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165화 (165/225)

제165화

165. A급 솔플 던전(2)

“어이……. 어이…….”

“으으.”

누군가 기절한 강수호를 툭툭 건드렸다.

두통이 심한 상태로 천천히 눈을 뜨자.

“…….”

“일단 반갑군. 취이익.”

습격했었던 대장 오크가 맞은편 의자에 앉아 있었다.

몸은 밧줄에 묶인 상태.

‘안 풀려.’

아무리 힘을 줘도 밧줄은 풀리지 않았다.

“풀리지 않을 거야. 우리가 특수 제작한 밧줄이거든. 취이익.”

강수호가 밧줄을 풀려 하는 걸 알고 있었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말이 통할 것 같아 진정하고 물었다.

“뭐하는 거지? 내가 아는 대로면 나를 죽여야 하지 않나?”

알고 있던 대로면 이미 강수호는 죽었어야 했다.

그들에게.

‘왜 살려두는 거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적을 죽이지 않은 그들의 행동은 바보 같았으니까.

“그분의 냄새가 났다.”

“그분?”

그는 알 수 없는 단어를 내뱉으며 강수호를 쳐다봤다.

‘그분의 냄새가 났다니? 무슨 소리야?’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분이 누구지?”

“우리를 여기까지 만들어 주신 분이지. 그분의 냄새가 났다. 너에게서. 취이익.”

“그분…….”

생각에 잠겼다.

저 오크가 말하는 그분이 누군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데…….

“보거라.”

“……?”

그림 한 장을 보여주었다.

오크보다는 한참 작은 고블린 한 마리가 있었다.

그림에서도 느껴지는 위업.

‘고블린…….’

그림에 유혹된 것처럼 한참을 바라봤다.

어디서 한 번 본 것 같았다. 마을의 작은 동굴에서.

“그레이스?”

“역시…… 그분의 이름을 아는 건가. 취이익.”

마을 동굴에서 사는 고블린들의 족장. 한 번밖에 보지 못했지만, 그레이스가 확실했다.

‘왜 여기에 그 녀석 그림이 있는 거지?’

고블린들에게 듣기로는 처음에는 말도 못 하는 놈들이라고 했다. 평범한 고블린답게 인간들을 약탈하며 살았고.

‘말이 안 돼.’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었다.

그걸 알고 있었는지 대장 오크가 입을 열었다.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삶’을 가르쳐 주셨다. 취이익.”

“삶?”

언어, 문화, 종교. 그런 것 따위가 아니었다. 그들이 마땅히 살아갈 이유를 가르쳐 주었다.

“몇만 년 전이나 인간들을 약탈했지, 지금은 차원을 옮겨 인간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있다. 취이익.”

의외였다. 오크의 조상이 고블린이었다니.

“일단 이것 좀 풀어주지.”

“알겠다. 취이익.”

묶던 밧줄을 풀어주고 감옥을 나섰다.

* * *

“아무리 늦어도 이맘때쯤이면 끝나는데, 오래 걸리는군.”

“조금만 더 기다려 보죠. 금방 끝날 겁니다. 총리님.”

“그러지. 한 시간도 안 돼서 끝날 것 같으니.”

던전 바로 앞에 생긴 카페 앞에서 커피를 마시는 그들.

다른 사람이 여유가 넘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놀라 자빠질 거다. 바로 앞에 던전이 있는데도 태평하게 잡담이나 나누고 있었으니까.

“우리 회장이 많이 고생했어. 안 그래?”

“하하! 총리님이 다 계획하고 저는 숟가락을 얹었을 뿐입니다!”

“이 친구가 참! 이러면 섭섭하지!”

서로 주거니 받거니 아주 축제가 열렸다. 만약 일본 국민들이 이 모습을 봤다면, 쌍욕을 할 거다.

한참 서로 간의 칭찬이 이어지고 있자.

“그러고 보니 자네. 한 달 동안 강수호 헌터가 어디 갔는지 모른다고 들었네만.”

“아……. 죄송합니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주변이 순식간에 침묵으로 잠겼다.

협회 회장의 불찰. 총리의 입에서 나왔다는 건 쉽게 넘어가지 않겠다는 것.

“그래도 크게 문제 될 건 없지 않았습니까? 총리님.”

“흐음. 그렇긴 하지. 크게 문제 될 건 없었지.”

