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5화
145. 두 번째 보석(3)
“죄송합니다, 제 불찰이었습니다.”
“아무도 안 다쳤으니, 다행이긴 합니다만 조금 더 신경 써주시기 바랍니다.”
“죄송합니다!”
중국 협회 직원이 연신 고개를 숙여 죄송함을 표했다.
일반 헌터도 아닌, 타국의 S급 헌터들. 그런 뛰어난 헌터를 위협에 빠트렸으니까.
“저희 중국 협회 측에서 보상은 충분히…….”
“괜찮습니다.”
“예?”
보상은 충분히 해 줘야 한다. 그래야 이번 일에 관해 입을 벌리지 않지.
하지만 강수호는 보상을 사양했다.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저희가 가진 것보다 좋은 걸 보상해 드릴 수 있습니까?”
그들이 가진 장비들.
아무리 중국이라 하더라도 이보다 높은 장비를 구하는 건 힘들 거다.
“그건 좀 힘들…….”
“그렇다면 괜찮습니다. 그 대신…….”
보상 대신 다른 걸 원했다. 간단하면서도 알려주기 정보 말이다.
“너무 어려운 정보는 안 됩니다. 저가 고위급 간부 같은 사람이 아닌지라…….”
“압니다. 간단히 몇 가지만 알려주면 됩니다.”
헌터 협회 직원이라면 알려줄 수 있는 정보였다.
“마기로 감염된 던전을 알 수 있습니까?”
“마기로 감염된 던전 말입니까?”
“예.”
“…….”
마기로 감염된 던전을 알려달라는 것. 협회 직원이라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정보였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그 정도야 중국에는 넘쳐나는지라…….”
“알려주십시오.”
보상의 대가는 마기로 감염된 던전.
협회 직원으로서 이보다 좋은 보상은 없을 거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들을 벤치에 앉히고 메모장에 빠르게 적어갔다.
‘이 근처에 분명히…… 그리고 다른 곳에도…….’
마기로 감염된 던전을 생각나는 대로 다 적었다.
모두 중국어로 메모했지만…….
“흠, 알겠습니다. 이만 가 보죠.”
메모지를 받아 든 강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 덕분에 중국어도 어느 정도 할 줄 알게 되었으니까 상관없었다.
“이만 가 보겠습니다.”
“예? 이대로요?”
자리를 뜨려는 그때, 다시 한번 협회 직원이 그를 붙잡았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지금 협회 팀장님께서 오신다고 하셔서…….”
협회 팀장이 이쪽으로 온다고 한다.
옛날 같았으면 기다렸겠지만…….
“괜찮습니다. 이만 가 보죠.”
“…….”
자금은 크게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그럴 이유도 없었고.
* * *
“목적지가…….”
협회 직원이 준 메모지를 한참이나 살펴봤다.
원래라면 던전 몇 개 클리어하고 기사에 나온 곳을 갈 예정이었지만.
“이 근처다.”
계획이 완전히 바뀌었다.
일말의 가능성. 두 번째 보석을 얻을 가능성이 있었으니까.
메모장에 적힌 주소를 확인하기 위해 전자 지도를 펼쳐 던전 입구를 확인했다.
아무리 봐도 이 던전이 확실했다.
“여기냐?”
“여기가 확실해.”
“그런데 감염된 던전은 왜 찾는 거냐?”
“그런 게 있어.”
정확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이유를 알게 되면 그들도 고된 일에 휘말릴 수도 있었으니까.
“비밀을 찾아낼 수도 있거든.”
“참나, 별걸 다 찾네.”
“싫으면 빠지든가. 특별히 양유혁 너만 빠질 수 있게 해 줄게.”
“흠흠, 됐다.”
양유혁의 투정을 뒤로 도착한 던전.
“심각하네.”
“으으, 이게 뭔 냄새야? 좀 떨어져 있자, 수호야.”
“괜찮아. 더 가까이 가야 해.”
이수현의 충고를 뒤로 검은 던전에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아파.’
검붉은 던전에 검지를 대자 마독에 적응한 덕에 손이 녹지는 않았지만, 따가운 고통이 느껴졌다.
“전보다 몇 배는 심각하네.”
던전 상태가 좋지 않았다.
전 던전은 보스 몬스터만 감염된 던전. 이 던전은 등급도 높고 던전 자체가 감염된 상태였다.
‘여기를 들어가는 게 좋…….’
