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132화 (132/225)

제132화

132. 유물의 비밀(2)

“저놈 빨리 쫓아내. 귀찮게 시리.”

“예, 보안팀. 4번 테이블 손님 쫓아내라.”

모니터를 가득 채운 카지도 내부의 CCTV 화면.

전 재산을 탕진할 뻔한 호구를 내쫓았다.

다시 돈을 벌고 재방문하여 돈을 탕진시켜야 했다. 그래야 게임장 측에 빌린 돈도 갚을 수 있고, 귀찮은 일이 생기지 않을 테니까.

“쫓아냈습니다.”

“저놈은 몇 번째 방문이야?”

“잠시만요.”

관리자로 보이는 이의 말에 수첩을 꺼내 신분을 확인한 직원.

“열 번째 방문입니다.”

“흐흐, 좋아. 계속 그렇게 해.”

무려 열 번째 방문이었다.

일을 하여 돈을 갚고, 또 돈을 빌려 도박으로 탕진하고.

그렇게 무한 반복.

“이러니까 게임장이 망할 일이 없는 거지.”

도박은 빠져나오지 못하는 그물과도 같았다.

끊어도 계속해서 생각나는 것.

쫓아낸 호구가 돈을 벌어 다시 방문할 거라는 생각에 미소 짓던 관리자가 다른 곳에 눈길을 돌렸다.

“그것보다, 저 손님은 뭐야?”

“수첩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새로 온 손님 같은데요?”

6번 테이블에 코인을 한가득 쌓아 놓고 게임하는 남자. 수첩에도 누군지 적혀 있지 않아 신분이 불분명했다.

더욱 눈길이 가는 점은 돈을 물처럼 사용한다는 것.

“저놈 클로즈업해 봐. 호구 한 명 낚을 수도 있잖아. 튼실하고 좋은 놈 같다.”

“예.”

코인의 수를 보니 최소 5,000만 달러가 넘는 것 같았다. 지는 판에도 거하게 베팅하는 것을 보니 호구가 확실하다.

잠시 생각에 잠긴 관리자가 생각 끝에 말했다.

“저놈, VIP실로 불러와.”

“예? VIP실이요?”

“왜? 무슨 문제 있어?”

“아닙니다, 지금 보안 요원 시켜서 이야기 전하겠습니다.”

이곳에서 관리자인 그의 말은 신의 말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보안 요원, 지금 6번 테이블에서 코인 한가득 쌓아 놓고 게임하는 손님, VIP실로 불러와.”

-예, 알겠습니다.

대답과 함께 무전이 끊겼다.

이제 호구가 오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타짜들, 지금 VIP실에서 게임하고 있지?”

“그렇습니다.”

“쪽쪽 빨아 먹어야 해. 타짜들 있는 VIP 특실로 잡아놔.”

“옙.”

저런 호구일수록 단물을 쪽쪽 빨아 먹어야 한다. 자기 돈이 없어지는 것도 모르게 천천히.

“흐흐, 오늘 제대로 한탕 하겠구먼.”

그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입술을 핥았다.

* * *

“아, 또 잃었네.”

“오늘 운이 좋지 않은 것 같네요? 다시 해 보겠습니까?”

“오케이, 다시 간다.”

환전한 코인을 또 잃어도 다시 베팅했다.

한 판에 적으면 십만 달러, 많으면 백만 달러까지.

“아……. 이번에도 꽝이네요.”

“하하! 괜찮습니다. 오늘은 붙는 날이 아닌가 보죠.”

다시 배팅하고 공이 굴러갔지만, 원하는 곳에 공이 떨어지지 않았다.

겉으로는 아쉬워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쌍욕을 내뱉고 있었다.

‘장난을 치네?’

강수호가 원하는 번호와 색은 검은색과 17.

공이 정확히 그쪽을 향했지만, 검은색 17번에 떨어지기 직전, 딜러가 인위적으로 공의 방향을 바꾸었다.

“하하, 이번에는 천만 달러 베팅하겠습니다.”

하지만 강수호는 다시 한번 거액을 베팅했다. 이번에는 성공할 거라 생각하고.

“미쳤어? 또 하려고?”

“기다려 봐. 거의 다 온 것 같으니까.”

강수호가 또다시 거액을 베팅하자 말리는 멜리아. 이 이상 베팅한다면 코인으로 환전한 돈을 금세 탕진할 테니.

하지만 호구처럼 베팅해야 한다.

