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131화 (131/225)

제131화

131. 유물의 비밀(1)

“죄송합니다, 펠론이 유물 두 개를 모두 빼앗겼다고 합니다.”

“……빼앗겼다?”

어느새 성안에 도착한 한예림. 펠론의 말을 전해 들은 천마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장난하는 건가? 전날에는 분명히 두 개의 유물을 얻었다고 들었는데?”

“그것이…….”

“돌겠군.”

한예림의 말을 끊으며 머리를 짚었다.

‘1차 시련이 열리면 유물이 꼭 필요한데.’

유물은 많을수록 좋다. 특히 곧 있으면 열리는 1차 시련에서 꼭 필요한 것이 유물이다.

“처리는?”

“간부가 더 줄어들면 안 될 것 같아 간부는 건들지 않았습니다.”

“잘했다.”

천마가 칭찬하자 그녀의 볼이 불그스레 변했다.

그녀는 붉은 볼을 애써 지워내며 물었다.

“그 아이는 괜찮습니까?”

“누구?”

“이번에 새로 들인 간부 있잖습니까.”

새로운 간부란 말에 천마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곧 새로운 괴물이 나타날 테니까.

“케인과 엠마보다 더 유능한 존재더군.”

옛 간부들보다 더욱 유능한 존재.

한예림은 그 말에 기대가 되었다.

‘그토록 바라던 세계가 만들어지겠구나.’

천마가 그토록 바라던 세계. 지옥이 펼쳐질 테니까.

“어차피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다. 그러니 너무 기대하지는 말도록. 실패할 수도 있으니.”

“알겠습니다.”

기대는 할수록 무너지기 쉽다.

하지만 기대감은 몸을 점점 불려 나가며 계속해서 커져간다.

“1차 시련이 시작하기 전에 큰 파티를 열어야겠구나.”

물론 그전에 혼란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되면 일이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고, 그에 따라 성공률도 높아질 것이다.

“그것보다, 도둑놈들이 누군지 알고 있느냐?”

“CCTV에 찍힌 게 있습니다.”

문제는 유물을 가져간 도둑놈들.

천마는 CCTV에 찍힌 인물들을 확인하고 인상을 찌푸렸다.

‘익숙하군.’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예민한 감각 덕에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그 아이군.”

“예? 누군지 압니까?”

“그래, 계속해서 나를 귀찮게 만드는 그 아이야.”

가면을 쓴 남자 옆에 있는 자는 누군지 몰라도, 가면을 쓴 남자가 강수호라는 것은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뉴욕에서 만난 적이 있었으니까.

“아직 내가 나설 때는 아니겠지?”

“저희 쪽에서 지명수배를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이 아이는 최대한 높게 수배하거라. 이만 들어가겠다.”

“들어가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문을 열어 집으로 들어왔다.

“오늘은 비가 내리군.”

소파에 앉아 비가 내리는 밤하늘을 쳐다봤다.

들판을 돌아다니는 소들.

“풍경 하나는 끝내주는군.”

멍하니 앉아 있다가 2층으로 향했다.

감성에 젖어 있을 시간 따위는 없다. 1초라도 더 쉬기 위해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금방 잠이 들었다.

* * *

“힐.”

“이제 괜찮아졌어요.”

“검으로 긁힌 거 가지고 오바는 안 된다. 제자야.”

“아힐런 스승님 스킬이었습니다만?”

테일런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며 팔짱을 꼈다.

테일런의 힐이 아니었으면, 아마 사활을 걷고 있었을 거다.

“아힐런? 그 무식하게 검 쓰는 놈?”

“아, 예…….”

아힐런이 예전에 쓰던 강타. 검기보다 몇 배나 날카로운 강타는 강수호에게조차 고통스러운 공격이었다.

“주니까 좋아하긴 하더라. 처음 그 검으로 대회를 우승했다고 하던데.”

치료를 마친 테일런이 훈련장 구석에서 웃는 아힐런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린아이처럼 검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기뻐하는 그.

“오오! 진짜 오랜만에 만져보는구나!”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검술 대회에서 첫 우승할 때 얻은 검이라고 하니.

치료를 다 받은 강수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을로 향했다.

“같이 가.”

멜리아도 따라나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곳에는.

“이제 괜찮습니까?”

“그래, 몸은 다 나았구나.”

레이렐과 벤이 함께 있었다.

테일런의 치료를 받은 덕에 없던 팔 한쪽이 재생되어 있었다.

