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9화
149. 중국 협회(2)
“선배님, 우리는 휴가 같은 거 없습니까?”
“당연히 없지. 안 그래도 요즘 바쁜데, 무슨 휴가?”
투덜거리는 후배 한 명에게 일침을 날렸다.
마인 때문에 난리가 난 중국 협회와 길드들.
‘나도 휴가 좀 가 보고 싶다고!!’
휴가를 가고 싶은 건 보안 업무 관리팀장도 마찬가지다.
범죄 없는 세상에서 하루라도 살아보고 싶었다.
‘아니, 차라리 내가 먼저 죽으면 이 지옥 같은 일상이 끝나려나?’
범죄 없는 세상에서 사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인간이 아니더라도 동물도 범죄를 저지른다. 지성을 가진 생명체가 존재하는 이상, 범죄는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거다.
‘피곤해. 조금이라도 자야겠어.’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많아졌다. 눈도 피곤했고.
“나 좀 자고 있을 테니까, CCTV 돌려놔.”
“예, 알겠습니다.”
너무 피곤해 쪽잠이라도 자기 위해 의자 세 개를 붙이고 누웠다.
‘피곤해…….’
눈을 감고 이제 막 잠이 들려던 그때.
쨍그랑!
“……?”
입구에서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딱 봐도 후배가 사고 친 게 분명했다.
‘협회에 마인이 들어 올 리가 없지.’
중국 협회에 당당히 들어 올 일은 없을 테니까.
그런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자.
“서, 선배님…….”
“……!!”
팔 한쪽이 잘려져 피가 철철 흐르는 후배를 맞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존재하는 붉은 눈을 가진 괴물들.
“…….”
“도, 도망치십시오.”
툭.
그 말의 끝으로 후배의 목이 떨어졌다.
“이게 무슨 개 같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과 비슷한 보안을 자랑하는 중국 협회의 보안이 이리도 허무하게 뚫렸으니까.
“와, 먹을 거다.”
“미친X들.”
마인들은 그를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초원에 뛰어노는 소, 먹잇감 정도로 생각했다.
“먹어!”
“크아아아!”
괴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마인들.
언뜻 봐도 쉽게 버틸 수 없는 수였지만.
“빌어먹을.”
여기서 빠져나갈 길은 없었다.
죽음을 다짐하고 싸울 수밖에.
“덤벼라!”
“크아아아!”
지옥인 걸 알면서도 그곳을 향해 뛰어들어 검을 뽑고 무차별적으로 괴물들에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죽을 걸 알면서도.
* * *
“어떻게 된 겁니까?”
중국 협회 직원에게 달려가 물었다.
이 상황을 아는 사람은 직원뿐.
“그, 그게 저도 잘…….”
“아니, 협회 직원이 모르면 어쩌자고……. 하, 돌겠네.”
협회 직원도 어떻게 된 상황인지 모르고 있었다. 중국 협회가 마인에게 습격당했다는 것 외에는.
“협회 회장은 어디 계시죠?”
“회장실에서 보안 요원들의 보호를 받고 계십니다.”
“……예?”
더욱 이해 안 되는 상황은 중국 협회 회장의 행동이었다.
회장실에 꼭꼭 숨어 있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중국 길드들은 오지 않습니까?”
“그게……. 그쪽에도 마인들이 쳐들어 왔다고 해서.”
“빌어먹을.”
딱히 방법이 없었다.
협회 건물 안에 있는 맴버로 마인들을 뚫어내는 수밖에.
“애들아, 준비해.”
“귀찮게 됐군.”
마인 협회에 남은 중국 헌터는 몇 없었다. 높은 등급의 헌터라도 A급 헌터가 전부.
마인들의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다 해야겠는데?’
앞에 나서는 건 무조건 우리가 되었다.
뭔가 계획된 일처럼.
‘협회 회장이네.’
조금만 생각해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빌어먹을 협회 회장이 벌인 일이라고.
“코코.”
“웅?”
“오늘 고생 좀 해야겠다. 나중에 날 잘 갈아줄게.”
피에 절어 날이 무뎌지도록 검을 휘두를 거다.
마인의 수가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2층으로 가자. 절 따라오십시오.”
남은 중국 헌터와 함께 2층으로 향했다.
모든 엘리베이터의 전력을 끊고.
“게릴라전으로 가야 합니다. 가면서 모든 비상문을 열어 주십시오.”
