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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130화 (130/225)

제130화

130. 엘프 구출 작전(3)

‘차가운 살덩어리 같은 것들.’

펠론은 왼쪽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인상을 찡그렸다.

유물을 확인하고 천마의 부하를 위해 파티를 준비해야 했다. 그런 중요한 시간을 쓸데없는 침입자 때문에 낭비하게 생겼다.

“어서 죽어라, 시간이 없다.”

마지막 공격이라 생각하고 온 힘을 다해 주먹을 휘둘렀다.

이 주먹 한 방이면 최소 중상이다.

별생각 없이 앞에 있던 남자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원래라면 머리가 터져 형체도 남아 있지 않아야 했지만.

휙.

“느리군……?”

피할 수 없는 공격을 피했다.

힘을 다한 주먹이 빗나갔기 때문에 후유증이 꽤나 컸다.

“힘을 숨겨 두었나?”

“나도 모르겠는데?”

“힘을 숨겨 두었군. 꽤나 귀찮게 됐어…….”

인상을 찡그렸다.

힘을 숨긴 게 분명한 사실.

“제대로 상대해야겠군.”

방금처럼 한 번에 힘을 끌어 올리지 않고 힘을 분배해 계속 유지하며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상태 진화.”

마인이 되면서 한층 더 상승한 재능.

몸이 괴상하게 커지기 시작했다.

“이 재능을 쓰기는 또 오랜만이군.”

가볍게 미소 지었다. 이 정도 힘을 사용한 건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뭉개주지. 달려들어라.”

“흐하하하하!”

펠론과 함께 달려드는 마인들.

“더 귀찮게 됐네…….”

벤과 멜리아를 뒤로 물리고 앞으로 나섰다. 최대한 빨리 끝내야 했다.

“후우, 상태가 좋지 않군.”

벤의 상태도 좋지 않았으니까.

다시 클로버 6 카드를 꺼냈다.

행운으로는 공격을 피하는 게 전부.

‘도박.’

나머지 효과를 사용할 수밖에.

코코를 들고 마인들을 천천히 베어나갔다.

스걱!

“으아악!”

행운 덕분인지 마인들의 공격을 가볍게 흘릴 수 있었지만…….

“죽어라.”

“……!!”

아직 펠론이 남아 있었다.

코앞으로 다가와 주먹을 휘두르는 펠론.

거대한 주먹이 얼굴을 향해 다가와 피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말도 안 되는…….”

행운 덕분에 강철과 같은 주먹이 빗나갔다.

그뿐만 아니라, 도박의 효과로 검을 휘두르자 정확히 펠론의 복부를 베어갔다.

마기와 재능으로 칭칭 둘러싸인 몸이.

촤아악!

“크윽!”

코코의 주변을 둘러싼 검기를 펠론의 몸을 베어냈다.

도박에 성공한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 그의 목을 칠 정도의 행운과 도박은 불가능하다.

-상대의 수준이 높습니다.

상태창의 메시지가 펠론이 자신보다 강함을 알려주고 있었다.

오늘의 목표는 간부의 목을 가져가는 것이 아닌, 생존하는 것이다.

“벤 님!”

“최대한 힘을 사용하겠다.”

뒤에서 쉬고 있던 벤을 불렀다.

아까부터 쉬면서 힘을 모아 거대한 바람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비키거라!”

벤의 목소리와 함께 빠르게 뒤로 물러나자.

콰콰쾅!!

아까와는 격이 다른 풍압.

거대한 풍압이 주변에 몰아치면서 마인들을 밀어냈다.

그 덕분에 틈이 생겼고.

“눈 감아. 음속의 발걸음.”

멜리아 안아 들고 음속의 발걸음을 사용했다.

바람 덕분에 더욱 빠르게 도망칠 수 있었고.

“이런 개 같은!”

그와 반대로 펠론은 옆구리를 붙잡은 채로 비속어를 내뱉었다.

검이 폐를 찌른 탓에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마인들 대부분이 점멸된 상태.

“으아아악!”

괴성을 지르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여기서 쫓아가면 출혈로 사망한다.

