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161화 (161/225)

제161화

161. 유물(1)

일본 협회에서 회의가 끝나고 밖으로 나서는 강수호.

“강수호 헌터!”

먼저 호텔로 가려던 찰나 누군가 그를 불렀다.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찾아보니.

“나나호?”

“안녕하세요!”

엘리베이터에서 치킨을 주었던 그녀였다.

“무슨 일로…….”

할 말은 회의장에서 모두 끝났다.

또 다른 할 말이 있나 싶어 빤히 바라보았다.

“정말 클리어할 수 있어요?”

“예,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 한 달만 시간을 주면.”

마치 정확한 답변을 바라는 듯 다시 한번 묻는 그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사라진다.

‘치킨이라도 더 먹고 싶었나.’

별거 아니라 생각했다. 다시 한번 확답을 듣고 싶어서 한 질문이라고.

‘호텔에 며칠간 틀어박혀 있어야겠네.’

그녀가 사라지자마자 차에 올랐다.

* * *

“회장님, 강수호 헌터가 호텔로 떠났습니다.”

“……그렇군.”

그 모든 걸 보고 있던 일본 협회 회장, 류헤이. 일어서서 떠나가는 검은 차를 한참 동안 쳐다봤다. 그러고는 자리에 앉아 얇은 담배를 꼬나물며 비서에게 물었다.

“비서가 생각하기에는 저 헌터가 A급 던전을 클리어할 가능성이 있어 보이나?”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클리어할 확률은 낮을 듯합니다. 130명 중 한 명을 제외한 모두가 입구에서 죽었으니 말입니다.”

정상에 위치한 헌터들이 던전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입구에서 죽었으니, 저 헌터가 클리어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뭔가 있다.’

하지만 류헤이의 생각은 달랐다.

이용욱이 이구호 말고 강수호를 보낸 특별한 이유가 있을 터.

‘클리어할 것 같단 말이지.’

느낌이 싸했다.

한 달의 시간을 달라는 것도 의심쩍었다.

“비서.”

“예, 회장님.”

“강수호 헌터를 몰래 미행하거라. 내게 직접 보고하고.”

“알겠습니다.”

비서에게 미행을 명했다.

류헤이가 모르고 있는 비밀을 알 수도 있으니까.

‘확실히 해 두는 게 좋겠지.’

뭐든지 꼼꼼하고 확실한 것이 좋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이만 쉬도록 하지. 자네는 퇴근해도 좋다.”

“쉬십시오.”

잡념을 지우고 업무에 집중했다.

한국을 집어삼키기 위한 계획 때문에 쌓인 업무들.

‘시작해 볼까.’

쌓인 업무들을 천천히 처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 * *

파란빛이 강수호를 감싸 안으며 익숙한 곳에 도착했다.

한 달간 지낼 곳.

“스승님!”

차원 이동으로 스승님들의 마을로 이동했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빡센 훈련을 위해 바로 온 것.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아힐런에게로 달려갔다.

오늘은 다른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을 시간이 없었다.

“음? 나한테 가르침을 받지 않았나?”

“궁금한 게 있어서요.”

시간은 고작 한 달. 그 안에 유물의 힘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

그에 대해서 설명해 주자.

“어렵겠는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가르쳐 주는 게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기절을 수천 번 반복해야 할 거다.

“그래도 괜찮지?”

“예!”

당연한 이야기. 그 정도쯤이야 이미 각오하고 왔다.

“일단 내 검을 잡고 있어 보거라.”

고개를 끄덕이자 아힐런이 유물을 건네주었다.

지금은 유물이 된, 그가 사용하던 검.

“가진 검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나을 거다.”

코코로 스승님의 힘을 억지로 끌어내는 것보다 나을 터다.

오랜 시간 기다려 다시 사용해야 할까 걱정했지만.

“한 번 사용해 보거라.”

검을 휘두르자 그 걱정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휘이잉!

스걱!

