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5화
135. 귀환(2)
“도와줄 수는 있지만 벽을 부수는 걸 도와주기는 힘들 것 같구나.”
“…….”
고민을 말하자 곧바로 답장하는 샬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답이었다.
“스스로 벽을 깨부숴야 해.”
“스스로요?”
“그래, 스킬을 초월하는 것까지는 도와줄 수 있지만.”
벽은 스스로 깨고 나와야 한다. 스킬 초월까지는 어떻게 도와줄 수는 있지만.
“그렇군요.”
“도와줄 수야 있지만, 벽은 스스로 깨야 더 성장할 수 있다.”
자신의 한계란 누군가 부숴주는 게 아니다. 자신이 직접 부숴야 다음 길을 알고 더욱 성장할 수 있을 테니까.
“일단 스킬을 초월하는 걸 도와주도록 하지.”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낸 샬런이 노인정을 나와 넓은 공터로 향했다.
“초월 예정된 스킬은 몇 개나 있지?”
“두 개요.”
“그 정도면 충분하겠군.”
트롤의 재생력과 절대정신 방벽.
“상태창을 열어 보거라. 스킬 전부 다.”
그전에 상태창부터 살펴보기로 했다.
[강수호]
레벨 : Lv. 100
체력 - 293 민첩 - 273 힘 - 296 마나 - 276 감각 - 280 친화력 - 130
스탯 포인트 : 50
재능 : 차원 이동(SSS급)
스킬 : [트롤의 재생력(S급) : Lv. MAX], [절대정신 방벽(S급) : Lv. MAX], [미스릴의 신체(B급) : Lv. MAX], [괴물 같은 체력(C급) : Lv. MAX], [5서클 마법(A+) : Lv. 3], [황금 노움들의 왕(S급) : Lv. MAX], [음속의 발걸음 : Lv. MAX], [기본 보법 : Lv. 4], [용의 아버지(SSS급) : Lv. MAX], [반용살자(S급) : Lv. MAX], [정령술(B급) : Lv. 3], [금손(A급) : Lv. 7], [웨폰 마스터(SS급) : Lv. 4], [급이 다른 강타(A급) : Lv. 6], [기본 보법(S급) : Lv. 3]
“흠…….”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스킬이 가득한 상태창.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하던 그가 입을 열었다.
“일단 지금은 그놈들에게 훈련받지 말거라. 스탯 포인트도 아직 올리지 말고.”
이 이상의 스킬을 얻는 건 오히려 독이 될 것이다. 강수호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초월 가능한 것이 모두 S급 스킬이군.”
답변을 끝낸 그가 초월 가능한 스킬을 짚었다.
전부 S급 스킬들.
“초월이 무엇인지는 아느냐?”
“아, 예. 몸을 극한까지 몰아내어 스킬의 등급을 올리는 것 아닙니까?”
샬런의 질문에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그 정도쯤이야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지, 특히 스킬 등급이 높을수록 더욱 힘들어지지. 하지만…….”
진지한 눈빛으로 강수호를 쳐다보다가 씨익 웃었다.
“내가 있을 때는 달라지는 법이다.”
“…….”
몸이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몸도 느낀 것이다. 샬런이 뭔가 할 거라는 것을.
“죽음에 가까운 고통이 시작될 거다.”
샬런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강수호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았다.
“도망치지 말도록. 강해지는 한 과정이니.”
뭔가 말하기도 전에 샬런의 몸에서 마나와 비슷한 것이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아아악!”
어깨에서부터 진득한 고통이 시작되었다.
* * *
-트롤의 재생력(S급)이 피닉스의 재생력(SS급)으로 초월 되었습니다.
-절대정신 방벽(S급)이 철옹성(SS급)으로 초월 되었습니다.
“허헉…….”
힘겹게 숨을 뱉으며 바닥에 누웠다.
고작 2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있었다.
“힘들어 죽을 것 같아…….”
온몸이 떨린다.
몸이 변형되는 것 같은 고통. 뼈가 으스러지고, 다시 재구성되는 그 고통을 다시는 느끼기 싫었다.
“그래도 득은 있어서 다행이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고통만 겪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피닉스의 재생력과 철옹성의 스킬을 새로 획득했다.
“다시 올려야 하긴 하지만, 이만한 이득이 없지.”
상태창을 잠시 살펴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집에 갈 차례다.
“내일 이쪽으로 와. 아침 8시에.”
