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6화
156. 지옥 훈련(2)
“잠 좀 자겠습니다.”
“어, 그래.”
낚싯대를 잡은 지 벌써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물론 낚시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하루가 지나도 물고기가 낚이지 않아서 테이프로 낚싯대에 손을 묶었다.
‘이제 자도 되겠지.’
잠이 들어도 물고기가 미끼를 문 것은 확인할 수 있을 터.
눈을 감자 금방 잠이 들었다. 하룻밤을 새워서 그런지 깊은 잠에 빠진 듯했지만…….
“음? 걸렸네.”
금런은 눈으로 정확히 볼 수 있었다. 처음으로 강수호의 낚싯대가 움찔했다는 걸.
“으, 으음…….”
강수호도 그것을 느꼈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어? 잡혔다.”
낚싯대가 강하게 당겨지기 시작했다. 한 손으로는 버티지 못할 무게.
“흡!”
두 손으로 잡고 낚싯대를 강하게 당기기 시작했다.
‘열심히군.’
그 모든 걸 보고 있던 금런이 턱을 쓰다듬었다. 작은 것에도 열심히 하는 것에 감탄했다.
“거의 다 올라왔다!”
점점 올라오기 시작하는 줄.
잡아 당기는 힘이 강해 거대한 물고기가 잡힌 줄 알았지만…….
퐁.
“…….”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주먹 크기만도 못한 작은 새끼 물고기.
“풉.”
“웃지 마십시오.”
지금껏 본 물고기 중에 가장 작은 물고기의 모습에 금런이 웃음을 터트렸다.
“여기 바다는 작은 물고기를 보기 힘든데, 신기하구나.”
“다시 기다리면 됩니다.”
강수호는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하면 그날로 끝이니까.
“다시 자겠습…….”
낚싯대에 손을 묶고 다시 잠을 청했다.
일어나고 낚아 올리는 것이 몇 번이나 반복되었고, 하루가 더 지나갔다.
* * *
“…….”
“그 크기를 누구 코에 붙이냐. 다 풀어줘라.”
“예…….”
이틀이 지났는데도 고기 통에는 주먹만 한 고기밖에 없었다.
이제 막 알을 까고 나와 자라기 시작한 고기들. 아직 너무 작아서 어쩔 수 없이 바다로 내보냈다.
“오늘은 이 정도만 하지.”
“벌써요?”
금런이 낚싯대를 거둬들였다.
낚시한 지 벌써 이틀이란 시간이 지났다.
너무 오래 낚시를 하는 것도 좋지 않다. 물고기가 쉴 시간을 줘야 낚시도 잘 되는 법이니.
“벌써라니? 이틀이나 지났는데?”
이제야 시간을 확인한 강수호가 눈을 크게 떴다. 낚시에 너무 집중하느라, 시간을 보지 못했다.
“밥은 먹고 가고.”
물론 그냥 가라는 건 아니다. 이틀 동안 밥도 먹지 못하고 낚시만 했으니까.
“그런데…….”
밥 먹는 건 좋았다.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음식이 너무 크다는 거다.
“그걸 먹을 건가요?”
“그럼, 원래 갓 잡아서 구운 게 싱싱하고 맛있다고.”
빌딩 정도로 거대한 크기의 물고기. 저 낡은 낚싯대로 잡았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었다.
“쉬고 잘 먹는 것도 훈련이다. 장작이나 몇 개 가져와.”
“옙!”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피곤도 하고 배가 고파 미칠 것 같다. 크기는 해도 맛은 좋을 터.
“장작 가져왔습니다!”
금방 가져온 장작.
물고기가 거대한 만큼 장작의 양도 평범하지 않았다. 거대한 나무 몇 그루를 베어 왔다.
“구워요!”
불을 지피고 굽기만 하면 되는 일.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 생각했지만…….
“통째로 굽는다고?”
“원래 그러는 거 아닙니까?”
“말이 안 되는 소리지. 훈련 두 번째, 물고기를 해체해라.”
“…….”
통째로 굽는 건 전어나 가능한 일이다. 통째로 굽는 전어도 피와 비늘을 빼고 굽는다.
“빨리 해체해. 배고프다.”
“알겠습니다!”
코코를 꺼내 들었다. 이 정도 해체쯤이야, 훈련 축에도 속하지 않는다.
‘강타.’
코코를 들고 검기를 사용하여 비늘을 벗겨내려고 했다.
깔끔한 소리를 내며 비늘이 벗겨질 거라 생각했지만.
깡!
“깡?”
물고기의 비늘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신기할 따름이다.
‘아무리 커도 그냥 물고기 아닌가?’
