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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153화 (153/225)

제153화

153. 이상한 던전 게이트(3)

“들어왔다.”

몸을 집어넣자 곧장 던전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졌다.

들어가자마자 느껴지는 풀 내음.

“냄새가 좋긴 좋은데…….”

몸 전체가 깨끗해지는 기분이 들었지만, 지금 그런 걸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엘프들도 던전 게이트를 넘어 올 게 분명했으니까.

“일단 달려.”

아무 생각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광활한 숲을 지나 강을 지나 어느새 도착한 작은 마을.

“엘프들의 마을인가.”

마을을 보자, 엘프들이 사는 마을이 확실해 보였다.

“엘프들이 보이지 않긴 하네.”

문제는 마을에 엘프들이 보이지 않다는 점.

그것 빼고는 엘프들이 사는 마을인 건 확실했다.

“스승님과 연관 있으려나.”

조심스레 마을로 다가갔다.

적막한 마을.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더 조심하게 되었다.

조금씩 마을로 향해 걸어가 보니 생활의 흔적이 보였다.

“흔적을 보니,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생활용품에 먼지 하나 묻어 있지 않았다. 사라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숨어 있다는 거네.’

감각으로는 느끼지 못했지만, 숨어 있다는 건 확실했다.

코코를 꺼내고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자.

“잡아!!”

“……?”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

뭔 소리인가 싶어 고개를 돌리자.

‘죽창?’

무기를 겨눈 채 달려드는 엘프들.

코코를 들고 반격을 해 보려 했지만.

“…….”

“잡았어요!”

얼마나 근력이 강한지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풀만 먹고 자란 코끼리를 보는 것 같았다.

“찾았다!”

때마침 다가오는 엘프들.

잔뜩 살기를 피어오며 다가오는 것 보니 화난 게 분명했다.

“꽉 잡아. 나도 당한 만큼 갚아줘야겠어.”

밧줄로 꽉 잡은 엘프들.

그 상태로 강수호를 쫓던 여자 엘프가 단검 여러 개를 쥐었다.

“가만히 있어라. 정확히 이마 정중앙에 꽂아주마.”

제대로 화난 듯싶었다.

온갖 술수를 부려서 이곳에 들어 왔으니까.

휘익!

“꽉 잡고 있어 봐. 빗나갔잖아.”

정확히 얼굴 오른쪽으로 날아가는 단검.

이마 정중앙에 꽂혀도 죽지는 않겠다만…….

‘아프겠네.’

아플 건 확실해 보였다.

여자 엘프가 다시 한번 단검을 들고 정확히 이마 정중앙에 던지자.

“이제 맞았……!”

정확히 이마 정중앙에 틀어박힌 단검.

원래는 ‘탁!’이란 소리를 내며 박혀야 했지만.

깡!

“음?”

예상과 다른 일이 벌어졌다.

단검이 누군가의 지팡이로 막혔다.

“무슨 짓입니까?”

“그건 내가 할 말일세.”

하얀색 긴 머리 엘프.

이곳의 가장 오래된 엘프가 분명했다.

“장로님?”

단검을 던진 엘프가 고개를 돌려 지팡이의 주인을 확인하고는 뒤로 물러난다.

장로라는 말에 고개를 돌려 얼굴을 확인했다.

‘장로?’

마을 전체를 대표하는 장로.

그런 그가 강수호를 막아서니 신기할 뿐이었다.

“멍청한 놈들. 이놈이 누군지 알고 이렇게 대하는 건가?”

“누굽니까? 장로님, 이번에는 저희도 쉽게 넘어갈 수 없습니다.”

아무리 장로라 해도 이건 아니었다.

지금 당장 죽여도 모자랄 판에 막아서다니…….

다시 단검을 들려 하자.

“열쇠.”

“……!!”

열쇠란 말에 마을 주민들의 눈이 크게 떠졌다.

장로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우리를 풀어줄 열쇠다.”

“…….”

그 말에 서로 얼굴을 쳐다봤다.

장로의 알 수 없는 말에 강수호는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내가 열쇠라고요? 그게 무슨…….”

“장로님, 확실합니까?”

