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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115화 (115/225)

제115화

115. 마해단魔海(3)

“다 죽었나 보군.”

“상대하기 좀 힘들긴 했지.”

강수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비웃듯 말했다.

20명을 상대하느라 힘들긴 했지만, 벅찬 건 아니었다. 충분히 상대 가능한 정도.

인기척을 살펴보던 마인은 자신 혼자 남았다는 걸 직감했다.

“부하를 잃은 건 아쉽지만, 나는 살아야 하지 않겠나?”

검을 들고 주변을 둘러봤다.

황폐해진 배. 그 안에 존재하는 네 명의 남녀.

“오호, 그자가 의뢰인인가 보군?”

말과 동시에 멜리아에게 달려드는 그.

의뢰인을 노릴 생각인 거다.

아무리 강수호라도 그녀를 보호하면서 싸우는 건 불가능.

“잠시 자고 계십시오.”

“네, 네……?”

뒷목을 쳐 기절시킨 다음, 마인이 가까이 다가오기 전에 차원 이동을 사용했다.

“오호? 신기한 스킬을 가지고 있구나?”

“네 걱정이나 하지?”

스승님들에게 간 이상,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배 안에 숨겨놔 봤자 위험만 해질 게 뻔하고.

‘일단은…….’

코코를 꺼내 들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싸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용병들의 목숨을 살리고 안전하게 도망치는 게 목적.

그의 검격을 봤을 때, 진작 알 수 있었다. 아직 자신의 상대는 아니라고.

“그 검, 마음에 드는군.”

“마음에 들면 빼앗아 보든가?”

“하하! 아주 좋은 생각이야! 그 검도 내 마검 컬렉션으로 만들어야겠어!!”

미친놈처럼 웃으면서 달려드는 그.

‘공격을 흘러내야 한다.’

코코를 꽉 쥐고 집중한다.

시간을 벌어 최용두가 부른 헌터들이 올 때 동안 버텨야 한다.

사람들도 구해야 하고.

“코코, 준비됐지?”

“준비됐다!!”

“이왕이면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

거대하게 휘둘러지는 검격. 날카로운 것보다 흉포함을 지닌 검격이 허공을 날아왔다.

“코코!!”

“히압!”

온 힘을 다해 흘려보내야만 한다. 반격은 힘들다.

숨을 들이쉬며 힘겹게 검을 흘려보낸 후 최용두에게 달려가 차원 이동을 사용했다.

“오호.”

“뭘 오호야? 빨리 덤비기나 해.”

차원 이동을 몰라 꽤나 놀라는 눈치다.

물론 그런 걸 가르쳐 줄 강수호가 아니었다.

다시 검을 받아칠 준비를 하며 코코를 들어 올렸다.

* * *

“오늘은 보드게임 어떤가?”

“보드게임? 우리 제자가 주고 간 그 게임 말하는 거지?”

“그래! 그게 아주 재미있어 보이더군!”

강수호가 없는 스승님들은 지겨움을 달래기 위해 다양한 놀거리를 즐기고 있었다.

뷰루 마블이라는 유명 보드게임을 하기 위해 근처에 판을 깔고 자리를 잡았다.

“흠. 랜드마크를 건설하도록 하지.”

“이런 젠장!”

“하하! 내 땅 안에 들어와 버렸구만!”

게임 규칙대로 잘 즐기고 있는 그들.

승리가 정해진 게임.

해맑게 웃으며 클론이 주사위를 돌리려던 그때.

“이제 내 차례가…….”

슈아아악!

파란빛을 뿜어대며 나타나는 누군가.

처음에는 제자라 생각했지만…….

“음? 자네는 누구지?”

“…….”

한 여자가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무슨 동화책에서나 보던 이야기도 아니고.

“어, 어. 저 그게…….”

분명 기절시킨 뒤에 차원 이동을 시켰는데, 눈을 뜨고 말을 하는 멜리아.

그걸 모르는 스승님들은 약간의 생각만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설마? 다친 친구?’

‘다친 친구?’

다친 친구가 분명했다.

아픈 친구가 있으면 불러오라고 했던 기억이 머릿속을 맴돈다.

“엎어!!”

“예, 예?”

“엎어! 다 엎어!!”

보드게임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오랜만에 뉴비가 들어왔다. 그것도 제자가 직접 보낸.

“흠흠, 내상은 없나 보군. 작은 외상이 전부야. 사제인 내가 하는 게 낫겠…….”

“이름이 어떻게 되나?”

“야! 저 친구는 내가 치료할 거라고!”

“…….”

한바탕 난리가 난 마을.

무슨 상황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그녀는 멍하니 그들을 쳐다볼 뿐이었다.

* * *

‘이쯤에서 울린 것 같았는데.’

중국에서 유명한 헌터, 린하우.

그가 바다에 떠 있는 채로 주변을 둘러봤다.

헌터들이 사용하는 구조 아이템. 그것이 중국 협회와 길드 쪽에서 구조 요청을 보내왔으니까.

“여기 확실한 거 맞아?”

“그래, 분명히 이 근처다.”

“그래? 그럼 조금만 더 가 보자고!”

세계 랭커 4위. 무공을 전공한 그의 직감을 믿어 보기로 했다.

하늘을 날아다니며 더 앞으로 향했다.

“찾았군.”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찾을 수 있는 거대한 배 한 척. 반파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로 망가진 배.

그 배에 다가가려던 그때, 린하우가 그녀를 말렸다.

“잠시.”

“또 왜?”

“누가 싸우고 있다.”

갑판 위에서 거대한 압박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몸을 찌릿하게 만드는 타격감과 함께.

“어? 저 헌터?”

