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8화
148. 중국 협회(1)
“어디 불편한 곳이라도 있습니까?”
“아닙니다. 힘이 좀 강하셔서 놀란 것뿐입니다.”
“하하! 이런 칭찬은 언제나 환영이죠!”
눈치껏 대답을 피했다.
강대한 기운 뒤에서 느껴지는 더럽고 역겨운 기운.
‘마인이다.’
예측도 아니고 정확하다.
중국 협회 회장은 마인이다.
“마인을 잡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것도 마독을 뒤집어쓴 던전에서요.”
“별말씀을. 모두 저를 가르쳐 주신 스승님들 덕분이죠.”
“이리도 겸손하기까지! 헌터님께서 원하시면 중국으로 국적을 옮기셔도 되는데…….”
“그건 괜찮습니다.”
“하하하! 너무 갔지요?”
아까 느꼈던 중압감은 모두 사라졌다.
덩치 큰 노인과 함께 있는 것 같았지만.
‘샬런 스승님을 몰래 영입하려 했는데, 절대 안 되지.’
중국은 중국이다.
온라인상에는 이런 말이 있다. 중국인을 욕하는 게 아니라, 욕해 보니 중국인이었다는 말.
“아, 그러고 보니 제 스승님을 영입하시려고 했다고…….”
조심스레 그때의 일을 꺼냈다.
샬런 스승님이 중국 헌터들에게 습격받은 일을 말이다.
물론 스승님의 한 손으로 가볍게 해결된 일이었지만.
“하하! 저희의 명백한 실수였습니다. 공식적으로 제안을 건넸어야 했는데 말이죠.”
“뭐, 괜찮습니다. 어차피 지나간 일이고.”
망신을 주기 위해 예전의 일을 들춘 것이다.
중국 협회 회장의 손이 미세하게 꿈틀거리는 게 보였다.
“흠흠, 그건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하여튼!!”
지금 샬런 스승님을 몰래 영입 제안하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그곳의 클리어 보상이 무엇이었습니까?”
던전의 보상.
마독으로 범벅되어 있던 던전의 클리어 보상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그건 왜 물어보시는 건지…….”
강수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정말로 궁금하다는 표정은 덤.
“B급 던전밖에 안 되지 않습니까? 중국 협회 회장이 신경 쓰시고 계셨다니……. 좋은 보상이 나온다는 정보가 있습니까?”
“허허, 그게 아니라…….”
팩트로 쑤시는 물음에 당황한 기색이 보인다.
멍청한 놈은 아닌 것 같다.
“아닙니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고 알려드리도록 하죠.”
회장실에 정적이 감돈다.
“……뭐가 나왔죠?”
중국 협회 회장은 잔뜩 기대 서린 표정으로 강수호를 바라봤다.
친구들도 긴장했다.
‘보석에 대해 가르쳐 주려고 그런 건가?’
‘뭐지?’
긴장감이 도는 중국 협회 회장 사무실.
한참 동안 긴장감이 이어지더니, 강수호의 인벤토리에서 사체 하나가 튀어나왔다.
“……이게 뭡니까?”
“얻은 보상입니다.”
B급 던전을 클리어하고 얻은 던전 보상. 라이언 큉의 사체다.
“이, 이게 전부입니까?”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라이언 큉의 사체가 끝이 아니었다.
“중국 협회가 들고 간 마인 시체가 있죠.”
“그, 그렇군요…….”
마독이 가득한 던전에서 죽인 엿 같은 마인들의 사체였다.
“혹시 특별한 거라도 찾으시는 겁니까?”
“아닙니다, 예전에 마인들이 중국 협회 물건을 훔쳐 갔던 적이 있어서……. 확인차 물었습니다!”
머리를 긁적이는 중국 협회 회장.
당황스러울 거다. 보석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지는 몰랐으니까.
‘간부급 마인이라면 분명히 보석에 대해서 알고 있을 거야.’
중국 협회 회장은 보석에 관해서 자세히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클리어 보상 이야기를 꺼냈을 때, 표정 관리도 못하는 걸 보니…….
“혹시 보석 같은 건 못 보셨습니까?”
“보석 말입니까?”
“예, 예! 보라색 보석인데, 다른 보석보다 더 밝고 아름답습니다!”
협회 회장이 다급히 보석의 생김새를 설명했다. 어떤 보석보다 아름다움을 겸비한 보석이라고.
“흠…….”
“보신 적이 있지 않을까요?”
