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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125화 (125/225)

제125화

125. 암시장(1)

“뭐야? 어떻게 살아 있는 거야?”

멜리아가 강수호를 귀신 보듯 쳐다봤다.

“신기해요?”

“당연히 신기하지…….”

여기저기 고깃덩어리가 된 채로 널브러진 빈민가 사람들. 그런 곳에서 살아남았다는 걸 쉽게 믿을 수 없었으니까.

“울어요?”

눈물을 글썽인다.

강수호는 스승님 덕분에 이런 상황이 익숙해졌다. 마인, 시체보다 스승님들이 몇 배는 더 무섭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돈이란 방벽으로 보호받아 온 재벌녀.

“몰라, 저리 꺼져.”

다가오려던 강수호를 밀쳤다.

자기 사람들이 이렇게 될지는 몰랐을 거다. 이제껏 모든 건 돈으로 해결 가능했으니까.

“그래도 할아버지께서 살아계셔서 다행이긴 하네요.”

그나마 다행인 점은 할아버지만큼은 구해 냈다는 점이다.

물론 생명은 모두 소중한 법. 그들이 죽는 건 안타까웠지만, 추모할 시간조차 없었다.

“누가 그런 거야? 내가 지금 당장 그놈의 목을…….”

“진정하십시오. 우리가 다 덤벼도 상대하지 못할 놈입니다.”

흥분한 그녀를 진정시켰다.

세계의 90% 일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이번 일은 돈으로 해결 가능한 선이 아니었다.

“클로운이 이곳에 직접 왔더군요.”

“간부 3위가 직접 왔다고?”

“아, 최용두 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차에서 내려 묻는 최용두.

이런 빈민가에 마인 간부 3위가 오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살인을 저지르더라도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보통 마인이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는 첫째가 흥미다.

‘간부 중에 가장 미친X.’

클로운이 이곳에 온 이유는 두 가지로 나뉜다.

심심함에 살인을 저지르기 위함.

아니면.

“유물을 뺏겼나 보군.”

“예, 멜리아 님께서 찾아주셨던 반지가 뺏겼습니다. 그래서 그 주인이…….”

“할아버지?”

유물을 가져가기 위해 이곳에 왔다는 것.

그전에 강수호가 노인의 말을 적절히 끊었다.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아하, 미안하네. 늙어서 그런지 자주 깜빡하군.”

스승님에 대한 건 비밀.

노인이 비밀을 알았다는 것은 찝찝했지만, 그 정도는 지켜 줄 수 있다 생각했다.

“노인이 자네 스승님을 만나 뵈었다고!?”

그걸 또 들었는지 최용두가 강수호에게 바짝 붙었다.

헌터 등급이 높을수록 강함에 집착한다고 하던데, 최용두는 특히 집착이 더 심했다.

“치료해 주시고 바로 떠나셔서 만나지는 못할 겁니다. 워낙 멀리서 사셔서.”

“흠흠. 아쉽군.”

강수호의 단호한 말에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

깔끔하게 포기하고, 현장을 살펴봤다.

“심각하군. 마기부터 시작해서…….”

말로 담을 수 정도로 끔찍한 장면이었다.

베테랑 헌터들조차 동공이 떨릴 만한 장면.

“이번 사태는 우리만으로 해결하지 못할 것 같군.”

최용두가 쓸쓸한 눈빛으로 빈민가 주변을 둘러봤다.

어느새 인도 헌터들이 다가와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저희는 이만 가 보는 게 좋겠습니다.”

그들은 한국의 헌터다. 인도의 헌터들에게 방해만 될 뿐일 거다.

뭐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이유를 알기 위해.

“저기…….”

다가오는 인도 헌터들.

자신보다 강한 기운이 느껴져 헌터라는 걸 직감한 탓이다.

“마침 잘 오셨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

스승님의 마법 덕분에 통역이 가능해진 강수호가 손을 내밀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 * *

“더 이상은 없는가 보네.”

“내가 다 뒤져 봤다니까 그러네. 그냥 쉬기나 하자.”

“조금만 더 찾아보자, 발견할 수도 있으니까.”

인도의 경매장과 다양한 암시장들이 적힌 메모지.

그들이 말하는 유물을 찾기 위해 약 일주일 정도 찾아다녔지만.

“여기도 꽝이네.”

마지막으로 향한 경매장 또한 꽝이었다.

“뭐 느껴지는 거 없어?”

“어, 마을에서 보던 것들보다 못한 아이템밖에 없어.”