A급 던전. 무리하긴 하겠지만, 클리어할 수 있을 정도의 던전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려던 그때.
“멈춰!!”
“……?”
누군가 들어가려던 그들을 멈춰 세웠다.
뒤를 돌아보자.
“헌터 신분증 좀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협회 직원?”
“그렇습니다. S급 헌터도 국가의 허락을 맡고 들어가야 하는 마기에 감염된 던전입니다.”
중국 던전 협회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서 있었다.
‘안 말 해 줬나?’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기까지 오는 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정도 시간이면 전달받고도 남는 시간인데…….
“저기…….”
말을 전하기 위해 직원을 향해 헌터증을 내밀려던 찰나.
띠리링.
“잠시만요.”
“…….”
협회 직원의 휴대폰에서 벨이 울려 말을 멈추고 전화를 받았다.
“전화 받았습니다. 예. 예. 예?”
한참 대화하던 그녀는 신기한 얼굴로 강수호를 쳐다봤다.
그녀에게 전화한 사람은 바로 중국 협회 팀장.
“알겠습니다.”
그런 사람이 마기에 감염된 던전을 들어가는 걸 허락했다.
“들어가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실례하도록 하죠.”
마기로 오염된 던전으로 들어가는 그들을 보며 혀를 찼다.
‘마독이 가득 차 있는데, 어떻게 들어간다는 거야? 애들 장난도 아니고.’
지금껏 감염된 던전과 다르게 마독으로 가득 찬 던전. 어떤 헌터도 통과하지 못할 게 뻔했지만.
“천천히 들어와. 마독 때문에 위험하거든.”
“땡큐.”
“이런 것도 할 줄 아냐?”
“스승님들 때문? 아니, 덕분인가.”
“……!!”
일행은 협회 직원이 예상하던 것과 다르게 가볍게 통과했다.
강수호라는 남자가 길을 열어주고, 나머지 헌터가 통과한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은 일.
‘마독을 버텨내? 아니, 마독에 닿아도 별 반응이 없잖아?!’
몸이 마독에 닿아도 소용없었다. 아니, 오히려 마독이 남자의 몸을 피해 가고 있었다.
던전 안으로 들어왔다.
“어…… 다들 코 막어.”
“으윽. 뭔 냄새냐? 오물은 다 섞어 놓은 것 같네.”
“토할 것 같아.”
“수호야, 나 좀 잡아줘…….”
지독한 악취가 그들을 반겼다.
코를 막고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끔찍하네.’
원래 존재했던 몬스터는 이미 모두 살과 피로 분리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다 죽었네.”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겠냐?”
“당연.”
먼저 앞으로 나간 양유혁이 아는 체했다.
피 웅덩이를 만지더니.
“마인이 있는 것 같은데?”
“…….”
인상을 찌푸리며 마인이 있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장난 아니고?”
“이럴 때에 장난칠 머저리는 아니다.”
장난이 아니었다.
정확히 마인이 있단다. 다녀갔다는 것도 아닌, 이 던전 안에 있다는 것.
골치 아프게 생겼다.
‘마독 때문에 협회는 확인도 못 한 건가.’
하지만 염두에 두었던 상황이었다.
마인으로 물들고 있는 중국. 이 정도 위협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몇 명 정도?”
“다섯. 강한 놈들은 아니다. 처리하는 방식이 깔끔하지 않아.”
짐승형 몬스터의 시체를 보니, 물어뜯긴 흔적이 가득했다.
그리 강한 놈들은 아닐 터.
“들어가자. 되도록 숨은 적게 쉬고.”
일단은 던전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아마 보스 몬스터가 있는 던전 안쪽에서 무언가 작업을 진행 중일 터.
‘잘하면 여기서 얻을 수 있겠네.’
운이 좋으면 두 번째 보석을 얻을 수 있을 터.
확실하지는 않겠지만.
“들어가자.”
혹시 몰랐다.
찾고 있던 것 하나 정도는 있을 수도 있으니까.
* * *
“나도 간부 하고 싶다~ 힘만 주면 막 휘두를 자신 있는데~”
“닥치고 발이나 움직여. 지금 우리 고생하고 있는 거 안 보이냐?”
“예~ 예~ 갑니다, 가요~”
피로 질척거리는 던전 길을 마인들이 한참이나 걸었다.
투정 부리는 놈을 무시하고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자.
