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150화 (150/225)

제150화

150. 중국 협회(3)

“하암~ 그래도 잠은 오는군. 한숨 잘까?”

업무를 끝낸 중국 협회 회장은 잠을 잘지, 말지 고민했다.

건물의 흔들림을 보니 거의 끝나가는 듯싶었다.

피곤하기도 하겠다, 잠을 자기에 시간도 적당했다.

“자야겠어. 너무 피곤하군.”

힘없이 침대에 누웠다.

한 시간도 제대로 자지 못했으니, 이제 좀 잘 수 있나, 싶던 그때.

“녹녹~”

“음? 누구…….”

귀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누군가 싶어 고개를 돌리자.

“으어어!”

“흐흐, 이런 거 가지고 놀라기는.”

광대 가면을 쓴 남자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

처음에는 누군지 몰랐지만.

“너, 나 누군지 모르냐?”

“어! 클로운 님?”

광대 가면을 보고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마인 협회의 간부 3위를 맡은 클로운이라는 것을.

“이제 알아봤네.”

“죄송합니다! 제가 워낙 업무 때문에 지쳐 있는지라…….”

“됐어. 알아봤으면 됐지.”

클로운은 협회 회장이 자신을 빨리 알아보지 못한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정도로 꽉 막힌 놈은 아니었으니까.

“그것보다…….”

소파에 앉아 문을 쳐다봤다.

말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일은 곧 있으면 끝날 겁니다.”

“그래? 그러면 다행이고.”

점점 진동이 사라지고 있었다. 곧 있으면 싸움이 끝난다는 의미다.

소파에 앉은 채 일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는데…….

“야, 짱개.”

“예!”

“너 뒤가 잡혔더라?”

클로운이 이상한 이야기를 전해 왔다.

‘뒤가 잡혔다고? 뭔 소리지?’

중국 협회 회장은 눈알을 빠르게 굴리며 생각해 냈다.

클로운이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그리고 내린 결론은…….

“제가 마인인 게…….”

“그래.”

“…….”

몇몇 곳에게 중국 협회 회장이 마인인 게 걸렸나 보다.

“아주 제대로 걸렸더라고.”

클로운이 소파에서 몸을 천천히 일으켜 협회 회장에게 다가가더니…….

“무슨 일로…….”

“미안하지만, 죽어 줘야겠어. 귀찮은 일은 내가 딱 질색이거든.”

푸욱!

가슴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깔끔하고 빠르게 심장을 향해 파고 들어가는 손.

피할 새도 없었다.

몸에서 피가 빠져나가 점점 차가워지더니…….

철푸덕.

“해결했군.”

이내 차가운 살덩어리가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스걱!

푸욱!

“도착했나 보네.”

그때 마침 들려오는 괴랄한 소리.

끝냈거나, 당했거나.

둘 중 하나.

‘과연 어느 끝인지 궁금한걸?’

기다리기로 했다.

오랜 기다림을 가지고 큰 수박이 달고 맛있는 법.

소파에 앉아 상황이 끝나길 기다렸다.

“…….”

조용해진 건물.

어떠한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강수호 일행이 죽은 건 아니었다.

만약 죽었다면, 마인들이 그들의 피와 살을 탐하는 소리가 들려야 했다.

‘꾸역꾸역 살아남았군.’

살아남았다.

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차가운 살덩어리의 목을 베고 문을 열자.

툭.

“정답~”

바로 앞에 온몸이 피로 젖은 강수호를 마주할 수 있었다.

네 명 모두가 살아 있었다.

“일거양득이네~”

“클로운?”

이보다 이득인 상황은 없을 거다.

괴물 놈들은 힘이 많이 빠졌을테니,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죽어 줘야겠어.”

높이 들어 올린 손.

차려진 밥상 앞에서 입 안으로 들어오는 숟가락을 물기만 하면 되었지만…….

쾅!

“크윽!”

“오호, 이걸 피해? 아직 기력이 남아 있었나?”

강수호는 그의 공격을 피해 냈다. 마지막 기력을 쥐어짜서.

‘죽어라.’

하지만 이것도 마지막이다.

마지막 꿈틀거림.

이제 끝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다시 주먹을 휘둘렀지만…….

“음? 뭐야?”

또다시 간신히 피했다.

뭔가 이상했다. 우연 같은 것이 아니었다.

마치 간신히 피하는 척하는 느낌이 들었다.

‘멀쩡하군.’