시야를 확대하자 싸우는 이들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에 새로운 유망주로 주목받는 강수호 헌터 아니야?”

“강수호 헌터가 확실하다. 왜 저 헌터밖에 없는 거지?”

강수호 헌터가 확실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

“일단 빨리 도와주도록 하지.”

린하우가 무공을 이용해 그에게 빠른 속도로 다가갔다.

* * *

“자네는 스탯 능력치가 영 엉망이야. 이왕이면 스탯을 올렸으면 좋겠군.”

“그건 나도 알아!!”

치열한 싸움.

하지만 강수호는 그에게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스탯 빼고는 모든 면이 뛰어나군. 누가 이런 걸 가르쳐 줬는지 궁금할 정도로.”

그 모습에 의문을 품었다.

보통 스탯이 낮으면 스킬도 적게 마련. 하지만 강수호는 예외였다.

‘스탯만 낮은 것뿐이지, 모든 것이 완벽해. 스탯까지 좋았더라면 나를 죽였을 수도 있겠군.’

위험한 대상이었다. 여기서 더욱 성장한다면 그분까지 노릴 수 있을 정도로.

‘지금 죽여야 한다.’

마검을 더욱 크게 키웠다.

지금 이곳에서 싹을 잘라야 커다란 나무가 되지 않는다.

생각을 마치자마자 온 힘을 다해 검을 휘두르려 했으나.

“……!!”

옆에서 갑작스레 느껴지는 거대한 온기.

힘을 거두고 뒷걸음친다.

쾅!!

“눈치 하나는 빠르군.”

“린하우?”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그의 이름이 튀어나온다.

그는 그만큼 마인에게도 위험 대상, 유명한 작자였으니까.

“중국 해역인 걸 깜빡했군. 해적처럼 은밀하게 들어왔는데 벌써 들킬 줄이야.”

“너는…….”

눈을 가늘게 뜬 린하우가 그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사내.

“우리 어디서 만나 본 적 있지 않나?”

“음? 자네를? 모르겠는데?”

린하우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살펴봐도 그도 린하우라는 사실만 알 뿐, 자세히는 알지 못한다.

“그렇군.”

머릿속의 생각을 지웠다.

지금 그와 언제 만났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마인이군.”

“문제 있나?”

그에게서 역겨운 마기 향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지금 당장 죽여야 한다.

“도망치지…….”

“이만 가도록 하지. 3대 1은 나도 꺼려서.”

“잡아라! 리리!”

도망치는 그.

대마법사인 그녀가 마법을 이용해 그를 붙잡으려 했지만.

“잘 놀았군. 그리고 그 구슬은 언젠가 다시 찾으러 오겠다.”

“…….”

검은 포탈을 타고 사라지는 마인.

마법으로 붙잡을 시간조차 없이 사라져 버렸다.

“죽일 수 있었는데, 아쉽게 됐어.”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있나. 잡으면 오히려 손해일 것 같은데?”

굳이 포탈 너머로까지 따라가지 않았다.

그들의 목적은 구조지, 적의 생포나 사살이 아니었다.

“진짜 더럽게 아프네.”

“린하우! 이 헌터 상태 좀 봐!”

고통을 호소하는 강수호. 그가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눈을 떴다.

“이 친구 가망이 없군.”

그런 그를 보며 린하우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가망이 전혀 없어 보였다.

‘상처에 마독이 들어갔어.’

칼에 베인 상처에 정확히 마독이 자리 잡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가망성이 없어 보였지만.

“이 녀석은 포기한다. 최용두라도 찾는…….”

“뭘 포기입니까? 죽지도 않은 사람한테.”

“…….”

멀쩡히 가슴을 부여잡고 일어나는 강수호.

마독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게 아니었다.

마검의 상처. 그리고 마나와 힘을 전부 사용해 힘이 없었던 것뿐.

“어깨나 잡아주십시오. 마나 탈진 때문에 서 있기도 힘듭니다.”

“아, 알겠네.”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상처에 들어간 마독. 마일런이라도 죽을 그 마독을 멀쩡하게 버텨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네 마독에 면역이 있나?”

“면역이 있죠. 무슨 문제라도 됩니까?”

“……아닐세.”

마독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은 강수호가 신기할 뿐이었다.

린하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눕히고 주변을 둘러본다.

한참 주변을 살피던 그가 다시 강수호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런데 다른 생존자는 어디 있지? 자네가 구조 요청을 보낸 건 아닌 것 같아서 말이야.”

몇몇 시체만 있을 뿐, 생존자는 보이지 않았다.

‘아, 맞다.’

이제야 생각난 생존자들. 그가 싸우는 동안 혹시 몰라 스승님 마을에 넣어 두었다.

“으윽,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금방 다녀오겠다니? 그 상태로 가도 괜찮다는 말인가?”

“어차피 크게 다치지도 않았습니다. 너무 걱정하지는 마십시오.”

걱정하는 그를 두고 차원 이동을 사용했다.

빨리 가지 않으면 스승님들이 그녀에게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상황이니까.

‘기절시켰는데, 큰일은 없겠지.’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예상으로는 보드게임을 엎고 치료를 하고 있을 터.

슈아아악!

파란빛이 터지면서 스승님들 마을에 도착했다.

* * *

“치료는 잘하고……?”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하하! 내가 먼저 치료할 걸세! 난 사제가 아닌가?”

“사제라고 해서 사람을 치료할 의무는 없지!”

“저, 저기 아무나 치료해 주셔도 괜찮으신데…….”

“안 돼! 내가 치료할 거야!”

의뢰인을 가운데에 껴 놓고 스승님들끼리 자신이 치료할 거라 난리를 피우고 있었다.

그녀는 그 사이에서 머리를 긁적이며 그들을 쳐다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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