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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절대자들의 선물함이 도착했다-114화 (114/225)

제114화

114. 마해단魔海(2)

“음? 저건 구슬이 아니잖아. 먹을 거 아니냐?”

“그러게, 저놈이 가지고 있는 거 아닐까?”

“…….”

깔린 잔해에서 나오자 나타나는 마인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그들이 출구를 막고 있었다.

‘다 막혔네.’

20명의 마인이 그들을 둘러싸고 있었다.

빠져나갈 구멍조차 없는 곳.

“맛있는 음식 있네. 오랜만에 포식해 볼까?”

“동물 피는 이제 지겹기도 하고. 대장님이 다 죽여도 된다고 했으니 괜찮겠지.”

점점 다가오는 그들. 아직 강수호의 전력을 확인하지 못한 게 분명했다.

마인들이 다가옴에 따라 그녀의 몸이 떨려왔지만…….

‘구슬?’

강수호는 다른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구슬에 관한 이야기.

‘구슬 찾으려고 날 쫓아왔다고?’

그들이 왜 이곳에 들이닥쳤는지 알 수 있었다.

인벤토리에 존재하는 작은 구슬.

‘위치 추적기 같은 걸 사용해서 구슬의 위치를 알 수 있는 거야?’

그런 이야기는 시스템에게서 듣지 못했다. 아니, 애초에 시스템은 그런 것 따위는 가르쳐주지 않을 것이다.

“나중에 가서 물어봐야겠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나중에 시스템 관리자에게 가기로 했다.

일단 그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살아야 한다는 것.

“내가 먼저 먹도록 하지. 어제부터 피를 먹지 않아 미치도록 배가 고프다고.”

“침 발라놓지 마라. 내가 먼저 먹을 거다!”

붉게 변한 눈동자를 지닌 채 달려드는 괴물들.

의뢰인의 몸이 빠르게 떨린다.

‘거참, 나 강한데.’

아직도 자신이 약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터. 그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코코를 들었다.

“코코.”

“으음? 나 잠 오는데…….”

“일어나, 인마.”

피곤한 목소리로 잠에서 깨어나는 코코.

방금 자다 일어났는지 정신 차리는 데 잠깐의 시간이 필요했다.

“음? 검이 말을 해?”

검이 말을 하는 건 난생처음 보는 탓에 신기해하는 마인들.

“저거 대장님한테 주면 괜찮을 것 같지 않아?”

“그럴 것 같은데? 좋은 생각이야. 죽이고 나서 검을 빼앗아 오자고.”

방금 일어나서 그런지 마인들에게 목소리가 들린 듯하다. 물론 크게 상관없었다.

“그건 날 죽인 후에나 할 수 있는 말 아니냐?”

“하하하! 약한 것이 말이 많구나? 우리의 식사가 되어라!”

달려드는 마인들.

수는 대략 20명.

‘음속의 발걸음.’

이동 스킬을 사용하여 마인들 사이를 빠르게 누빈다.

“저 새끼 잡아! 못 움직이게 잡으라고!”

“너무 빠르잖아! 씨X!”

의외의 속도에 놀라는 마인들.

하지만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모두 무기 꺼내!”

맨손으로 상대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마인들.

하지만 오히려 무기를 꺼낸 건 멍청한 판단이었다.

날붙이가 아닌, 지팡이들.

“너는 특별히 마법으로 고기를 다져주도록 하지.”

마인이 고위급 마법을 캐스팅해 낸다.

그 모습에 살짝 입꼬리를 올린다.

“내가 검만 사용하는 줄 아냐?”

‘웨폰 마스터리.’

어떤 무기든지 몇 년을 훈련한 장인처럼 사용할 수 있는 스킬.

“재해를 만들 거라! 토네…….”

스걱!

마법을 캐스팅하기도 전에 지팡이를 반으로 갈라 마나 흐름을 끊어 버린다. 그리고 검기를 발현하여 마인의 목을 쳐낸다.

후두둑.

“한 명.”

“…….”

침묵으로 잠긴 식당.

강수호의 실력을 보고 느낀 거다.

‘그냥 S급 헌터가 아니잖아?’

스탯 능력치는 낮으나, 스킬들은 모두를 뛰어넘고 있었다.

“이왕이면 20명 다 들어와.”

“…….”

날 선 검을 든 채 압박감을 퍼트리는 강수호.

거기에 쫄 마인들이 아니었다. 애초에 죽음이 두려웠으면, 마인 따위 하지 않았을 테니까.

“죽어라.”

“개소리는 적당히 해 줬으면 좋겠군. 음식.”