“이런 X발.”

“일단 치료를 받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부하의 부축을 받고 이동했다.

아직 마인들 몇몇이 남아 있기에 약간의 희망을 품으며.

* * *

“이제 쫓아오지 않는 것 같군.”

“다행이네요. 유물 한 번 더 사용할 뻔했네.”

헐떡거리는 숨을 진정시키기 위해 모래 바닥에 철퍼덕 앉았다.

달린 지 벌서 두 시간이 지나간 까닭이다.

“허헉, 진짜 힘들어 죽을 뻔했네요.”

“잘못하면 따라 잡힐 뻔했어.”

뒤를 살펴보니 따라온 마인은 없었다. 의심스러운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고.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너무 앞만 보고 달린 것 같구나. 주변에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군.”

주변이 온통 모래밭이라는 거다. 사람 하나 존재하지 않는.

“사막에 온 것 같군요.”

밤에는 춥고, 낮에는 불에 지진 듯 더운 사막.

오래 달려서 그런지 벌써 밤이 되었다.

“일단 오늘은 쉬죠.”

주변을 둘러본 끝에 내린 결론.

이런 사막에서 쉬자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차원 이동.”

강수호는 망설임 없이 차원 이동을 사용했다.

한 명이 더 있어 페널티가 걸리겠지만…….

‘추워 죽는 것보다는 낫겠지.’

사막에서 자는 것보다는 몇백 배는 낫다.

슈아악!

파란빛이 터지자 사막에서 마을로 이동됐고.

“이번에는 내가 이겼다!”

“레, 레이렐?”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X스를 하는 레이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 * *

“펠론 님, 천마 님께서 보낸 부하가 오셨습니다.”

“이런 개 같은…….”

긴장감과 적막함이 도는 곳.

문을 열고 나온 부하의 말에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이렇게 되면 그냥 보내야 한다.’

유물을 모두 뺏겼다. 낡은 검까지도.

유물이 없으니 천마의 부하에게 줄 수도 없는 법.

“네가 전해라. 침입자에게 유물을 뺏겼다고.”

“하지만…….”

“당장!”

“예, 알겠습니다.”

느껴지는 힘에 더 이상 말대꾸할 수 없었다.

고개를 숙이고 나가는 그.

“힘들게 얻은 유물을 고작 하루 만에 뺏기다니.”

책상을 내려쳤다.

그 이상한 카드만 아니었으면, 충분히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놈들이 누군지부터 밝혀야 하는데.”

하지만 지금 카드가 유물인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들이 도대체 누군지, 그것부터 알아내야 한다.

“지금 당장 부하들에게…….”

남은 마인들에게 그들을 알아 오라 지시하려던 그때.

콰직!

“……?”

튼튼한 문에 무언가 부딪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 몸이 굳어졌다. 그조차도 몸이 굳을 정도의 힘이 문밖에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지?”

조심스레 문 쪽으로 다가갔다.

“…….”

하지만 문밖에서는 어떠한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끼이익.

“……!!”

문이 살짝 열리기 시작했다.

긴장한 그가 재빠르게 재능을 발동하기 시작했고.

“누구냐.”

거대해진 몸으로 물었다.

문이 다 열리기 시작했을 때.

“한예림?”

“귀찮게 만드네.”

소동을 일으킨 주인이 누군지 눈치챌 수 있었다.

최고 간부 1위, 한예림. 그가 직접 이곳에 왔다.

상대를 확인한 그가 재능을 풀었다.

“유물은 없다.”

“없다고? 천마 님께 들었을 때는 분명히 두 개가 있다고 들었는데.”

“얼마 전에 침입자에게 뺏겼다.”

그의 대답에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거짓이 아니었으니까.

“귀찮게 만드네.”

“…….”

주변에 가득 채워지는 한예림의 살기에 펠론은 더는 입을 열 수 없었다.

탱커와 암살자는 극에 다른 상성을 보여준다. 그것도 탱커한테 유리한 쪽으로.

하지만 상대는 한예림.

