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2화
152. 이상한 던전 게이트(2)
“아직인가.”
몸 이곳저곳을 만지며 상태를 확인했다.
15일이나 지났는데도 낫지 않은 몸.
원래라면 병실에 누워 요양해야겠지만…….
“도착이다.”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
몇 주 전부터 봐온 던전 게이트 하나를 확인해야 했으니까.
마침 도착한 던전 게이트 앞.
‘다들 관심은 가는데, 신경은 쓰지 않은 눈치네.’
하지만 강수호처럼 신경은 쓰지 않는 눈치다.
자기 할 일 하느라 바쁜 사람들.
‘이제는 익숙해져서 그런가.’
금방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기사가 난지 꽤나 시간이 지났다.
이제는 익숙해져서 무시하는 것이 당연한 일.
“중국 기사대로 엘프 두 명이 게이트 앞에 있네.”
주변을 천천히 살폈다. 함정 같은 건 없는지, 앞에 나온 엘프 두 명이 얼마나 강한지.
모두 확인하고 나서야…….
‘조금 위험하네.’
근처 벤치에 앉아 인상을 찌푸렸다.
함정 같은 건 없었다. 다른 문제가 있다면…….
‘강하다.’
눈으로 봐도 직감할 수 있었다.
던전 게이트 앞에 선 엘프들이 S급 헌터급의 강자라고.
‘뚫을 방법은 없나.’
계획 중 한 가지 방법을 지웠다.
15일 전이면 몰라도, 지금은 힘으로 뚫어낼 수 없을 거다.
중국의 뛰어난 길드의 헌터들도 던전 입구에서 막혔으니까.
“두 번째 방법은 싸움을 걸고 따돌리는 것.”
두 번째 방법은 첫 번째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방법이다.
싸움만 걸고 도망만 치는 것.
‘그리고 던전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는 거지.’
능력치의 50%밖에 내지 못하겠지만, 도망 정도는 칠 수 있다. 따돌리는 것까지 완벽하게.
“해 봐야겠네!”
힘차게 벤치에서 일어났다.
그들을 따돌리고 던전에 들어갈 루트를 정해야 했다.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골목들을 이용한 여러 루트를 짜기 시작했다.
도망치고 다시 돌아와 던전 게이트를 들어가는 루트까지, 모든 루트를 짜고 나서야.
“후우, 힘드네.”
다시 벤치에 앉아 미소를 지었다.
완벽한 루트.
“게임 시작이다.”
이제부터 게임 시작이다.
그것도 강수호가 말을 움직이는 완벽한 게임.
* * *
엘프들의 던전 게이트를 지키는 두 엘프. 마치 보디가드 같은 모습이었지만, 속마음은 아니었다.
‘빌어먹을 던전 게이트. 왜 이런 곳에 입구가 나타나서는.’
‘귀찮군. 낮잠이라도 자고 싶은데.’
빨리 더러운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인간들이 힐끔거리며 그들을 쳐다봤다.
‘우리가 무슨 구경거리도 아니고.’
‘미개하군.’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질 만한 행동들이었다.
애초에 그들의 모습이 워낙 눈에 띄기도 했지만.
“언제 끝날 것 같나?”
“정확히는 모르겠다. 아마 열쇠 주인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1,000년 동안 살면서 제일 힘든 날이군.”
잔뜩 투덜거리며 보안에 집중했다.
게이트 안에서도 꽤나 강한 쪽에 속하는 그들. 아마 그들이 없었더라면, 난장판이 되었을 거다.
‘잠이라도 한숨 제대로 자고 싶군.’
그렇게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보안에 집중을 하고 있는데…….
툭.
“…….”
발 바로 앞에 떨어지는 작은 돌.
처음에는 무시하려 했지만.
툭. 툭. 툭.
“누구야?!”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돌이 던져지기 시작했다.
작은 돌이라도 계속 맞으면 기분이 나쁜 법.
소리를 치며 빠르게 눈동자를 굴리자.
‘찾았다.’
금방 범인을 찾을 수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돌을 던지는 남자가 보였다.
“일단 진정해.”