20명 중 대장처럼 보이는 이가 검을 들었다.

마기에 절인 마검.

“너의 실력을 내보이는 것이 좋을 거야. 그리고 그 구슬조…….”

“엿.”

“…….”

말을 끝내지도 않은 상태에서 가운뎃손가락을 펼쳤다.

저딴 말은 들어 줄 가치조차 없다.

“엿이나 먹고 떨어져라.”

“흐하하하! 갈기갈기 찢어 죽여주마!!”

가운뎃손가락을 보고 빡친 그들.

자신에게 달려오는 마인을 보고 별거 아니라 생각했다.

‘충분히 할 만하다.’

강자가 아니었다. 마인 협회의 간부들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충분히 할 수 있다 생각했지만…….

촤아악!

“……!!”

“흐하하하!”

마검을 휘두르자 검기와는 격이 다른 무언가 포악스럽게 날아왔다.

그에 강수호는 깜짝 놀랐고, 그 모습에 마인이 웃음을 터트렸다.

‘뭐야?’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검기는 보통 깔끔하게 정제되어야 한다. 불필요한 게 있으면 검기는 약해지게 마련.

하지만 방금 막은 검기는 완전히 반대였다.

‘토할 것 같아.’

지금까지 맡아 본 어떤 냄새보다 역겨운 냄새.

마나 마스크를 꺼내 의뢰인에게 빠르게 채워준다.

“이, 이게 뭐예…….”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밖에도 상황은 똑같을 것 같으니 여기 가만히 있으십시오.”

깔끔하고 절단력 있는 검기와는 다른 검기.

난폭하고 더러운 기운이 묻어 반대되는 성질을 지닌 검기.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차피 이길 겁니다.”

물론 질 생각은 없다. 애초에 지는 건 말도 안 된다.

“이제 제대로 해 줄게.”

“크하하하! 중2병이 이제야 돈 모양이군?”

제대로 한다는 강수호의 말에 비웃음을 날리는 마인.

그들은 모르고 있다. 강수호는 아직 힘의 절반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불의 정령.”

정령술을 이용해 검기에 불을 덧씌웠다.

빠르게 타오르는 불꽃을 지닌 검을 휘둘렀다.

* * *

“필사즉생.”

“오호, 이게 자네의 재능인가? 한번 보고 싶었는데, 마침 잘됐군.”

“닥치고 싸움에나 집중하지?”

“흐하하! 잡담을 나눈다고 싸움에 집중하지 않은 건 아니네만?”

필사즉생을 발동했다.

최용두가 상대하기에도 어러울 정도로 강자인 그.

‘죽을힘을 다해야 한다.’

잘못하면 오늘 이곳이 그의 무덤이 될 수 있으니까.

팔 하나 잘리는 건 각오해야 하는 일.

최용두에게 달려들려던 그때.

“자네가 구슬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게 아쉽군.”

“또 무슨 개소리지?”

구슬이란 단어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같이 구슬치기하자는 것도 아니고.

“비밀이라도 있는 것 같네?”

“그런 것까지 신경 쓸 필요 없네. 작은 것 하나를 알려 주자면…….”

마인은 잠시 말끝을 흐리며 망설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준비를 잘해 놓는 게 좋을 거야. 차원이 열릴 테니까.”

“차원?”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는다.

차원이 열릴 거라니.

전혀 알 수 없는 소리에 약간의 고민을 했지만…….

“그전에 생존이 더 중요하지 않나? 죽으면 알아도 아무 소용이 없을 텐데?”

“크윽.”

마법과 함께 휘둘러지는 검.

질문에 대해 고민해 볼 시간도 없었다. 자신의 목을 지켜야 질문에 대한 답을 알 수 있을 테니까.

“자네 재능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궁금하군.”

“궁금하면 너도 살아남아야 하지 않겠냐?”

“하하하하! 소문대로 재밌는 친구야. 처음부터 제대로 상대해 주지.”

방금과는 격이 다른 검붉은 검기가 마인 주변을 붉게 물든다.

포악스러운 모습에 저절로 몸이 움츠러들 정도.

‘개 같은 마인들.’

속으로 비속어를 내뱉으며 주먹을 쥐었다.

한 번의 실수에 목이 날아갈 수 있는 일.

‘상대는 한 명.’

혹시 몰라 들고 온 구조대 버튼을 눌렀다.

근처 나라의 길드나, 협회에서 올 수 있도록 만들어진 아이템. 버티기만 하면 중국 헌터들이 이곳에 올 것이다.

