

살기가 풀풀 피어오른다.

억지로라도 던전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아니, 잘 알면서 왜 안 들여 보내주는 거냐……. 아야.”

배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고통에 아래를 내려보자 나무 단검이 복부에 박혀 있었다.

아프기보다는 당황스러웠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싶어서.

“더러운 기운이 느껴진다. 뒤에 누군가 쫓아오고 있어.”

“누가 쫓아오고 있다고?”

엘프가 귀에 속삭이는 말로 제 복부를 찌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복부에 나무 단검이 꽂힌 건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았다. 뒤에 누군가 쫓아오고 있다는 것. 그 사실에 모든 신경이 집중되어 있었다.

어차피 이런 상처쯤이야, 금방 회복할 수 있다.

“물러나세요!!”

“내가 그럴 줄 알았다!”

다른 일행은 엘프의 속삭임을 듣지 못했는지 강수호를 구하기 위해 엘프를 공격했다.

위협적인 공격이 오고 가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기 전에 던전 앞에서 사라졌다.

* * *

“하필이면 귀찮은 걸 데리고 오다니.”

“방비를 단단히 해야겠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천으로 단검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엘프가 잔뜩 한숨을 내쉬었다.

더러운 기운을 가진 이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처음부터 방비를 단단히 해 두었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장로님한테 알리자.”

“그래.”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부터 바쁜 하루하루가 될 거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 * *

슈아아악!

텔레포트를 통해 던전 앞을 빠져나온 그들.

뒷골목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날아온 건 최서현의 손.

짝!

“아악!”

“어떻게 된 거야? 우리 공격 안 한다면서?”

“그러게요. 왜 강수호 님을 공격한 거죠?”

여자 엘프의 이야기를 듣지 못했으니 이해하지 못한 것도 당연했다.

‘더러운 기운이 느껴지고, 누가 우리를 쫓고 있다라…….’

더러운 기운, 누가 쫓고 있다.

두 가지 설명으로 봤을 때 딱 한 명밖에 없었다.

‘마인?’

마인밖에 없었다.

하지만 말이 안 되었다.

‘내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을 텐데. 말이 되나?’

강수호는 마인의 은신 정도는 간단히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다. 그럼에도 눈치채지 못하고 스토킹 당했다면…….

‘간부?’

간부 중 한 명인 마법을 사용하는 이사벨라라는 5위 간부가 따라붙은 것이 확실하다.

‘상당히 귀찮아졌네.’

현상수배까지 했는데 뭘 못하겠나.

안일한 강수호의 실수였다.

‘지금은?’

정신을 차리고 마나 탐지를 이용하여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마기가 느껴지진 않았다. 뒷골목에서 담배를 피워대며 침을 뱉는 사람만 느껴질 뿐.

‘뭐지?’

뒷골목에 있는 사람 모두의 인기척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 정도밖에 느껴지지 않다니.

“신기하네.”

“뭐가? 피가 흐르는 게 신기해?”

못 마땅한 표정으로 강수호의 상처를 바라보는 그들. 갑작스러운 공격에 상당히 놀란 듯싶었다.

“내가 그 엘프 머리를 납작만두처럼 만들어…….”

잔뜩 뿔난 최서현이 다시 던전으로 향하려 하기 전에.

“호텔로 돌아가자.”

“이대로 그냥 돌아가자고? 복수 같은 거 안 하고?”

“나중에 따로 말해 줄게. 일단 내 말 좀 들어줘. 나나호 님도요.”

“알겠어요. 무슨 이유가 있겠죠.”

지금 당장 설명하기에는 주변이 너무 위험하다. 엘프의 말처럼 누군가 강수호 일행을 스토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조심해서 나쁠 거 없지.’

뒷골목을 빠져나와 곧장 호텔로 향했다.

이사벨라와 마인들이 어디 있는지 알아내기 전까지는 던전 근처에는 가지 않는 게 좋을 듯하다.

* * *

“흐음……. 뭔 말했는지 못 들었는데. 다시 숙소로 돌아가나?”

“그런 것 같습니다.”

“저들한테 뭐 들은 거 있나요?”

“죄송합니다. 저도 방금 막 도착해서…….”

“괜찮아요. 저도 방금 도착했답니다.”

그 모든 걸 보고 있던 이사벨라와 마인들. 아쉽게도 던전 앞에서부터 지금까지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흠……. 별말 아니겠지.’

조금 신경 쓰이긴 하나,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지금은 그들을 계속 따라다니는 것이 중요했으니까.

“따라가고 있어요. 나는 알아볼 게 있거든요.”

“예, 알겠습니다.”

공허의 망토를 사용하여 마인들이 강수호를 따라나선다.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눈치채지 못할 은신.

‘내가 만들었지만, 정말 대단하네.’

스스로를 칭찬하며 미소 지었다.

잠깐 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던전으로 향했다.

* * *

‘여기 있었는데…….’

엘프들이 지키고 있던 던전은 한 번도 보지 못한 던전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발견하지 못했던 던전이었다.

무언가에 가로막혀 있는 듯이.

“설마 시련이?”

조금 기대하는 눈치로 강수호가 향했던 곳으로 걸어갔지만…….

“음? 왜 아무것도 없지? 방금까지 있었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강수호가 흘린 피가 바닥에 적셔 있는 게 전부였다.

“잘못 본 건 아닌데…….”

신기한 일이었다.

공식적인 건 아니지만, 마기 덕분에 마법사의 정점에 도달한 그녀. 기억력이 특히 좋아 마법 캐스팅도 누구보다 빨랐다.

