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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154화 (154/225)

제154화

154. 이상한 던전 게이트(4)

“스승님?”

얼굴을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갸름한 얼굴에 검은 망토를 쓴 여자.

‘샬론 스승님이잖아?’

젊은 얼굴이었지만,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샬론이라고.

“스승님을 살려야 한다고요?”

“영웅, 정확히 말하면 영웅을 살려야 하죠.”

“……영웅.”

“그럼 저는 이만 갈게요.”

시스템 관리자는 그 말을 끝으로 사라졌다.

뭐 하나 제대로 알아낸 게 없었다.

‘열쇠는 있는데, 아직 열 단계는 아니야.’

하지만 그거 하나는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아직 열 단계는 아니라는 것을.

“일단 나가야겠다.”

걸터앉은 돌에서 일어나 장로 집으로 향했다.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서.

* * *

“잘 갔다왔네. 안 왔으면 후회할 뻔했어.”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는 길.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을 가지고 택시에 올랐다.

위험할 뻔한 상황이 벌어졌지만, 결과는 좋았다.

‘좀 쉬면서 천천히 열어야겠어.’

더군다나 이번에 발견한 시련의 문.

마인들보다 먼저 발견했다는 것 자체가 큰 이득이었다.

“도착했습니다.”

한참 생각에 잠겨 있자 때마침 도착한 병원.

상태도 확인할 겸 친구들의 병실에 들르기로 했다.

“양유혁.”

양유혁 방에 먼저 올라가 상태를 확인했다.

문을 열자 풍겨오는 열기.

“후우! 후우!”

“벌써 운동해도 돼?”

덤벨을 들고 격한 운동을 하고 있었다.

마기 때문에 재생이 가장 빠른 양유혁. 피해도 크게 입지 않아 가장 빨리 훈련을 시작했다.

“상관없어. 벌써 다 나아서.”

가장 크게 다치지도 않았고.

“넌 괜찮은 것 같으니까, 패스.”

시련을 알려주는 것도 지금은 이르다.

열 때 되면 알려주는 게 좋을 터.

“여기는 또 막혔네.”

남은 두 병실.

보디가드들이 두 병실을 꽉 막아댔지만…….

“들어갈게요.”

“예, 들어가십시오.”

마지막 병실은 달랐다.

길을 열어주어 강수호를 병실 안으로 들여보냈다.

“나왔어.”

“빨리 왔네?”

“예상외로 일이 빨리 끝나서.”

반갑게 맞이하는 최서현.

몸이 좀 나아졌는지, 저번보다 몇 배는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먹 몇 번 휘두르는 거로 힘들어하더니, 지금은 기침만 몇 번 하고 끝이었다.

“엘프 던전 게이트는 들어간 거야?”

“들어갔어. 정확한 건 나중에 가르쳐 줄게.”

“비밀?”

“응, 아직 아무한테도 가르쳐 주면 안 될 것 같거든.”

당연히 최서현에게도 비밀은 말하지 않았다.

마인 협회에 확실히 시련을 노리고 있으니까.

“그래, 네가 안 가르쳐 주는 데 이유가 있겠지.”

최서현도 크게 신경 쓰지 않은 눈치고.

“괜찮은 것 같으니까, 나도 좀 쉴게.”

“그래, 들어가.”

작별 인사를 건네고 병실로 향했다.

지금 수다를 떨고 놀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드르륵.

“오셨군요.”

“협회 회장님?”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오자 강수호를 반기는 사람이 있었다.

한국 협회 회장. 이번 사태 때문에 중국에 남는다고 해서 또 방문한 듯하다.

“무슨 일로 다시 오셨습니까?”

“엘프 던전, 들어가셨습니까?”

“이야기가 벌써 거기까지 전해졌나요?”

“저희 정보가 빠르긴 빠르죠.”

엘프 던전에 들어갔다는 정보가 벌써 이용욱에게 들어갔다.

“대단하시군요. 중국 헌터들이 어떤 수를 써도 들어가지 못했는데.”

“비밀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또 닫혔고.”

물론 협회 회장이라도 시련에 대한 건 지킬 예정이었다.

