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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137화 (137/225)

제137화

137. 어딜 내놔도 부끄러운 우리 스승님(1)

“너무하다는 건 알고 있지?”

“그럼…….”

“참 오랜만이야?”

“…….”

날카로운 말에도 제대로 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한 달간 얼굴도 제대로 못 봤다. 바쁘다는 핑계로 문자도 주고받지 못했으니…….

“내가 미안해, 응? 오늘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맛있는 거?”

“응! 너 마라탕 좋아하잖아! 맨날 가던 그 식당으로 갈까?”

“응…….”

마라탕 먹으러 가자는 말에 조금은 기분이 풀린 듯하다.

그녀의 손을 잡고 길드를 빠져나가려 하자…….

“야, 강수호!!”

“…….”

익숙한 목소리가 귀를 때린다.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사람.

“멜리아?”

“언제 나오나 했네.”

“…….”

멜리아였다.

동서양 가릴 것 없이 아름다움을 뽐내는 외모.

충분히 오해할 만한 상황이었다.

“서현아, 이 사람이 의뢰인인데, 내일 한국 구경 좀 시켜달라고 해서…….”

“…….”

그녀의 표정이 점점 굳어진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수호야?”

“으, 응?”

잡고 있던 손을 풀며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구경 잘하고 와.”

“서, 서현아! 아니, 잠시만!”

차를 타고 사라지는 그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안 그래도 한 달 동안 메시지도 못 주고받아 화가 났을 텐데.

“돌겠네.”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

“그래, 아주 큰 문제가 있지, 아주 큰 문제가.”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멜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멜리아의 잘못은 없었다. 굳이 잘못을 꼽으면, 내일 만나기로 한 그녀가 지금 온 것.

“내일 와도 되는데, 여기는 왜 왔어?”

“그냥, 혼자 있기 심심해서. 보디가드 아저씨들도 재미없거든.”

뒤에 있던 덩치 큰 보디가드들을 가리켰다.

심심할 만도 할 것이다. 비서도 오지 않았다고 했으니.

“올 거면 내일 오지, 오랜만에 데이트하려고 했는데…….”

그녀 때문에 오늘 계획해 두었던 것들을 모두 망쳤다.

“그래, 한국 구경하고 싶다고 했지?”

“어? 응!”

“지금 구경시켜 줄게. 훈련하기에는 몸이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훈련하기에는 몸이 너무 피곤했다.

하루 정도는 더 쉬어줘야 몸이 제대로 움직일 것 같았다.

“진짜?!”

“그래그래, 집에서 쉬기만 하기에는 몸이 아직 별로라서. 뭐 먹으러 갈래?”

“어…… 잠시만.”

배에서 요동치는 꼬르륵 소리.

그녀도 마침 배가 고픈 것 같으니 밥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이거 어때?”

“김밥?”

* * *

“우왕…… 맛있다.”

“그렇게 맛있냐?”

“응! 진짜 맛있어!!”

김밥 두 개를 집고 입 안에 넣어 오물오물 씹는다.

행복한 미소엔 거짓 하나 없었다.

‘맛있긴 한가 보네.’

일반 분식집이어서 그녀를 만족시키지 못할 것 같았지만…….

“라면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다행히도 멜리아는 지금까지 봤던 표정 중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배에서도 저런 표정은 한 번도 보지 못한 것 같았는데.

“후루룹! 크으! 이게 한국 라면인가?!”

“후루룹.”

처음에는 오버라도 떠는 줄 알았다.

라면이 그렇게 맛있을 리 없다 생각했지만…….

‘음? 여기 맛집이네.’

라면 국물을 마셨을 때, 일반 가게의 라면과는 격이 다름을 느꼈다.

칼칼하면서 시원한 맛.

“진짜 맛있네.”

“그럼, 내가 오버한 줄 알았어?”

“조금은?”

지금까지 먹어 본 라면 중 최고였다. 스승님 음식에는 비할 바가 아니지만.

강수호와 멜리아는 배가 고팠는지 말없이 먹기만 했다.

“후우, 잘 먹었다.”

10분 만에 그릇들을 다 비워낼 수 있었다.

통통한 배를 두드리며 대화를 시작했다.

“아, 맞다. 국가 대항전 한다는데, 이야기 들었어?”

“어, 방금 듣고 오던 참이야.”