겉으로 보면 평범하기 짝이 없는 물고기였지만.
“기갑 물고기라고 하는 놈이지.”
“기, 기갑 물고기요?”
“그래, 비늘이 딱딱한 놈이라 그런 이름을 지었지.”
금런에게는 아니었다.
그는 비늘이 단단해서 그렇게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한다.
“평범한 방법으로는 비늘도 못 벗겨낼 거다.”
“그러면 다른 물고기를…….”
잡은 물고기는 한 마리가 아니다. 다른 물고기를 해체해서 요리하면 되는 법.
‘저거다.’
그나마 만만해 보이는 물고기를 골랐다. 복어처럼 생긴 모습에 축구공의 10배 정도의 크기.
스걱.
검을 가져다 대자 부드럽게 베인다. 내장과 피를 빼고 먹으면 되리라 생각했지만…….
푸석.
“음?”
배를 갈린 물고기가 점점 검게 물들어 간다. 마치 독에 빠진 고기처럼.
“뭐 건드린 건 없었는데?”
배를 열고 건드린 건 단 하나도 없었다. 배를 연 것뿐.
하지만 물고기는 그것만으로 검게 썩었다.
“골든 피쉬구나. 해체를 잘하면 황금빛이 나는 물고기. 맛도 있고. 하지만 해체를 잘못하면 뉴비처럼 된다네.”
“다른 거…….”
물고기는 넘쳐났다.
금런이 잡아 둔 물고기 중 한 마리를 골라냈다.
“이거다.”
확실히 찾아낼 수 있었다.
뾰족한 코를 가진 거대한 아이.
“이 녀석으로 하겠습니다.”
“그래? 마음대로.”
이 녀석으로 정했다. 이번에는 충분히 해체하고 먹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으니까.
다시 검기를 발현하고 검을 휘둘렀다.
스걱.
“나이스!”
이번에는 깨끗하게 베어졌다.
배를 갈라 내장과 피를 빼내기 시작했다.
뼈는 살에 붙어 있어 굽고 난 후 빼기로 했다.
“파이어볼!”
마법을 사용하여 장작을 태웠다.
‘맛있겠다.’
클론 아저씨가 만들어 준 철판 위에 해체한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
‘위에 조미료를 뿌리고~’
냄새는 좋았다.
소금과 후추를 뿌리고 익어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자.
“다 익었다!”
“다 익었구나.”
좋은 화력 덕분에 금방 물고기가 익었다.
이제 젓가락을 이용하여 입 안으로 들이기만 하면 되는 상황.
조각난 물고기를 집어 입 안으로 집어넣자.
“앗, 뜨거!”
처음으로 느껴지는 건 갓 구운 물고기의 뜨거움.
그리고…….
“가시. 어? 또 가시. 왜 또 가시……. 가시?”
잔가시가 계속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평소 같았으면 전어처럼 뼈를 씹어 먹었겠지만.
“아아!”
보통 얇고 짧은 잔가시가 아니었다.
이로 씹을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한 잔가시가 수없이 박혀 있었다.
“스승님은 안 드십니까?”
“난 별로. 먹고싶지 않아.”
금런은 먹기 싫은 모양이다. 방금까지 배가 고프다며 재촉해 놓고는…….
‘다 했다.’
무시하고 모든 잔가시까지 제거했다.
이제 제대로 먹을 수 있을 것. 입 안에 넣고 한 번 씹자.
“맛있겠…… 우웩!!”
한 번 씹자마자 다 뱉어내었다. 구역질 날 뻔한 걸 억지로 참아내었다.
“이건 또 뭔 맛이야?”
차라리 똥을 먹는 게 나을 것 같은 역겨운 맛. 혹시나 해서 다시 먹어봤지만 똑같았다.
“이거 맛이 왜 이럽니까?”
“말 안 해 줬나? 그 물고기 원래 맛없어.”
“…….”
그 이유를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물고기 중에 맛없는 물고기도 있는 법.
“그걸 이제야 말씀해 주시면…….”
“너무 맛있게 먹어서 그렇지. 그래도 맛없는 건 알았지?”
“……예.”
이 물고기가 그런 종이었다. 잔가시가 많아서 먹기 불편하고, 맛도 없는.
“힘들어하는 것 같으니까 세 마리만 손질해라. 물론 맛있는 거로.”
“…….”
그렇기에 그가 혜택을 주었다. 세 마리만 굽기로.
하지만 그걸로 혜택이 되지 않는다. 애초에 한 마리도 해체하지 못했으니까.
“일단 최선을 다 해 보겠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진 않았다. 첫 번째 훈련에 실패했는데, 두 번째 훈련도 실패할 수는 없는 법.