‘주변을 좀 더 찾아봐야겠네.’

궁금함은 못 참는 성격이다.

바닥에 흘린 피를 검지와 엄지로 문지르며 던전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이미 모습을 감춰서 몇 시간 동안 아무리 찾아도 발견하지 못했다.

* * *

“수호야, 설명 좀 해 줄래?”

“이제 설명해도 되지 않을까요? 듣는 사람은 없는 것 같은데요.”

“잠시만.”

궁금해하는 그녀들을 진정시켰다. 모든 꼼꼼해야 하는 법.

따악!

“사일런스.”

앉은 소파 주변에 사일런스를 둘렀다. 그녀들만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사일런스까지 사용해?”

“이제 말해 줄게.”

이 정도는 해야지 안심하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상황을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간부가 우리를 스토킹하고 있는 것 같아.”

“정말?”

“사실인가요?”

다시 들어오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엘프는 인간보다 마기의 기운을 몇천 배는 잘 느낀다.

강수호가 그 사실을 전하자 최서현과 나나호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우리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게 다가온 간부라면…….”

머리를 쥐어짜며 생각에 빠졌다.

강수호도 눈치채지 못할 은신 능력을 가진 간부라면 두 명밖에 없었다.

“한예림, 이사벨라.”

“한예림, 이사벨라.”

강수호와 최서현이 거의 동시에 말했다.

암살자의 극의에 도달한 한예림. 그리고 마법을 사용하여 중국을 왔다 갔다 했던 이사벨라.

“유력한 간부는 이사벨라.”

하지만 한예림은 제외다. 정말 중요한 알이 아닌 이상, 1위 간부보다는 이사벨라가 나타나는 게 더 맞다.

‘계속 스토킹 당하면 뭘 할 수가 없는데…….’

머리카락을 넘기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중국에 있을 동안 호텔에서만 머물 수는 없다. 마인들도 수상하게 여길 테고.

“어떻게 할까?”

모두 쉽게 결정을 내지 못하는 눈치였다. 워낙 위험한 일이기도 하고.

한참을 고민한 끝에 나나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냥 놀래요?”

이대로 놀면서 마인의 경계가 풀어질 때까지 두자는 것.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 자신들이 그들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걸 들키면 더 골치가 아파질 테니까.

“그것도 좋은 방법이긴 한데, 저는 이게 더 좋을 것 같네요.”

하지만 강수호에게는 그녀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었다.

이 상황을 벗어날 법한 방법.

‘걸릴진 모르겠지만.’

방법을 한참 설명하더니.

“……좋은 방법인 것 같네요.”

“예,”

“후우, 알겠어요. 한번 해 보죠.”

고개를 끄덕이며 의견에 동의했다.

놀고먹는 것보다 몇십 배는 좋은 방법이었으니까.

* * *

‘잘 쉬고 있군.’

이사벨라의 명령에 숙소 구석진 곳에서 그들을 살피는 마인.

공허의 망토도 만능은 아니다. 가까이 가면 기능을 잃고 몸이 보인다.

‘나도 좀 쉬어야겠어.’

구석진 곳에 박혀 앉았다.

이 짓도 며칠 지속되니 얼마나 힘든지 모르겠다. 시련이란 걸 발견하기 전까지 그들을 스토킹하는 것은 계속될 것이다.

‘한숨이라도 자야겠어.’

다른 마인도 있기에 눈을 붙였다.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기절해 버릴 것 같았으니까.

눈을 감고 금방 잠이 들려던 찰나.

툭툭.

“뭐야?”

“일어나. 화장실에 들어갔다. 움직여야지.”

“…….”

화장실에 들어가는 강수호. 눈을 붙이는 건 그른 듯하다.

살짝 열린 화장실로 들어가기 위해 조심히 몸을 움직였다.

‘이럴 때가 제일 싫어.’

이사벨라가 준 아이템을 사용한 후, 코를 막고 화장실 틈으로 들어가려 하자.

“……?!”

툭.

얇은 실에 의해 모든 뚫어내는 아이템이 막혀, 나아갈 수 없었다.

깜짝 놀라 빠르게 뒤로 빠지려 했지만…….

쿵!

“크윽!”

문을 통과할 수 없었다.

아이템이 발동되지 않았다는 뜻.

“빌어먹을!”

들켰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신경을 잔뜩 곤두세우며 자세를 잡았지만.

“한 명 추가요.”

“웁웁웁!!”

늦었다.

이미 강수호의 손에 잡혀 비명도 내지르지 못했다.

목을 쳐서 그대로 기절시켜 밧줄을 묶어 화장실 구석에 두었다.

“나나호 님. 몇 명 있는 것 같아요?”

“다섯 정도요. 바람으로 느끼기에는 그 정도 있네요.”

강수호의 텔레포트를 통해 먼저 들어와 있던 나나호가 말했다.

자연은 지구 전체에 존재해 있다. 바람은 어느 곳이든 존재하는 자연.

마인이 호텔 내에 주둔하고 있다면 바람으로 그들의 위치를 알 수 있다.

은신이 만능은 아니다.

구석진 곳에 박혀 있다 해도 바람이 통하지 않는 곳은 없다.

“천천히 하죠. 5분 정도 기다리면 여기로 올 겁니다.”

“좋아요.”

발견한 마인들 사이에 이사벨라가 없는 걸 보니, 이사벨라는 어디로 간 것 같았다.

행운이라 생각하며 문 앞에 대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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