국가 대항전 이야기가 나왔다.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아는 거라도 있어?”

“이번에 미국이 1등을 할 거라는 거?”

“하긴, 미국에 세계 랭킹 1위가 있으니까.”

멜리아는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미국은 세계 랭킹 1위의 헌터가 있고, 중국 다음으로 가장 뛰어난 헌터를 배출하는 곳이니까.

“그런데 첫 번째 국가 대항전은 무조건 한국이 이겨.”

“음? 한국이 이긴다고?”

“응, 장난 아니고.”

단언하듯 말했다. 세계 랭킹 1위가 있더라도 대한민국이 이길 거라고.

“설마, 네가 있어서?”

“아니…… 그 정도는 아니야.”

자신이 있어서 이긴다는 뜻은 아니었다.

강수호는 아직 스승님이 말한 ‘벽’을 부수지도 못했다.

더군다나 팀 게임도 있어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턱을 괸 강수호가 웃으며 말했다.

“스승님이 있거든.”

“…….”

스승님이란 말에 멜리아의 웃음기가 싹 지워졌다.

마을에서 노인들과 함께 헬스하는 샬런을 보았으니까.

강수호만 갈 수 있는 마을을 함께 간 적도 있었고.

“너무 사기 아니야?”

“사기긴 하지. 고양이 싸움에 호랑이를 풀어 놓은 격이니까.”

“하하…….”

미국이 유물을 많이 가지고 있어 봤자 상관없을 거다.

그 유물들은 모두 스승님들의 예전 장비들. 그런 장비로 스승님들을 이기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터.

“한국이 이겼네.”

“그렇지?”

반박할 수 없었다.

스승님이 나선다면, 한국이 이기는 건 기정사실이었으니까.

“일주일 뒤에 국가대표 후보를 뽑는다고 하니까.”

“하긴, 빨리해야지. 한 달도 채 안 남았는데.”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간.

스승님이 참가할 거지만, 자신도 강해져야 한다.

“넌 훈련 같은 거 안 해?”

“이틀은 쉬어줘야지. 피곤해서.”

“그럼 우리 한강 가자!”

“한강?”

쉬는 김에 그녀는 한강에 가길 원했다.

원래는 쉬는 김에 최서현과 데이트하려 했는데…….

‘전화도 안 받네.’

잔뜩 화났는지 전화도 받지 않았다.

원래라면 집에서 쉬겠지만.

“한강 가자.”

“아싸, 한강이다!”

오랜만에 한강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

“가자, 한강.”

분식집에서 계산을 마치고 곧바로 한강으로 향했다.

* * *

“재밌었나 봐?”

“…….”

“나 빼고 잘 놀았어?”

“어, 그게…….”

최서현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강수호를 노려본다.

반박할 수 없었다. 어제 멜리아에게 서울을 구경시켜 주던 길에 친구와 함께 있던 최서현과 마주쳤으니까.

“꽁냥꽁냥 잘 있더만, 그냥 그 친구랑 사귀지?”

“미안, 의뢰인이 한국 구경 좀 시켜달라 해서…….”

같잖은 변명에 그녀의 인상이 더욱 찡그려졌다.

“어휴, 그런데 우리 어디 가는 거야?”

“협회 직원분께서 국가 대항전 후보 뽑는 곳을 가르쳐 주셨거든.”

“아, 들어 봤어.”

다행히 그녀의 인상은 국가 대항전이란 말에 서서히 펴지기 시작했다. 국가 대항전은 그녀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으니까.

“후보들을 뽑는데 너도 나가?”

“응, 그냥 오라는데?”

“S급 헌터라도 랭킹이 있는데…….”

이상한 점이 있다면, 그런 곳에 왜 강수호를 초대했냐는 점이다.

가면서도 의심이 되었다.

‘수호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그 정도까지는 아닐 텐데…….’

S급 헌터에도 급이 나눠진다. 하지만 아직 강수호는 괴물들의 옆에 서기에는 부족했다.

“제자야, 어디를 가는 것이냐?”

“저희 나라의 강자가 모이는 곳이요. 잠시만 갔다 오면 됩니다.”

“오호, 기대되는군.”

“…….”

물론 스승님은 달랐다.

세상 전체를 괴멸시킬 수 있는 괴물 중의 괴물.

‘저 사람이라면 충분히 가능하겠지.’