있다는 대답을 한다면 저 미소가 바뀔 것이다. 악당의 잔혹한 미소로.
당연하게도…….
“이거 아닌가요?”
“이것은……!!”
손 크기의 반의 반만 한 보석.
“그냥 보석 아닙니까?”
“그냥 보석은 아닙니다. 마나 스탯을 올려주는 특별한 보석이죠.”
“…….”
마나 스탯을 올려주는 희귀한 보석. 하지만 중국 협회 회장이 말한 보석은 아니었다.
“……그러시군요.”
“궁금했던 문제는 대충 해결되었습니까?”
“그럼요. 중요한 시간 낭비시켜 죄송합니다. 이만 쉬셔도 됩니다.”
얻지 못한 걸 확신하는 듯한 표정.
일도 해결되었으니. 회장실에서 나온 후…….
“애들아, 뒤지자.”
“오케이~”
중국 협회를 뒤지기로 했다.
아주 더러운 냄새가 스멀스멀 피어났으니까.
* * *
‘모르는 척하는 건가, 정말 모르는 건가. 문제군…….’
중국 협회 회장은 이마를 어루만지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겉으로 봤을 때는 정말 모르는 것 같았다. 자신이 찾는 보석과 다른 푸른 보석을 내밀었으니까.
“일단 미행 하나쯤은 붙여 두어야겠군. 실력 좋은 놈으로.”
아직 확실한 건 아니기 때문에 미행을 붙여 확실히 알아볼 예정이다.
뚝.
“비서.”
-부르셨습니까?
비서를 불러 미행을 시켰다. 협회에서 쉴 동안 관찰도 할 예정이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것만 마무리하고 이만 들어가 쉬게나.”
-옙, 들어가십시오.
뚝.
그것으로 끊기는 전화.
그는 의자에 앉아 다른 곳으로 다시 전화했다.
이번에는 비서보다 몇 배는 중요한 사람.
-뭐야? 누구세요~
“접니다, 클로운 님. 중국 협회 회장.”
-아하, 그 짱깨 대표? 난 중국집 안 시켰는데? 뭐지?
“…….”
마인 간부, 3위를 차지하는 클로운.
그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짱깨’라는 말에 인상이 찡그려지기는 했으나…….
“이왕이면 따까리로 불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으하하하! 따, 따까리? 좋아 좋아. 마음에 들었어. 무슨 일이야?
기분이 좋아진 클로운.
원래라면 단 한마디도 들어주지 않으려 했지만…….
-함 들어줄게. 마침 할 일도 마땅히 없고.
“감사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재밌는 단어 선택이 클로운의 마음을 돌렸다.
그 기분을 빌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래서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
“저는 클로운 님의 말을…….”
-아니, 네가 원하는 걸 말하라고, 짱깨야.
“…….”
짱깨란 말에 인상이 쓰였지만, 꾹 참고 말을 이었다.
“죽여도 되겠습니까?”
-협회에서? 일 커지는 거 아니야?
“괜찮습니다. 제가 이미 중국 쪽에는 마인이 많다고 손을 써둔지라, 마인에게 죽어도 다른 국가가 크게 나서지는 못할 듯합니다. 책임 회피는 못 하겠지만.”
S급 헌터 몇 명 죽여도 뭐라 할 국가는 없을 거다.
땅이 넓을 만큼 마인도 많으니, 마인에게 누가 죽어도 크게 신경 쓰지도 않을 것이고.
-그대로 진행해. 뭐……. 필요한 거라도 있나?
“예!”
하지만 협회 혼자서 이 일을 처리하기에는 힘들다. 마인 협회에서 조금의 도움이라도 받으면 더 좋을 것이다.
-지금 간다고 말해 둘게.
“감사합니다!”
뚝.
고맙다는 말과 함께 끊기는 전화.
“이놈 비위 맞추는 게 왜 이리 힘드냐. 내가 따로 마인 협회 같은 걸 차리든가 해야지.”
신경질을 내며 전화기를 껐다.
따로 기업을 하나 차리는 게 나을 정도.
그래도 마인 협회가 직접 와서 도움을 준다고 해서 안심이 됐다.
“걱정할 필요 없겠지. 나는 좀 쉬고 있어야겠다.”
간이침대에 몸을 던졌다.
어제부터 긴 업무를 보느라 몸이 너무 피곤하다.
“좀 자야겠네.”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일어나서 일을 처리할 생각을 하며.
* * *
“마땅히 없네. 증거라고 할 만한 게.”
