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7화
127. 암시장(3)
“바텐더, 바텐더! 이놈은 또 어디 간 거야?”
식당에서 연신 바텐더를 찾는 남자. 사무실의 덩치가 보낸 부하였다.
‘어디 있는 거야?’
아무리 찾아봐도 바텐더가 보이지 않는다.
‘계약으로 묶여 있어서 도망치지는 못했을 텐데.’
도망치는 건 불가능했다. 여기에서 몇 km만 떨어져도 몸속에 있는 그것이 작동할 테니까.
“바텐더 어디 갔는지 압니까?”
“바텐더라면 저기 2층 계단으로 올라가던데요?”
바에 앉아 있던 주인에게 묻자 곧바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2층 방에 있어서 못 봤던 거다.
“빨리 가서 확인만 해야겠군. 잠이 와 죽을 것 같으니.”
눈이 계속해서 감긴다.
잘 있는지 확인만 하고 식당을 나가려 했다.
쾅쾅!
“야! 나와!”
“…….”
하지만 아무리 방을 두드려도 바텐더가 나오지 않았다. 몇 번을 두드려도 나오지 않아 방문을 억지로 열었다.
“야! 내가 나오라고 했……?”
문을 열고 인상을 쓰며 말하고 있던 그때.
“뭐야?”
방 안에 악취가 진동한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시체.
시체에 코에 손을 대보고 이내 결과를 냈다.
“죽었군.”
암시장의 열쇠가 죽었다.
그것도 안에 심어진 폭탄이 터진 채로.
“알려야겠군.”
시체를 폐기하고 곧장 사무실로 향했다. 누가 이랬는지 대충 예상이 갔으니까.
* * *
“너도 노예 시장 가 봤냐?”
“한 번? 좋은 기억은 없지만.”
도착한 노예 시장.
다양한 고객들이 가면을 쓰고 노예 시장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다.
“좋은 기억이 없다고?”
“그럼, 좋은 기억이 있는 줄 알았어? 여기는 종류별로 노예를 다 팔거든.”
그녀의 말을 들으며 경비병 앞을 지났다.
겉으로만 봐도 뛰어난 실력을 갖춘 경비병들.
‘여기가 제일 경비가 삼엄하네.’
노예 시장이 제일 경비가 삼엄했다. 사람들을 팔고 사는 곳이라 그런 듯하다.
“종류별로?”
“응, 하여튼 여기는 너도 조심해. 별 미친X이 다 있으니까.”
강수호의 실력을 본 그녀라도 조심하라고 말했다.
이전의 암시장과는 질을 달리하는 곳.
‘마인도 있으니 조심은 해야겠지.’
긴장감을 가지고 암시장 깊숙이 이동했다.
“싸요, 싸! 평생 짐을 데리고 다니는 60kg 남성을 100달러에 팝니다!”
“아름다운 부인을 원하시는 분은 저희 상점으로 오십시오!”
안으로 이동하자 다양한 종류의 노예를 팔고 있었다.
짐을 들어주는 평범한 노예부터 시작해서 돈을 주고 부인을 사는 상점까지.
“혹시 건강한 아이가 필요하지 않나요?”
“예?”
걷고 있던 도중 그들을 발견한 한 노예상.
뭔 개 같은 소리인가 싶었다. 하지만 뒷말에 그가 자신들에게 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부부 아니십니까?”
“……아닙니다.”
“아, 죄송합니다.”
부부라 착각한 것.
고개를 숙이며 사라지는 노예상.
“진짜 무섭네.”
부부라고 물은 건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노예상이 자신들에게 건넨 아기가 문제였다.
“신생아였지?”
“그래, 몇 개월도 안 된 신생아.”
갓 태어난 아기.
깊숙이 들어가기 무서울 정도였다.
“안으로 더 들어갈 거야?”
“잠시만, 여기 근처 노예들은 다 살펴봐야 할 것 같아.”
안으로 더 들어가기 전에 노예부터 살펴보기로 했다. 노예한테 유물을 숨겼을 수도 있었으니까.
“저기부터 들어가자.”
“오케이, 내 옆에 딱 붙어. 여기는 나도 무서워서 한 번도 안 들어와 봤으니까.”
떨리는 몸으로 멜리아가 강수호의 옆에 붙는다.
노예를 관리하는 만큼 무서운 곳이기에 서로 딱 붙은 채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대장! 대장!”
“커어어어…….”
