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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172화 (172/225)

제172화

172. 추격(2)

“이사벨라 님.”

“무슨 일이에요?”

“한국에 있던 마인들의 연락이 대부분 끊겼습니다.”

“하아…….”

부하의 대답에 잔뜩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하고 있길래 연락이 끊기는 건지.

“제가 직접 가 봐야 하나요?”

“아닙니다! 제가 직접 가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네, 그러면 수고해 주세요.”

원래라면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하여 그녀가 갔을 거다. 하지만 이번 달은 너무 바쁘다.

‘시련의 입구가 어디 있는 거지…….’

천마가 원하는 시련이란 입구를 찾아야 했다.

가진 힘보다 몇백 배는 강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시련이란 장소.

‘도대체 어디 있냐고.’

아무리 찾아도 시련이란 장소는 나오지 않았다.

시련만 클리어하면 강해질 수 있다는데, 애초에 그 장소를 모르는데 어떻게 강해지겠나.

“세상만사 귀찮네.”

걸어 다니는 것도 귀찮아서 마법사가 되었다. 텔레포트로 어느 곳이든지 다닐 수 있으니까.

책상 옆에 구비된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시련이 생겼다는 말에 얼마나 오랫동안 밤을 새워가며 찾았는가. 이제는 쉴 때도 되었다.

“피곤해. 피곤해. 오늘은 안 할 거야. 그냥 잘래.”

잠옷으로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 밖에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금방 잠이 들었다.

벌컥.

“누가 예의 없게 방문을 허락도 없이 여는 거…….”

자고 있는데 열리는 문.

분명히 보고 같은 건 모두 내일로 미룰 거라 말했다. 그런데 노크도 없이 방을 들어온다?

‘남극이나 북극에 발가벗긴 채로 보내야겠군.’

큰 벌을 줘야겠다. 오랜만에 편안히 자려는데…… 1시간 정도는 보내야 하는 게 맞았다.

그런 생각으로 눈을 뜨고 문을 쳐다보자.

“이사벨라.”

“처, 천마 님!”

예의 없는 부하가 문을 열고 들어온 게 아니었다. 마인 협회의 주인이라 불리는 천마가 그녀의 앞에 왔다.

마법을 이용하여 재빠르게 평상복으로 바꾸었다.

편한 모습을 보여 부끄러운 마음에 볼을 붉게 물들인 채로 물었다.

“무슨 일로 이 누추한 곳까지…….”

“별일 아니다. 내가 찾아 놓으라고 한 시련은 찾았느냐?”

시련의 입구를 찾았냐는 천마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죄송하지만, 아쉽게도 시련의 입구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렇군”

“그 대신에 대략적인 위치는 찾았습니다!”

“대략적인 위치?”

다행히 대략적인 위치는 찾아내었다. 문제는 그 위치가…….

“어디냐?”

“중국입니다.”

“…….”

중국이라는 것.

그 대답에 천마가 이마를 탁, 쳤다.

중국의 땅은 말도 안 될 정도로 넓었다.

시련의 입구를 찾기 위해 중국을 다 뒤지기 전에 누군가 먼저 찾아내어 클리어할 것이다.

‘잘못하면 강수호한테 넘어갈 수도 있겠군.’

이사벨라가 나섰는데도 그다지 진전이 없었다.

‘나까지 나서야 하나.’

지금도 인원수가 부족하여 골치가 아프다. 천마까지 나섰다가는 마인 협회는 금방 망해 버릴 거다.

“흠…….”

한참 고민에 빠져 있을 때쯤 들려오는 제안.

“강수호 헌터를 따라다닐까요?”

“강수호?”

“예, 마인 협회의 위험인물 아닙니까? 아니, 애초에 위험인물들을 따라다니는 게 찾는 데 더 빠를 것 같습니다.”

좋은 제안이었다. 혹시 그들 중에 시련을 찾은 이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좋군. 들키지 않게 조심히 미행해라.”

“알겠습니다. 부하들에게 그리 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같이 가기도 할 거고요.”

제안을 받아들였다.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좋은 방법이었으니까.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던 일을 마무리해야겠군.”

천마가 막 방을 나가려 하자.

벌컥!

“이, 이사벨라 님! 처, 천마 님?!”

땀을 비 오듯 쏟아내며 부하가 방으로 들어왔다. 예의 따위는 개나 줘버린 듯하지만, 이유가 있었다.

“내가 분명히 노크하고 들어오라고 했을…….”