하지만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이번 용병 일 덕분에 강수호의 힘이 몇 배는 더 강해졌다는 점을.

유물도 가지고 있고.

더 걷자 거대한 체육관에 도착했다.

“여긴 것 같은데?”

표지판에서도 이곳이 후보를 뽑는 장소라고 쓰여 있었다.

주변에 익히 아는 사람들도 지나다니고 있었고.

“한국에 있는 세계 랭커, 랭커들은 다 온 것 같은데?”

“A급 헌터가 기본이네.”

느껴지는 기운으로는 A급 헌터가 기본.

‘강한 사람이 많네.’

한국에 의외로 강한 사람이 많았다.

“저 사람은 누구지?”

“……강하군. 지금껏 봤던 어떤 헌터보다.”

“저 헌터는 누구지?”

하지만 샬런이 뿜어대는 힘과는 비교하지 못했다.

강자 중에서도 압도적인 기운을 뿜어대는 샬런.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샬런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저 사람들, 왜 나를 계속 쳐다보는 거지?”

“스승님이 워낙 강하셔서 그런 듯합니다.”

본능적으로 느낀 거다. 지금까지 본 헌터 중 가장 강한 헌터라는 걸.

“여기, 밥은 주는 건가?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밥도 잘 주시던데.”

“끝나면 밥 주실 거예요. 아니면 배달시켜 먹으면 되고요.”

샬런은 별로 신경 쓰지 않은 눈치지만…….

“아직 시작할 시간은 아닌가 봅니다. 저기 앉아 있죠.”

“그러지.”

따가운 시선을 피하고자 조금 구석진 벤치에 앉아 협회장이 오길 기다렸다.

샬런은 벤치에 앉아 잠시 낮잠을 자고, 강수호는 주변을 천천히 둘러봤다.

‘스승님뿐만 아니라 나도 견제당하고 있네.’

희대의 루키가 된 강수호.

그들은 그조차도 견제하고 있었다. 각성한 지 이제 막 1년밖에 안 되었는데 S급 헌터가 되었으니까.

“아, 스승님. 그리고 이거 받으십시오.”

상념에서 벗어나 인벤토리에서 낡은 건틀릿을 꺼내 샬런에게 건네주었다.

샬런은 낡은 건틀릿을 보자 두 눈이 크게 떠지기 시작했다.

“이건…….”

겉으로 봐도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옛날에 사용했던 건틀릿이라는 걸.

“정말 오랜만에 보는군.”

“스승님 거죠?”

“그래, 내 것이 확실하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건틀릿을 쓰다듬는 샬런.

몇 만 년이 지나도 기억나는 장비.

‘오랜만이군.’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예전에 이 건틀릿을 거의 끼고 살았으니까.

“한 번 껴…….”

오랜만에 본 건틀릿을 손에 껴보려던 그때.

부르르릉.

“온 것 같구나.”

밖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엔진 소리.

누군가 왔다는 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샬런이 말한 이유가 있었다.

“협회장님이 오셨습니다. 모두 착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높은 사람이 왔구나.”

이곳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 왔다.

사회자의 말에 따라 벤치에서 일어나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높은 놈은 강한가?”

“협회장 말씀이죠? S급 헌터니까 강합니다. 랭킹 안에는 못 드시지만.”

샬런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협회장이긴 하나, 그리 강한 축에 속하진 않는다. 재생 능력이 사기인 것 말고는 큰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곳의 왕으로 군림하는 자가 강하지 않다니.”

“스승님이 말도 안 되게 강한 겁니다. 왕이라 해서 다 강한 것도 아니니까요.”

물론 스승님을 기준으로 봤을 때는 그렇다.

‘천마랑 싸우고도 팔 한 짝 잃는 게 고작이었으니.’

괴물과 같은 천마랑 싸우고도 팔 한 짝밖에 잃지 않았다 물론 괴물 한 명이 더 있었지만.

무대 위로 올라가는 이용욱의 팔은 다시 재생되어 있었고.

“흠흠…….”

어느새 무대 위로 올라간 그가 목을 다듬으며 주변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오랜 세월을 보낸 그만이 내뿜을 수 있는 포스.

‘이왕이면 빨리 끝냈으면 좋겠군.’

그와 반대로 하품하며 빨리 끝나길 기다리는 샬런.

몇만 년간의 삶을 겪은 샬런에게는 별거 아닌 기세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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