두 번째 공격으로 직감할 수 있었다. 강수호는 멀쩡하다는 것을.

“제대로 하지?”

“더럽게 빨리도 알아차렸네.”

“흐흐, 뭔 재생력이지? 마기라도 흡입한 건가?”

“내 스킬이지. 무슨 마기를 흡수해? 그 더러운걸.”

강수호는 마기 같은 걸 흡수하지 않았다. 스승님들과 지옥 같은 훈련 시간을 보내어 얻은 스킬들 덕분이었다.

‘으……. 머리야.’

물론 정신은 온전하지 못했다.

SSS급 물약을 들이켜기 시작했다.

“꿀꺽! 크으으!”

재생되던 몸이 완전한 활력을 되찾았다.

찢어지고, 물렸던 몸이 모두 재생되었고.

“코코.”

“코코 나왔다…….”

힘이 빠진 코코를 들었다.

여기서 끝장을 봐야 했다.

저 광대가 죽을지, 강수호가 죽을지.

“올 거면 빨리 와. 피곤하니까.”

* * *

‘뭐지? 왜 전과는 다른 기운이 느껴지는 거지?’

클로운은 강수호를 향해 달려들면서 인상을 썼다.

강수호에게서 저번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유물?’

유물의 알 수 없는 기운이…….

신기했다.

‘어떻게 인간의 몸에서 유물의 기운이 느껴지는 거지?’

사람에게서 유물의 기운이 느껴지다니. 사람이 유물도 아니고.

‘죽여서 실험해 볼 가치가 있겠어. 그X에게 주면 좋아하겠지.’

실험해 볼 가치가 있었다. 반쯤 죽여 가져갈 생각이다.

“분신.”

힘을 최대로 활용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사용하는 분신.

“죽어라.”

본체와 똑같은 힘을 가진 분신. 본체와 다른 점이 단 하나도 없었다.

강수호는 클로운의 분신과 본체 사이에서 오로지 운에만 의지한 채 공격해야 한다.

그리 생각하고 단검을 휘두르자.

“발검…….”

“……?”

짧게 울리는 목소리.

그 목소리와 함께…….

스걱!!

“……!!”

몸 전체의 반이 베어지는 기분이었다.

신기하다 못해 기괴하기까지 한 현상.

‘유물?’

강수호의 몸에서 내뿜어지는 힘은 유물이 확실했다.

사실을 확인하기 전에 이 공격부터 피해야 했다.

빠르게 몸을 숙여 공격을 피하자.

“…….”

“까비.”

“괴물이군.”

50층 전체가 반으로 갈라졌다.

눈으로 확인했음에도 믿을 수 없었다.

방금 강수호의 힘은 유물이 확실했으니까.

‘유물이라도 숨긴 건가?’

강수호가 유물을 가지고 있다 생각했다. 그래야지만 방금 공격이 설명된다.

‘저 검 한 자루가 전부다. 유물은 아니야.’

유물이 아니다.

강수호에겐 검 한 자루밖에 없었으니.

하지만 놀랄 만한 행동은 이제부터 시작되었다.

“그렇게 크게 동작을 취하면 금방……!”

“닥쳐.”

초보라고 생각할 만큼의 큰 동작을 취하며 공격한다.

큰 동작은 바보 같은 공격이었으나.

쾅!!

“……!!”

그 생각은 그 공격을 온몸으로 받자마자 바뀌었다.

망치 따위가 몸을 내려친 듯한 기분이 아니었다. 거대한 산 전체가 달려와 몸을 친 기분.

“쿨럭!”

후두둑!

터진 내장과 잘린 내장들이 입 안에서 터져 나왔다.

분신도 버티지 못했는지 모두 사라졌다.

“어떻게 한 거지?”

클로운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유물은 확실히 없었다. 몸에서 내뿜고 있는 힘. 그 힘뿐.

“내 힘이다.”

클로운의 물음에 강수호는 당연하듯 대답했다.

고통과 오랜 시간을 동반하여 얻은 힘이라고.

놀란 건 클로운뿐만이 아니었다.

‘이게 되네?’

도박이었다.

마지막 방법을 사용하기 전에 하는 도박. 그 도박이 먹혀들어 갔다. 아주 정확하게, 빈틈없이.

사소한 문제가 하나 있다면.

‘힘들다.’

피닉스의 재생력이 있다 해도 상처가 회복되지 않았다.

정신력도 크게 지쳤고.

‘지쳤군.’

클로운도 그걸 눈치챘다.