“오케이!”
그녀와 약속 장소를 정해 두고 곧장 강남에 있는 집으로 떠났다.
* * *
“엄마!”
“수호야!!”
집에 들어오자 그녀가 해맑게 웃으며 반겨주었다.
잠시 끌어안고 있다가 안부를 물었다.
“안 힘들었어?”
“그럼! 내가 누군데! 뱃멀미가 좀 심하긴 했지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모두 설명해 주었다. 물론 마인들을 만나 피 튀기며 싸운 것을 제외하고.
그 이야기를 듣는다면 걱정할 게 뻔했으니까.
“이건 기념품!”
립밤과 다양한 화장품. 그리고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뽀삐와 용용이의 선물까지.
“자, 용용이. 이거 사막에서 티라노사우루스 뼈.”
“우왕!”
전과 똑같이 변함없는 크기를 유지하는 용용이.
용용이에게 선물을 줬으니, 이제 뽀삐 차례였다.
“뽀삐가…….”
거대한 뽀삐를 집에 놓아둘 수는 없어 아파트 옥상에 데려다 놨다.
주민들에게 모두 이야기해 놓았기에 눈치 볼 필요도 없었다.
“뽀삐야~ 아빠가 왔다~ 선물 사서 왔어요~”
옥상에 도착해 뽀삐를 부르자…….
“…….”
“뭐야, 먹을 게 아니었네.”
옥상에서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싶어 옥상 정원을 쳐다보자.
“뽀삐?”
“주인이었네.”
거대한 입이 달린 식물 하나가 있었다.
자신을 보자 거대한 입이 빠른 속도로 다가온다.
“먹을 건 없어?”
“아! 가져왔지! 너도 티라노사우루스 뼈! 오래된 거긴 한데, 먹을 만할 거야.”
“오호!”
이제는 화석이 된 티라노사우루스 뼈를 주자 입꼬리가 올라간다.
뼈를 낚아채고 우드득 씹어 먹는다.
“좀 오래되긴 해도 먹을 만하네.”
“그런데…….”
하지만 지금 뽀삐의 만족에 관해 신경 쓸 게 아니었다.
뽀삐의 크기.
‘옥상이 안 무너진 게 신기할 정도네.’
최소 20m 돼 보이는 높이. 덩치로 봐서는 무게도 2t은 나갈 터.
거대한 덩치에 입이 다물어졌다.
“원래 이렇게 거대해지나?”
“주인님 엄마가 물을 잘 줘서 그래, 저번에는 주인님이 제대로 관리도 안 해 줬잖아.”
“…….”
프로틴 물약이라도 주는 줄 알았다. 물론 그런 건 아니었다.
엄마가 관리를 잘해 준 덕분.
“그거라면 다행이네. 나는 또, 엄마가 프로틴 물약이라도 준 줄 알았잖아.”
“흥, 나는 물 말고 다른 건 안 먹는다.”
“뼈는?”
“흠흠, 그건 예외지. 거름 몰라?”
자신이 생각한 일은 일어나지 않아 정말 다행이었다.
이런 괴물이 프로틴 물약까지 마시면…….
‘아파트 옥상 무너지겠네.’
잘못하면 아파트 옥상이 무너질 거다.
뽀삐가 있을 만한 장소를 찾아 놓아야겠다. 더 자라서 옥상이 무너지면 안 되니까.
“넌 나중에 따로 옮겨줄게. 여기 계속 있으면 사단 한 번 나겠다.”
아파트 주민들도 이걸 보면 놀랄 게 뻔했고.
“햇볕 잘 드는 곳으로 해 줘. 아니면 안 감.”
“알겠어, 빛 잘 드는 곳으로 옮겨 줄 테니까 그만 좀 크고.”
여기서 더 커 버린다면 곤란해진다. 마땅히 놓을 장소가 없어질 테니까.
“엄마하고 용용이 좀 잘 지켜주고, 알겠지?”
“나보다 강한 분을 왜 지키라는 건지……. 어쨌든 알았다. 주인님의 말이니까.”
“하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말이다.
엄마는 스탯만 보면 자신을 뛰어넘었으니.
“그래도 사람 사는 일, 혹시 모르잖아. 알겠지?”
“그래, 주인님의 말이라면.”
대충 말은 알아들은 듯싶었다. 말을 하지 못할 때도 잘 알아들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간다, 사람들 놀라게 하지 말고.”