“여기 들어온 것 자체가 확실한 거지. 의심할 게 있나?”

“하긴…….”

강수호가 들리지 않도록 조용히 속삭인다.

확실하냐고? 하지만 의심할 부분이 전혀 없었다. 여기 들어온 것 자체가 열쇠가 있다는 걸 증명한 거니까.

“그러니 다들 놓아주게. 우리가 막 대할 사람 아니야.”

“알겠습니다…….”

그들은 단검까지 허리춤에 넣어 두고 고개를 끄덕이며 밧줄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해방자이시여.”

“…….”

장로라는 엘프가 곧장 고개를 숙였다.

미안함을 표시하는 확실한 방법.

‘뭐가 어떻게 되는 거야?’

하지만 강수호는 고개만 갸웃거릴 따름이었다. 뭐가 어떻게 되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으니까.

“해방자요?”

“예, 혹시 보라색의 보석을 가지고 계십니까?”

“이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물음에 인벤토리에서 보석 두 개를 꺼냈다.

색다르게 빛나는 보라색 보석.

“열쇠다…….”

“정말 열쇠군.”

그 보석을 본 엘프들이 감탄하기 시작했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신을 본 것처럼.

‘왜 이러는 거야?’

강수호는 확실하게 이해한 것이 없어 의문이 들 뿐이었다.

“일단 그분을 내 집으로 모시게나.”

“예, 알겠습니다.”

이곳은 설명을 하기 위한 장소로 맞지 않았다.

곧장 장로 집으로 이동했고.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기를 바랍니다.”

기나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 * *

“제가 해방자고, 여러분을 해방할 수 있는 열쇠를 지니고 있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모든 이야기가 끝나자 주변이 적막에 잠겼다.

긴 이야기였지만, 이야기의 요점은 간단했다.

‘내가 해방자…….’

강수호가 그들을 해방시켜 줄 해방자라는 거다.

손가락, 발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기나긴 세월을 보낸 그.

엘프들이 이곳에 갇혀 있는 이유는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모든 이야기가 끝났으니, ‘무언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장로가 그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팡이를 바닥에 탁 치더니.

슈아아악!

파란빛을 내뿜으며 장소가 바뀌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폭포 앞.

“절 따라오십시오.”

장로의 뒤를 따라나섰다.

후두둑 떨어지는 폭포 안에 들어갔다.

“물이 안 묻어?”

폭포를 지나쳤기에 원래라면 옷이 젖어야 했지만, 신기하게도 옷이 젖지 않았다.

그 상태로 앞을 향해 나아가자.

‘던전 게이트?’

푸른 던전 게이트가 보였다.

던전에 던전이 있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이런 건 난생처음 보는 거였다.

“여기에 열쇠 두 개를 넣어 주실 수 있습니까?”

“보석 말하는 거죠?”

장로는 던전 게이트에 보석을 넣어달라 요구했다.

어려운 요구는 아니었다.

‘어차피 안 넣어질 텐데.’

어차피 넣어지지 않을 테니까.

예전에도 여러 번 해 본 적이 있었다.

‘그래도 한 번 해 봐야지.’

장로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첫 번째 보석을 넣었다.

던전에 손을 넣자마자.

슈악!

-첫 번째 보석이 ‘시련’에 흡수되었습니다.

“……?!”

눈을 커다랗게 떴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성공한 적 없던 행동이 성공했다.

“이게 왜 들어가는지…….”

그뿐만이 아니었다.

상태창 메시지에 적힌 ‘시련’이란 단어.

“설마?”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이 던전 게이트는 평범한 던전이 아니다.

“시련입니다.”

몬스터가 나오는 평범한 던전이 아닌, 시련.

시스템 관리자에게서 직접 들었던 것.

“시련…….”

“알고 계시는군요.”

“예, 누구 때문에 아주 잘 알고 있죠.”

시련이란 말에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찾고 있던 보물을 찾은 기분.

작은 문제가 하나 있다면…….

“세 번째 열쇠가 없습니다.”

세 번째 열쇠가 없다는 거다.

첫 번째, 두 번째 열쇠가 있다고 해도…….

-두 번째 보석이 ‘시련’에 흡수되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보석의 흡수가 필요합니다.

