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6화
126. 암시장(2)
“죽이기 전에 한 가지만 묻자. 우리가 유물 찾는 건 어떻게 알았냐?”
코코를 들어 올리는 것과 동시에 물었다.
멜리아가 상당한 돈을 들여 유출을 막아 놨을 터. 그럼에도 들켰다는 건 한 가지 이유밖에 없었다.
‘돈보다 거대한 세력이 찾아냈다는 건데…….’
돈보다 강한 힘.
사람을 써서 죽이려고까지 했으니 그이가 누군지 궁금할 수밖에.
“죽이기 전? 크하하하! 내 도끼로 널 찢을 건데, 내가 죽여야지!”
다시 도끼를 회수한 거구가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지금 당장 도망쳐도 모자랄 판에 도발이나 하다니.
“정말 멍청한 놈이 따로 없구나!”
다시 한번 달려드는 거구 둘.
도끼 하나에 거대한 힘이 담겨 있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위험은 하겠네.’
거구 하나하나가 급이 높은 헌터들. 하지만 충분히 상대할 만한 놈들이다.
“코코.”
“예! 주인님!”
점점 노예화되는 코코가 날에 힘을 불어넣었다.
전보다 더 날카로워지고, 단단해진 ‘급이 다른 강타’.
“검기군! 하지만 그딴 검기 따위 내 검기에 비하면은!!”
거구 두 명은 방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힘을 끝까지 사용해 도끼를 휘둘렀다.
코코와 도끼가 부딪쳐 ‘깡!’ 소리가 날거라 예상했지만…….
스걱!
“……!!”
도끼가 깔끔하게 베어진다.
검을 휘둘렀던 강수호조차 놀랄 정도로 깔끔하게.
“주인님! 저도 강해지고 있다고요!”
어찌 보면 깔끔하게 베인 것이 당연한 이야기였다.
등급이 고정되어 나오는 검과 다르게 한계가 없는 에고 소드. 강수호가 강해지는 것과 비슷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음속의 발걸음.”
MAX로 찍힌 음속의 발걸음을 사용했다.
그에 잔상만 남고 사라진 강수호.
“이게 무슨……!”
“집중해! 강한 놈이다!”
거한들은 무기를 잃었음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단검을 꺼내 수호의 위치를 찾아 달려들었다.
‘몸에 비해 빠르네.’
거대한 몸에 비해 달려오는 속도가 빨랐다.
물론 몸집에 비해 빠를 뿐, 감탄할 만한 속도는 아니었다.
“무식하게 힘만 센 놈들이 무슨. 풉.”
고작 이런 놈들이 자신을 무시한다니 비웃음이 흘러나왔다.
그 비웃음이 발판이 되어 악을 쓰며 달려드는 거한들이지만.
“기본조차 안 되어 있네.”
단검을 든 손목을 잡아 비틀어 뒤로 꺾었다.
우두둑.
“끄아아악!”
“A급 헌터보다 못한 놈들이네.”
힘만 빼면 A급 헌터 이하들. 그의 손목이 힘없이 흔들거린다.
빼앗은 단검으로 오른쪽 다리의 힘줄을 잘랐다.
“끄아아악! X발!”
괴성을 지르며 욕설을 내뱉는 거한.
힘을 잃은 거한을 뒤로, 남은 한 명에게 시선을 돌리자.
“흐흐, 지금 당장 그 검을 놓아라. 이 여자를 죽이기 싫으면.”
“치사한 놈이네. 언제는 상남자식 대결을 원했으면서.”
“내가 언제!!”
인질로 잡은 멜리아의 목에 단검을 댄 채로 협박하는 그.
하지만 인질 대상을 잘못 골랐다.
“검 놓고 꺼져. 그렇다면 이 여자를 보내 줄…….”
“인질을 잘못 고른 것 같은데?”
“……?”
그녀의 손에 들린 전기충격기.
겉으로만 보면 그저 그런 호신용 전기충격기처럼 생겼지만.
“그딴 거로 나를…….”
“뭔 개소리야? 클론 할아버지가 직접 만들어 준 건데.”
파지직!!
“끄아아악!”
고통에 몸부림치는 거한.
강수호가 그녀를 혼자 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호신용 무기 줬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니.’
클론 아저씨가 요즘 들어 시험 삼아 만들고 있는 일회용 호신용 무기. 효과 하나는 확실했다.
몸 전체가 까맣게 타올라 쓰러진 남자.
‘불쌍하네.’
