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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158화 (158/225)

제158화

158. 일본(1)

“그때 잘 해결하신 거 아닙니까?”

“전 일본 협회 회장과는 잘 해결했죠.”

일본과의 일은 죽은 일본 협회 회장과 잘 해결한 거로 기억한다. 도움을 받지 않는 거로.

하지만 그건 죽은 협회 회장과의 협상.

“이번에 새로 부임 된 협회 회장이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더군요.”

새로 부임 된 일본 협회 회장이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내놓은 것.

“이구호 헌터를 잠시 빌려 달라고 하더군요.”

패왕 길드 마스터, 이구호. 그를 빌려 달라는 어이없는 요구를 한 것.

“그래서 어떻게 대답했습니까?”

“당연히 안 된다고 했죠.”

당연히 그건 불가능했다.

이구호는 한국에 몇 없는 강한 힘을 가진 헌터. 그가 일본에 갔다가 무슨 일을 당할지 아무도 모르니까.

“안 된다고 하니, 물약 공급을 끊겠다고 합니다.”

“물약 공급…….”

더 큰 문제는 일본의 행동이었다. 만약 이구호를 빌려주지 않는다면 물약 공급을 끊겠다는 것.

‘이건 골치 아프네.’

던전에 들어갈 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물약이다. 힐러가 없을 때, 목숨을 지킬 수 있는 소모품. 그런 소모품을 공급하지 않겠다니.

“큰 타격이겠군요.”

“그렇습니다. 물약은 일본만 잘 만들 수 있으니까요. 다른 나라에서도 물약을 만든다고는 하나…….”

물약은 일본이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다른 나라도 물약을 만든다고는 하나, 효율이 좋은 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한참을 고민해 봤지만, 막상 좋은 방법이 떠오르질 않습니다.”

“흠…….”

그다지 방법이 없었다. 이구호를 줄 수밖에.

하지만 강수호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저희도 물약을 만들죠.”

“……연금술도 할 줄 아십니까?”

일본이 물약 공급을 하지 않는다면 만들면 되는 일. 만들 줄은 알지만, 잘 만드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어떻게 만드는지는 잘 알고 있지.’

좋은 물약을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점.

“아니요,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한국에 존재하는 세계 14위 연금술사. 방법만 가르쳐 준다면 금방 물약을 대량으로 제조할 수 있을 거다.

차원 이동을 사용하여 잠시 마을로 이동했다.

‘도대체 어떻게 할지…….’

소파에 앉아 강수호를 기다리는 이용욱.

걱정이 가득했다.

물약 공급이 끊기면, 당연히 힐러의 일손이 늘어난다. 힐러도 한계가 존재하는 법.

‘해결할 방법을 찾아오셨으면 좋겠군.’

한참을 생각에 빠져 있자.

슈아아악!

하얀 종이를 들고 나타난 강수호.

그 종이 안에는 문장 몇 개가 적혀 있었다.

“물약 제조법입니까?”

“예, 간단하게 추려왔습니다.”

생각과 다르게 적혀 있는 재료가 너무 적었다.

상급 물약을 만드는 데는 좋은 약초가 필요하다. 그런데 재료를 보니 그다지 좋은 것도 아니었고.

“물약을 만들기에는 좋은 재료가 아닌 것 같은데…….”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건 강수호도 잘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제조법은 확실하다.

“제가 한번 해 보겠습니다.”

인벤토리에서 레릴 아줌마가 건네준 약초를 꺼냈다. 농장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약초들.

“스승님은 항상 말씀하셨습니다. 약초의 극한까지 사용해라.”

그런 약초를 절구에 반복해서 여러 번 찧었다.

물약을 만들 때 중요한 건 재료만이 아니다. 재료를 얼마나 극한까지 사용할 수 있느냐. 그 기술에 따라 물약의 맛이 변하고, 효과가 변한다.

‘처음은 똑같군.’

처음 약초를 제조하는 건 똑같았다. 절구를 이용하여 약초를 빻아 즙을 내는 것.

하지만 그다음부터가 다르다.

“잘 빻은 약초에 물을 탑니다.”

빻은 약초가 살짝 잠길 정도로 물을 넣는다. 약초를 뭉치고 작은 병에 대어 강하게 힘을 준다.

쫘아악!