“한국에 잠복해 있던 마인 90%가 전멸했습니다.”

“……뭐?”

이사벨라뿐만 아니라, 천마 또한 인상이 구겨졌다.

한국에 주둔하고 있던 마인의 수는 중국과 미국보다는 적지만 며칠 만에 사라질 만한 수는 아니었다.

“누가?”

“예, 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자세히 설명해라.”

세계 1위 헌터가 일을 벌였다 하더라도 불가능하다. 적어도 협회와 길드가 협력하여 몇 달에 걸쳐야 가능한 일이다.

그마저도 실패할 가능성이 크고.

‘그런데 고작 며칠 만에 한국 마인 전체의 90%를 잡았다고?’

고작 일주일.

겨우 일주일 만에 마인 대부분을 처치하는 건 상상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천마의 위압감에 몸을 떨던 부하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강수호, 나나호, 최서현 헌터. 그리고 협회 회장입니다.”

“……뭐?”

부하의 대답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강수호, 최서현, 협회 회장은 몰라도 나나호가 왜? 나나호는 일본의 헌터다.

궁금함이 가득한 얼굴로 물어보자.

“일본 사건 때문에 한국으로 국적을 옮겼다고 합니다. 또 전해듣는 소식으로는 용병으로 뛰고 있다고도 합니다.”

“알겠다. 이사벨라는 마인들과 함께 그들을 미행해라. 이만 가지.”

“들어가십시오.”

잔뜩 한숨을 내쉬며 집으로 향했다.

안 그래도 바쁜데 더 바빠지는 듯하다.

벌컥.

집으로 향하는 문을 열고 방에 들어와 침대에 앉아 머리를 짚었다.

‘또 그놈인가.’

하는 일마다 방해다. 중국 일 때도 그냥 살려두었는데…….

“죽여야 하나.”

이렇게 되면 죽여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양유혁도 이제 잘 만나지 않는 것 같고.

“천마 님.”

때마침 1위 간부, 한예림이 들어와 조심스레 다가오며 물었다.

“제가 처리할까요?”

좋은 방법이었다. 간부 1위 암살자라면 가능할지 모른다.

“아니, 안 된다.”

하지만 천마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마인의 수는 계속해서 늘리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 더군다나 그녀는 따로 하는 일이 있었다.

“잘 키우고 있나? 세 명 정도라 들었는데.”

“예, 조금 문제가 있긴 했었는데 전부 해결했습니다.”

“언제나 고맙군, 들어가거라. 나는 좀 쉬어야겠으니.”

“알겠습니다. 쉬십시오. 한국에는 다시 마인 단체를 만들겠습니다.”

“그래.”

한예림은 잃은 간부 세 명을 다시 키우고 있다.

오래 걸리긴 하겠지만, 되기만 하면 클로운 같은 간부가 나오기 마련.

그녀를 보내고 눈을 감았다.

금방 잠이 들 줄 알았으나.

‘돌겠군.’

눈을 감자 보이는 여러 색이 가득 섞인 꽃밭. 그사이 보이는 가족들 때문에 한참을 뒤척이다가 겨우 깊은 잠에 빠졌다.

* * *

“잘 쉬었다~.”

인천 공항에서 기지개를 시원하게 켰다.

마인을 처리하는 데 아무리 빨라도 일주일은 걸릴 거라 생각했지만, 헌터 협회장 덕분에 거의 3일 만에 끝마쳤다.

그 덕에 남은 4일 동안은 집에서 편안히 잘 쉬었다.

“벌써 왔네요?”

“오셨습니까? 치킨 드실래요? 방금 사서 따끈따끈한데.”

“할아버지 치킨이에요?”

“예.”

“주세요!”

치킨을 먹고 있자 어느새 도착한 나나호.

함께 치킨을 먹으며 기다리고 있자 얼마 지나지 않아 온 최서현.

“나 왔어!”

“완전 여행 패션이네.”

다른 나라에 가는 건 가도 가도 매번 색다른 기분이다. 특히 이번에는 여행이 아닌, 시련에 관한 것과 세계 등급을 측정하러 가는 거니까.

“가자.”

비행기 이륙 후, 빠르게 날아 금세 중국에 도착했다.

당연히 먼저 간 곳은 베이징이었다.

세계 랭커의 등급을 매기는 곳이기 때문이다.

“어……. 보디가드들도 할 수 있지 않나?”

“그럼요. 저는 이미 세계 랭킹 10위 등록되어 있습니다.”