충고와 함께 옥상을 떠났다.
오랜만에 집에 왔으니 집밥도 먹고 쉬어야 하지 않겠나.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자.
“김치찌개 냄새.”
코끝을 찌르는 매운 냄새.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냄새였다.
“김치찌개 해 놨어, 빨리 먹고 쉬어.”
“네!!”
식탁에 차려진 밥상. 달걀후라이와 김, 김치찌개면 세 공기는 뚝딱이다.
숟가락을 들고.
“잘 먹겠습니다!”
허겁지겁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 * *
“어우, 배불러.”
통통한 배를 두드리며 집에서 나왔다. 어째 집에만 갔다 오면 몇 kg 이상은 찌는 듯하다.
“그래도 훈련 좀 하다 보면 바로 빠질 살이니.”
물론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몇 번 훈련하면 빠질 테니까.
“비로 길드로 가야겠네.”
소화도 시킬 겸 걸어서 길드까지 향하기로 했다.
시간은 새벽 5시. 이른 시간이지만, 아마 길드는 지금도 바쁘게 돌아갈 것이다.
몇 분 정도 걷자 금방 길드에 도착할 수 있었고.
“안녕하세요!”
“어, 수호 왔구나?”
경비 아저씨한테 간단히 인사하고 길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어제 하루를 쉬었으니 오늘은 바쁘게 던전을 돌아다닐 거라 예상했다.
‘하루 쉬었으니 빡세게 해야겠네.’
그런 생각으로 길드 안으로 들어가자.
“음? 누가 계시네.”
이른 아침부터 누군가 로비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패왕 길드 마스터, 이구호와 신하림과 함께.
‘무슨 일이라도 있나.’
뭔가 싶어 그들에게 다가가자.
“큰일이군. 던전이 터지면 몰라도,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저희도 골치가 좀 아픕니다.”
“……?”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건 눈치챌 수 있었다.
이구호와 신하림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협회 직원이었다.
‘협회가 움직일 만한 일은 없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게 없었다. 궁금증만 더 생길 뿐.
‘직접 알아봐야겠네.’
직접 알아보기로 했다. 몬스터를 처치하는 일이라면 혼자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니까.
‘초월한 힘을 한 번 확인해 보고 싶기도 하고.’
그렇게 결심하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어떻게 해야 할지……. 음? 강수호 헌터 아닙니까?”
“아, 반갑습니다. 협회 직원분들이죠?”
“예, 협회 소속입니다. 최용두 님과 함께 용병 일을 갔다 들었는데……. 돌아오셨군요.”
“어제 돌아왔습니다.”
협회 직원이 강수호를 알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 간단히 안부 인사를 전하며 의자에 앉아 물었다.
“무슨 일이시길래 다들 심각한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아, 그럼요. 당연히 알려 드려야지요. 한국에 몇 없는 S급 헌터이신데.”
협회 직원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가르쳐 주었다.
“혹시 유물이라고 아십니까?”
“압니다. 강력한 힘이 담겨 있다고 하던데…….”
“잘 아시는군요.”
협회 직원의 입에서 ‘유물’이란 단어가 나왔다. 그 때문에 조금은 집중해서 들었다.
‘힌트를 더 얻을 수도 있으니까.’
차원의 틈.
아직 정확히 모르겠지만, 유물은 그곳에서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정확한 위치도 모르기에 이런 정보는 자세히 들어 두는 게 좋을 터.
“지금 저희가 가진 유물은 고작 한 개입니다.”
“예?”
유물이 한 개란 말에 의문이 생겼다.
그도 그럴 것이…….
“국가가 가진 유물은 고작 한 개입니다.”
“…….”
한국이 가진 유물이 한 개란다.
그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세계랭커들을 아십니까?”
“당연하죠.”
“Top 10위의 세계랭커들이 유물의 힘을 이용해 더 강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세계랭커들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한다.
물론 강해지면 좋다. 높은 던전들도 쉽게 클리어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세계 10위 랭커, 나나호를 아십니까?”
세계 랭커 10위, 나나호.
자연을 사용하는 능력이 특이해서 기억해 두었던 자라 고개를 끄덕였다.
“마인 때문에 우리나라가 특히 극성이라 그 헌터를 잠시 빌려달라 했더니…….”
“……!!”
그리고 이어지는 뒷말이 충격적이었다.
“일본의 뒷배가 되라고 하더군요.”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