“저, 손님.”

“무슨 일이죠?”

이렇게 기회가 올 테니까.

베팅하고 게임을 시작하려 하자 보안 요원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처음에는 뭔 상황인가 싶었지만…….

“관리자님께서 손님을 뵙길 원합니다.”

“관리자가 뵙길 원한다고?”

“예, 저와 같이 가 주시겠습니까?”

역시나 강수호가 예상한 결과였다. 거액의 돈을 탕진하니 관리자가 자신을 만나고 싶다는 제안을 해 온 것이다.

하지만 강수호는 자신이 가는 걸 원치 않았다.

“저를 따라오시면…….”

“올 거면 그놈이 오라고 해. 왜 나한테 오라 가라냐?”

“예, 예?”

보안 요원은 강수호의 답변에 꽤나 놀라 더듬으며 되물었다.

보통은 보안 요원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며 무조건 따라간다.

호구들은 관심받는 걸 좋아하니까.

하지만 강수호는 그냥 호구가 아니다.

“고작 보안 요원이 나를 데리고 간다고?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VIP실로 모시려고…….”

“그러니까, 날 보고 싶은 거면 관리자보고 오라고 해.”

자존심이 강한 호구. 고작 보안 요원을 따라 VIP실에 가진 않을 거라는 것.

“나는 게임 더 즐기고 있을 테니까 관리자보고 직접 오라고 해.”

“…….”

보안 요원은 고집 센 그에게 더 이상 뭐라 말할 수 없었다.

관리자에게 가서 이 이야기를 전하는 것뿐.

* * *

“뭐야? 저 새끼 왜 다시 돌아오는 건데?”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6번 테이블의 CCTV 화면을 보던 관리자가 인상을 찡그렸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일어났다. 보안 요원이 VIP로 만들 손님을 데리고 오지 않은 것이다.

끼이익.

“미친X아, 뭐가 문제인데?”

문이 열리자 비속어가 튀어나왔다.

고개를 숙인 보안 요원이 혼자 온 이유를 설명했다.

“내가 직접 오라고 했다고?”

“예, 그 정도는 돼야 움직이신답니다.”

“하! 별 미친X을 다 보네.”

헛웃음을 내뱉었다. 하지만 이 정도 일쯤이야, 여기서는 익숙한 일이었다.

“내가 간다. 다른 테이블 알아서 관리하고 있어 봐.”

“수고하십시오.”

어쩔 수 없이 무거운 다리를 움직이기로 했다. 이런 일은 호구 잡는 데 한 번씩 일어나는 일이니까.

CCTV 실에서 나와 곧장 6번 테이블로 발걸음을 옮겼다.

“반갑습니다, 손님. 제가 이곳의 관리자입니다.”

“참 빨리도 오네.”

관리자는 보안 요원이 돌아간 후로 두 게임이나 진행된 후에야 도착했다.

6번 테이블의 호구는 인상을 잔뜩 쓰며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왜 이렇게 늦게 왔냐는 티를 내며.

“그러게요, 바쁜 우리를 기다리게 만들다니요?”

“부인이신가 보군요. 죄송합니다. 귀하신 손님을 뵙는데, 예의가 없었습니다.”

옆에서 멜리아도 거들었다.

그들의 콘셉트는 부자 부부.

“일단 VIP실로 이동을…….”

“잠시만 기다려 봐. 아직 게임 다 안 끝났으니까.”

그것도 아주 싸가지 없는 부자 부부였다.

관리자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게임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그 정도야 떼먹을 돈만 많으면 충분히 기다릴 수 있었다.

“아, 또 졌네.”

얼마 지나지 않아 끝난 게임.

이번에도 검은색 17에 베팅했지만, 역시나 실패. 코인을 잃기만 했다.

“그럼 VIP실로 이동하시겠습니까? 거기서도 게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래, 가도록 하지.”

남은 코인을 버려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정도 돈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돈이 썩어 넘쳐나나?’

아까의 굴욕은 없었다. 돈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대하는 그들이 신기할 뿐.

‘좋은 호구를 잡았어.’

엘리베이터를 타 VIP실이 있는 지하 1층을 눌렀다.

“저희 VIP실은 보완이 철저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무 소음 없이 천천히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내려가는 동안 관리자가 옆에서 뭔가 이야기했지만, 신경 쓰이는 건 따로 있었다.

‘VIP실에 유물이 있는 것 같네.’

VIP 안에서 유물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뚜렷하게.