검을 휘두르자 주변에 거대한 바람이 휘몰아친다. 그리고 거대한 검격이 산을 향해 나아가 흉터를 만들어 냈다.

“크윽!”

그와 동시에 불어 닥치는 진득한 고통.

내뿜는 공격을 유물 자체도 쉽게 견디지 못하기에 유물 사용은 한 번이 최대다.

원래는 그래야 하지만…….

“똑같은 거로 한 번 더.”

“예? 일주일 정도 기다려야 되지 않습니까?”

“괜찮아. 이미 풀렸어.”

“……?!”

여기는 차원이 다른 장소다.

유물의 상태창을 확인해 보니 이미 스킬이 풀려 있다.

“어? 이게 왜…….”

“내 거잖아. 내거니까 내 마음대로 쿨타임을 없앨 수 있지.”

그 이유를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다른 차원이라 쿨타임이 줄어든 게 아니었다. 유물의 원래 주인이 바로 앞에 있었으니까.

‘가능하겠어.’

해맑게 미소 지었다.

이대로라면 한 달 뒤에는 충분히 숙달할 수 있을 터.

“다시 검 잡아.”

“옙!”

다시 검을 잡고 자세를 잡는다.

처음에는 강수호가 휘두르고 싶은 대로 휘둘렀다면.

“왼손으로는 검집 잡고 오른손으로는 검 손잡이를 잡아라.”

하나부터 천천히 자세를 가르쳐 주었다.

“왼발을 앞으로, 오른발은 뒤로 뻗어. 그리고 자세를 낮춰라.”

아힐런이 기본자세를 알려 주고는 뒤로 물러났다.

완벽한 자세.

“휘둘러 보거라.”

그 상태에서 아힐런이 말했다.

휘둘러 보라고.

‘좀 힘든데.’

이 자세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불편해서 당장 자세를 풀고 싶었지만.

“흡!”

몸에 힘을 잔뜩 주는 것과 동시에 힘을 풀었다.

멀리 있는 산을 향해 검을 휘두르자.

푸쾅!!

“……!!”

전보다 몇 배는 강한 풍압이 주변에 몰아쳤다.

휘둘렀던 검격이 산에 부딪히자.

콰직!!

“와…….”

아직 검을 제대로 다룰 수 없기에 산이 베어지기는커녕, 여기저기 움푹 팼을 뿐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정말 신기하네…….”

털썩.

“두 번 사용했다고 기절을 해 버렸군.”

털썩 쓰러졌다.

물론 기절했다고 끝은 아니다.

푸욱.

아힐런이 레릴에게서 받은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각성제를 투입했다.

그렇다고 무한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오늘은 최대 다섯 번이다.”

“쿨럭! 쿨럭!”

아무리 다량으로 사용해도 하루에 다섯 번이 최대. 만약 그 이상 사용한다면 장기가 망가져 죽을 것이다.

회복 물약도 듣지 않을 테니.

“다시 하겠습니다.”

“자세 똑바로 잡고. 오늘 끝낸다는 목표로 집중해라.”

다시 검을 잡은 강수호가 먼 산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 * *

“하악!!”

숨쉬기가 힘들다. 폐가 이산화탄소로 가득 차면서 눈앞이 흐릿하다.

억지로 숨을 내뱉으며 마지막으로 검을 휘둘렀다.

전과는 다른 각 잡힌 자세와 안정감. 하루 만에 변했다고 믿을 수 없는 모습.

그런 모습으로 검을 가볍게 휘둘러 보았다.

휘이잉.

전과는 다르게 정돈된 힘.

그 상태에서 검을 천천히 꺼내더니.

스르릉!

휘이잉!!

검을 휘둘렀다.

방금보다 조금 더 강한 바람이 불어오더니.

스걱!

콰르르르릉!

산 전체를 반으로 베어 버렸다.

보고 있던 아힐런도 꽤나 놀란 눈치였다.

‘고작 열 번 만에 성공할 줄이야.’

그의 가르침을 받았으나 수백 번은 넘게 반복해야 어느 정도 자세가 잡히리라 생각했는데.