시험 대상이 돼서 참 불쌍하다.
들은 이야기로는 전기를 만들기 위해 세린 스승님의 마나를 사용했다고 들었는데.
“자, 잠시만! 살려줘! 우리는 그저 시킨 대로 한 것뿐이야!”
“누가 시켰는데?”
몸을 떨며 벽에 몸을 붙이는 그. 머리를 조아린 채 살려달라 애원하고 있었다. 살기가 가득 담긴 말투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알아볼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좋은 생각이 났으니까.
“살려 줄까?”
“예, 예! 홀아버지를 모시고 있습니다!!”
잠시 출구를 살피던 강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살려는 줄게. 그 대신 내가 묻는 질문에 대답 좀 해 줘.”
“예?”
적은 바보가 아니다.
질문에 대답한 후엔 자신의 머리는 목에 붙어 있지 않을 것이다.
“정말입니까?”
“그럼~ 정말이지. 아니면 그냥 고통스럽게…….”
말을 잇던 강수호가 고개를 저었다.
굳이 귀찮게 고문할 필요 없었다.
“잠시만.”
“또 어디 가게?”
“이놈 스승님한테 데려다주게.”
“와, 미친X.”
“……?”
멜리아는 차원 이동해서 사라지는 강수호를 미친X 취급했다. 그의 스승님이 어떤 사람인지 겪어 봐서 잘 알고 있었으니까.
‘정신병 하나 가지고 오겠네.’
못해도 정신병 하나는 가지고 돌아올 거다. 아니면 그곳에서 죽든가.
* * *
슈아아악!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한번 파란빛이 내뿜어 졌다.
“나 왔다.”
“그놈은?”
“스승님들이 알아서 말하게 해 놓는대.”
“그럼, 일단은…….”
거구들은 해치웠으니 이제 암시장으로 들어가면 된다. 하지만 아무 준비 없이 들어가기에는 경비가 너무 삼엄했다.
“그놈부터 족치고 가야지.”
“오케이.”
암시장 입구를 알고 있다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었다.
그 남자의 인기척이 느껴지는 방으로 왔다.
쾅!
“누, 누구야?!”
놀라 소리치는 바텐더.
해맑게 웃은 강수호가 전기충격기로 그를 지지기 시작했다.
* * *
“…….”
“사, 살려줘. 그만…… 이제 그만!! 제발 그…… 아아악!!”
파지직!
일회용 전기충격기로 열 번을 더 지지자 눈이 뒤집히려 한다.
“화력을 약하게 하니까 고문도 되네.”
아무리 전기충격기를 지져도 도통 입을 열지 않았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커, 커헉!!”
“죽었는데?”
입을 열지 못했다.
말하지 못하도록 몸 안에 뭔가를 심은 것 같았으니까.
“스승님한테 데려다줄 걸 그랬네.”
아쉬움을 뒤로 가면을 썼다.
“딱 봐도 위험할 것 같은데, 가도 되는 거 맞지?”
“유물이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아서.”
멜리아는 암시장 안으로 들어가는 걸 꺼리는 눈치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마인놈들이 뭔 일을 일으키는지 모르겠지만, 되도록 빨리 힌트를 찾아야 해.’
스승님들을 꺼낼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 암시장에는 그 힌트가 있을 수도 있었다.
“혹시 몰라서 스승님한테 카드도 받아 왔거든.”
더군다나 라임에게서 행운의 카드를 받아 왔다.
[낡은 클로버 6(3차 봉인)]
제한 레벨 : 없음
충전 시간 : 0시 - 0분 - 0초
효과 : 행운, 도박
아쉽게도 건틀릿은 노인에게 있는 상황.
“카지노에 쓸 거긴 한데, 여기서도 쓸 수 있거든. 일단 들어가자.”
얼굴을 전부 가리는 가면을 쓰고 암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 * *
“뭐야? 이놈들 왜 연락이 없어? 아는 거 있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식당 가서 알아볼까요?”
“그래, 한 번 가 봐.”
샛노란 불빛으로 밝은 사무실.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있던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급스러운 침대에 누웠다.
“더럽게 피곤하네.”
요즘 일 때문에 얼마나 피곤한지 모르겠다.
새롭게 탄생한 몸 덕분에 재생 효과는 뛰어나도.
“하암~ 잠 와.”
잠 오는 건 쉽게 견딜 수 없었다.
휴대폰을 잠시 보다가 빠르게 잠이 들려던 그때.
띠리링!