“불편한 점이라도 있을까요?”

“아니, 머리가 좀 아팠을 뿐이다. 술과 담배 냄새가 독하군.”

VIP실에 도착하자마자 코를 막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만큼 독한 냄새가 실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환기를 시키는 게 좋겠군.”

“예, 알겠습니다!”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움직이는 관리자.

작은 창문들을 열며 일반 VIP실을 지나쳤고.

“여기입니다. 다른 분들이 게임을 하고 계신데, 괜찮으실까요?”

“그건 상관없다. 그냥 즐기러 왔으니까.”

곧이어 도착한 거대한 방.

다른 사람들이 방에 있다고 해서 거절하진 않았다.

‘오히려 좋은 기회지.’

유물은 확실히 방 안에 있다.

강수호는 그렇게 확신하며 멜리아와 함께 VIP특실로 들어갔다.

“아쉽군. 이번에도 잃었네.”

“그럼 다음 게임 시작하도록 하겠……. 음? 관리자님?”

도착하자 계획된 것처럼 게임이 끝났다.

딜러가 카드를 회수해 섞으며 관리자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게임을 즐기고 싶은 손님이 계셔서 말입니다.”

“아하, 그렇군요. 마침 게임도 끝났으니 자리에 앉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거대한 원형 테이블. 그곳에는 딜러 한 명과 두 명의 손님이 있었다.

그들을 확인하여 피식 웃음을 흘렸다.

“불편한 거라도 있으십니까?”

“아니야, 게임 할 생각에 즐거울 뿐이다.”

“아하! 그럼 바로 시작하시죠! 저는 방해될 테니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게임 할 생각에 신난 건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멍청한 놈들인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실소를 흘렸다.

신기하게도 방 안에는 복도와 다르게 담배 냄새가 배어 있지 않았다. 술 냄새도 마찬가지.

‘평범한 사람이라면 눈치 못 채겠지만…….’

강수호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평범한 헌터도 아니었고.

‘담뱃재가 산처럼 쌓여 있는데, 냄새가 안 난다? 술도 마찬가지고.’

VIP실로 오기 전에 마나를 쓰지 않고 게임을 해 헌터라는 걸 눈치채지 못한 듯하다. 고작 초보 딜러가 사용하는 속임수에도 속아 넘어갔으니.

‘딜러부터 베팅하는 사람까지, 다 섭외 했구나.’

강수호와 멜리아는 가운데 빈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누가 봐도 자신의 돈을 쪽쪽 빨아먹으려는 속셈이다.

‘돈은 괜찮아. 그전에…….’

물론 돈 같은 건 빨아 먹혀도 된다.

온 것은 온전히 유물을 구하기 위함.

‘찾아볼까나…….’

팔짱을 끼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마나를 돌렸다.

그사이 게임이 시작됐다.

“게임은 블랙잭입니다. 두 카드의 합이 21에 가까우면 이기는 게임입니다.”

“예, 시작하십시오.”

딜러가 카드를 나눠주었지만, 대충 베팅하고, 돈을 얻고 잃는 게임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유물이 이 근처에 분명히 있는데…….’

눈은 테이블이 아닌 주변을 살펴보며 유물이 있는지 살폈다.

‘없네.’

하지만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유물은 없었다. 있다는 확신만 들뿐, 찾을 수가 없었다.

‘게임 해야겠네.’

이렇게 된다면 게임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깽판 치는 방법도 있겠지만…….

“하지 마.”

“……오키.”

멜리아의 말에 그 방법은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지금 당장 깽판을 치기에는 판을 너무 크게 만들었다. 그녀도 고개를 젓고 있었고.

“이번에는 당신께서 승리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생각을 마친 것과 동시에 끝난 게임.

일단은 게임에 집중하기로 했다. 아직 유물이 어디 있는지 찾지도 못했으니.

“1,000달러입니다.”

“고맙군. 갑자기 운이 좋아졌어.”

신기하게도 베팅만 했는데, 돈이 굴러 들어왔다. 게임에서 빠지지 않게 하려고 조절하고 있는 거다.

‘하는 짓이 재밌네.’

왜 예능 프로가 망했는지 알 것 같았다. 예능 프로보다 그들의 계획이 몇 배나 더 재밌으니까.

알고 당하는 것과 모르고 당하는 것은 천지 차이다.

“그럼, 바로 다음 게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시작되는 게임.

예능보다 재밌는 계획에 조금은 당해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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