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1화
171. 추격(1)
“오실 때가 됐는데…….”
업무를 보고 있던 이용욱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귀찮은 여정 끝에 한국 땅을 밟은 한 남자.
“회장님, 강수호 헌터 오셨습니다.”
“들여보내게. 할 말이 많아.”
강수호였다.
비서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에서 돌아와 휴식을 취하던 강수호가 들어왔다.
“쉬는데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협회 회장님이 오시라고 한 건데 당연히 와야 하죠.”
강수호가 소파에 앉자 뜨거운 커피를 내어주었다.
이용욱도 그의 맞은편에 앉는데.
“더 강해지셨군요.”
“눈치채셨습니까?”
“예, 전과 확연히 차이가 있어서 금방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강수호가 전보다 강해졌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간단히 안부 인사를 나누다가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걸 보셨습니까?”
책상에서 A4 용지 종이를 꺼내 보여주었다. 본 적 있기에 이 종이가 뭔지 잘 알고 있었다.
“현상금이네요.”
“예, 맞습니다. 마인 협회에서 만든 헌터 현상 수배범이라고 하더군요.”
마인 협회에서 강한 헌터들을 처리하기 위해 만든 현상 수배.
다른 몇몇 헌터들의 수배지가 책상에 널브러져 있는 게 보였다. 하지만 강수호보다 금액이 높진 않았다.
“전보다 5배는 늘었네요.”
“일본에 있었던 일 때문인 것 같습니다. 위험하다 판단하여 금액을 높인 것 같습니다.”
100만 달러. 강수호의 목은 마인들에게 100만 달러로 불리고 있었다. 잘하면 더 올라갈 가능성도 있고.
“제가 오늘 강수호 헌터님을 부른 이유는 보디가드를 붙이기 위해서입니다.”
“보디가드 말입니까?”
그렇기에 그의 옆에 누군가 필요했다.
초인적인 힘을 가진 헌터라 해도 혼자서 모든 걸 감당할 순 없다. 어느 정도 힘을 가진 헌터들의 보디가드와 함께하면 더 안전할 것이다.
“비용은 물론 저희 쪽에서 처리할 예정입니다.”
“보디가드가 될 사람은 누굽니까?”
비용보다는 보디가드가 될 사람이 누군지 궁금했다. 강수호에게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이 꼭 필요했으니까.
이용욱은 걱정 말라는 식으로 말하더니 보디가드란 사람을 불러들였다.
“오늘 오신 분 들어오시라고 이야기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회장님.”
비서가 나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보디가드란 사람이 들어왔다.
이구호 헌터인 줄 알고 조금은 기대했지만.
“안녕하세요.”
“……??”
의외의 인물에 눈이 크게 떠졌다.
일본의 1위 헌터, 나나호가 강수호 앞에 있었으니까.
“나나호 헌터? 원래 일본 헌터 아닙니까?”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일본 헌터의 대표로 말할 수 있는 나나호. 그녀가 한국 헌터 협회 회장실에 자신의 보디가드랍시고 와 있으니 말이다.
“나라에 소속되어 보니 용병 같은 것이 더 낫더군요.”
“일본에서는 완전히 나온 겁니까?”
“예, 돌아갈 일은 없을 듯합니다. 워낙 더럽고 지저분한 곳이기도 하고.”
일본에 있을 이유가 없었단다.
어찌 됐든 강수호 입장에서는 이득이었다. 세계 랭커 10위의 보디가드를 갖게 되었으니까.
“한 분 더 있습니다.”
“한 분 더요?”
“예, 강수호 헌터도 잘 아시는 분일 겁니다.”
하지만 보디가드는 한 명이 끝이 아니었다. 혹시 몰라 한 명을 더 섭외했다고 한다.
강수호도 잘 아는 헌터라고 하는데…….
“수호야~.”
“서현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막 여행에서 돌아온 듯 선글라스를 쓰고 캐리어를 끌고 오는 그녀.
“두 번째 보드가드입니다.”
이 정도 보드가드를 지니고 있으면 죽는 게 이상할 정도다.
“아, 나나호님. 이 친구는 제 여자친구…….”
서로 인사도 할 겸 나나호에게 최서현을 소개시켜 주었다.
막 소개시키기 위해 손을 내밀던 도중.
“나도 알아.”
“안다고?”
“어, 저번 달에 일본에 갔다가 만났거든.”
“……?”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을 들었다.
저번 달에 일본에 갔다가 만났다니?