시스템 메시지는 세 번째 보석이 필요하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그건 딱히 문제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세 번째 열쇠는.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장로가 주머니에서 보랏빛 색 보석을 꺼냈다.

겉으로만 봐도 확신할 수 있었다.

‘세 번째 보석?’

그 보석을 이곳의 장로가 가지고 있었다고.

긴 이야기를 들은 후이지만 이해되지 않는 몇 가지가 있었다.

“여기를 지키신다고 했죠?”

“맞습니다, 해방자가 나타날 때까지 지키는 것이 우리의 임무입니다.”

“그 임무를 누가 정해 줬습니까?”

긴 이야기는 궁금증을 없애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누가 그들에게 이런 명령을 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쉽게 지워낼 수가 없었다.

“그건 우리도 모릅니다.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규칙이죠.”

“규칙이요?”

그건 장로도 모르고 있었다. 이곳에서 가장 오래 산 장로조차.

“그저 우리는 이곳을 지키라고 명령을 받은 것밖에 모릅니다. 그 명령이 곧 있으면 끝나게 되겠고요.”

머리가 복잡했다.

순식간에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니 뭐가 뭔지 모르겠다.

딱 하나 제대로 알 수 있는 건.

“시련을 지금 열 수 있다는 거네요?”

“그렇죠. 제가 열쇠를 넣으면 지금 당장에라도 시련을 열 수 있습니다.”

“…….”

세 번째 보석을 시련 안으로 들이면 바로 시련이 시작된다.

그걸 알고 있었지만…….

“아직 이릅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니다.

차원, 시련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몸이 다 나으면 정해야겠지.’

더군다나 몸 상태도 좋지 않았다.

이대로 시련을 열었다가는 스승님의 비밀을 알기 전에 죽을 터.

“그럼 저는 이만 쉬도록 하겠습니다. 천천히 살펴보십시오.”

“예.”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장로는 폭포를 빠져나왔다.

해결해야 할 이가 그는 아니었으니까.

* * *

“어떻게 해야 하나.”

근처 돌에 걸터앉아 생각에 잠겼다.

시련을 이렇게까지 빨리 발견하게 될지는 꿈에도 몰랐다.

‘당장 클리어는 불가능하니까, 기다리는 게 낫겠지.’

확실히 기다리는 게 나았다. 몸이 다 낫고 힘이 강해질 때까지.

물론 오랜 시간이 걸려서는 안 된다.

‘혹시 이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어.’

마인 협회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아마 천마도 시련이란 걸 찾고 있을 터.

‘시련을 열 수는 있다. 그전에 정보를 알아내는 게 중요해.’

생각을 떨쳐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일 중요한 건 정보. 시련에 대한 정보였다.

가장 잘 아는 건 시스템 관리자.

“아는 데까지 물어봐야지.”

저번과는 달리 조금의 비밀이라도 가르쳐 줄 수 있을지 모른다.

“시스템 관리자! 보고 있는 거 다 압니다!”

하늘을 향해 그녀를 불렀다.

이런 중요한 상황에서 보고 있지 않다면 시스템 관리자가 아닐 테니까.

“…….”

조용히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으흠…….”

“예상외로 빨리 왔네?”

“당연하죠. 이보다 중요한 상황이 어디 있다고.”

시스템 관리자가 금방 도착했다.

질문할 필요는 없었다. 이미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시련을 열기만 하면 되니, 알려드리죠. 지금 열리는 시련은 감염된 차원입니다.”

“감염?”

우주라는 공간에서 존재하는 차원.

지구도 차원 중 하나란다.

하지만 감염된 차원은 지구와는 확연히 다르다.

“악마들 때문에 감염된 차원입니다.”

악마들. 마인을 만든 주범.

그들이 만든 지옥을 직접 해결하란 이야기.

물론 모두 해결하라는 건 아니다.

“그곳의 영웅만 살리면 됩니다.”

“…….”

한 차원의 영웅을 살리면 된다. 그래야 감염된 차원을 막을 수 있단다.

하지만 놀람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분이죠.”

“어?”

시스템 관리자가 보여준 사진.

아주 익숙한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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