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168화 (168/225)

제168화

168. 나락(1)

A급 솔플 던전을 클리어하고 하루가 지났다.

“으아! 잘 먹었다. 이 집 스시 잘하네.”

초밥이 가득 찬 배를 통통 두드렸다.

2주 만에 얻은 휴식인지라 몇 배는 더 값졌다.

“여기는 여전하네.”

그와 반대로 전 세계의 언론은 일본을 비판하기 바빴다.

휴대폰 화면에서는 익숙한 장면이 재생되고 있었다.

-죽어! 쏴 죽이란 말이다! 저놈은 몬스터다! 인간이 아니야!

-으아아아!

-타타다당!

얼핏 보이는 강수호의 얼굴.

그가 몬스터가 아님을 정확히 확인했음에도 자위대 병사들은 몬스터라 칭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일본 국민을 넘어서 전 세계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저거 강수호 헌터 아님? 사람 보고 몬스터라고 한 거냐?

-ㄹㅇ 돌았네. 사람 보고 몬스터라고 하다니.

-Crazy Japan.(미친 일본.)

일본은 처음엔 비난의 댓글과 기사들을 내렸지만, 지금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가 막을 수도 없었다.

“온통 우리 이야기뿐이네.”

전 세계적으로 한국과 일본 이야기가 뻗어 나가고 있었다.

일본은 양아치, 한국은 피해자라면서.

“중국 엘프 던전 게이트 기사는 없네. 있던 것도 묻혀 버렸고.”

더욱 좋은 점은 중국 엘프 던전 게이트 기사는 바닥으로 갔다는 점.

어차피 엘프들로 인해 던전에 들어가지 못하니 기사는 더 이상 올라오지 않은 듯하다.

“두 마리 토끼를 잡아 버렸네.”

예상하지 못한 쪽으로 일이 흘러가 웃음꽃이 피어났다.

목숨을 걸고 싸우지 않고 얻은 결과.

“그것보다…….”

침대에서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다가 인벤토리에서 목걸이를 하나 꺼낸다.

얇은 줄에 아름다운 둥근 보석이 박힌 목걸이. 오크 대장에게 직접 받은 목걸이였다.

“이걸 그레이스에게 직접 주라고 했었나.”

차원을 이동하기 전 직접 건네준 목걸이.

그레이스가 있는 걸 확신하는 듯 유품을 건네주었다.

“바로 가서 줘야겠네.”

현재 급한 일정이 없기 때문에 지금 당장 차원 이동을 사용해 목걸이를 전해 주려 했다.

“차원 이…….”

막 재능을 사용하려던 그때.

똑똑-

“음? 이른 시간에 누구지?”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감각으로 대충 밖을 살펴보니 여럿인 것 같다.

혹시 몰라 코코를 들고 호텔 방 문을 열자.

“안녕하세요, 강수호 헌터.”

“반갑습니다. 나나호 헌터 분께서 무슨 일로…….”

나나호와 일본 협회 직원이 그녀의 뒤에 서 있었다.

오전 7시도 되지 않은 이른 아침부터.

“죄송합니다!”

뭔가 말하기도 전에 나나호부터 시작해서 협회 직원 모두 허리를 90도로 숙여 외쳤다.

죄송하다고.

“아니요, 여러분이 잘못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들의 행동에는 전혀 잘못이 없었다. 애초에 사건 현장에 있지도 않았고.

“그러면 사과는…….”

눈치를 본 협회 직원이 슬쩍 물었다.

이대로 사과는 끝이라 생각했는지 협회 직원들의 입꼬리에 미소가 걸렸지만.

“무슨 소립니까?”

“예? 나나호 헌터님께서 직접 왔는데, 사과는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여러분들이 제게 마탄을 쏘셨나요? 아니면 ‘몬스터다! 쏴! 쏴!’라고 하셨나요?”

“저희는 그곳에 없었는…….”

“그래서 말입니다.”

말을 끊는 것과 동시에 팔짱을 꼈다.

7살 어린아이라도 어느 정도 상식은 가지고 있다. 범죄 현장에 없다면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는 걸.