벤의 상태만 살펴보고 막 나가려던 그때.

와락.

“……?”

레이렐이 강수호를 품에 안았다.

“고맙다.”

그 말을 끝으로 레이렐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뭔가를 가르칠 때도 카리스마 넘쳤던 그녀가 처음으로 귀여워 보였다.

‘아, 맞다.’

정신을 차리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중요한 걸 말하기 위해 왔으니까.

“다행히 벤 님은 여기 있어도 될 것 같습니다.”

차원 이동은 다른 누군가와 같이 사용하면 페널티를 받는다.

하지만 샬런이 빠져나가면서 한 자리가 비게 되어 벤이 있어도 된다는 판정이 내려졌다.

‘지금도 멜리아 한 명만 페널티를 주고 있으니까.’

한 명이 빠지면 한 명이 들어와도 괜찮은 듯했다.

또 언제, 누가 나갈지는 모르겠지만…….

“고맙군.”

“제가 감사해야 하죠. 저희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쉬십시오.”

작별 인사를 하고 드디어 마지막 일을 해결할 차례가 다가왔다.

아마 지금쯤이면 반 정신이 나간 상태로 있을 테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포런의 연구실.

“흐하하하! 역시 독이란 매일 새로운 고통을 선사해 주지!”

“…….”

“으어거거거.”

역시나 예상대로 그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곳에 데려다 놓은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역겨운 냄새까지 풍겨댄다.

“테일런 스승님은요?”

“아, 맞다. 깜빡하고 안 불렀네.”

“…….”

더군다나 병을 주고 ‘약’을 줘야 하는데, 병만 주고 있었다. 저러니 이곳에 온 지 하루도 안 돼서 정신이 나갈 수밖에.

“이제 그만하십시오. 진짜 죽겠습니다.”

“오키, 아쉽네. 잘하면 죽일 수 있었는데.”

“……?”

포런 스승님의 말을 무시하고 반쯤 정신 나간 그에게 다가갔다.

“야, 들리냐?”

“어, 어어억?”

“들리나 보네.”

물에 빠진 생쥐가 아니었다. 독에 빠진 생쥐 꼴로 녹초가 된 거한이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암시장에 갈 거라는 걸 누가 알려 준 거야? 들쑤시고 다니긴 했지만, 흔적은 흘리지 않았거든.”

말을 알아들으니 곧장 질문을 던졌다.

잠시 고민하던 거한이 내뱉은 한 마디.

“관부! 5위! 구리고 펠룬로가 해써!”

“간부?”

발음이 어눌해서 정확히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간부가 확실했다.

그것도 5위 간부가 멜리아를 추적했다고 한다.

“5위면…….”

잠시 생각에 빠졌다.

5위 간부라면 그 녀석이다.

“대마법사 아닌가?”

이사벨라, 대마법사.

남의 마나를 뺏어서 쓰는 신기한 재능을 가진 대마법사.

“확실히 이사벨라네. 그 녀석 정도면 우리를 추적하는 게 가능했겠군.”

포런이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리는 강수호를 쳐다본다.

“응? 왜요?”

“내가 써도 되지?”

“아……. 예.”

오랜만에 보는 실험체. 포런에게 이보다 귀한 건 없을 것이다.

“호호!!”

기뻐하는 포런.

그와 반대로…….

“으아악! 사, 샬려준다멤!!”

“빨리 자자, 피곤하네.”

어눌한 발음으로 절망하는 그.

저런 반응에도 포런 스승님은 실험체가 된 그를 죽이지는 않을 거다.

“만독불침으로 만들어 주마!!”

“…….”

극한의 고통이 따르겠지만…….

애써 비명을 무시하고 잠을 자러 갔다.

* * *

[차원 불가 페널티]

내용 : 당신의 마나와 정신력을 사용해 차원 이동이 불가능한 누군가와 함께 차원 이동을 했습니다. 이틀 정도 차원 이동이 불가능한 페널티를 받습니다. 이 페널티는 이틀이 지나면 자동으로 상태창에서 사라집니다.

“예상은 했는데, 조금 불편해졌네.”

허공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

저번보다 두 배의 리스크를 짊어지게 되었지만 그래도 사막에서 고생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게임장으로 가려고?”

“응, 거기가 좀 수상해서. 그리고 이제 한국으로 가야지.”

사막을 함께 걷던 그녀의 물음에 곧바로 답했다.