“들어와라. 더러운 마인 새끼야.”

“이왕이면 사람 취급 좀 해 줬으면 좋겠군.”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달려드는 그.

검을 휘두르자 배가 날아갈 듯한 풍압이 발생한다.

‘미친!!’

풍압 정도는 버틸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뒤를 이어 날아오는 공격.

“아마 격이 다를 것이다. 지금껏 보았던 어떠한 검기보다.”

격이 다른 수준이 아니었다.

깔끔하게 베어내는 평범한 검기와 달리 포악하게 뜯어낼 듯한 힘을 지닌 검기.

‘막는 건 안 된다. 막으려면 최소 팔 하나는 줘야 해.’

팔 하나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태산 흘리기!”

날아오는 검기를 정확하게 쳐다봤다.

막을 생각 따윈 하지 않았다. 그저 저 검기를 비껴내야 한다는 생각뿐.

“으아아악!”

검기가 날아왔다.

아슬아슬하게 흘려 나가는 검기.

“오호, 다른 스킬도 있었군. 워낙 스킬을 쓰지 않아 몰랐군.”

꽤나 놀란 눈치다.

온 힘을 다해 사용한 검기를 막지는 못했지만, 흘렸으니 놀랄 수밖에.

“막은 김에 하나 설명해 주지.”

또 설명을 늘어놓는다.

그렇다고 해서 최용두는 그의 말을 끊지 않았다. 도대체 그가 뭔 말을 할지 궁금했으니까.

“차원, 내가 찾고 있는 그 구슬에 비밀이 있지.”

“그 구슬이 여기 있다고?”

“그래, 그것 때문에 오기도 했고.”

“…….”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차원, 구슬.

“이해를 못 하겠군.”

“원래 그래. 나도 처음에 간부들한테 들었을 때,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

마인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엔 그도 최용두처럼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1차 서막이 열리면 내 말의 뜻을 알 수 있을 거다.”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날아드는 검기.

그 검기를 가까스로 피한 최용두가 달려들어 스킬을 발동시켰다.

“대격(大擊)!”

거대해진 것처럼 느껴지는 주먹.

가까스로 피하자 주먹이 지나간 자리엔 잔해만 쌓여 있을 뿐이었다.

“듣던 대로군.”

“강하다고?”

“아니, 자네는 스탯 의존이 너무 커.”

“내가 마인한테 충고 들을 짬밥은 아닌 것 같은데?!”

최용두는 마인의 말을 무시하고 빠른 속도로 주먹을 휘둘렀다.

무식하게 휘두르는 것 같지만, 정밀함과 강함이 모두 들어간 휘두름.

“그래도 스탯이 모든 걸 커버해 주니 대단하단 말밖에 안 나오는군.”

“으아아아!”

“하지만 너무 성급해.”

물론 그에게는 그리 강하고 빠른 공격이 아니었기에 전부 손으로 막거나 흘려보냈다.

“이런 젠장…….”

콰직!

“너무 느리고 조잡해.”

주먹을 걷어내며 머릴 잡아 바닥에 박았다.

코뼈가 부서지며 새빨간 피가 새어 나온다.

“머리는 치지 말지? 안 그래도 머리 나쁜데.”

“힘은 꽤 좋군.”

머리를 잡은 손을 우악스럽게 잡았다.

손을 꺾으려 했지만.

“……!!”

“나도 힘 하나는 좋거든.”

쉽게 놓아 줄 리 없었다.

마인은 힘을 기본 베이스로 깔고 가니까.

“좀 아플 걸세.”

“으아아악!”

두 손으로 최용두의 머리를 잡았다.

잡은 머리를 돌려 목을 꺾으려 할 때.

“이제 죽……!”

“브레스.”

화르르륵!

마인에게로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화염 브레스에 깜짝 놀라 빠르게 자리에서 벗어났다.

‘강자다.’

브레스 하나만으로 알 수 있었다.

최용두만큼이나 뛰어난 강자. 아니, 그 이상이라고.

“이런 뛰어난 마법사가 있다고 들어 본 적은 없는데……. 음?”

중얼거리고 있을 때쯤, 어딘가 느껴지는 익숙한 기운.

“설마?”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강수호의 몸에서 구슬 기운이 진득하게 느껴지고 있었으니까.

“구슬을 찾긴 찾았는데…….”

구슬을 찾은 것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강수호가 나왔던 곳이 바로 식당. 부하들이 들어간 장소인 것.

“다 죽었나 보군.”

손에 묻은 피를 털어내는 강수호.

부하들이 다 죽었다는 걸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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