1층부터 50층까지, 바퀴벌레 같은 놈들을 상대하느라 지쳤을 것이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황.

“흡수.”

클로운은 반쯤 죽은 분신을 흡수했다.

분신을 흡수하면 체력이 회복되고…….

“분신 소환.”

마나를 소모하여 다시 분신을 소환할 수 있었다.

이로써 지금까지 했던 강수호의 공격이 무효화되었다.

“다시 시작이군.”

“으윽!”

고통을 호소하는 강수호.

지금까지 사용했던 힘의 후유증이 드디어 시작된 거다.

‘이겼군.’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모두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다.

물약을 쏟아부어도 독한 마기에 노출된 지 너무 오래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공들이고 치료해야 할 것이다.

“죽어라.”

“죽어라.”

클로운이 분신을 이용하여 먼저 앞으로 달려 나갔다.

이제 강수호에게 남아 있는 힘은 없다.

중국 길드도 모두 마인에게 점령당했으니.

단검을 강하게 쥐어 강수호의 심장에 박아 넣으려는데…….

깡!

“……?!”

누군가에 의해 단검이 막아졌다.

‘한예림 말고, 나보다 단검을 잘 사용하는 놈이 있다고?’

클로운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두 개의 단검이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공격했다. 자신의 공격을 막았으니, 최소한 자신보다 위.

‘빠져나와야 한다.’

위협을 느꼈다.

상대방의 단검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거리를 벌리자.

“그건 안 되지.”

“……!?”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까지 들었던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누구지?’

누구냐고 생각할 시간도 없이.

스걱.

“으윽!”

왼쪽 다리의 힘줄이 베였다.

잔상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름.

‘뭐야?’

두리번거리며 감각을 최대로 넓혔다.

지금까지 단 두 번밖에 느껴보지 못한 압도적인 힘. 그 힘을 지금 여기서 느낄 수 있었다.

스걱.

“흐윽!”

그녀는 나머지 오른쪽 다리의 힘줄까지 정확히 베어냈다.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에서 클로운은 오히려 미친 듯이 웃어댔다.

“흐흐. 흐하하하!”

이 상황 자체가 즐겁고 흥분되었으니까.

더군다나…….

“고작 분신 능력만으로 내가 3위에 올라갔을 거라 생각하나?”

클로운의 능력은 분신이 끝이 아니었다.

“흐아아아!!”

간부 3위까지 올라가게 만들어 준 힘.

“강해진다고.”

그는 피를 흘리면 흘릴수록 강해진다.

클로운에게 너무나도 좋은 능력이었다.

미친 광기를 가진 그가 날뛸 찰나.

푸욱!

“커헉!”

아까와는 전혀 다른 진득한 고통이 가슴에 느껴졌다.

마치 뜨거운 물을 상처에 부은 듯한 엿 같은 고통.

‘뭐야?’

재생되었던 다리의 핏줄이 또다시 끊어졌다.

믿기 힘든 상황이었다.

‘누구지?’

누가 이런 일을 저질렀나 싶었다.

혹시 한예림인가 싶어 뜨거운 느낌이 드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하이하이.”

“……!!”

한예림이 아니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한 여성이 웃음꽃을 피우며 인사를 건넸다.

“누, 누구……. 커헉!”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보다 강한 사람들은 이미 파악해 두었다. 그 수도 모두 머릿속에 기억해 두었지만…….

‘누구지?’

머릿속에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이 정도 힘을 가진 괴물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누구냐고?”

심장에 단검을 꽂아 넣은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수호 스승님이라는 것 정도는 가르쳐 줄게. 너보다 단검 하나는 잘 사용하는.”

“커헉!”

그것으로 그의 기억은 끝이 났다.

마인 협회 간부 3위의 허무한 죽음.

털썩.

“…….”

클로운이 쓰러진 것까지 확인한 그녀가 피를 털어냈다.

감각을 이용하여 주위를 둘러보니, 상황은 이미 끝난 듯하다.

“다들 자네.”

모든 힘을 소진한 듯 피로 칠갑 된 바닥에 쓰러진 이들.

“이렇게만 해 주면 되겠지.”

클로운이 죽은 걸 확인하며 단검을 넣었다.

이제 모든 일이 끝났다.

“시간이 다 됐군.”

마침 시간도 끝이 났다.

파란빛을 내뿜으며 그녀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고.

“모두 들어가!”

모든 상황을 정리한 중국과 여러 길드들이 협회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