“원래는 즙만 이용했죠. 하지만 이렇게 물과 같이 섞으면.”

순간적으로 터지는 황금빛.

그와 동시에 떠 오르는 시스템 메시지.

-하급 체력 물약(C급)을 제조하였습니다.

-연금술 스킬을 얻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렇게 말이죠.”

“C급?”

C급만 해도 대단한 등급이다.

보통 한국 연금술사들이 찍어내는 물약이 E급인데, 그것보다 두 등급이나 높으니까.

하지만 그것으로 물약 제조는 끝난 게 아니었다.

‘약초를 극한까지 활용해라.’

물약 안에 넣은 세 가지 약초. 100mL 정도 되는 C급 물약을 믹서기에 넣고 갈았다.

부아아앙!

힘차게 갈리기 시작한 약초들.

약초가 모두 갈리고 나서 채를 이용해 액체만을 거른다.

“완성했습니다.”

-중급 체력 물약(B급)을 제조하였습니다.

-연금술 스킬을 얻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한 단계 더 높아진 물약의 등급.

“어떻게 하신 겁니까?”

이용욱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보통 연금술사들이 없는 이유는 어려워서다. 물약 제조 자체에 시간이 많이 들고 도구도 많이 필요해서.

“제 스승님이 급할 때 쓰시는 방법입니다.”

그런 어려움을 강수호가 금세 해결해 버렸으니 놀랄 수밖에.

“물약 문제는 해결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물약 문제는 해결돼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다른 나라가 제조법을 아는 순간, 가치는 없어진다.

그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자.

“완벽한 비밀 같은 건 없죠.”

강수호가 먼저 툭 내뱉었다. 세상에 완벽한 비밀 같은 건 없다고.

“이 제조법을 모두 알려드릴 겁니다.”

“다른 국가에도요?”

“예.”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비밀을 막지 못한다면, 먼저 알리고 팔면 된다. 그편이 편하고 더 좋은 방법일 터.

“어차피 스승님께서는 별거 아닌 제조법이라 했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이런 일이…….”

이용욱이 연신 고개를 숙였다. 골치 아픈 일을 1시간도 안 돼서 간단히 해결했으니까.

‘물약은 해결한 것 같고…….’

물약 문제는 완벽하게 해결되었다. 만약 일본이 공급하지 않겠다 하면 물약을 만들면 되니까.

하지만 아직 문제가 하나 더 남아 있었다.

“그거, 제가 가겠습니다.”

“……예? 해결되지 않았습니까? 너무 위험합니다.”

“그래서 가는 겁니다. 일본이 자기 영토로 이구호 님을 데려가려는 구실이 뭔지 아십니까?”

“던전 때문입니다.”

이구호를 일본에 데려와 달라는 것. 그에 대한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꺼림칙한 게 있었다.

‘내가 가 보는 게 낫겠어.’

위험하다 싶으면 차원 이동을 사용하면 되는 법이다. 일본이 왜 이리 한국에 집착하는지도 알 수 있는 좋은 방법이고.

“일단 생각은 해 보겠습니다. 위험하시다는 건 아시죠?”

“잘 알고 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걱정받아야 할 사람은 이용욱이다. 다크서클이 입까지 짙게 내려왔으니까.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들어가십시오.”

시간이 꽤나 지났다.

오랜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깊은 밤.

협회 회장을 보내고.

“갈 준비해야겠네.”

한국으로 돌아온지 일주일 만에 짐을 싸기 시작했다.

* * *

“걱정하지 마십시오. 물약은 저희가 월등히 뛰어납니다. 답변이 오길 기다리죠.”

“알겠네.”

잔에 담긴 위스키 잔을 기울이며 긴장된 마음을 달랬다. 무리한 부탁을 던졌지만, 가능성이 있다.

‘곧 있으면 답이 올 거다. 그것만 기다리면 돼.’

위스키 한잔하면서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일.

한참 웃고 떠들고 오랜 시간이 지나가던 그때.

띠리링. 띠리링.

방 전체에 울리는 벨 소리. 주머니에서 연신 울리는 휴대폰을 꺼내 누군지 확인하는 순간…….

“하!”

“제 예상이 맞았군요.”

금방 미소를 지었다. 예상대로 한국 협회 회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왔으니까.

“스피커 폰으로 받겠습니다.”