조용히 중국 협회 건물을 1층부터 시작해 49층까지 뒤졌다. 하지만 마땅히 증거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
“찾았냐?”
“아니, 아무것도 못 찾았다. 그런데 정말 마인이 맞나? 내가 있을 때 그놈을 한 번도 못 봤는데. 느낌도 더럽기만 하지, 마인은 아니었고.”
“확실해.”
“꺼림직한 기운이 느껴지긴 했지만, 마인이란 건 못 느꼈는데.”
“좀 믿어봐라. 확실하니까.”
강수호의 말을 의심하는 양유혁.
꺼림직한 기운을 그도 느꼈지만.
‘어중간한데.’
마인인 것 같으면서도 아닌, 오묘한 기운을 풍겼다.
‘일단 믿어보지.’
일단은 믿어보기로 했다. 강수호가 양유혁보다 감각은 몇 배로 높았으니까.
그렇게 한참을 뒤진 끝에.
“문제 될 건 없네.”
“수호가 찾는 건 없는 것 같아.”
의심스러운 건 전혀 없었다.
중국 헌터들의 프로필들과 몇몇 비밀스러운 일들이 적힌 서류들뿐.
“그렇네…….”
비밀스러운 것도 그다지 위험하지 않았다.
1억 원의 비리금. 그것이 전부.
‘그다지 위험한 것도 없으니…….’
이쯤에서 쉬기로 했다.
오늘 워낙 일이 많았어서 몸이 피곤하기도 했고.
“그래도 경계는 늦추면 안 돼. 방에 감시카메라 같은 거 없는지 살피고.”
“먼저 들어가지.”
“나도 들어갈게~”
방에 들어가서 쉬기로 했다. 그리 급한 일이 아니기도 하였고.
털썩.
“으아! 허리 아팠는데, 푹신푹신하네.”
침대에 눕자 탄성이 터져 나왔다.
중국에 온 지 일주일도 안 됐는데, 매일이 너무 바빴다.
그 통에 전혀 쉬지도 못했고.
“이제 좀 쉬어야겠네.”
휴대폰을 꺼내 들어 원래 가려 했던 곳의 기사를 찾아 보았다.
‘엘프 던전이라……. 내일 바로 가고 싶은데.’
엘프들이 있는 던전과 관련된 기사를 보니 중국 헌터들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단다.
엘프들이 막고 있다나 뭐라나.
‘사진을 보니까…….’
엘프들이 사는 던전.
보통의 이종족들은 몬스터가 있는 던전을 통해 등장한다.
그런데 이번 중국에서 나온 던전은 엘프만 등장했다고 한다.
‘신기하네.’
던전의 형태는 일반 던전과 다르지 않았다. 모양도, 색도.
다른 점은 몬스터가 아닌 엘프가 등장한다는 것.
“스승님한테 물어볼까.”
스승님은 알고 계실지도 모르니 나중에 스승님께 물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지금은 쉬자.”
휴대폰을 꺼두고 눈을 감았다.
일 생각은 집어치웠다. 일단 쉬어야 하지 않겠나.
물론 그전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해야지.’
함정 정도는 깔아 두어야 했다. 방 안에 CCTV가 있는지도 없는지 알아야 했고.
한참을 확인한 결과.
“그런 건 없네.”
방 안에 CCTV 같은 건 없었다.
그저 평범하고 조금 좋은 방일 뿐.
“이제 진짜 쉬자.”
위험한 부분은 없으니 쉬기로 했다.
막 눈을 감고 쪽잠이라도 자려던 그때.
쾅쾅!
“누구지?”
누군가 문을 강하게 두드렸다.
모두 쉬는 지금, 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최서현인가 싶어 문을 열자…….
“허헉!”
“뭐야? 뭔데 숨을 그렇게 헐떡이냐?”
숨을 거칠게 헐떡이며 땀으로 범벅된 양유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뭐지?”
고개를 거리며 물었다.
“마인이 쳐들어 왔다. 빨리 준비해.”
“마인?”
마인이 쳐들어 왔단다. 그것도 중국 협회에.
‘뭔 상황이냐.’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방문을 열자.
‘냄새…….’
코끝을 찌르는 비릿한 혈향.
창문을 열자 붉은 눈의 괴물들이 협회 건물로 들어오려는 것이 보인다. 모두 마인이 분명했다.
“뭔 일이래.”
한숨을 내쉬며 방에서 나왔다.
오늘 쉬기는 글른 듯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