“후우…….”
심호흡을 반복하고 검을 꺼냈다. 처음 시도하려던 기갑 물고기에 천천히 검을 넣었다.
* * *
깡!
깡!
“…….”
“풉. 웃어서 미안하구나.”
아무리 쳐도 스크래치 하나 나지 않은 비늘.
그 모습을 보다 참지 못한 그가 웃었다. 비늘을 치는 강수호의 모습이 꽤나 웃겼으니까.
“허헉!”
더 이상의 휘두름은 무의미했다. 잘못하면 코코의 검날이 부러질 수도 있다.
“오늘 밥은 못 먹겠네.”
입맛을 다시는 금런. 벌써 또 하루가 지났으니, 배가 등에 붙는 것 같았다.
“내가 해야겠네. 잘 봐라.”
어쩔 수 없이 그가 움직였다. 이러다가는 평생 밥을 못 먹을 것 같았다.
평범하고 작은 식칼을 들고 기갑 물고기 앞에 섰다.
“식칼?”
“응, 내가 대충 만든 거.”
식칼을 들고.
그닥 효과가 없는 평범한 식칼이었다. 물론 의심하지 않았다.
‘반으로 베어내겠지.’
장담했다. 샬런 같은 힘을 사용하여 물고기를 반으로 베어 버릴 거라고.
그런 생각으로 뒤로 물러나 있자.
“음? 어디가?”
“위험해서요.”
“뭐가 위험해? 위험할 거 없는데? 물고기는 다 죽었고.”
금런은 주변의 위험이 하나도 없기에 강수호의 행동에 의문을 표했다.
‘그냥 해야지.’
금런은 자신의 대답에서 뒤로 물러나는 강수호를 바라보다 식칼을 높게 들었다.
강수호는 금런이 물고기를 반으로 가르리라 생각했지만…….
푸욱.
“음?”
상상과는 다른 일이 벌어졌다.
깔끔하게 들어가는 칼.
겉으로 보기에는 크게 힘을 주지 않는 것 같았다. 아니, 확실했다.
‘크게 힘을 주지 않고 있다.’
힘을 거의 사용하지 않다는 걸.
정확한 확인을 위해 조금 더 집중해서 보기로 했다.
“잘 봐라. 너도 잘 알겠지만, 싸움에는 힘만이 다가 아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기갑 물고기의 배를 갈랐다. 눈으로 봐도 신기할 정도로 정확하고 빠르게.
“기갑은 비늘만 단단한 게 아니야, 비늘만큼이나 안의 것들도 단단하거든.”
곧이어 배를 갈라 피와 내장을 꺼내기 시작했다. 피는 몰라도 내장은 비늘과 비슷한 강도를 지니고 있었다.
“이래서 내장은 못 먹어. 그 대신…….”
저렇게 단단한 건 확실히 못 먹는다. 샬런처럼 단단한 이빨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물론 이렇게까지 힘들게 꺼내는 대신에 큰 보상이 있다.
“살점은 엄청 맛있거든.”
앨런이 만들어 준 음식과 비슷한 등급을 가진 물고기. 얻기 힘든 만큼 맛은 금상첨화라고 한다.
스걱.
금런이 식칼을 천천히 움직여 살점을 조금 베어내었다.
비늘과 다르게 부드러운 살점.
“먹어 봐.”
그런 살점을 떼어 내 강수호의 입에 가져다주었다. 그와 동시에 자기 입에도.
“감사합니다.”
생선살을 받아 들고 곧장 입에 넣었다.
그래봤자 회는 회일 뿐이니, 별다른 맛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
“그냥 물고기로 만든 회랑은 맛 자체가 다르지?”
“예, 예…….”
먹어 보고 나서 마음이 바뀌었다.
회라는 것 맛 자체가 없다. 맛이 없는 게 아니라, 느껴지는 ‘맛’이란 게 없는데…….
“짭짤하고 달달하고……. 그냥 맛있어요.”
말로 표현하기 힘을 정도로 맛있었다.
지금껏 먹어 본 회 중에서 가히 탑이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혹시 저도 같이 먹어도…….”
“안 돼.”
물론 강수호가 먹을 건 아니었다.
“네가 직접 해야지. 방금 건 열심히 하라고 준 맛보기용.”
“…….”
그가 준 건 맛보기용에 불과했다.
이걸 먹으려면 따로 손질해야 한다.
“내가 했던 걸 잘 생각하고 해 봐라. 나는 구워서 먹어야지~”
금런은 밥 먹으러 향했고.
슈아아악!
강수호는 쉬기 위해 차원 이동부터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