비상계단의 모든 문까지 열어 두었다.
한꺼번에 상대하기에는 마인의 수가 너무 많았다.
‘게릴라전으로 가야 한다.’
치고 빠지는 싸움을 반복해야 했다.
층마다 함정은 기본.
“준비됐습니까?”
“예!”
층은 정확히 50층.
그 안에 끝내거나, 50층에서 끝내야 했다.
“크아아아!”
“먹을 거다!”
콰직!
촤악!
“…….”
2층 비상계단, 입구 바로 밑에서 들려오는 괴랄한 소리. 귀를 막고 싶을 지경이다.
‘토할 것 같네.’
끔찍한 혈향까지.
참고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저 더럽고 역겨운 것들에게 죽기 싫으면.
쾅!
때마침 1층의 비상문이 열리고 마인들이 쏟아져 나왔다.
“바퀴벌레만도 못한 것들이네.”
양유혁이 먼저 앞으로 나가며 한탄하듯 말했다.
바퀴벌레보다 못한 것들. 그런 것들이 바로 마인일 거다.
“나부터 간다.”
그 말과 함께 양유혁의 오른팔이 검게 변한다.
“크아아아아!”
“제대로 미쳤네.”
검게 변한 팔을 들어 계단을 향해 달려오는 마인들을 향해 뻗었다.
일자로 길게 뻗어지는 손.
푸욱!!
소름 끼치는 소리가 귓가에 울려댔다.
피와 살갗이 튀기며 말로 차마 설명할 수 없는 광경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었다.
‘이대로만 간다면!’
그와 반대로 강수호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이대로만 간다면 금세 돌파할 수 있겠지만.
“허헉!”
“벌써 끝이야?”
“이것도 최대한으로 사용한 거다! 다음은 너희에게 부탁하지.”
양유혁의 능력이 무한적인 건 아니라는 거다.
거대한 힘에는 거대한 리스크가 따르는 법. 신이 아니라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코코야, 준비해라.”
“라저!!”
그들이 나서야 했다.
먼저 앞으로 나선 강수호가 코코를 높게 들어 말했다.
“강타, 음속의 발걸음.”
고작 두 개의 스킬.
하지만 두 개 스킬의 조합이 끝내준다.
스걱!
비명을 내뱉기도 전에 마인들의 몸통이 쓸려나간다.
피와 살이 튀기며 비상계단을 피로 적신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브레스.”
모든 마나를 털어 거대한 브레스를 사용했다.
푸화화화!!
녹아내리고, 태워지는 마인들.
역겨운 냄새까지 동시에 퍼졌지만.
“흐하하하! 먹을 거다! 먹을 거!”
“아니, 무슨 바퀴벌레보다 지독하냐.”
죽은 마인의 숫자는 생각보다 적었다.
몸이 반쯤 불탔는데도 빠르게 재생하여 달려드는 마인들. 바퀴벌레보다 지독했다.
‘얼마나 때려 부은 거야?’
마기를 몸에 담갔다고 해도 될 정도로 독한 마기 냄새가 났다.
능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바퀴벌레처럼 엄청난 물량으로 쏟아부어 잡을 생각이다.
“파이어 스톰!”
“매직 미사일!”
“더블 타겟!”
뒤에서 날아오는 여러 공격.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건 충분했지만, 밀어내지는 못했다.
“3층으로 올라갑니다!”
마나 물약을 마시는 것과 동시에 검을 높게 들었다.
내려갈 수조차 없는 비상계단.
‘끊어내는 게 좋겠지.’
끊어내는 것이 싸움에 훨씬 도움이 된다.
스걱!
강타와 함께 휘둘러진 검은 콘크리트 계단을 깔끔하게 베었고.
콰르르릉!
“으아아악!”
“밥이다! 밥!”
마인들을 다시 밑으로 떨어트려 놨다.
“움직이죠.”
3층으로 향하는 발걸음.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충분히 성공할 것이다.
* * *
콰르르릉!
쾅!
콰직!
“시끄럽군.”
중국 협회 회장이 밖에서 들려오는 소음으로 인해 잠에서 깨어났다.
“자는 건 글렀군.”
침대에서 일어났다.
건물이 미친 것처럼 흔들리는데, 자는 게 더 이상할 터.
업무를 보기 위해 책상에 앉아 있자.