“그곳에도 없었던 여러분들이 제게 사과할 이유가 있을까요?”

“그, 그게…….”

“가주시기 바랍니다.”

정중하게 웃으며 말했다. 방에서 당장 나가달라고.

가해자도 아닌 그들에게 사과받아 봤자 별 의미 없다.

“빌어먹을 조선놈 같으…….”

뒤에 있던 직원이 참지 못하고 막말을 뱉어냈다.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일본의 발끝도 따라가지 못한 한국이다.

강수호가 잔뜩 화를 내며 달려들려 하자.

“그건 좀 위험한 발언인 듯 합니…….”

“커헉!”

“……?”

쾅!!

강수호가 무어라 하기도 전에 이미 나나호가 움직였다.

거대한 두상을 가진 협회 직원의 머리가 바닥에 박혔다.

얼마나 강하게 친 건지 바닥이 약간 움푹 파였다.

“후우!”

손을 털고 숨을 뱉는 그녀.

쓰러진 일본 협회 직원을 옆으로 치우고 다시 한번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나머지 협회 직원도 뻣뻣한 모습으로 허리를 숙였다.

그래도 나나호는 세계 랭킹 10위다운 여자였다.

“총리님에게 강수호 헌터 이야기를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때까지 여기 호텔에 머무르실 수 있겠습니까?”

“내일까지는 괜찮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답변을 들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나나호는 다시 한번 허리를 숙이고는 쓰러진 협회 직원을 끌고 갔다.

빠르게 사라지는 그들.

“나쁘지 않네.”

처음 치킨을 달라고 할 때부터 괜찮았었는데.

‘세계 랭킹 10위가 된 이유가 있었네.’

지금은 더 괜찮아 보인다.

어떻게 세계 랭킹 10위를 찍었는지 알 수 있을 만큼.

쿵.

다시 문을 닫고 침대에 누웠다.

그들 때문에 하지 못했던 걸 할 생각.

“차원 이동.”

곧장 차원 이동을 사용하여 스승님의 마을로 이동했다.

* * *

슈아아악!

여느 때와 똑같이 파란빛이 터지면서 마을로 도착했다.

원래라면 도착하자마자 스승님을 만나야 했지만.

“뉴비……!”

“죄송해요. 오늘은 그것 때문에 온 게 아니라서.”

손과 고개를 휘저으며 곧장 동굴로 향했다.

힘을 가르쳐 주면서 대장 오크가 했던 말이 기억에 남았다.

‘삶을 가르쳐 준 고블린.’

대장 오크는 문화, 경제 같은 걸 가르쳐 주지 않았다.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해서 살아야 하는지. 그런 걸 가르쳐 준 고블린에게 물을 질문이 많았다.

“오오, 좀 달라졌네.”

동굴에 도착하자 전과는 다른 모습이 보였다.

아마 그때 부쉈던 동굴을 리메이크했나 보다.

“뉴비? 취이익?”

“오랜만이네. 족장님은 잘 계시지?”

“당연한 말씀을. 우리 족장님은 잘 계신다. 취이익.”

처음 상대해 주었던 고블린이 강수호를 반겨주었다.

간단한 안부 인사와 함께 곧장 족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가도 되는 거야?”

“당연한 말씀을. 너 정도면 이제 충분히 인정받는다. 취이익.”

고블린 족장에게 가는 걸 허락했다.

고블린을 따라 안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운동 기구가 가득한 곳을 지나 고블린 족장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던전에 있던 오크 대장 집이랑 비슷하네.’

던전에서 본 거대한 움집보다는 작은 크기. 하지만 구조는 비슷하다 못해 똑같았다.

“여기가 족장님의 방이다. 예의를 갖추거라. 취이익.”

“알겠어.”

고블린 족장 집에 도착하자마자 고블린이 머리를 숙이게 시켰다. 아무리 강해졌다 한들 예의는 지켜야 하나 보다.

“곧이어 나오실 거다. 취이익.”

말대로 머리를 숙이자 곧이어 움집에서 누군가 천천히 걸어온다.