옆에 있던 정치가 한 명이 총리를 진정시켰다. 애써 만든 자리를 망칠 수는 없었으니까.

“뭐, 사람이 실수도 할 수 있는 법이지.”

“휴우…….”

이어지는 뒷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쉽게 넘어가는 듯싶었으니까.

“그보다 나나호 헌터는 어디 있는가?”

“그 헌터는 카페 앞에 있습니다.”

다른 곳으로 주제를 돌렸다.

전 세계가 알아주는 일본의 10위 헌터, 나나호.

“잠시 그 친구를 이곳으로 데려올 수 있겠나?”

“아, 예. 알겠습니다.”

총리의 행동을 이해하진 못했으나, 까라면 까야지.

밖으로 나가 자신을 호위하던 나나호를 불렀다.

“무슨 일이십니까?”

“총리님께서 나나호 님을 뵙길 원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녀는 총리의 행동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겉치레에 불과한 인사.

“저 왔습니다.”

통째로 빌린 카페 안에 들어가 총리 앞에 섰다.

총리의 말을 기다리고 있자.

“여기 앉거라.”

“…….”

손이 어느새 그녀의 어깨에 가 있었다.

그 행동에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뭐하는 거지?’

뭘 하려는지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카페를 통째로 빌려서 주위에는 보는 사람도 없었다.

“자네가 일본에 이바지 한 모든 걸 알고 있다네. 자네가 있어 얼마나 뿌듯한지.”

“…….”

쓸모없는 겉치레. 인상을 찌푸릴 만한 터치까지. 총리의 손을 뿌리치려 하려던 그때.

“이거 놓으시…….”

촤아악!

“…….”

얼음이 가득 담긴 아메리카노가 총리의 얼굴에 뿌려졌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건 정치가들도 마찬가지.

‘이게 무슨?!’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떤 미친X이 총리님의 얼굴에!’

누군가 싶어 아메리카노를 던진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도대체 이런 엿 같은 일을 저지른 인물이 누군가 싶어서.

“아, 죄송해요. 길 가다가 잘못해서 넘어졌네요.”

“…….”

짙은 선글라스를 쓴 여자 한 명이 일본 말로 고개 숙여 사과를 표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이런 무례한 놈 같으니! 이분이 누구신지 아는 거냐!”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해라!”

정치가들의 온갖 비난과 욕들이 그녀에게로 뱉어졌다.

나나호는 속이 시원하긴 하나, 걸리는 게 없는 건 아니었다.

‘제대로 당하겠네.’

만약 그녀가 나섰으면, 조금이라도 작은 벌을 받을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아메리카노를 부어 버린 그녀는 달랐다.

‘큰 벌은 안 받아야 할 텐데.’

적어도 일본에서 추방당할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뒤로 물러나 있자.

“이런 미친X이!!”

총리의 손이 정확히 그녀의 볼에 닿으려던 그때.

턱.

“……?!”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습니다만.”

“넌 또 뭐야?”

검은 복장의 덩치 큰 남자가 총리의 손을 막았다.

그자의 괴력에 놀라 총리가 손을 뒤로 뺐다.

“넌 또 뭐야?”

일본의 왕인 총리. 그런 그에게 손을 대었으니, 사형과 비슷한 벌을 받아야 마땅했지만.

“옷은 보상해 드리겠습니다.”

명함 하나를 내려주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명함에 박힌 네 글자.

‘이성 그룹?’

일본어로 적혀 있어 금방 누군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때부터 웃음바다가 되었다.

“……하하.”

“하하!!”

이성 그룹의 딸, 최서현. 그것만으로 이미 총리는 고개를 숙였다.

정치를 하려면 가장 필요한 것이 돈인데, 그것을 그녀가 쥐고 있었으니까.

‘이성 그룹의 딸이 왜 여기에?’

정치할 때 필요한 건 돈.

돈이 있을수록 사람들을 유혹하기 쉽다.

여기서 세탁 값을 달라하는 건 멍청한 놈이다.

“괜찮습니다. 고작 아메리카노 한 잔 쏟은 거 가지고.”

“그래도 총리님이신데 보상은 확실히 해 드리고 싶습니다.”

“괜찮습니다! 회장님의 따님을 뵌 것만으로도 보상은 충분히 됐는데요?”

“그런가요?”

옆에 있던 정치가들도 억지 미소를 보였다.