‘대단하군.’

그 생각은 강수호가 이뤄낸 결과를 보자 달라졌다.

반으로 베인 산. 그렇게까지 큰 산은 아니나, 산은 산이다.

“많이 성장했구나.”

열 번 만에 확실히 성장했다.

기쁜 마음으로 강수호에게 다가가자.

“…….”

“기절했군.”

이미 기절해 있었다.

이미 각성제를 다섯 번을 사용한 후라 기절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루 정도는 자둬야겠지.’

다시 훈련하기 위해서는 하루 정도는 푹 쉬어줘야 했다.

“푹 쉬거라.”

강수호를 침대에 눕혔다.

불덩이처럼 뜨거운 몸. 그 몸이 서서히 식기만을 기다렸다.

* * *

“보이는 것이 있느냐?”

“…….”

“왜 대답이 없지?”

“죄, 죄송합니다.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이냐?”

일본 협회 회장의 명령에 강수호의 방을 감시하는 헌터들. 회장에게 보고하려 했지만 헌터들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도 없습니다.”

“……뭣이?”

호텔 방 안에서는 강수호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으니까.

협회 회장실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어디 간 거야?’

살펴보기 전에도 없다니.

“호텔을 다 뒤져 보거라!”

“옙!”

마나 감지기에서 느껴지는 마나도 없었다.

호텔 보안 팀에도 전화하여 강수호를 찾기 시작했고.

“회장님…….”

“왜? 찾았어?”

보고가 올라왔다.

결과는.

“호텔 안에는 없습니다.”

“……말도 안 되는.”

호텔 안에 없었다.

밖을 나왔다는 뜻.

‘도대체 언제 나간 거지?’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빠졌다.

철통같은 보안을 유지하는 유명한 일본의 호텔. 빠져나갈 입구는 모두 감시하고 있었다.

‘CCTV에도 보이지 않았어. 도대체 어디에…….’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로 갔다는 말이야…….”

몇몇 해외 관계자들에게 강수호의 힘을 듣긴 들었다.

그의 여러 스승님 덕분에 계속해서 강해지고 있다고.

“설마 스승님이란 자와 함께?”

한참을 고민하고 있다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가지 생각.

스승님이란 자가 그를 데리고 갔다는 것. 그거라면 충분한 가능성이 존재했다.

“일본 전체를 뒤져야겠구나. 아직 멀리 가지는 않았을 거야.”

“알겠습니다. 회장님.”

강수호를 찾기 위해서 파견 팀을 꾸렸다.

한국의 비밀 병기인 그를 여기서 놓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솔로 던전을 클리어할 방법을 알아내 오겠지. 위험하다.’

상당히 위험하다.

한국의 전력을 깎기 위해서는 그를 죽여야 한다.

‘찾아야 한다.’

찾아서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그래도 못 찾는다면…….

‘무식하지만, 확실한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겠군.’

무식하면서도 위험한, 하지만 무엇보다 확실한 방법을 사용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찾아라…….”

일본 전체를 이 잡듯이 뒤졌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일본의 중심지, 도쿄부터 시작해서 시골까지. 모든 곳을 확실히 뒤졌지만…….

“찾지 못했습니다.”

“빌어먹을!!”

털끝 하나 눈에 띄지 않았다. 마치 호텔 안에서 증발하기라도 한 듯.

협회 회장은 참지 못하고 소리 질렀다.

“……안에서 죽기라도 한 건가?”

호텔의 편의 이용을 모두 거절하여 알 수도 없었다.

“돌아 버리겠군.”

분명히 두 손에 쥐어져 있는데, 조종하지 못하는 어이없는 상황.

“어떻게 할까요?”

“일단 총리님한테는 이 내용을 전하지 말거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계속 찾아라.”

“옙.”

찾지 못한 걸 수도 있으니 일단은 계속 찾기로 하였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건지…….”

일본을 거대하게 만들기 위한, 그 시간이 최대한 빨리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면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