“……미안하다. 상대도 유물을 사용하는 탓에 뺏길 수밖에 없었다.”

단칼에 두꺼운 목을 가볍게 따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하기에 지금으로서는 변명하는 것밖에 없었다.

“변명인 거 알지?”

“…….”

“뭐, 어쩔 수 없지. 그 대신…….”

책상에 피 묻은 단검을 꽂았다.

그녀는 난폭한 살기를 내뿜으며 부하의 잘린 목을 들었다.

“이걸로 만족하면 되겠지? 간부도 부족한데, 내 손으로 줄일 수는 없잖아?”

“…….”

간부들에게도 서열이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높은 서열을 가진 한예림.

펠론은 그녀의 말에 어떠한 대꾸조차 할 수 없었다.

“고맙군.”

“시체는 알아서 정리하고. 아, 그리고 유물 발견하면 말해. 이번에는 뺏기지 말고.”

“…….”

부하의 시체들만 놓고 유유히 사라지는 그녀.

그녀가 사라지자 참았던 숨을 내뱉었다.

“같은 마인이라지만, 정말 격이 다르군.”

그조차 손이 떨리고 있었다.

잠시 멍한 표정으로 부하들의 잘린 머리를 쳐다보던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치워야겠군.”

그녀가 벌인 일을 정리해야 했으니까.

* * *

“레이렐?”

차원 이동을 사용하여 이동한 그들.

마을로 도착한 벤이 X스를 즐기는 레이렐을 불렀다.

“응? 누가 내 이름을…….”

뭔가 익숙한 목소리에 저절로 고개가 돌아갔다.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하고, 그녀를 인지한 순간 컨트롤러를 놓쳤다.

자신을 돌봐주고, 숲의 족장이었던 그녀.

“베, 베, 벤!!”

“오랜만이구나.”

“말도 안 되는…….”

입을 쩍 벌리며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눈앞에서 일어났으니까.

“정말 살아 있었군.”

“정확히 말하면 살아 있는 건 아니지만…….”

멍하니 그녀를 쳐다봤다.

죽은 것 같던 그녀가 자신의 눈앞에 서 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벤이 어째서 여기에…….”

잠시 말을 멈추던 그녀가 예상했다는 듯 말했다.

“벤도 죽어서 여기 온 건가요?”

죽어서 여기 온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눈물을 흘릴 뻔했지만.

“허허, 죽을 뻔하다 살아남았지.”

“살았다고요? 그런데 어떻게 여기를…….”

마을에 있는 모두가 악마에게 죽음을 겪고 왔다.

그녀도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이 친구들 덕에 살아서 올 수 있었지.”

“뉴비…… 아니, 강수호가요?”

“그래.”

벤이 강수호를 가리키자 그 생각은 먼지처럼 사라졌다. 차원 이동을 사용하여 이곳으로 온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정말 다행이네요.”

안심한 그녀가 힘없이 바닥에 앉았다.

몇만 년 전의 숲에 살던 옛 기억이 떠올랐으니까.

“이 친구들 덕에 살 수 있었지. 그런데…….”

그녀가 말을 잇지 못하고 눈을 스르르 감았다.

뭐 때문인지 알아차린 레이렐이 쓰러지는 그녀를 부축했다.

“날 좀 치료해 주게. 힘을 많이 낭비했더니, 몸이 안 좋구나.”

“제가 치료해 드릴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쓰러진 그녀를 부축하고 붉게 물든 팔을 손으로 어루만졌다.

“물의 정령.”

물의 정령을 불러 붉게 물든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던 안색이 생기를 되찾았고.

“…….”

“일단 주무시고 계세요.”

벤은 금방 잠이 들었다.

정령의 친화력이 극에 달한 레일리.

이 정도 치료쯤은 일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테일런까지 붙어 치료를 하고 있으니.

“치료도 끝났으니…….”

모니터 화면을 끈 스승님들.

강수호와 멜리아에게 시선이 집중되더니.

“어떻게 된 일이죠? 자세히 말해야 할 거예요.”

“…….”

레이렐이 선두에 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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