한국 2위의 대기업. 그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로 나가면 10위 안에 드는 대기업이다.

아메리카노 한 잔 쏟았다고 밉보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것보다 일본은 무슨 일로 방문하셨는지…….”

“별일 아닙니다. 남자친구랑 일본 관광하러 왔죠.”

“남자친구요?!”

남자친구란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이성 그룹 딸의 남자친구라니.

저렇게 말하는 것 보면 회장도 딸내미의 남자친구란 놈을 아주 좋아하는 것 같았다.

“혹시 그분의 성함을 알 수 있을까요?”

“남자친구 이름요?”

“예, 실례가 안 된다면…….”

높게 올라설 수 있는 기회였다.

한국을 멸망시킨다 하더라도 우뚝 설 놈들은 선다. 특히 세계에서 유명한 대기업들은 더욱.

‘먹어야 한다.’

뒤에서 조심스레 그들을 집어삼켜야 한다. 좋은 기회.

그녀를 만난 김에 남자친구까지 만나려 했지만…….

“죄송하지만, 그건 안 될 것 같네요.”

“예? 그래도 이렇게 오셨는데…….”

“죄송하게 됐습니다. 총리님에게 남친을 소개시켜 드린다 해도 이득도 없고.”

“예?”

완전히 거절했다.

큰 이유는 없었다.

대기업 회장 딸이기에 잘 알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

‘이득이 될 것도 아니잖아?’

서로 간의 이득이 없다면, 굳이 귀찮은 일을 만들 필요 없다. 이득 보는 쪽이 상대만이라면 더더욱.

“이만 가 보겠습니다. 즐거운 잡담 나누시길.”

“…….”

빠르게 사라지는 최서현.

카페에서는 정적만이 남을 뿐이었다.

“쳇, 빌어먹을 조선놈.”

그 정적 사이에서 먼저 총리가 입을 열었다.

한국 전체를 욕하며.

“어떻게 총리님에게 저런 말을!”

“총리님의 제안을 거절하다니! 너무하군…….”

서로 그녀에 대해서 욕을 하고 있던 그때.

“제가 깜빡하고 말씀 안 드렸네요.”

“……!!”

카페 문을 열고 어느새 들어온 최서현.

그들을 한참 둘러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남자친구는 여러분도 잘 아는 사람일 겁니다.”

그 말의 끝으로 그녀는 정말 떠났다.

“놀랐군.”

벌렁거리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저도 그만 일하러 가 보겠습니다.”

“그래, 가 보거라.”

자연스럽게 나나호도 카페에서 빠져나왔다. 1초라도 그들의 곁에 있기 싫었으니까.

‘시원하네.’

나나호는 카페를 나가면서 미소 지었다. 아까 최서현의 행동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는 것처럼 시원했으니까.

* * *

‘토벌은 해야 하는데…….’

강수호는 거대한 성벽 위에 앉아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번에 맡은 A급 솔플 던전 토벌은 해야 했다.

“흠…….”

아무리 고민해도 좋은 생각이 나오지 않았다.

다 죽일 수는 없다. 스승님들에게 힌트가 될 수도 있으니까.

“뭐 하고 있었나? 취이익.”

때마침 대장 오크가 강수호에게로 다가왔다. 아마 부하들에게 무슨 일인지 설명해 준 거겠지.

“생각을 좀 하고 있었지.”

“무슨 생각? 취이익.”

“원래 여기에 들어온 이유가 던전 때문이거든. 그것도 혼자 들어갈 수 있는.”

모든 걸 설명해 주었다.

여기에 어떻게 들어왔는지부터 어떻게 해야 되는지.

“다 죽여야 끝난다는 건가? 취이익.”

“그래,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도 크게 위협될 건 없는데.”

문제는 일본의 태도였다. 과연 이 말하는 오크들을 받아 줄 건가.

한참 고민에 빠져 있자.

“그렇다면 우리가 이곳에서 나가면 되지. 취이익.”

“……뭐?”

“나가면 된다고. 간단한 문제 아닌가? 취이익.”

해결책을 내놓았다. 이곳에서 나가겠다는 것.

더군다나 크게 문제 될 것도 없었다.

“어차피 이곳의 식량이 없어지기 시작했거든.”

조만간 장소를 옮길 생각을 하고 있긴 했다.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상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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