코를 골며 침대에서 자는 그를 부하가 거칠게 깨웠다. 원래 같으면 깰 때까지 기다리겠지만, 지금 그럴 시간이 없다.
“으음? 무슨 일이야? 큰일 아니면 되도록 깨우지 말라고 했을 텐데?”
인상을 찌푸리며 침대에서 일어나는 그. 부하의 다급한 말에 일단 화 내지 않고 들어주기로 했다.
깨어난 그를 향해 다가가는 부하.
“큰일 났습니다, 펠론 님!”
“뭔데 또.”
“암시장 입구 열쇠가 죽었습니다.”
“죽어?”
열쇠가 죽었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잠시 멍하니 있던 그가 아티펙트를 꺼내 살펴본다.
‘진짜 죽었잖아?’
그리고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안에 심어 두었던 작은 폭탄이 터져 죽었다.
‘이번에 쓸 만해서 새로 들어온 쌍둥이까지?’
더군다나 이번에 영입한 쌍둥이까지 죽어 버렸다. 한 명은 위치도 제대로 안 잡히고.
“누구야?”
아티펙트를 놓은 그가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잘못하면 큰일로 번질 수 있었다.
“유물을 찾고 있던 놈들입니다.”
“암시장 들어온 놈들? 죽이라고 했잖아?”
“두 명밖에 없어서 충분히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멍청한 놈.”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부하.
더 이상 말을 들을 필요도 없었다.
“그놈들은 어디 갔지? 내가 움직이겠다.”
“그게…….”
“……?”
손을 떨며 말을 흘리는 부하.
그에 펠론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가면을 쓰고 있어 아무리 CCTV를 뒤져도 위치를 찾을 수 없습니다.”
“들어올 때 주던 거?”
“…….”
이곳 암시장만의 컨셉이 오히려 그들에게 독이 되었다.
암시장 전체를 다 뒤져 볼 수밖에 없는 상황.
“유물 하나를 빌려줄 테니, 빨리 찾아라.”
“예, 죄송합니다.”
“위험한 일이 있으면 이 유물을 사용하고.”
낡은 검을 주었다.
그에 놀라는 부하.
“이, 이걸 저에게 주셔도 되겠습니까?”
“빨리 찾기나 해라. 찢어 죽여 버리기 전에.”
“……예.”
현재 상황은 부하에게 유물을 건네줄 만큼 심각했다.
부하를 찢어 죽일 수 있을 정도의 살기가 뿌려졌다.
“애들 뿌려서 찾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안에 모든 일을 끝내라. 천마 님의 부하가 유물을 가지고 갈 거다.”
“옙!”
펠론이 다시 침대에 누웠다.
자신은 부하들이 그들을 찾으면 움직일 거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 펠론이 깊은 잠을 청했다.
* * *
‘진짜 심각하네.’
노예 시장을 둘러볼수록 인상이 찡그려지고 있었다.
동물처럼 철창에 갇힌 사람들. 하지만 사람들뿐만이 아니었다.
“여기 인간 말고 다른 종족도 팝니다! 드워프부터 시작해서 엘프까지! 다양한 종족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철창에 갇힌 여러 종족.
정말 우연히 던전을 통해 넘어오는 종족들인데, 그런 종족들을 들여 노예로 만드는 거다.
“그런데 유물은 찾았어?”
“아직은 내 눈에 안 보여. 더 안으로 들어가야지.”
다시 시선을 돌려 유물을 찾기 위해 집중했다.
반 정도 들어갔지만,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더 깊숙이 들어가야 해.”
노예 시장 안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갔다.
점점 깊숙이 들어갈수록 으슥해지는 공간. 사람도 적어지고 노예 가게도 적어지자…….
“어서 오세요! 전투 노예 팝니다!”
“음? 저건 또 뭐야? 올 때도 저거 있었어?”
“아니, 여기까지는 안 들어가 봐서…….”
마지막 노예 상점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유일하게 불을 켜고 운영하는 노예 상점. 근처로 다가가자 상점 주인으로 보이는 이가 다가왔다.
“전투 노예 사시려고요?”
“둘러볼 수 있나?”
“아이고, 그럼요! 이쪽으로 오십시오!”
단 한 번의 생각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 행동에 옆에 있던 그녀가 깜짝 놀란다.
“이렇게 가도 되는 거야?”
“어, 뭔가 느낌이 왔거든.”
처음 건틀릿을 봤을 때랑 같은 느낌이 이곳에서 느껴졌다.