지금껏 봐 왔던 고블린과는 다르게 몇 배는 거대한 몸집. 저번에도 봤지만, 저 몸은 적응이 안 된다.

“반갑군. 그때 이후로는 오랜만인가? 취이익.”

“아, 예. 동굴을 폭파시키고 난 후에는 처음 보는 거죠?”

고블린 족장의 얼굴이 상당히 피곤해 보인다.

짙게 내려앉은 다크서클이 모든 걸 설명해 주고 있었다.

‘큰일이라도 난 건가?’

고민에 빠져 있을 때쯤.

“그래, 무슨 일이 있어서 왔지? 취이익.”

고블린 족장이 질문을 던졌다.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왔냐고.

간단한 대답이었기에 곧바로 인벤토리에서 목걸이를 꺼냈다.

“이거 받으시죠.”

“음? 목걸이? 취이익?”

고개를 갸웃거렸다.

생일도 아닌데, 갑자기 목걸이를 주다니?

그것도 상당히 고가품의 보석이 박혀 있는 목걸이였다.

“이런 걸 왜 나한테 주는 거지? 이해가 안 되는군. 취이익.”

“일단 받으시죠. 저도 전달만 받은지라.”

“전달만 받았다? 도대체 누구한테? 취이익.”

누군가에게 전달만 받았다는 말에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쳐다봤다.

이 목걸이에 뭐가 있는지 알고 받아왔냐고.

하지만 그 의심은 익숙한 이름 하나에 풀렸다.

“누가 준 목걸이인지 모르겠지만, 그 목걸이는 받을 수 없을 것 같구…….”

“베스가 준 겁니다.”

“……취이익?!”

베스란 말에 족장 옆에 있던 고블린 모두가 눈을 크게 떴다.

누군지 알아서 그런 게 아니었다.

“그게 누구지? 취이익.”

그게 누군지 몰랐으니까.

그 대답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는 강수호.

‘내가 뭘 잘못 말했…….’

실수한 건 없었다.

한참을 멍하니 생각에 빠져 있자.

‘아, 맞다. 베스는 그때 만난 오크 대장의 이름이지.’

강수호의 실수였다.

던전의 대장 오크의 이름을 말해 버렸다.

베스가 가르쳐 준 이름을 말해야 했다.

“페일럿 족장의 유품입니다.”

“…….”

주변에 순식간에 침묵에 잠겼다.

몇만 년이 지나도 머릿속에 잊혀지지 않는 이름.

“그 이름을 네가 어떻게 아는 거지? 취이익?”

“족장님, 저 뉴비에게 뭔가 비밀이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해부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취이익!”

그 이름이 강수호에게서 나왔으니까.

“일단 목걸이부터 받으시죠.”

“받기 전에 묻겠다. 그 이름을 어떻게 안 거지? 취이익?!”

목걸이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고블린들만 알고 있던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냐는 것.

그가 죽었을 때 족장을 물려준 고블린의 이름.

“빨리 말하거라! 당장 목을 베어 버리기 전에!”

“워워. 다들 진정 좀 하세요.”

살기가 짙게 피어오른다. 몸 전체가 따가울 정도로 날카로운 살기.

‘이러다가 죽겠네.’

말을 하기도 전에 목이 날아가게 생겼다.

그럴 수는 없었다.

던전을 클리어해 준다는 조건으로 목걸이를 전달해 주는 임무를 받은 것.

“족장, 일단 진정하시죠. 워낙 오랜만에 들은 이름이라 다들 놀라신 것 같습니다. 취이익.”

“후우…….”

간부 3으로 보이는 고블린이 모두를 진정시켰다. 흥분한 상태로는 될 일도 해결되지 않는다.

“그래, 자네 말대로 진정하도록 하지. 취이익.”

곧이어 살기가 천천히 풀렸다.

들을 마음이 생겼나 보다.

“좋아, 제대로 설명이 필요할 것 같군. 취이익.”

눈을 부릅뜬 채로 강수호를 노려봤다.

이 목걸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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