“가르쳐 주시지는 못하시겠습니까?”

“예.”

단호한 대답에 이용욱도 더 이상은 묻지 않았다.

그 대신…….

“좀 뿌듯합니다.”

“뭐가요?”

“중국 헌터가 강수호 헌터분을 욕하더라고요.”

“……?”

이용욱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뭔 말인가 싶어 물어보자, 기사 하나를 보여주었다.

“방금 막 뜬 중국 기사입니다.”

이번에 일어난 중국 협회 회장의 마인 사건을 다룬 중국 기사 중 하나.

그 기사에서 강수호가 욕을 먹고 있었다.

[뭔 개소리야! 린하우 님 덕분에 살았구만! 조선 놈한테 돈 받았냐?]

[기사 쓰는 놈, 중국의 친일파다!]

[강수호 헌터? S급 맞음? 뭔 듣보잡이야?]

“…….”

듣보잡이란 단어는 제일 약한 욕이었다.

온갖 살벌한 욕이 댓글로 적혀 있었다.

“왜 이러는 건지 아십니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여기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곳이라.”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었다.

누가 도움을 줬는데?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아무 말도 없이 치료만 받고 있는데.

“여기는 욕을 해야 저희가 잘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뿌듯하군요.”

“아하…….”

욕을 먹어야 잘했다는 것.

“그럼 저는 이만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예, 들어가십시오.”

협회 회장을 보내고 침실에 누웠다.

“상태창.”

오랜만에 상태창을 열어 상태를 확인했다.

[강수호]

레벨 : Lv. 110

체력 -321(154.5) 민첩 –324(162) 힘 -326(163) 마나 -321(154.5) 감각 -312(156) 친화력 -130(65)

스탯 포인트 : 0

재능 : 차원 이동 (SSS급)

스킬 : [피닉스의 재생력(SS급) : Lv.2], [철옹성(SS급) : Lv.2], [미스릴의 신체(B급) : Lv.MAX], [괴물 같은 체력(C급) : Lv.MAX]……. 등

“그다지 변한 건 많지 않네.”

상태창의 변화는 그리 많지 않았다. 스탯, 레벨이 올라간 게 고작.

“반 깎인 게 마음 아프긴 하지만.”

15일 정도 더 쉰다면 반 깎인 건 금방 회복된다.

“쉬어야겠네.”

병원복으로 갈아입고 침실에 누웠다.

눈을 감자 금방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 *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

적막으로 잠긴 식탁.

식탁 앞에 선 천마가 머리를 짚으며 물었다.

정확히 존재하는 열두 명의 간부. 그 간부 중에서 3위나 되는 간부가 나오지 않았다. 그것도 대회의에서.

“한예림, 어떻게 된 거지?”

간부를 관리하는 최고의 간부. 모든 걸 알 것 같은 그녀에게 물었다. 이번 대회의에서 클로운이 왜 빠졌냐고.

“이걸 보십시오.”

“중국 기사?”

태블릿PC에 보이는 중국 기사를 천천히 읽어나갔다.

그리고 모두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죽어?”

“예, 중국이라 기사가 거짓인 줄 알았는데…….”

기사에 거짓은 단 하나도 섞여 있지 않았다.

그녀가 확인해 본 결과, 간부 3위 클로운은 죽었다. 분신이 아닌 그의 본체가 완벽하게.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다. 계획에 차질이 생기겠군.”

재빨리 의자에서 일어났다.

천마의 눈으로 직접 봐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일어나자마자 파란빛으로 사라지려던 찰나.

“여기 있습니다.”

먼저 한예림이 CCTV 동영상을 틀어 주었다.

“고맙군. 귀찮게 움직이지 않아도 되겠어.”

천마는 다시 의자에 앉아 태블릿PC 화면에 집중했다.

누가 도대체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스걱!

“……?!”

중국 협회의 마지막 층에서 보이는 클로운과의 싸움.

녹화된 동영상을 확인할수록 놀라고 있었다.

“이 여자가 누군지 알아냈나?”

“죄송합니다. 신원 등록이 되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렇군.”

단검 휘두르는 실력이 말도 안 된다.