위험할 수 있으나, 게임장까지는 무조건 가 봐야 했다.

“음…….”

무언가를 고민하는 그녀.

강수호의 눈치를 조금씩 살피더니…….

“나도 한국 갈래.”

“갑자기?”

갑자기 한국에 간다고 선언했다.

“그냥 가고 싶어서.”

“그래, 네 마음이니까.”

강수호와 별 상관은 없었다. 그저 뭔가 마음에 걸릴 뿐.

“도착했네.”

잡담을 나누며 걷다보니 금세 게임장에 도착했다.

200km가 넘었지만, S급 헌터의 텔레포트를 사용하여 거리를 건너뛴 덕분이었다.

“별의별 사람이 모이는 곳 답네.”

도착한 건물 앞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거대한 게임장답게 그 주변에는 아침임에도 반짝이는 가게들이 넘쳐났다.

“게임장은 처음 와 보는데, 은행도 있고, 경찰서도 있어?”

“게임장에 처음 와 본다고?”

“왜?”

“그냥, 부자들은 보통 이런 데 많이 오지 않나?”

게임장을 처음 왔다는 멜리아의 말에 의문이 들었다.

보통 영화에서는 부자들이 이런 곳에 와 돈을 탕진하곤 했으니, 멜리아도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게임은 안 하거든. 누구 인생 망칠 일 있냐?”

“보통 영화에서는 그렇게 하니까, 그냥 한 번 물어봤지.”

의외였다. 세상 전부가 지겹다고 말하는 그녀라면 도박 정도는 할 줄 알았는데.

“의외네?”

“뭘 의외야. 하면 나 손목 잘려.”

“그런데 오늘은 해야겠는데?”

“뭐?”

하지만 오늘은 게임을 해야 할 것이다.

이제 성인도 되었고.

“어서 오십시오, 손님.”

반짝이는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직원이 반겨주었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자 시계와 창문조차 없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말이네.’

인터넷에서만 보던 게임장의 모습. 게임에 집중하기 위한 시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별로네. 역시 이런 류의 게임은 안 하는 게 좋아.”

“나도 여기서 하기는 싫네.”

게임장의 실내는 생각보다 더 어두웠다.

게임하는 테이블에 작은 불이 켜져 있긴 했지만 그렇게 밝지도 않았다.

“진짜 할 거야?”

“그럼, 어쩔 수 없지.”

코인 환전 장소로 향했다.

정말로 게임을 하기 위해서 코인을 바꾸는 게 아니었다.

“나도 하기는 싫은데…….”

고개를 들어 천장 쪽을 확인해 보았다.

게임장 전부를 확인할 수 있는 CCTV.

“우리가 유물을 찾으러 왔다고 밝힐 수는 없잖아.”

귀찮은 일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이왕이면 조용히 가자. 그리고 의심 가는 쪽이 있거든.”

“정말?”

게임하며 유물을 찾는 게 몇 배는 나을 터. 들킬 걱정도 크지 않고.

“그래서 얼마나 뽑을 건데?”

“흠…….”

얼마나 뽑을 거냐는 질문에 잠시 고민했다.

이왕이면 많이. 그것도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으면 좋다.

“1억 달러부터 시작하면 되겠지?”

“뭐? 장난쳐?”

한국 돈으로 1,000억. 인도 돈으로는 더욱 많은 돈일 터.

“장난이긴, 그 정도는 돼야 사람들이 관심을 주지. 여기 관리자도.”

하지만 이 정도는 해야 한다.

돈을 많이 쓰면서 호구처럼 보여야 한다. 그만큼 관리자의 시선이 우리에게 모일 테니까. 낚기 좋은 놈으로.

“돈은 있어?”

“그럼, 그린 드래곤 님.”

말도 안 되는 소원만 아니면, 모든 들어주는 그린 드래곤.

작은 형태로 어깨 위에 나타난 그린 드래곤.

“왜.”

“1억 달러 가능해요?”

“응, 자.”

그린 드래곤은 망설임 없이 1억 달러의 현금을 건네주었다.

짤랑짤랑!!

돈을 넣자 쏟아지는 코인.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코인 환전 기계가 멈췄고, 더 이상 코인이 쏟아지지 않았다.

코인 기계가 멈춘 것을 확인한 직원이 다가와 말했다.

“저기 옆 기계를 이용…….”

“1억 달러 환전 가능해요? 오늘 좀 제대로 놀고 싶은데.”

“…….”

물론 일반 직원이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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