“그러지, 다 들릴 수 있도록.”

탁자에 휴대폰을 올려두고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스피커 폰으로 전화를 받았다.

-반갑습니다. 이용욱입니다.

“저도 매우 반갑습니다. 이렇게 전화 주신 이유가 안부 인사나 전하기 위해서 한 건 아닌 거로 알고 있습니다만.”

인사를 뒤로 곧장 본론으로 넘어갔다. 고작 안부 인사나 하기 위해서 전화한 건 아닐 테니까.

“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이용욱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길 바라고 있었다.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이용욱이 입을 열었다.

-그 제안 승낙하겠습니다.

“……정말이십니까?”

-예, 어쩔 수 없죠. 생존이 걸린 문제인데요.

승낙하겠다는 대답이 들려왔다.

이용욱도 어쩔 수 없는 거다. 생존이 걸린 문제.

“결국 결정하셨군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계획했던 것이 퍼즐처럼 잘 들어맞았으니까.

‘천천히 한국을 집어삼키면 되겠군.’

이구호를 굳이 던전 핑계를 들어 일본으로 오게 하려는 이유가 있었다. 한국의 전력을 줄이기 위해서.

전쟁 같은 건 하지 않을 거다.

‘한국이 위험에 빠졌을 때, 거래를 하는 거지.’

힘이 약해진 한국을 향해 손을 내밀어 준다. 독 발린 사과인지도 모르고 덥석 베어 물 때…….

‘집어삼키는 거지.’

완벽한 계획.

그렇기에 먼저 이구호를 잡으려 하는 건데.

-그런데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예, 뭐죠?”

이용욱이 한 가지 조건을 들이밀었다. 찝찝하지만, 들어보기로 했다.

-이구호 헌터보다 강한 헌터분이 있습니다. 그 헌터분을 보내도 되겠습니까?

“그보다 강한 헌터가 있다고요?”

다른 헌터를 보낸다는 말에 놀라기는 했으나, 강한 헌터라는 말에 눈빛이 달라졌다.

이구호보다 강한 강자.

‘비밀이라도 숨겨 놓고 있었나. 좋군.’

오히려 좋았다. 더 강한 강자를 일본에 끌어들일 수도 있고, 없앨 수도 있으니까.

“좋습니다. 그 헌터는 누구죠?”

-강수호 헌터입니다. 방송 매체에 자주 나와서 알고 있을 겁니다.

“강수호…….”

측정 날 때 처음으로 S급을 받은 괴물 같은 헌터.

조금 의심되긴 하나…….

‘중국 협회에서도 살아남았군.’

다양한 실적이 존재했다. 한국이 숨긴 유일한 비밀 병기가 분명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마지못해 허락하듯 대답했다.

간단한 잡담과 함께 끊기는 전화.

“역시 자네를 고르길 잘했군. 멍청한 늙은이보단 나아.”

“별말씀을. 모두 총리님 덕분입니다.”

다시 술과 안주가 오갔다.

이보다 달달한 밤은 없을 거다.

‘조만간 한국은 일본으로 넘어오겠군.’

전쟁을 일으키지 않고 나라 하나를 꿀꺽할 수 있다.

그 첫 발판이 되는 강수호 헌터.

“강수호 헌터는 어떻게 할 계획입니까?”

“일단은 A급 던전을 혼자 클리어하는 것을 부탁할 걸세.”

“그 던전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를 죽일 계획은 간단했다.

일본에 나타난 솔로 던전. 그것도 낮은 등급의 던전이 아닌, A급의 고등급 던전.

“좋은 생각이군요.”

“그렇지, 클리어할 엄두도 내지 못한 던전이니까.”

어떤 헌터가 와도 솔로 던전을 클리어할 수 없을 거다.

“우린 만찬을 즐기자고.”

“예.”

“술이나 한잔 받아 들게.”

그전에 생각을 접어 두고 만찬을 즐기기로 했다.

밤은 낮보다 길다.

“대일본을 위하여!!”

“위하여!!”

깡!

방 안에 울려 퍼지는 위스키 잔이 부딪치는 소리.

위스키가 가득 담긴 잔을 든 그들이 원샷으로 쭉 들이켰다.

임무가 성공하길 바라기 위해서. 이 좋은 날이 평생 지속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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