“으, 음? 잠 와 죽겠는데, 누구야.”
휴대폰에서 울리는 벨 소리.
누군가 싶어 전화를 받았다.
“예, 전화 받았습니다.”
-나다.
“…….”
중저음 보이스. 간단하게 자신을 밝히는 말투.
“아, 천마 님?”
-참 빨리도 알아보는군.
“죄송합니다! 흐흐, 어제 일을 너무 열심히 해서 자다가 일어났거든요!”
천마였다. 휴대폰의 번호는 불확실했지만, 천마가 확실했다.
곧이어 천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유물을 찾은 놈들은 잘 제거되고 있나?
“예!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천마 님께서 원하신 대로 모두 쓱싹하고 있습니다!”
-그렇군.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며 한껏 웃는 그.
예전부터 그를 신용해 왔기 때문에 그 이상의 말은 덧붙이지 않았다. 필요가 없었으니까.
-믿도록 하지. 찾은 유물은 있나?
“예, 그럼요! 두 개 정도는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오호, 두 개나?
두 개라는 말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유물을 한 개라도 찾으면 상을 주려고 했었으니까.
-많이 찾았군.
“감사합니다! 모두 천마 님이 처음부터 절 알아봐 주신 덕분이죠!”
-그래, 1차 시련 때 유용하게 사용될 테니까.
두 개나 찾았으니 기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당장 쓸 건 아니지만, 1차 시련 때 유용하게 쓰일 테니까.
-내일 부하를 보내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들어가십시오!”
-수고해라.
수고하라는 천마의 말이 끝나자마자 전화가 끊겼다.
“에이, 잠 다 깼네.”
갑작스레 울린 전화벨, 그 전화의 주인이 천마이기 때문에 잠이 다 깨 버렸다.
어쩔 수 없이 정신을 차리고 먹지 못한 점심을 먹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배도 고프니까…….”
거대한 몸을 일으켜 잠시 침대에 앉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갔다.
배를 채워 줄 식당을 찾기 위함.
“여기가 맛있다고 하던데.”
몇 분 걷자 맛있다고 소문난 식당에 도착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낡고 허름한 식당이었지만, 이 암시장에서 꽤나 인기 있다고 한다.
“여기 커리 하나!”
“예!”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 하나를 주문했다.
점심을 먹고 나른해지면 다시 잘 생각을 했다. 유물을 찾으려 했던 놈들도 대충은 처리됐을 것이고.
“음식 나왔습니다.”
“먹어 볼까~”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 커리. 서비스로 받은 난까지 맛있게 먹고 식당에서 나왔다.
“이제 됐어?”
“응, 나갔다.”
식당 구석진 곳에서 몰래 숨어 있던 그들이 인기척을 냈다.
“마인이 왜 저기 있어?”
“모르지. 여기 암시장이 많이 수상하다는 건 확실해졌네.”
감각에 예민한 이가 아니라면 느끼지 못하는 소량의 마기가 덩치 큰 남자에게서 느껴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 어디로 갈 건데?”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던 그녀가 물었다.
암시장에 왔으니 주변을 뒤져봐야 했다.
하지만 암시장 주변에 마인 몇몇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것도 꽤나 강한 마인들이.
“어떻게 할 건데?”
“조심해서 다녀야지. 어차피 신분을 감추고 들어온 곳이니까.”
하지만 얼마 안 가 들킬 것이다.
암시장에 들어 왔을 때, 자신들보다 더 빠르게 바 안으로 들어간 사람이 있기 때문에.
“조심히, 되도록 빠르게. 여기에 촉이 왔어.”
“아직 죽기에는 너무 젊은 나이인데…….”
리스크도 큰 만큼 이득도 크다.
이곳에 원하던 유물이 있는 건 확실했다. 유물을 찾고 있다는 이유로 죽이려고 했으니.
“일어서자.”
“벌써? 여기 맛집인데…….”
“저기 노예 상점부터 가 보자. 이런 곳에 숨겨 놓았을 수도 있거든.”
음식값을 지불하고 나왔다.
되도록 빠르게 모든 곳을 뒤져 볼 예정이다. 어디에다 숨겨 놓았을지 모르니까.
“네 능력만 아니었으면 그냥 떼 놓고 오는 건데.”
“능력 없어도 쓸 만하거든!”
“아, 예.”
그녀의 예민한 마기 반응만 아니었으면 데려오지도 않았을 거다. 귀찮기만 할 테니까.
한숨을 내쉰 강수호가 노예 시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