“도착했다.”
보스 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짐승형 몬스터 중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가진 몬스터.
“라이언 큉이군.”
“크르르릉.”
거대한 얼굴에 존재하는 갈색 갈퀴.
겉으로 내뿜어지는 강대한 기운까지.
‘강하군.’
B급 최강 몬스터라 칭할 만하다.
“먹을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아니, 무슨 소리야. 다시 숨겨.”
하지만 죽일 예정은 아니었다. 지나온 길에서처럼 먹어 치우기에는 몬스터의 수준이 높다.
“예? 왜?”
“왜긴, 중국에서 이 정도로 등급 낮으면서 좋은 몬스터 본 적 있냐?”
“음……. 아니?”
이 정도로 효율 좋은 몬스터를 보기는 힘들다.
“그러니까 말이야. 이런 놈들은 보기 힘들단 말이야.”
“보기 힘든 거랑 뭔 상관이 있냐?”
“상관있지. 간부님들이 그토록 찾던 보석이 있거든.”
“뭔 개소리야?”
제대로 된 대답에도 그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보석이 뭔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으니까.
“보석이 뭔지도 모르냐?”
“응, 모르면 안 되냐?”
“어휴, 멍청한 놈. 기다려 봐. 이놈부터 쓰러트리고 가르쳐 줄 테니까.”
알려주기 전에 라이언 큉부터 상대하기로 했다.
“크르르릉!!”
보스 몬스터라 그런지 아직 마기에 감염되지 않았다. 굉장한 정신력.
“가방 들고 있어 봐.”
“오케이.”
동료에게 들고 있던 가방을 맡기고 달려들었다.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스걱!
“크롸롸롸롸!”
거칠게 울려대는 사자후.
짐승형 최고의 몬스터답게 한 번 휘둘렀다고 쓰러지지 않았다.
“오호, 역시 보석함을 지키는 몬스터 답군. 쉽게 쓰러지지 않아.”
“크르르릉…….”
베었던 갈퀴 부분이 빠르게 재생되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들었다.
“봐라, 너와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말이야.”
“같은 마인인데 얼마나 차이 난다고…….”
그의 마을 믿지 않았다.
실력 차이가 나는 건 맞지만, 같은 때에 마인이 되었다.
신경 쓸 게 아니라 생각했지만.
스걱!
촤아아악!
“와우.”
“크롸롸롸!”
빠른 몸놀림. 검을 휘두를 때와 거둘 때의 동작이 하나처럼 보였다.
겉으로 보기에도 보이는 확연한 차이.
“후우, 어떠냐? 이제 좀 차이가 나 보여?”
“그렇네. 예전에도 검을 단련했다고 했지?”
“그래.”
대답과 동시에 발을 박차고 라이언 큉의 품속을 파고들었다.
안까지 파고들어 복부를 향해 검을 찔렀고.
푸욱!
“끝.”
촤아악!
마지막으로 라이언 큉의 복부를 내리그었다.
완벽한 동작.
짝짝.
“잘하네요!”
뒤에서 박수 소리가 들렸다.
이제 막 신참으로 들어온 마인들.
“내가 좀 잘하긴 하지.”
털썩.
그 말의 끝으로 라이언 큉은 바닥에 철퍼덕 쓰러졌다.
완벽한 토벌.
“음? 선배님, 그런데 보스 처치 메시지가 안 떴는데요?”
하지만 보스를 처치했다는 메시지가 뜨지 않았다. 애초에 여기는 보스만 잡으면 클리어되는 던전이 아니었으니까.
“아직 끝이 아니니까 그렇지.”
-비밀의 문이 열립니다.
“비밀 문?”
보스 몬스터가 지키던 비밀 문.
그 문이 보스를 죽인 바로 뒤에 존재하고 있었다.
“저게 뭐냐?”
“가 봐야 알겠지. 다들 준비해.”
“옙!”
저게 뭔지 대충은 알고 있었다. 설명해 주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했을 뿐.
선배의 말에 후배 마인들이 빠르게 준비를 마쳤다.
간부들이 챙겨준 보따리 하나와 탐지기 여러 개.
“들어가자.”
B급 최상위 보스 몬스터. 원래라면 돈이 될 만한 비싼 사체였지만.
“옙!”
그들에게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죽은 보스 뒤에 존재하는 거대한 입구. 그곳을 향해 열 명이 넘어가는 마인들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