“진정하게 생겼냐? 쓰레기가 돌을 던졌잖아.”
옆에 같이 있던 엘프가 그녀를 말렸다. 여기서 싸움을 했다가는 귀찮은 일에 휘말릴 것이다.
중국 길드 헌터들과 싸워봤기에 아는 사실.
“칫.”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던전 게이트 앞에 섰다. 굳이 싸울 이유는 없었으니까.
“반응이 없네.”
작은 돌을 잔뜩 모은 강수호가 조금은 놀란 눈치를 보였다.
인상을 찌푸릴 뿐, 더 이상의 반응이 없었으니까.
‘돌 던진 거로는 안 되는 건가.’
돌 조각을 내버려 두고 턱을 쓰다듬었다.
귀찮게 해도 아무 반응이 없다는 것.
‘쓰레기라도 던져야 하나.’
조금 극단적으로 쓰레기라도 던져야 하나, 생각했지만…….
“돌로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작은 돌로도 화를 불러일으키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생각했다.
돌을 집어 들고 다시 던지기 시작했다.
툭. 툭.
“…….”
“그래도 반응이…….”
한참을 던져도 반응이 없자 조금은 놀랐다.
엘프라 그래서 그런지 인내심이 강하다 생각했지만.
“그 손을 찢어주마!!”
“반응 왔다.”
엘프 중 한 명이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허리춤에 차고 있던 단검을 꺼내 달려들었다.
“이거 엘프 맞아?”
그 모습에 엘프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마치 검을 든 마인을 상대하는 기분.
‘도망친다!’
하지만 강수호는 이런 괴물 같은 엘프를 정면에서 상대하지 않을 것이다. 도망만 다니다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면 되니까.
‘나머지 한 명도 움직이네.’
때마침 나머지 한 명도 다급히 단검을 들고 움직인다.
강수호는 계획해 둔 루트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골목길부터.’
루트를 처음 만든 골목길부터 달려갔다.
여러 함정이 가득한 골목.
‘시간만 끌면 된다.’
목적은 엘프들을 죽이는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하락한 능력치로는 불가능했으니까.
그들을 따돌리고 던전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는 것.
스걱!
“일단 하나.”
달려오면서 골목길에 설치한 얇은 실 하나를 끊었다.
깔끔하게 끊어지는 것과 동시에 하늘에서 통들이 떨어졌다.
“조심해라! 함정이 있을 수도…….”
“내가 육식은 안 하지만, 너 하나쯤은 죽여서 씹어 먹을 거다!”
분노에 가득 찬 엘프는 그 말을 무시하고 강수호를 잡기 위해 빠르게 뛰었다.
펑!
“이건 또 뭐야?!”
통들을 베어내자 연막처럼 주변이 뿌옇게 변하기 시작했다.
후각이 예민한 엘프조차 강수호를 찾기 힘들었다.
‘뭐야? 하얀 가루에 뭔가 섞여 있다.’
하얀 가루에 후각을 마비시키는 물질이 섞여 있었다.
감에 의지한 채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고작 그런 방법으로는 우리를 잡을 수 없을 거다.’
바람의 정령을 이용하여 주변을 깨끗하게 만든 후, 강수호를 찾아내자마자 단검을 던졌다.
‘죽어라.’
탁!
단검이 정확히 등에 꽂히는 기분이 들어 죽었다 생각했다.
단검에 지독한 독을 발라놨으니까.
“잡았……?”
하지만 그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천천히 쓰러지는 강수호 모형의 나무판자.
휘이익!
휘이익!
나무판자가 쓰러지자마자 빠르게 쏘아지는 화살들.
화살들을 보고 금방 직감할 수 있었다.
‘알고 있다.’
저자는 어느 정도 엘프들의 힘을 알고 있었다.
화살 사례를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눈동자를 재빠르게 움직였다.
‘마비된 후각으로도 조금은 느낄 수 있다.’
다른 단검을 꺼내어 앞을 향해 나아가 강수호를 찾아냈다.
후각이 마비됐다고는 하나, 금방 찾을 수 있었다.
휘익!