자신은 솔플 던전 때문에 일본에 갔었는데…….
‘설마…….’
최서현에게 시선을 옮기니 해맑게 웃는다.
뭔 일인지 대략적이나마 눈치챌 수 있었다.
“나 따라왔어?”
“그럼, 워낙 걱정이 돼서 따라가지 않을 수가 없었지.”
“…….”
몰래 따라왔다는 거다. 마지막 날 빼고는 계속 바빴던 터라 서현이 일본에 왔었는지 눈치를 채지 못했다.
“그 덕분에 이렇게 인연이 생겼지만.”
“그때는 고마웠어요. 덕분에 귀찮은 일에 휘말리지 않았거든요.”
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계기를 통해 친해졌나 보다.
아무튼 보디가드는 모두 아는 사람들.
“걱정할 건 없는 것 같군요.”
안심한 듯 이용욱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이야기가 시작한 지 한 시간이나 지났다.
“쉬십시오. 피곤하신 분을 너무 오래 붙잡은 것 같군요.”
헌터는 만능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처럼 피곤하면 쉬어야 하고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
가볍게 작별 인사와 함께 나가려 하던 그때…….
“아, 회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강수호가 문을 나서려다 멈추고 회장을 불렀다. 꼭 전해야 할 이야기가 있었으니까.
“다음 주쯤에 중국으로 가야 할 듯합니다.”
“예?”
한국에 온 지 일주일도 안 돼서 다시 외국으로 나가게 생겼다.
* * *
‘흔적이 여기까지 이어져 있었지.’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생각에 빠졌다.
일본에서 돌아오자마자 위험한 중국으로 가는 이유가 있었다.
오크 대장에게서 망설임을 없애는 방법을 배운 덕분에 한 층 성장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마기와 마나가 섞인 마법 흔적이 있었어.’
간부 5위, 이사벨라. 그녀의 흔적으로 보이는 마법이 일본과 중국에 이어져 있었다.
‘시련엔 내가 먼저 들어가야 한다.’
유물은 스승님들의 옛 힘을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만 있는 게 아니었다.
엘프 장로의 말을 들어보면 스승님들은 옛 영웅들. 스승님들은 모르는 것 같지만, 유물을 통해 그들이 살던 시대에 들어갈 수 있나 보다.
‘그곳의 영웅을 구해야지만, 해방이 된다라…….’
더 정확한 건 엘프 장로에게 이야기를 들어야 할 듯하다. 엘프 장로가 시련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하니까.
“중국에 간다고?”
“네, 엄마도 당분간 샬런 스승님이랑 같이 있으세요.”
중국에 간다고 전하니 엄마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해 보인다. 저번처럼 만신창이가 되면 어쩌나, 하고 말이다.
하지만 저번처럼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1~3위 간부를 만나거나, 천마를 만나지 않는 이상은…….’
일본에 갔다 온 뒤로 괴물처럼 성장했다. 이제는 이구호 헌터를 가볍게 이길 수 있을 정도다.
더군다나 중국에 가려는 이유는 시련 말고 또 있었다.
“세계 헌터 등급.”
올림픽보다 뜨거운 열기에서 시작되는 세계 헌터 등급을 매기는 날이 2주일 뒤에 베이징에서 열린다.
국가전도 아마 그 후에 열릴 것이다.
‘꼭 참여해야 하지.’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알고 싶었다. 세계 헌터에게 자신의 능력이 얼마나 잘 먹히는지 또한.
“지금은 이거에 더 신경 써야겠지만.”
하지만 가장 신경 써야 할 건 세계 헌터 등급이 아니다.
요즘 들어 걸어 다닐 때 누군가 쳐다보고 있다는 걸 느낀다. 그것도 아주 더러운 시선이.
‘간부들은 아니야. 그렇게 마기를 뿌려대는 바보는 아니니까.’
간부들은 아니다. 그저 평범한 마인들 같다.
‘현상 수배 때문인가.’
마인들은 천마, 간부들에게 돋보이기 위해 자신을 쫓는다.
이용욱이 보디가드를 붙여준 이유도 그 때문일 터.
“쉴 수는 없지.”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일주일 뒤면 다시 위험한 중국으로 향해야 하기 때문에 그전에 한국 안에 있는 마인들을 좀 처리할 예정이다.
휴대폰을 들고 보디가드들에게 전화했다.
한국에 있는 동안 마인들의 씨를 마르게 해 주겠다.
* * *
“여기 확실해?”