“내가 말했잖아. 인도 경매장은 1년에 한 번씩 와야 한다니까?”

혹시 몰라 경매장을 전부 다녔지만, 이득이 없었다.

인도 경매장은 1년 동안 나오는 물건이 정해져 있었다.

내년에 다시 오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보면 다를 줄 알았는데.’

기대를 품어서 그런지 아쉬움이 컸다.

스승님들에게 훈련받은 자신이 있으면 조금은 다를 줄 알았는데.

“아쉽네.”

“그래도 얻은 건 있잖아!”

“어휴…….”

반말로 바뀐 말투로 잔뜩 한숨을 내쉬었다.

얻은 건 있었다. 물론 그녀에게만.

“어때? 이건 쓸 만해 보이지 않아? 약초라고 하는데,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모르지만…….”

“그거 잘못 쓰면 독 된다. 분명히 내가 말했는데.”

경매자의 말만 믿고 산 다양한 약초들.

경매자의 말대로 잘만 쓰면 엄청난 약이 되지만.

‘저걸 약으로 만들 수 있는 연금술사가 아직 없잖아?’

지구에는 저 약초를 ‘약’으로 만들 연금술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만큼 고난도의 약초.

“괜찮아! 레릴 아줌마가 계시잖아!”

“…….”

그건 레릴 아줌마가 없을 때의 이야기다.

그녀는 뛰어난 연금술사인 레릴을 믿고 고민하지 않고 산 것.

“괜찮지?”

“그래, 레릴 아줌마가 허락만 하신다면야…….”

큰 상관은 없었다. 그녀 정도면 쉽게 제조할 수 있을 테니까. 마을에 없는 약초도 있어 연구에도 도움이 될 테고.

“일단 마지막 암시장까지 가자. 혹시 있을 수도 있으니까. 이쪽까지 끝나면 곧바로 카지노도 가 보고.”

“거참, 거기까지 다 뒤졌다니까 그러네.”

하지만 강수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이 놓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로 가자. 꽤나 머네.”

경매장과 거리가 먼 암시장.

100km가 넘는 거리를 걸어서 갈 수는 없었다.

“기사 아저씨, 우리가 갔던 암시장, 다시 가줘.”

“알겠습니다, 아가씨.”

유일한 동행인인 운전기사와 함께 마지막 암시장으로 이동했다.

* * *

“일단 밥부터 먹자.”

“드디어!!”

암시장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밥부터 먹기로 했다.

경매장을 뒤져 보기 전에도 바쁜 관계로 아침밥은 먹지 않았다.

길거리 음식도 안 된다고 하니…….

“뭐 먹을래?”

“나는…… 탄두리 치킨에다가 차이랑 비르야니!”

“뭐, 저도 그렇게 주십시오.”

꽤나 고급스러운 식당에 도착하여 음식들을 시켰다.

인도에서 많이 보는 탄두리 치킨부터 시작해서, 인도의 밀크티와 볶음밥.

“잘 먹겠습니다!”

해맑게 웃으며 음식을 쓸어 담는 그녀. 배가 고프다고 난리를 치더니, 맛있게도 잘 먹는다.

“나도 좀 먹자.”

포크를 들어 탄두리 치킨을 입에 넣었다.

생각하던 맛과 다른 치킨의 맛.

“맛있긴 한데, 인도는 향신료가 너무 쌔네.”

“나도 처음에는 적응 못 했는데, 먹다 보면 괜찮아져!”

그래도 맛있긴 하다. 향신료가 진하긴 하지만.

시간 가는지도 모르고 접시를 비워 냈다.

“진짜 배부르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이제 암시장 가자.”

“오케이.”

배가 차자 쉬는 시간 없이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이 원하는 유물을 찾기 위함.

스승님들의 힘에 익숙해졌기에 보는 눈이 다를 수도 있었다.

그녀와 함께 암시장으로 향했다.

“저번처럼 다 뒤져 볼 거지?”

“어, 놓치는 거 하나 없이 다 뒤져 볼 거야.”

“그럼 나만 따라와.”

암시장의 길은 훤하다. 1년에 한 번은 다니는 곳이니 길 잃을 걱정은 없었다.

그녀의 말을 따라 암시장 입구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식당이네? 저번에는 개방되어 있더니만.”

“이번 암시장은 좀 위험하거든. 노예 알지? 그런 것도 팔고 그래.”

“노예?”

노예를 판다는 말에 인상을 찡그렸다.

