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4화
164. A급 솔플 던전(1)
-A급 솔플 던전에 들어왔습니다.
‘대문?’
던전 안으로 들어가자 거대한 대문이 강수호를 막고 있었다.
‘주변은 숲이네.’
주변을 살펴보기 위해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숲이 거대한 성을 둘러싸고 있다.
조금 더 신기한 점이 있다면, 나무들이 크다는 거다. 평범한 나무보다 몇십 배는 더.
“이런 던전은 또 처음이네.”
성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주변부터 살펴보기로 했다.
숲으로 들어가 성 주변을 둘러보려던 그때.
쿵.
“온다.”
땅에서 아주 미약한 진동이 느껴졌다. 한두 개가 아니었다.
‘여럿인데?’
무언가가 거대한 성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진동이 느껴지자마자 거대한 나무 위로 올라갔다.
작은 것도 아파트 20층 높이의 나무들. 들킬 걱정은 없는 높이였다.
쿵! 쿵! 쿵!
점점 강해지는 진동
그런 진동들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보인다.’
육안으로 진동의 주인을 찾을 수 있었다.
대략 열 마리가 넘어가는 오크들.
‘사냥을 갔다 왔나? 멧돼지 같은 게 있네.’
그런 그들의 손에는 4m 되는 오크의 몸집보다 큰 멧돼지를 들려 있었다. 그 채로 성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인기척을 감추고 성에 들어가길 기다리고 있자.
“킁킁.”
앞서 가던 오크 한 마리가 코를 벌렁거렸다.
한참이나 그 행동이 지속되더니.
“대장, 무슨 일 있는 거냐? 취이익.”
“아니다. 아마 주변에 동물이 몇 번 다닌 것 같구나. 취이익.”
별일 아니란 생각한 대장 오크가 대문 앞에 섰다.
쾅쾅!!
문을 거칠게 두드리니 얼마 지나지 않아 성문이 열린다.
끼이익.
“대장, 오늘은 수확이 좀 있었어? 취이익.”
“그래, 아주 쫄깃하고 담백한 멧돼지로 잡아 왔지. 취이익.”
문이 열리자 문지기로 보이는 오크가 멧돼지를 보여줬다. 멧돼지뿐만이 아니었다.
“오오! 그거 돼지 아닙니까? 취이익.”
“흐흐, 그래. 오늘 포식하는 날이다. 취이익.”
“우효! 취이익.”
돼지도 있었고, 다양한 동물들을 잡아 왔다. 오늘은 포식하는 날이 분명했다.
“빨리 들어오세요! 취이익!”
그들을 반겼다.
마침 요즘 들어 밥도 잘 못 먹고 있었다. 드디어 포식할 생각에 기뻐 그들을 빨리 성안으로 들여보냈다.
쾅!
“다 들어갔네.”
문이 닫히자 오크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오크들이 말하는 걸 본 강수호. 그다지 신기하지는 않았다.
‘고블린도 말하는데, 오크가 말을 못 할까.’
이미 스승님들 덕분에 고블린이 말하는 걸 보았으니까.
문제는 딱 하나뿐이다.
‘어떻게 들어가지.’
오크의 힘을 보니 최소 S급 몬스터.
‘성을 바로 뚫어낼 수는 없겠네.’
대놓고 앞으로 들어갈 수는 없을 듯하다. 성문, 성벽이 꽤나 단단하기도 했고.
‘몰래 들어가야겠네.’
방법은 딱 하나밖에 없었다. 몰래 성안으로 들어가는 것.
오크보다 몸집도 작아서 들키진 않을 것이다.
‘냄새만 제거하면 되겠지.’
그렇다고 해서 대놓고 돌아다닐 수는 없을 터.
혹시 몰라 받은 냄새 제거 물약.
“흡!”
향수처럼 되어 있는 물약을 몸에 부었다.
어떠한 냄새도 없는 무향.
“이 정도면 되겠지.”
인기척까지 숨기고 땅으로 내려갔다.
성문 바로 위에 보이는 여러 오크들.
‘처리 안 해도 되겠지.’
보초들이 분명했다.
죽이지 않고 간다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나.
‘들키는 것보단 낫겠지.’
들키는 것보다는 나을 거다. 말하는 오크들은 코가 좋아서 피 냄새를 금방 맡을 수 있을 거다.
‘최대한 조용히 간다.’
보스 몬스터로 보이는 오크. 저 오크부터 처리하고 싸우든가 해야 했다.
‘들어가자.’
조금 허술해 보이는 성벽을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 * *
‘후우……. 후우…….’