전투 노예를 취급하는 곳이라 위험하겠지만, 촉이 말하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오라고.
“들어오십시오. 노예들은 항상 준비되어 있습니다.”
낡은 커튼을 지나쳐 상점 안으로 들어오자 보이는 노예들.
“종족이 몇 가지가 있지?”
“대략 다섯 종족이 넘어갑니다. 엘프, 다크 엘프부터 시작해서 켄타우루스까지. 다양한 종족이 있습니다!”
지금껏 본 노예 상점 중에 가장 다양한 종족이 존재하는 상점.
‘여기서 찾을 수 있겠네.’
상점 주인을 따라 천천히 둘러보았다.
철창에 갇힌 다양한 종족들.
‘강하네.’
겉으로만 봐도 철창에 갇힌 모두가 강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것들은 우리가 어떻게 조종할 수 있지?”
여기 오면서부터 궁금했던 걸 물었다.
이런 강한 노예들을 길들이기 위해 분명히 뭔가 필요할 것이다.
“아! 그거라면 여기 있습니다.”
“……이게 뭐지?”
강수호의 물음에 가져오는 팔찌와 발찌.
눈에 힘을 주었다.
옛날 훈련 할 때가 생각이 난다.
‘익숙한데…….’
팔찌와 발찌에서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으니까.
해맑게 채워주던 스승님의 미소가 기억난다.
“아, 잘못 꺼냈군요. 이겁니다.”
“……?”
팔찌와 발찌를 주인이 다시 팔찌와 발찌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아까와 다른 팔찌와 발찌를 꺼냈다.
“이걸로 전투 노예들을 제어합니다.”
“……아, 그렇군.”
아까와는 전혀 다른 것이 느껴졌다.
더럽고 가까이 가기 싫은 마기의 기운.
“잠시 우리 둘이서 살펴보도록 하지.”
“예! 전부 움직이지 못하니 걱정하지 마시고 천천히 둘러보십시오!”
“그러지”
“원하시는 게 있으시면 저한테 오시고요!”
노예 상점 주인을 떼어 놓았다.
빠르게 사라지는 상점 주인.
그가 사라진 걸 확인한 강수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찾았어.”
“어? 찾았다고?”
찾았다는 말에 눈썹을 위로 올리는 그녀. 예민한 감각을 가진 그녀도 눈치채지 못했으니까.
“저 팔찌랑 발찌야, 할튼 스승님 거 같은데.”
확실했다. 저 낡은 팔찌와 발찌에서 정확히 할튼 스승님의 힘이 느껴지고 있었으니까.
“진짜?”
“응, 일단 조금 더 둘러보자. 여기 뭔가 수상해.”
일단 주변을 조금 더 둘러보기 위해 안으로 들어갔다.
점점 더 안으로 들어갈수록 보이는 전투 노예들.
“쓰레기 같은 인간.”
“다 죽을 거다. 다 죽여 줄 거다. 산채로 끓는 물에 넣어…….”
“…….”
다양한 종족들의 증오가 담겨 있었다. 지금 당장 그들을 풀어내고 싶을 정도로.
‘아직 힘이 없어서 안 되겠지만.’
물론 아직은 불가능하다. 조금 더 힘을 쌓으면 가능하겠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조금만 더 들어가 보고 없으면 나오자.”
10분 정도 더 들어가자 막다른 길에 도착했다.
“없는 것 같네.”
더 이상 보이는 것들이 없어 뒤돌아 상점 주인에게 가려는데…….
“거기 멈춰 보시게나.”
“……?”
철창 속의 누군가 그들을 불러 세웠다.
노예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할 행동.
멈춰서 철장을 향해 고개를 돌려 물었다.
“누구십니까?”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하기 위해 철창 가까이 다가가자.
“아, 아니었군. 착각이었네. 미안하구나.”
“……?”
팔 하나가 없는 아름다운 엘프가 허무한 눈빛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익숙했다.
‘누구랑 많이 닮았는데…….’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다. 지구에서가 아닌, 스승님들의 마을에서.
“흠…….”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에 빠졌다.
확실히 누군가를 닮았다. 엘프 중에서도 상위권에 들 만큼 아름다운 미모.
“혹시…….”
정말 혹시 몰라 물었다.
그녀와 똑 닮았으니까.
“레이렐 할머니 아세요?”
“……!!”
‘레이렐’이란 이름에 눈동자를 크게 뜨는 엘프.
마을의 유일한 엘프를 아는 것이 확실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