“나도 권한 받고 왔어.”

전과는 다른 중국의 풍경. 마인들이 넘쳐났던 몇 달 전보다는 나아 보였다.

모두 권한을 받고 온 터라 베이징에 도착만 하면 된다.

‘공항에서 베이징 도심까지는 멀지 않으니까.’

풍경도 볼 김에 택시 대신 도보를 택했다.

‘진짜 예쁘네.’

살벌한 기운은 어디에도 없었다. 도보에 가끔씩 보이던 핏자국과 더러운 타액도 보이지 않았다.

“거의 다 왔다.”

한참 풍경을 감상하며 걷다 보니 서서히 보이는 거대한 경기장. 울림픽 경기장보다 최소 2~3배는 거대해 보였다.

헌터의 힘을 막기 위한 다양한 설비들을 갖추고 있을 테니 넓은 건 당연하다.

“저게 세계 정상급 헌터들을 가리는 곳인가?”

“여긴 처음인데, 진짜 신기하네…….”

“저 따라오세요. 일단 접수부터 해야 하거든요. 인증 절차도 복잡하고.”

세계 랭커 10위에 등록된 나나호.

이미 와본 경험이 있기에 그녀가 앞장 서 경기장으로 향했다.

* * *

-어디쯤이야?

“베이징 공항에 막 도착해서 경기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특이사항이나, 주변에 이상한 점은?

“아직까진 딱히 없습니다.”

-알겠다. 이상하거나 특이사항 있으면 즉시 알려라.

검은 더벅머리에 로브를 쓴 여자가 통신을 끊었다.

아직 성과는 없었으나, 조만간 생길 듯하다.

“간부나 돼서 스토킹이나 하다니. 어휴.”

로브를 깊게 눌러 쓴 채로 한숨을 잔뜩 내쉬었다.

그래도 어쩌겠나, 1위와 대장이 까라면 까야지.

더군다나 스토킹도 나쁘진 않았다.

‘좀…… 잘 생겼네?’

다른 여자의 눈에는 몰라도 그녀의 눈에는 강수호가 꽤나 잘생겨 보였다.

‘가져갈 수 있으면 가져가야지~.’

괴상하게 웃었다.

그녀는 원하는 연구감을 얻기 위해 마인이 된 케이스.

클로운과 비슷하다 볼 수 있지만, 클로운 같은 사이코패스와는 다르다.

“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네. 히히히히.”

다시 한번 괴상하게 웃으며 경기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 *

“진짜 크네…….”

아카데미 대회 경기장과는 완전히 차이가 났다.

지금까지 본 경기장보다 몇 배는 더 큰 크기.

TV에서나 보던 유명한 헌터들이 넘쳐났다.

‘전에 봤던 절대 감각, 마커스도 있네.’

절대 감각(S급), 마커스처럼 한 번 봤던 헌터들도 있었다.

먼저 들어가는 것 보니 신분 검사를 마쳤나 보다.

“다음 헌터! 들어와 주십시오!”

“나 먼저 갈게.”

얼마 안 가 신분 검사가 이루어졌다.

앞에 선 강수호가 가장 먼저 신분증 검사를 시작했다.

“어……. 강수호 헌터?”

“예, 맞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신분증 검사는 여권부터 시작됐다.

빠르면 10분, 늦으면 15분까지 걸린다고 하니, 느긋이 기다리기로 했다.

직원이 신분 확인을 위해 어디론가 갔다가 금방 돌아왔다.

“나라에서 준 세계 랭커 등록권이 있습니까?”

“여기 있습니다.”

차례대로 모든 신분을 확인한 후, 경기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세계급 경기는 일주일 뒤에 시작된다.

경기장 밖에서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무서워라.”

사방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위압감.

헌터들이 싸워야 하는 건 마인만이 아니었다.

‘빨리 가든가 해야지.’

더 강해지고 유명해지기 위해서는 같은 헌터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마인만이 적은 아닌 법.

‘음? 저 여잔 뭐야?’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더벅머리에 검은 로브를 쓴 이상한 사람. 사람들 눈에는 신기하게 눈에 띄지 않는지 강수호를 보며 괴상하게 웃어댄다.

“누구세…….”

조금은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스토커라도 되는가 싶어 가까이 다가가려 하자.

“뭐야?”

환상인 것처럼 사라졌다.

주변을 뒤져보려는데…….

“수호야~.”

“저희 왔어요.”

마침 도착한 친구들.

이상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밥이나 먹으러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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