띠리링!
“음?”
책상 위에서 울리는 전화기.
누군가 싶어 전화를 받자.
-나다, 클로운.
“아! 클로운 님! 무슨 일로 전화를 주셨습니까?”
클로운이었다. 마인 협회 간부 3위가 직접 전화를 걸어 주었다. 두 팔 번쩍 들고 반가워야 할 상황.
-일은 잘 해결되고 있나?
“예! 저항이 거세기는 하지만, 클로운 님께서 보낸 부하들이라면 처리하고도 남을 겁니다.”
-오호, 정말? 믿어도 되나?
의심하는 눈치였다.
그 수로도 그들을 처리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확실히 처리하고도 남을 겁니다!”
바로 앞에서 확인은 못 했지만, 건물의 흔들림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얼마 못 가 학살당할 거라는 걸.
-그렇군…….
조심스레 대답이 들려왔다.
조금 의심은 되었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클로운이 생각하기에도 너무 많은 수였으니까.
‘마인들 모두 마기에 담가 놓기까지 했으니.’
광기가 가득 쌓인 마인들. 마기의 깊은 심연에 빠져 생각은 못 하지만, 강한 신체를 얻었다.
-그래, 이만 끊도록 하지.
“예~ 들어가서 편히 쉬십시오! 여기 일은 제가 잘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간단한 대답과 함께 곧이어 전화가 끊겼다.
“놀래라, 확인차 묻는 전화인 건가?”
의심 같은 건 하지 않았다. 간부라면 이 정도는 확인차 전화할 수 있을 테니까.
‘업무나 끝내 놓아야겠네.’
상황이 끝나기 전에 업무나 끝내 놓아야 했다.
“업무나 해야겠군.”
중국 협회 회장 사무실에는 키보드 소리만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 * *
바퀴벌레가 알을 까고 부화하듯 끝도 없이 올라오는 마인들.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다.
하지만 쏟아지는 마인보다 더욱 문제가 있다면.
“49층!”
다음이 마지막 층이란 거다.
폭포수처럼 계속 쏟아지는 마인들 때문에 물약과 버프로 버텨 봤자 소용이 없었다.
‘방법이 하나밖에 없다.’
해결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최대한 나중에 사용하기 위해 아껴왔다. 페널티가 워낙 심해서 마지막에 사용해야 의미가 있으니까.
“거의 다 처리했어! 조금 더 버텨!”
친구들은 크게 다치지 않았다. 열 명의 중국 헌터 중 아홉 명이나 죽었을 뿐.
그래도 마인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마나 물약으로 마나를 가득 채운 강수호가 다시 한번 브레스를 내뱉었다.
푸화화화!
녹고, 태워지는 마인들.
하지만 고작 브레스로 전부 죽일 수는 없었다.
“마지막 층!”
결국 마지막 층에 도착했다.
마지막 층에서 창문을 부숴 나갈 계획도 세웠으나…….
“끝이다.”
피를 털어내며 말했다.
다행히도 끝이 났다.
마인들은 더 이상 올라오지 않았다.
피와 살덩어리로 가득한 중국 협회 건물.
“진짜 힘드네.”
피로 칠갑 된 바닥에 누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정말 끝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바닥에 철푸덕 누웠지만.
끼이익.
갑작스레 협회 회장실의 문이 열렸다.
그에게 따지기 위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지만…….
툭.
“…….”
바닥에 무언가 떨어진다.
빨갛고 살구색을 지닌 얼굴이.
‘뭐야?’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중국 협회 내에 첩자라도 든 건가?
‘…….’
하지만 강수호가 생각했던 것보다 몇 배는 더 엿 같은 일이 벌어졌다.
“하이하이~”
광대 분장을 한 외국인 남자. 그리고 저 역겨운 말투, 역겨운 기운까지 풍겨대며 표출하는 남자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클로운?”
“어? 나 알아보네?”
그런 그의 손에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뭔가 이상했다. 분명히 중국 협회 회장은 마인. 그것도 마인 협회가 좋아하는 놈이었지만…….
“아, 이거. 다른 놈들한테 뒷조사를 당했더라고. 그래서 그냥 죽여 버렸지.”
“…….”
별 이유 없었다. 뒷조사를 당했다는 이유로 죽인 것이다.
아직 끝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밖에 나왔는데……. 놀아볼까?”
최종 보스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