인도에는 아직도 카스트 제도라는 신분제가 남아 있어 사람을 나누고 있었다.

왕족과 노예가 유일하게 존재하는 인도.

“노예 정도는 기본이지, 한국에서 일으키는 단체 범죄는 기본이고, 사람까지 죽여주는 곳인데.”

그만큼 위험한 곳.

전에 가 봤던 암시장보다 몇 배는 위험한 장소다.

“걱정할 필요가 있나?”

“아니, 그냥. 세상 사는 일은 혹시 모르는 거잖아.”

물론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강수호가 여기 있기에.

“처음에 나를 무시했던 게 누구더라?”

“흠흠, 이제 안 무시하니까 빨리 가기나 하지?”

멜리아는 뻘쭘한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바텐더를 가리켰다.

암시장은 직접 입구로 들어가는 것과 다르게 바텐더에게 말해야 들어갈 수 있었다.

아는 사람들만 아는 패스워드.

“‘위스키 한 잔, 따뜻하게 100mL.’ 맞아?”

“어! 정확해. 저 바텐더한테 가서 말하면 돼.”

그녀의 말에 따라 바텐더 앞에 앉았다.

“뭐 드릴까요?”

의자에 앉자 웃으며 질문하는 바텐더.

위스키병을 가리킨 강수호가 말했다.

“위스키 한 잔 주십시오. 따뜻하게 100mL로.”

“…….”

올라간 입꼬리가 서서히 내려간다.

손님을 대할 때와는 전혀 다른 태도였지만, 곧 있으면 바뀔 거라 생각했다.

‘빨리 살펴봐야겠네. 암시장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저녁 되겠어.’

유물이 없으면 어떻게 할지 생각하고 있자…….

“하하, 중요한 손님분들이시군요? 저를 따라오십시오.”

“아, 예. 가자.”

“오케이!”

바텐더가 다시 웃으며 그들을 안내했다.

사람들이 없는 조용한 방으로 이동했다.

아무도 없는지 정확히 확인하고 나서야.

“이것부터 받으십시오.”

“아, 예.”

두 개의 가면을 건네주었다.

신분을 가리기 위해 사용하는 간단한 아이템.

‘얼굴을 다 가릴 수 있게 해 놨네?’

가면엔 꽤나 뛰어난 마법이 걸려 있었다.

가면의 마법에 감탄하며 열린 비밀 문으로 들어가려 하자…….

“아,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바텐더가 그들을 멈춰 세웠다.

뭔 상황인가 싶어 그 자리에 멈춰서 그를 바라보자…….

“이놈이야?”

“아, 예. 알아서 처리할 수 있죠?”

“당연하지. S급 랭커가 아니면 충분히 가능하지.”

“……?”

거대한 도끼를 든 두 명의 사내가 강수호 앞에 나타났다.

‘뭔 상황이야?’

인상을 구기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암시장에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웬 거구들이 그들을 막아섰으니까.

“잘못 말했어?”

“제대로 말했는데? 패스워드가 잘못된 거 아니야?”

“아닌데, 이게 맞는데.”

말하는 데 틀린 건 없었다. 문자 하나하나 멜리아가 알려 준 그대로 말했으니까.

“패스워드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그녀가 알려준 패스워드에 문제가 있는 거다.

“저놈들 뭐라는 거냐?”

“흐흐, 패스워드가 잘못됐다는데?”

“하하하하! 패스워드가 잘못됐다고?”

패스워드가 잘못됐다는 말에 웃음을 터트리는 그들.

처음에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패스워드는 제대로 됐어. 너희가 온 게 문제지.”

“……?”

패스워드는 제대로 맞았는데, 자신들이 암시장에 온 게 문제라고 한다.

“유물 찾는다는 놈이 있더군. 지금 죽어줘야겠어.”

“…….”

높은 직위의 사람들 대부분이 알고 있는 유물.

몇 년 전부터 계속 찾고 있으니 꼬리가 잡힐 수밖에.

아무리 돈을 부어도 길면 꼬리가 잡힌다.

“알아서 죽여. 시체는 알아서 처리하고.”

“오케이.”

“…….”

사라지는 바텐더. 그리고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하는 거구들.

“오늘 편히 가기는 글렀네.”

“그러게.”

누구 하나 두려워하는 이가 없다는 게 신기하긴 했지만.

“죽어라!”

거구 두 명은 그에 신경 쓰지 않고 거대한 도끼를 휘둘렀다.

몇 분 뒤에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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