천마의 눈에서도 잔상을 보는 것이 고작.

한참 동영상을 살피다가 생각에 잠겼다.

‘그분께서 말씀하셨던 사람인가?’

예전에 악마의 왕을 보러 갔을 때, 말했던 적이 있었다.

죽일 수 있으면 죽이라고.

말도 안 되게 강한 강자를.

“그러면 텔레포트 위치는 알아냈나?”

“죄송합니다. 워낙 좌표가 복잡한지라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이사벨라가 직접 확인했어도?”

“예, 천마 님.”

직접 설명하기 위해서 긴 모자를 쓴 여자가 다가왔다.

텔레포트를 사용하여 직접 다가간 이사벨라.

“보통 텔레포트는 좌표를 찍고 이렇게 이동합니다.”

자신의 텔레포트를 예로 들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보통 텔레포트는 원래 있던 좌표와 갈려던 좌표를 찍고 텔레포트 한다.

“그래서?”

“제가 알아본 결과, 텔레포트 좌표가 너무 멀었습니다.”

“……멀었다?”

“예, 보통 아무리 멀어도 한국에서 미국 정도?”

아무리 멀어도 한국에서 미국 거리. 하지만 이번 거리는 그것과 차원을 달리했다.

“나라 간의 이동이 아니라, 차원 간의 이동이었습니다.”

“……차원 간의 이동?!”

차원 간의 이동이란 말에 천마가 처음으로 놀랐다.

‘말도 안 된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으니까.

차원은 시련이 열려야지만 열린다.

“다시 한번 알아보거라. 너의 마법이 완벽하더라도 실수할 수도 있으니.”

“예, 알겠습니다.”

혹시 몰라 다시 알아보라 물었다. 실수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만약에 차원 간의 이동이 사실이라면…….

‘꽤나 골치 아파지겠군.’

그냥 골치 아픈 게 아니었다.

지금보다 몇 배는 바빠질 거다.

‘행동 대장이 사라져서 귀찮은 일이 몇 개 생기겠군. 간부도 다시 뽑아야겠고.’

귀찮은 일이 산더미처럼 늘어났다.

간부도 다시 뽑아야겠고…….

“오늘 회의는 이만 끝내도록 하지.”

지끈거리기 시작한 머리.

회의를 끝내기 위해 의자에서 일어났다.

“예, 천마 님.”

“예, 천마 님.”

그와 동시에 일어나는 간부들.

천마가 한예림과 함께 사라지자 간부 모두가 다시 의자에 앉았다.

“후우, 힘들어 죽는 줄 알았네요.”

모든 걸 앞에서 지켜보던 이사벨라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천마는 말하는 도중에도 살기가 뿜어졌으니까.

“끝났으니까, 나 먼저 들어갈게. 잘 가~”

이사벨라 먼저 텔레포트를 사용하여 자리를 벗어났다. 이런 침울한 분위기는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것.

“나도 먼저 가지.”

“나도.”

모두 회의장을 떠났다.

* * *

“피곤하군. 먼저 자지.”

“주무십시오.”

집에 들어온 천마는 침대에 누워 금방 잠이 들었다.

1층 소파에 앉아 한예림은 잠시 밖 풍경을 쳐다봤다.

“해가 쨍쨍하네.”

매번 보던 어두운 풍경과는 다르게 쨍쨍한 해가 보이는 풍경. 오랜만에 보는 해에 미소가 지어졌다.

“해는 오랜만에 보네.”

요즘 일이 너무 바빠져서 밖도 보지 못했으니…….

“그래도 지금이 좋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이 나쁘다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이 몇 배는 좋았다. 자신에게는 과분할 정도로.

“나도 빨리 들어가서 자야겠네. 3일이나 밤을 새웠으니.”

눈을 비비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클로운이 죽은 것 때문에 무려 3일이나 밤을 새웠다.

지금 당장 잘 수 있을 만큼 피곤했다.

촤아악!

들고 있던 텔레포트 주문서를 찢었다.

찢어지는 소리가 나고 동시에 뿜어지는 파란빛.

천마의 방에서 그녀가 완전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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