“그럼, 그 자식이 자주 다니는 치킨집이야. 가게 주인이랑 친하다는데?”
“흐흐, 여기서 기다리면 되겠네.”
괴상한 냄새를 향수로 억지로 막아낸 마인들. 강수호가 자주 가는 치킨집에서 3일을 내 기다렸다.
‘닭 먹는 것도 지겹단 말이야.’
삼시 세끼 닭만 먹으면서.
아무리 좋아하는 치킨이라도 매일 먹으면 질리는 법이다. 특히 같은 브랜드의 치킨은 더욱.
‘빨리 와라……. 빨리 와라…….’
치킨을 억지로 삼켜내며 밖을 쳐다봤다.
튀김과 닭의 살점을 더 이상 탐하고 싶지 않았다. 살아 있는 상태로 사람의 피와 살점을 씹고 싶었다.
“하앍……. 하앍…….”
닭의 살점을 씹으며 한참을 기다리고 있자.
딸랑~.
기분 좋은 종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리고 익숙한 냄새가 기분 좋게 코끝을 찔렀다.
‘강수호!!’
냄새만 맡아도 알 수 있었다. 3일 동안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남자가 왔다는 걸.
“사장님! 여기 주문 좀 받아주세요!”
“오?! 강수호 헌터 아닙니까? 일본은 잘 갔다 오셨어요?”
“좀 귀찮은 일이 있었는데, 잘 해결하고 관광 좀 하다 왔습니다.”
이제는 한국의 1위라 할 수 있는 헌터가 평범한 치킨집 사장과 친하다니. 이해할 수 없었으나, 좋은 기회였다.
‘이런 흔한 치킨집에 와서 다행이야.’
강수호는 일반 헌터와 다르게 부와 권력보다 먹는 걸 더 좋아했다.
그 덕에 예민한 헌터들도 마기를 가릴 정도의 짙은 향수를 뿌려 몰래 있을 수 있었다.
“지금?”
“기다려. 치킨을 가지고 갈 때가 제일 취약할 때다.”
하지만 바로 나서지 않았다. 차분히 기다려 기회를 노렸다.
치킨을 기다리는 지금은 그다지 좋은 기회라 할 수 없다. 제일 예민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역시 예상대로 주변을 신경 쓴다.’
정보대로 주변을 신경 쓴다. 치킨을 기다릴 때가 제일 예민한 시기란 소리.
10분 정도 지나자 사장이 갓 튀겨진 치킨을 들고나온다.
“후라이드 반, 양념 반으로 다섯 마리입니다. 여기.”
“냄새가 죽이네요…….”
닭을 튀긴 냄새가 가게 전체에 퍼진다. 얼마나 좋은 것인지, 강수호가 주변을 신경도 쓰지 않고 치킨을 잡는다.
“지금!”
지금이 바로 기회였다.
허리 뒤에 있던 마독이 발린 단검을 꺼냈다. 상처에 닿기만 해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마독. 네 명이 그 단검을 들고 동시에 휘둘렀지만…….
“……!!”
“뭐, 뭐야?”
강수호에게 달려가던 몸이 멈췄다.
혹시 몰라 인질로 잡으려 했던 사람도 이미 없어졌다. 마치 환영이였던 것처럼.
억지로라도 움직이기 위해 온갖 힘을 쓰려 하자…….
쩌적!
“크아아악!”
“아아악!”
팔부터 시작해서 몸 전체가 얼어붙기 시작했다.
‘뭐야? 저 헌터에게 이런 능력이 있었다고?’
강수호 헌터가 이런 능력이 있다고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눈을 이리저리 돌려 살펴본 결과…….
“마지막 마인까지 찾은 것 같네요.”
“드디어 좀 쉴 수 있겠어요. 빌어먹을 마인놈들.”
“…….”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자연을 다루는 나나호 헌터, 경멸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최서현.
‘아티펙트.’
마인들은 자신의 몸을 묶고 있는 것이 자연 재능인 걸 깨닫자마자 아티펙트를 사용했다.
‘됐다!’
곧바로 속박을 풀어 단검을 휘두르려 했지만.
콰직!
금방 제압당해 버렸다.
최서현의 작은 주먹으로 한 방에.
“그게 마지막이야?”
“네, 정식으로 나온 마인들은 마지막입니다.”
삼 일 만에 한국에 있던 대부분의 마인을 잡았다.
그 덕에 4일 정도는 훈련하면서 편히 쉴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