다시 한번 단검을 던져내었다. 그것도 바람의 정령 힘을 덧붙여서.
탁!
하지만 등에 단검이 박힌 일은 생기지 않았다.
또다시 정확히 나무판자에 꽂힌 단검.
“아아아악!”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괴성을 내질렀다.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잡히지 않았다.
손에 닿을 것 같은데, 쥐지 못하는 어이없는 기분.
“네가 일을 만들었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힘을 끌어내 최상급 바람 정령으로 주변에 거대한 폭풍을 불러내었다.
“죽어라!”
주변 따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은 자신을 괴롭힌 남자를 죽이려는 생각만 가득했다.
“자, 잠시만! 멈춰라!”
남자 엘프가 힘을 사용하려던 그녀를 막아섰다. 죽이려던 걸 말리려던 건 아니었다.
“뭐 하는 짓이야! 이건 우리 엘프의 수…….”
“아무도 없다!”
“…….”
어느새 사라진 강수호.
그것을 알리기 위해 그녀를 저지했을 뿐이다.
“뭐야?”
당황한 그녀가 힘을 거둬들였다.
있어야 할 강수호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도망친 것 같다.”
진정한 그들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후각, 감각으로도 강수호가 있는 걸 느끼지 못했다.
완전히 사라졌다는 뜻.
“빌어먹을 놈. 이렇게 개판을 치고 가다니.”
“뒤에 보니까 더 준비한 것 같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뒤를 확인한 남자 엘프가 한숨을 잔뜩 내쉬었다.
누가 봐도 장난이 분명한 상황.
“잠시 쉬지.”
“후우, 물 없어?”
“없다. 안으로 들어가면 마셔라.”
근처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다가 자신들이 지키던 던전 입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멍청하게 던전에 들어가려 하지 않겠지.’
던전 게이트 입구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엘프가 아닌 이상, 들어가는 건 불가능하니까.
그런 생각으로 다시 입구에 돌아왔을 때는.
“…….”
“열렸어?”
던전 입구가 열려 있었다.
그것도 아주 활짝.
* * *
“허헉!”
숨을 헐떡대며 던전 게이트 입구 앞에 섰다.
따돌리는 게 힘들긴 했지만, 결과는 좋았다.
“도망쳤다.”
계획은 확실히 성공했다. 그 덕분에 입구에는 강수호 혼자뿐이었다.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되었다.
입구를 향해 손을 뻗자.
“음? 왜 안 들어가져?”
몸이 들어가지지 않았다.
생각하던 것과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
원래는 이상한 던전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야 했는데.
“망했네.”
완전히 망했다. 계획은 성공적이었는데, 결과가 완전히 틀어졌다.
“바로 도망쳐야겠네.”
여기서 걸렸다가는 엘프들에게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른다.
당장 발걸음을 옮겨 다른 곳으로 도망칠 예정이었지만.
띠링!
“……?”
갑작스레 울리는 익숙한 알람음.
예전 훈련할 때, 매번 들었던 알람 소리.
허공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시스템 메시지가 보였다.
-첫 번째 열쇠와 두 번째 열쇠의 소유자입니다.
-입장이 허락됩니다.
“……!!”
입장이 허락된다는 간단한 시스템 메시지.
하늘을 잠시 쳐다보다가 미소 지었다.
“들어갈 수 있겠다.”
드디어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조금 무모하긴 하지만.
‘첫 번째 열쇠……. 두 번째 열쇠…….’
생각하던 일들이 천천히 풀리기 시작했다.
혹시 몰라서 빨리 와 본 건데…….
‘잘 왔어. 무모하게 온 보람이 있었네.’
무모하게 온 보람이 있었다.
이런 기회가 오다니.
‘열쇠를 언급했다는 건 이 안에 뭐가 있다는 의미지.’
다시 팔을 넣자 던전 게이트 입구 안으로 들어가진다. 이제 몸만 통과하면 된다.
“왜 열린 거야?”
“빨리도 왔네.”
때마침 온 엘프들.
엘프들에게 잡히기 전에.
슈아아악!
이미 던전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