마음속으로 심호흡을 반복했다.
바로 앞에 보이는 거대한 오크 한 마리.
“오늘 돼지를 다량으로 들고 오셨다며? 취이익.”
“그래, 저녁 먹을 생각에 벌써부터 군침이 돈다. 취이익.”
경계가 허술하긴 했으나, 여기를 지나가는 건 불가능했다. 두 마리를 동시에 제압할 자신도 없었고.
포기하고 다른 성벽으로 넘어가려 하던 그때.
“부대장이 부르신다. 취이익.”
타이밍 좋게 나타난 오크 한 마리가 그들을 불렀다.
“부대장님이? 지금 갈게. 취이익.”
“심심했는데 잘됐네. 취이익.”
“보초는 내가 서겠다. 취이익.”
사라지는 두 마리의 오크.
전 오크보다 덩치는 커서 강하게 보였지만.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
한 마리쯤은 제압할 수 있다.
하지만 코코를 꺼내기에는 아직 이르다.
‘음속의 발걸음.’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오크의 뒤로 이동했다.
전혀 눈치채지 못한 오크. 무방비 상태에서 두 팔을 들어 한 팔로는 기도를 막고 나머지 팔로는 입을 막았다.
“우웁! 취이익!”
몇 번 꿈틀거리더니.
털썩.
“후우, 됐다.”
오크는 압박을 견뎌내지 못하고 기절해 버렸다.
“목이 너무 두꺼워서 기절 못 시킬 뻔했네.”
조금 위험할 뻔했다.
거대한 몸집만큼 두꺼운 살 때문에 잘못하면 기절시키지 못할 뻔했으니까.
일단 잘 되었으니, 걱정은 덜었다.
“어디 보자…….”
기절한 오크를 대충 옆으로 치우고 성안을 둘러봤다.
마을에 있던 고블린처럼 평범한 부족 형태를 띠리라 생각했지만…….
“……?!”
예상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많이 발달했네.”
오크라고 생각이 들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 중세 시대 정도는 발달 되어 있었다.
‘성벽이 있는 이유가 있었네.’
강수호는 꽤나 운이 좋았다.
나나호가 설명할 때, 왜 129명의 사람이 입구에서 죽는지 깨달았으니까.
“소환 장소 때문인가.”
게이트를 타고 들어오면 성 바로 앞에서 소환되었다. 숨을 시간도 없이 불어닥치는 공격.
강수호는 대장 오크가 사냥을 나간 터라 들키지 않았지만.
“일단 안으로 들어가야겠네.”
허리춤에 찬 코코에 손으로 가져다 대며 이동했다.
거대한 몸집만큼 큰 건물. 둥근 탑의 계단을 통해 천천히 밑으로 내려갔다.
푸욱!
스걱!
계단을 타고 내려가자 꽤나 잔인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오크들이 들고 온 돼지들을 큰 검으로 해체하고 있었다.
‘피 냄새가 짙다.’
그 덕분에 이쪽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워낙 바쁘기도 했고.
깊숙이 들어갔다.
점점 오크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지만.
“헤헤, 파티다! 파티! 취이익!”
“오랜만에 마음껏 먹을 수 있겠구나! 취이익!”
먹는 것에 현혹되어 경계를 풀고 있었다.
그 덕분에 금방 거대한 움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크 대장이라 불리는 놈이 있는 게 확실하다.’
이곳의 대장이라 불리는 오크.
다른 오크들과 다르게 거대한 집이어서 이쪽으로 온 것도 있으나…….
‘동물들의 피 냄새랑 오크의 특유의 짙은 냄새가 난다.’
냄새와 감각이 말해 주고 있었다. 이곳이 오크의 대장이 사는 곳이라고.
스르륵.
생각을 마치고, 망설임 없이 천을 거둬냈다.
동시에 코코를 꺼내 냄새가 나는 쪽으로 검을 휘둘렀다.
휘이잉!
장풍처럼 날아가는 검격.
정확히 오크 대장의 머리를 가격했다.
스걱!
“취이익!!”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란 대장 오크가 거대한 도끼를 꺼내 전투 자세를 갖추었다.
“누구지? 인간인 건 확실한데……. 취이익.”
상황을 파악했다.
쉬고 있는데, 공격이 들어오는 것은 침입밖에 없었다.
“인간이군. 취이익.”
확실한 듯이 말했다.
성안에 인간이 침입하였다고.
“죽여야겠군. 취이익.”
양날 도끼를 양손에 쥐었다.
‘위압감이 장난 아니네.’
강수호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곳의 대장답게 다른 오크와는 달랐다. 위압감부터 시작해서 습격을 피한 감각까지.
생각할 시간도 없이 대장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휘이잉!
“취이익!!”
지금까지 상대했던 사람과는 달랐다.
깔끔한 힘의 분배. 정확한 타격까지.
“발검.”
뭐라 생각할 시간도 없이 거대한 살기가 느껴졌다.
빠르게 몸을 숙여내자.
스걱!!
움집 전체가 반으로 베어나갔다.
오크는 자신보다 뛰어난 인간의 힘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보다 몇 배는 한 수위다. 취이익.’
종을 뛰어넘는 강함.
손에 식은땀이 흘렀다.
이 정도 강함이라면 제 목을 치고도 남는다. 잘못하면 성안에 있는 오크들도 모두 죽을 거다.
‘그건 안 된다. 취이익.’
대장 오크는 식은땀을 닦으며 도끼를 강하게 쥐었다.
그분이 죽을 때 약속했다. 자신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 성은 지켜내겠다고.
“죽어라! 취이익!”
바로 즉사를 시키지는 못한다. 하지만 검과 다르게 도끼는 한 부분이라도 맞으면 치명상. 검과는 확연한 공격력 차이를 보여준다.
후웅!
둔탁한 도끼가 옆구리를 스쳐 지나간다.
날카로운 검과는 전혀 다른 파괴력.
‘닿으면 치명상이다.’
단 한 번이라도 공격을 허용한다면 치명상을 입을 거다. 그러니 최대한 피하면서 틈을 노려야 한다.
후웅!
후웅!
빠르게 빗발치는 공격.
묵직한 도끼가 온몸을 노려 온다.
‘아직……. 아직…….’
그 상태에서 틈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즉사는 아니더라도 움직이지 못하도록 할 수 있는.
후웅!
후웅!
빠르게 두 번 휘둘러지는 공격. 그에 양손이 순간적으로 앞으로 뻗어져 있다.
‘지금!!’
지금이 기회였다.
“강타.”
코코의 검날에 생긴 거대한 강타.
무색에 거대한 날카로움을 지니고 있는 강타를 휘두르자.
스걱!!
“크윽! 취이익!”
아쉽게 빗나가는 검격.
하지만 완벽히 빗나가지는 못했다.
“크아악! 취이익!”
오른팔이 깔끔하게 날아갔다.
싸움의 승자는 정해져 있었다. 팔 하나로 강수호를 상대할 수는 없을 테니까.
‘끝이다.’
생각 외로 빨리 끝나자 미소가 지어졌다.
큰 어려움 없이 솔로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었으니까.
“죽어…….”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서 검을 높게 들고 내려치려던 그때.
깡!!
“……!!”
누군가의 도끼가 강수호의 공격을 막아내었다.
빠르게 주변을 파악하여 뒤로 물러나려 하자.
“가만히 있어라. 취이익.”
“죽고 싶지 않으면. 취이익.”
“…….”
어느새 나타난 오크 병사들.
창과 도끼를 든 오크들이 강수호의 목에 무기를 겨누었다. 당장에라도 찌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냄새가 지워졌다.’
이렇게까지 빨리 왔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레릴 아줌마가 만들어준 냄새를 지우는 물약이 지워졌다.
‘오크들 때문인가.’
아무리 좋은 약품이라도 조건이 있다. 여러 오크의 냄새에 약품도 견딜 수 없던 것.
“우리 말로 해결 해 볼까요?”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목이 베인다.
다시 상처를 재생하여 움직일 수 있겠지만. 재생보다 베는 게 더욱 빠르다.
말로 하면 좋겠지만.
“닥쳐라. 취이익.”
“아, 예.”
그 말이 통할 리 없었다.
초록색 피를 흘린 채로 다가오는 대장 오크. 한참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강수호를 쳐다보더니.
“킁킁. 킁킁.”
“……??”
강수호에게 다가가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코를 벌렁거리며 냄새를 맡더니.
“뭐지? 취이익.”
두 눈을 크게 떴다. 마치 불을 발견한 원시인처럼.
“…….”
정적이 한참 동안 이어지더니
“기절시키고 감옥에 넣어놔라. 취이익.”
“알겠습니다. 취이익.”
침입자에게 죽이는 걸 택하지 않았다.
마치 뭔갈 알아내려는 듯이.
“잠시…….”
강수호가 뭔 말을 하기도 전에.
퍼억!
여러 오크의 창대를 맞으며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